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
외롭고 고달프기만 한 스물아홉 삶을 마감하려던 순간 드디어 나에게도 회빙환의 기회가?!
…는 젠장, 못생긴 반지하 흙수저 말티즈로 환생했다.
아오ㅆ 견생…!
1. END & AND
피눈물이 났다.
인생이란 것. 20대 후반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삶.
결국 다 날렸다.
예전에 뒷골목에서 봤던, 줄담배를 피우며 침을 찍찍 뱉던 양아치가 내뱉던 말을 빌리자면 ‘완전 개허벌창 났다’.
닦아도 닦아도 휴지에 길게 묻어나는 똥자국처럼, 그렇게 떨어지지 않던 가난은 결국 나를 이 벼랑 끝에 서게 했다.
왕따 이후 간신히 검정고시로 딴 고등학교 졸업 인정. 그리고 알바, 또 알바. 군대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갔지만 거기에서도 왕따는 이어졌다.
소집 해제 후 그래도 열심히 돈을 모아보고자 일이 험하다는 공장에 취업했다. 하지만 돈은 모이지 않았다. 월급날이면 손에 뭔가 쥐어보나 하다가도 어머니의 병원비와 이래저래 갚아야 할 것들로 모두 날아갔다.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야 비로소 몇 년 동안 얼마라도 모을 수 있었으나 그 또한 얼마 전 상장 폐지된 김치 코인과 함께 공중분해 되었다.
우습게도 상장폐지 확정과 코로나로 인한 인원 감축까지 같은 날 원투 펀치로 내게 내리꽂혔다.
결국 10여 년을 산 반지하 방을 나와, 나는 건축 중인 한 빌라의 옥상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연락처에 등록된 이들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고, 소주 한 병을 단숨에 들이켜고 난간에 서니 그제야 온몸이 떨려왔다.
“빌어먹을 인생, 한 번도 좋은 일이 없었어…”
눈물이 흘렀다. 곧 일어날 충격과 찰나의 고통에 대한 공포감에 소변도 찔끔 새어 나왔다.
스물아홉.
누군가에게 기억될 정도의 삶도 살지 못했고 결국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연애라도 한 번 해봤으면 후회라도 남지 않겠지만 그조차 없었다.
“웹소설처럼, 떨어지는 그 순간 마법을 써서 아프지라도 않았으면 좋겠다.”
그때, 뒤에서 ‘쿡쿡쿡’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와, 이렇게까지 찌질할 수가 있나?
마치 동굴에서 울리는 듯한 중저음, 그리고 내 머리와 가슴까지 두들길 듯한 압박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려 했으나 발이 땅에 얼어붙은 듯, 움직여지지 않았다.
– 계별욱, 29세. 그리고 오늘 사망 예정. 무언가 네 삶의 이력을 읊으려 해도 이건 뭐, 읊는 내가 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참 대단해.
“누, 누구야!”
시선을 밤하늘로 고정한 채, 나는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뒤의 ‘그것’은 피식거리며 내 질문에 대답했다.
– 나는 별것 아니야. 왜, 네가 가끔씩 읽던 그 웹소설에 나오는 회빙환 알지? 그걸 해 주는 존재야. 누구는 신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저승사자라고도 하고, 누구는… 뭐, 그게 중요한가?
회빙환을 시켜주는 존재!
순간, 나는 어마어마한 희열을 느꼈다.
저 존재가 괜히 나타났겠는가? 분명 나를 멋지게 회귀시키거나…
– 어디 보자… 회귀해도 뭐, 나아질 구석이 없네. 네가 학벌이 좋냐, 머리가 좋냐, 인물이 좋냐, 집안이 좋냐?
그래, 일단 회귀는 그렇고 비, 빙의를 시키거나…
– 하아, 이 폐급 인생을 어디의 누구에게 빙의시키냐? 그 사람 인생 쫑나라고? 진짜 생각만 해도 불쌍해 죽겠네. 그것도 업을 쌓는 것이지.
그렇지, 빙의도 필요 없어. 그럼 화, 환생인가?
– 그나마 나은 게 환생이긴 한데, 그래도 어느 정도 급은 맞춰야지. 환생, 환생이 이 세상의 균형을 크게 해치지 않겠군.
통했다!
순간, 내 몸이 천천히 뒤로 돌아갔다.
내 뒤에 선, 아니 이제는 내 앞에 선 그것은 그저 검은 실루엣이었다. 눈, 코, 입도 구분할 수 없는 검은 실루엣.
그것이 ‘킥킥킥’ 웃으며 제안했다.
– 네가 여태 쌓아온 것이 뭐 하나 가치 있는 게 없다. 그래도 지금의 기억과 지적 수준이라도 좋다면 환생해 볼래? 완전히 새롭게 열심히 살 기회를 줄 순 있다.
“네? 네! 그런데 어, 어디로? 나는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 한다면 하는 거지. 네가 좋다면 새로운 곳, 네게 잘 맞는 곳으로 환생케 해 주지. 뭐라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 아냐?
“조, 좋아요!”
– 그리고 네가 수행해야 할 아주 멋진 퀘스트도 하나 내려주지. 그것을 달성한다면 너는 세상 모든 것을 얻을 기쁨을 누릴 거야. 정말 최고의 기쁨을! 물론 실패하면 환생한 그 모습으로 살게 되고.
“무조건, 무조건 하겠습니다!”
–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말해두지만 퀘스트는 쉽지 않아. 다만 이룬다면, 넌 내게 평생을 감사하게 될 거야.
여기까지 와서, 이 말까지 듣고서 싫다고 할 바보는 없을 것이다. 동아줄을 준다면 일단 잡고 보는 것이 인지상정!
“괜찮습니다! 하겠습니다!”
– 그럼, 일단 죽어.
그 말과 함께 검은 그것은 내 몸을 툭, 밀었다. 난간에서 떨어지며 내 눈은 밤하늘의 별과 달, 그리고 아직 외장 인테리어가 되지 않은 시멘트 외벽을 빠르게 훑었다.
‘안녕, 세상아. 그리고 새롭게 만날 세상아, 안녕?’
쾅!!!
거대한 충격과 동시에 내 몸이 빛으로 싸여 희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 네 몸은 3년 동안 내가 맡아서 가지고 있으마. 행운을 빌어주지.
어마어마한 충격 속에서 나는 지금보다 나은 삶을, 나은 환경을, 나은 인생을…
***
“왈!”
나는 눈을 떴다.
먼저 보이는 것은 새하얀, 눈을 멀게 할 듯한 밝은 등.
‘병원의 수술대인가, 그렇다면 나는 얼마 전에 죽은 누군가의 몸으로 환생한 것인가? 대기업의 막내아들이라든가, 전 세계의 인기를 빨아먹는 아이돌이나 프로듀서라든가…’
“왈!”
‘이게 뭔 개 소리야?’
진짜 개 소리. 그리고 내 코를 찌르는 진한 개 오줌 냄새와 개 비린내.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때 한 여성이 다가와 내 얼굴과 몸을 쓰다듬었다.
“어머, 우리 해피! 깨어났어? 털 염색 잘 됐네!”
‘뭐, 뭔피?’
그때, 그 여성이 나를 안아 들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 여성은 키가 5m가 넘어 보일…이 아니네?
바로 앞의 거울.
거기엔 꼬리와 귀가 형광 분홍색으로 염색된 채, 더럽게도 못생긴 말티즈 한 마리가 여성의 품에 안겨있었다.
충격과 공포.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믿고 싶지 않았다. 나는 필사적으로 ‘아니야! 이건 아니지, 시발!’하고 외치려 했으나…
“왈! 와와왈! 왈!”
그저 이를 드러내고 요란하게 짖어댈 뿐이었다.
그런 나를 본 여자가 배시시 웃었다.
“아이고, 낯설어? 귀랑 꼬리가 이렇게 뽀샤시해지니 좋아?”
‘뽀사버릴라.’
아니, 그게 아니고 일단 이게 무엇인지부터, 상황 파악부터 해야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동물 병원인 것은 분명했고, 나는 해피라는 개가 맞는 듯했다. 그리고 아마 미용을 하는 도중 쿨쿨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를 환생시킨다던 시커먼 그것이 수면 마취 중인 이 못생긴 개에게 나를 집어넣은 것이란 말이다!
그때, 내 귀에서 다시 묵직한 중저음이 들려왔다.
– 시간은 3년. 네가 이루어야 할 것은 네 주인이 순 자산 30억을 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매우 쉽지. 그것을 실패하면 너는 그저 개로서 사는 것뿐만 아니라 다음 생에도 개로, 그다음 생에도 개로, 29년의 삶을 버린 죄로 29번 개로 환생할 것이다.
“왈! 와왈! 왈왈왈왈왈!!!”
나는 이게 웬 개소리냐며 울부짖었다. 30억을 벌도록 도우라니, 그것도 이 꼴로! 뭐 하나 특별한 능력도, 아이템도 주지 않고 그저 이 환장할 정도로 못생긴 강아지 몸에 넣어놓고 그게 끝이라니!
그러나 그 말을 끝으로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어머? 이 똥개가 갑자기 왜 이렇게 짖어대? 조용 안 해?”
방금 전까지 색이 잘 나왔다며 뽀샤시 운운하던 직원이 180도 달라진 말과 표정으로 내 엉덩이를 때리더니 철창 케이지 안으로 집어넣었다.
진하디 진한, 딸기잼을 졸이듯 개 오줌을 졸이면 이런 냄새가 날까 싶은 악취가 가득한 철창 속에서 나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내 선택을 후회했다.
“끼잉, 낑, 낑…”
“어머, 해피야. 누나가 많이 혼내서 무서웠어? 자, 이거 하나 먹어.”
병 주고 약도 주는 이 직원이 케이지의 틈 사이로 무엇인가 기다란 것을 집어넣었다. 짭짤하고 달큰한 냄새를 풍기는 이것은…
“누나가 너니까 주는 거야? 천연 간식인 고구마말랭이야.”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배도 고프던 참이었다.
‘먹자, 일단 먹고 생각하자. 이 참상을 벗어날 방법을, 나는 반드시 찾아야 한다!’
쫀득하게 말린 그것을 앞발로 부여잡은 나는 침으로 녹이고 불려가며 질겅질겅 씹어댔다.
‘아이 씨! 입맛은 인간 입맛 그대로네!’
한숨부터 나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고구마 맛이니 어떻게든 먹을 수는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고구마 쫀드기를 씹으며 나는 분노의 감정을 다시 가라앉혔다.
‘보자, 저 여자는 딱 봐도 직원이고 저 안의 소리는 털 깎는 소리. 나는 미용 때문에 맡겨진 것이라면 내 주인이 따로 있다는 건데?’
보통은 미용이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찾으러 올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조만간 나는 내가 30억을 3년 안에 벌어다 줘야 하는 ‘내 주인’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심장이 떨려왔다. 어차피 방아쇠는 당겨졌고 똥은 나오고 있었다.
‘음, 똥?’
세상에, 똥을 생각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며 개 오줌 가득한 바닥을 냄새 맡기 시작했다.
‘이, 이쯤이 좋겠군!’
그리곤 엉거주춤한 포즈로 다리를 기괴하게 구부려가며 똥을 싸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었고 멈출 수 없었다. 몸은 개의 본능이되 머리만 인간인 이 미칠 것 같은 상황.
철이 들고 나서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었던 내 똥 싸는 모습.
굴욕감, 수치심!
‘인생, 아니 견생 진짜…’
눈물을 흘리며 똥을 싸는 나를 보는 직원의 눈이 분노로 타올랐다.
“아니, 무슨 똥개가 간식을 처먹자마자 또 똥을 싸? 진짜 도움 안 돼요, 어휴.”
‘네가 줬잖아! 고구마쫀드기!’
케이지의 문이 열리더니 인상을 가득 쓴 직원이 방금 내가 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햇똥을 티슈로 집어 버렸다. 그리곤,
‘아!’
“왈!”
다른 티슈로 내 똥꼬, 아니 항문을 천천히 닦아주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순간 나는 굉장히 당황했다.
으, 음… 일단은 굴욕적이긴 했어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다시는 내 똥꼬에 손을 대지 말라!
그렇게 억울한 표정으로 직원을 쳐다보던 그때, 바깥을 보던 직원이 ‘어머’하곤 나를 꺼냈다.
“우리 해피, 저기 누가 오나 보이니? 해피 여기 있어요~! 염색 쨍하게 잘 됐다고 자랑해야지?”
어?! 그럼, 주인… 주인님?! 내가 30억을 벌도록 도와드려야 할 주인님!
내 눈이 유리 너머의 횡단보도를 향했다.
20대 중반의, 아래엔 옅은 핑크색 레깅스에 위에는 아이러브뉴욕 크롭맨투맨을 입은 검은 생머리의 아름다운 여성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30억은 일단 나중에 생각하고, 절대 나쁘지 않아! 아니, 최고야!’
“왈! 왈왈!”
꼬리를 흔들며 짖어대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직원이 빙긋 웃었다.
“그리 좋아?”
“왈! 왈!”
그러나 그 여자는 이쪽으로 다가오는가 싶더니 바로 옆으로 휙 꺾어서 사라졌다. 그리곤 그 뒤, 유모차에 공병을 가득 실은 한 노파가 몸을 덜덜 떨며 문을 열었다.
“우리, 우리 해피 염색 잘 되었슈?”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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