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08
109. 세상에 이런 뭣 같은 일이(2)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1억 2,988만 7,320원]주식 장이 좋지 않아 수익률이 내려가고 있었다. 그 외, 다양한 공과금도 빠져나갔고 생활비도 꾸준하게 지출이 되고 있었다.
물론 노파가 열심히 보건소를 나가고 있었지만 월급이 들어오는 것은 아직 먼일이었다. 다음 달부터는 생활 지원 보조금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1억의 전세와 조은이의 상금이 반영된 것이리라. 거기에 노파의 일로 인한 잠재소득까지.
천만 원대의 숫자가 바뀐다는 것은 꽤 의미하는 바가 컸다.
‘어서 촬영이 시작되면 좋겠다.’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직 조은이와 노파는 그다지 큰 동요나 걱정은 없었지만(적어도 노파는 보건소 공공근로를 나가면서부터 마음의 큰 짐을 내려놓은 듯했다.), 나에겐 전체 순자산의 줄어드는 모양새가 확연히 보였다.
그래도 ‘세상에 이런 뭣 같은 일이!’에 출연하게 되었다는 정보는 굉장한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프로그램의 검색으로 인한 유입도 늘었고, 그것이 퍼져나갔는지 더 많은 이들이 SNS와 동영상 채널에 찾아오고 있었다.
그사이에도 조은이는 열심히 학식의 소개 등 대학 생활 관련 영상들과 자신이 공부하는 일상, 나와 함께 산책하는 일상 등을 올렸다.
모든 게시물에 ‘좋아요’가 가득했고, 그 어떤 것에도 똥을 싸달라는 댓글이 가득했다. 가지각색이 사연들. 모두 내 똥꼬에 당첨, 아니 똥첨이 되고자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 주 2회, 그리고 간단한 것만! 아울러 무언가 사연이 있는 것!
조은이가 똥첨자 선정에 있어 나름의 내부적 조건으로 세운 기준.
그래서 나는 교통사고가 난 엄마의 쾌유를 기원한다는 사람의 요청에 ‘건강’을, 곧 면접을 앞두고 있다는 취업 준비생에게 ‘출근’을 싸려다가 생각을 바꿔 ‘입사’를 싸 주었다. 역시 ‘ㄹ’이나 ‘ㅂ’, ‘ㅊ’, ‘ㅎ’ 등은 상당히 어려웠기에 가급적 단어를 골라야 했고 피치 못할 경우엔 사료를 많이 먹어 한 획 한 획 이어서 썼다.
그렇게 연습 아닌 연습을 하는 동안 1주일이 금방 지나갔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
잔뜩 긴장한 우리가 아침부터 뻣뻣하게 굳어있는 사이, 초인종이 울렸다.
***
‘생각보다 많이 오지는 않는구나!’
카메라를 든 이는 세 명, 그리고 그때 본 방송작가와 모든 촬영을 담당하는 PD, 보조 1명까지 총 여섯 명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방송 콘티를 놓고 작가와 조은이, 노파가 앉았다. 나는 조은이의 품 안에서 작가가 설명하는 촬영 기획과 동선을 빠짐없이 들었다.
그동안에 그들도 더 많이 조사해 놓고 있었다. 내가 ‘건강’, ‘입사’를 쓴 것까지 캐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약간 무리일지도 모르겠지만 해피가 두 번 싸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연을 읽고 골라서 싸는 것 하나, 그리고 마지막에 방송국 로고 하나.”
“네, 알겠습니다.”
“왈! 왈!”
첫 번째 촬영은 야외 촬영이었다. 세상 어색한 표정으로 조은이와 노파가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보행기에 탄 내 초롱초롱한 눈을, 허리를 잔뜩 굽힌 카메라 기사가 클로즈업하기 시작했다.
“하, 할머니! 오늘따라 날씨가 시원~해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한 조은이. 이미 낮 온도가 31도를 넘어서는 상황이었다.
“그, 그러게 말이다! 우리 똥개, 아니 해피와 산책을 나오니 이렇게나 즐겁구나!”
아아아, 진짜 최악의 연기력. 빳빳하게 굳은 둘이 거리를 걷다가 다음 멘트를 날렸다.
“할머니! 마침 저기 정자가 보이는걸요? 자, 잠시 쉬었다 갈까요?”
“그러자꾸나. 마침 나도 다리가 아픈걸? 해피야, 함께 쉬자꾸나.”
“와하하하할! 와하하하할!!!”
나는 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인터뷰할 때는 너무나 자연스러웠는데, 전에 걸덕이, 로랑이와 방송을 할 때도 잘했었는데. 역시 지상파라는 것이 주는 중압감, 게다가 완전히 노출된 거리에서의 촬영과 귀신처럼 화장한 노파의 어색한 보조가 참사를 빚어내고 있었다.
“여기에서, 해피를 처음 데려왔을 때의 장면을 회상하는 씬을 잡을 거예요. 조은 씨는 해피를 쓰다듬고 있고, 어르신은 조은 씨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두 분 다 시선은 45도 각도로 틀어서 저 왼쪽의 교회 첨탑을 바라보시면 됩니다. 자아, 준비… 큐!”
“우리 같이 시키는 대로 교회를 바라보자꾸나, 조은아.”
“컷! 아니, 어르신. 그런 말은 안 하셔도 되고요. 다시 갈게요, 준비… 큐!”
그렇게 정자에서의 회상 씬을 마친 다음엔, 어디에서 구해왔는지 모를 라면 박스 하나에 매직으로 ‘3만 원’이 써졌고, 그 안에 내가 들어가 있는 모습이 촬영되기 시작했다.
이제 막 태어난 강아지를 당장 구할 수 없었는지 그들은 나를 그대로 박스 안에 넣었고, 나는 화려한 펄이 들어간 형광 분홍색 귀와 꼬리를 한 채 몸을 웅크리고 겁먹은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개장수로 분장한 보조 PD가 ‘개요, 순혈 개 3만 원!’하고 외치고 있었고, 노파가 멀리서 다가오다 나를 훑어보곤 만 원짜리 세 장을 내밀었다. 나름 고증을 지키고 있었다.
다음엔 엔딩 씬.
노파와 조은이가 인근의 공원에서 ‘해피야!’ 하며 뛰어왔고, 나도 준비를 하고 있다가 보조 PD가 내려놓자마자 신나게 귀와 꼬리를 흔들며 뛰어가 폴짝 안겼다.
그리고 나를 안은 조은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세상 인자한 표정을 짓는 노파의 얼굴이 카메라에 담기면서 야외 촬영은 끝났다.
“와아… 개가 진짜 말을 잘 듣네요? 우리가 지시하는 것을 그대로 다 알아듣는 것 같아요.”
“그러게, 저 정도면 강아지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에 바로 출연시켜도 되겠어. 외모가 좀 그렇지만.”
제작진들이 모여 카메라에 담은 영상을 확인하며 감탄에 감탄을 이어갔다.
‘뭐, 이 정도야. 훗!’
나는 가슴을 쫙 편 채 조은이의 품에 안겨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시원하게 에어컨 바람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실내 씬이 시작되었다. 노파와 조은이가 방에 들어가서 인터뷰를 찍는 동안, 나는 카메라 앞에서 열심히 말표 사료를 씹어 먹었다.
“자아, 인터뷰 마쳤으면 이제 동영상에서 괜찮은 사연을 하나 뽑아보도록 하죠!”
조은이의 낡은 컴퓨터가 켜졌다. 늘 그렇듯 나를 허벅지 위로 올려놓은 조은이가 가만히 동영상 아래 달린 댓글들을 살펴보았다.
– 헤어진 여자친구와 재회하고 싶어요. 여자친구 이름 좀…
– 로또 1등 당첨되게 숫자 좀 찍어서 싸 주세요.
– 엄마 아빠 사랑해요! 이거 써 주세요.
억지스러운 요청부터 변의 생성과 보존의 법칙을 무시한 긴 길이 등, 선택할 수 없는 댓글들이 후루루 지나갔다.
“어?”
– 해피 보니 얼마 전 무지개다리 건넌 우리 강아지 난이가 생각나요. 성은 못, 그래서 못난이라 불렀는데. 난이 보고 싶다.
“왈! 왈!”
이 정도 글씨라면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스토리도 분명 있었다.
조은이도 그것이 딱 눈에 들어왔는지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해피야, 이거?”
“왈! 왈!”
“그래! 한번 해 볼까?”
조은이가 종이를 펴고 ‘난이’라고 썼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종이를 가리켰다.
“해피야, 이거야. 난이. 알았지? 쓸, 아니 쌀 수 있지?”
“왈! 왈!”
배변판 앞에 놓인 종이를 보며 나는 엉거주춤 앉아 뒤뚱거리며 글을 쌀 준비를 했다.
‘카메라가 있건 말건, 나는 나의 똥을 싼다. 난이, 너의 이름은…’
– 뽀작!
[난이]나는 엉덩이를 잘 움직여 글을 싼 후, 헥헥거리며 내가 싼 글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변이 뒤에 꽤 남아 ‘이’의 모음 획이 길어졌지만, 오히려 더 멋스러웠다.
“왈!”
조은이가 박수를 쳤다. 노파가 ‘아이구 장하다’ 하며 가식적인 미소와 함께 나를 안았다.
“잘 담았지? 와아, 다시 봐도 대단하다.”
PD가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다른 스태프들도 영상이 만족스러운지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는 내가 했던 일들에 대한 소개였다. 조은이는 내가 받은 표창장, 인터넷 신문 기사 출력본 등을 손에 들고, 해피 덕분에 불법 노인 다단계 업체를 잡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럼 그때 현장에 있던 경찰분이 아직 계시겠네요?”
“네? 네. 용숭동에 있는 지구대예요.”
“오케이. 나중에 거기도 방문해서 인터뷰 따 보도록 하고. 그리고 개 도둑과 불법 도축 시설 잡아낸 것도 좀.”
조은이가 다시 이야기하며 내 입술을 뒤집어 보였다. 그때 와이어를 잡아당기느라 생긴 상처가 아직도 흉터로 남아 있었다. 그 흉터 안의, 내가 느꼈던 공포를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조은이는 최선을 다해 그때의 정황을 자기가 들었던 대로 설명하고 해당 뉴스도 보여 주었다.
“그럼, 해피가 당시 수십 마리의 개를, 그리고 앞으로 희생당할 수 있었던 엄청난 숫자의 개를 살린 것이네요?”
“그렇다고도 볼 수 있죠.”
“이야, 대단하네요.”
“와, 왈!”
장군이가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장군이…
나는 잠시 장군이를 생각하며 상념에 빠졌다.
이윽고 인터뷰의 마지막 문답을 앞두고 있었다. 이것이 끝나면 이제 방송국 이름인 ABS만 싸면 되는 것이었다.
내가 다시 부지런히 사료를 먹는 가운데, 방송작가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어르신에게 해피란?”
노파가 생각할 여유도 없이 바로 입을 열었다.
“그 똥ㄱ… 똥을 싸는 우리 해피는 가족이지유. 언제나 나를 지켜주고, 늘 내 옆에 와서 애교 피우고 잠도 자는, 아주 자식이에유!”
“으르르릉, 아왈왈왈왈왈! 아왈왈왈왈!”
내가 맹렬히 짖어대자 얼굴이 새빨개진 노파가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그럼 조은 씨에게 해피란?”
조은이는 노파와 달리 꽤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웃음을 짓기도 하다 눈물을 닦기도 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다가 빨개진 뺨을 두드리기도 했다.
수많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해피란?”
반복된 질문에 숨을 가다듬은 조은이가 날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게 해피는 가족 그 이상인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늘 나를 위로해주고 응원해주고 웃게 해주는데. 음… 저는 해피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 앞에 나타난다면 정말 좋겠어요.”
“!!!”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가족 그 이상까지는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환생해 들어간 이전부터, 해피는 충분히 조은이의 사랑을 받아왔고 긴 시간을 함께해 왔으니까.
그런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니, 나타났으면 좋겠다니!
나는 조은이의 품 안에서 고개를 들어 눈을 바라보았다. 그때 조은이가 가만히 고개를 숙여 내 주둥이에 입을 맞췄다.
– 쪽!
“뀽♥”
하아아, 좋다. 그냥 개로 살까…
멋진 인터뷰 후, 보조 PD가 미리 인쇄된 기다란 종이를 꺼냈다. 이제 마지막 미션이 주어졌다.
“자아, 이 종이에 ‘□□□ 세상에 이런 뭣 같은 일이!’라고 쓰여 있죠? 빈칸에 ABS를 쌀 수 있을까요?”
“해 봐야죠. 가능할 거예요. 그렇지, 해피야?”
“왈! 왈!”
나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짖었다.
조은이가 그들이 준 종이를 펼쳐놓은 뒤, 그 위로 ‘ABS’를 써서 붙여 놓았다. 그리고 나는 펼쳐진 종이의 네모 속에, 열심히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알파벳을 싸 내려갔다.
[ABS 세상에 이런 뭣 같은 일이!]B와 S가 꽤 멋들어지게 나왔다. 제작진이 박수를 침과 동시에 촬영이 종료되었다.
드디어 큰 것 하나를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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