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14
115. 결자해지
아니나 다를까, 조은이가 자신의 채널에 스튜디오 꿀잼과의 전속 계약 소식을 알리자마자 ‘축하한다’, ‘잘될 줄 알았다’ 등등 엄청난 축하 댓글이 이어졌다.
더 놀라운 것은 스튜디오 꿀잼에 속한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조은이의 계약 소식 동영상에 몰려와 축하 댓글을 다는 것이었다.
채널에 있던 이들도 ‘와! 중앙도서관 님이다!’, ‘와! 지림무비 님이다!’, ‘와! 부동산차차차 님이다!’ 하며 반가워했다. 당연히 로이도 자신의 채널 이름을 상세히 적으며 축하 댓글을 달았다. 로랑이는 뭐, 안 보였지만.
개중 압권은 역시나 ‘츄릅’ 이었다.
[곧 함께 할 생각에 두근두근♥ 축하드려요! 파이팅!]짧은 이 댓글에 달린 하트의 수는 어마어마했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효과였다. 자정까지 무려 새로운 구독자가 2,000명 가까이 늘었기 때문이었다.
스튜디오 꿀잼에서도 바로 홍보 영상으로 계약 현장의 동영상과 사진을 편집하고, 조은이와 내가 나왔던 다양한 영상을 짧게 편집해 올렸다. 그리고 ‘미리미리 구독과 알람 신청해 놓으세요! 인증 이벤트도 곧 갑니다!’ 하는 공지도 떴다.
“이게 다 뭐야! 이 정도라니…!”
조은이가 놀란 눈으로 늘어난 구독자 수와 수많은 댓글들을 확인했다. 누적 시청 시간도 엄청나게 늘어있었다.
그중에 댓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쩝, 난 좀 그렇다. 되게 순수하고 풋풋한 느낌이 좋았는데 초심 잃어서 변할까 두려움.]조은이가 그 댓글을 보며 한참 침묵에 빠졌다. 나 역시 그 댓글을 가벼이 넘길 수 없었다.
무엇이 초심일까, 무엇이 변심일까.
어떤 선을 지켜야 하는 걸까. 그 선은 누가 정하는 걸까.
깊이 들어가자면 한도 끝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저 댓글을 단 시청자의 생각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조은이가 천천히 마우스 커서를 눌러 대댓글 창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안조은입니다! 제게 좋은 기회가 왔어요. 그런데 저와 해피는 언제나 지금과 같은 이야기와 방식을 잃지 않을 거예요. 저와 해피가 해 오던 것에 플러스 알파가 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만큼 더 많은 분들에게 찾아가고 싶기도 하구요. 응원 부탁드릴게요.]현명한 댓글이었다.
***
금요일과 주말은 정신없이 바빴다.
스튜디오 꿀잼에서 요청한 서류와 자료는 예상보다 많았고, 이런 일이 처음인 조은이가 하나하나 찾기에는 꽤 벅찬 일이기도 했다.
아울러 관리자 페이지에서 비즈니스 계정으로 바꾸고 스튜디오 꿀잼의 메인 계정과 연결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그래도 걸덕이가 전화로 많이 가르쳐 줘 꽤 도움이 되었다. 주말임에도 걸덕이는 조은이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진행 상황을 묻고 도움을 주었다.
“걸덕이 오빠, 제 고민 하나만 들어주실래요?”
고민이라니! 갑자기 그건 왜! 내게 털어놔도 되잖아!
나는 순간 안절부절못하며 조은이를 쳐다보았다. 걸덕이의 숨이 가빠지는 것 같은 불쾌한 상상이 뒤따랐다.
역시나, 전화기 속의 걸덕이는 달뜬 목소리로 바로 대답했다.
[그, 그럼요. 조은 님의 고민이라면야 제가 제대로 잘 듣고 도와드려야죠.]“아왈왈왈왈! 아왈왈왈왈!”
“어허, 해피야아.”
조은이가 날 달래려는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조용히 걸덕이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갑자기 계약을 맺게 되니 무언가 캄캄해진 느낌이에요. 어제, 시키는 대로 계약 관련 영상을 올렸는데, 그 순간부터 이제 뭘 찍어야 하지? 이걸 찍고 싶은데 지금 메일로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 염려도 되는 거예요.”
조은이의 고민을 들은 걸덕이가 ‘흠…’하며 생각에 빠졌다.
자유로운 사람에서 이제 소속사를 가지게 된 크리에이터가 되었다. 그리고 계약을 맺은 이후부터 조은이의 영상으로 발생하는 수익은 회사와 나누어 가지게 된다. 그 말은 회사와 계약을 한 이상, 그만큼의 수익이 창출될 만한 컨텐츠를 계속 생각해내야 한다는 것이기도 했다.
물론 조은이를 관리하는 팀장과 직원, 작가가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그들에게 모든 것을 물어보거나 의지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혹시, 계약을 안 했으면 조은 님은 내일, 일요일에 어떤 걸 찍으려 했어요?]“할머니랑 해피랑 전통시장에 가려고 했어요. 이사 온 동네에 꽤 큰 시장이 있는데 구경할만하거든요. 가서 해피 간식 같은 것도 보고, 과일도 좀 사고.”
[그럼 그걸 찍으세요.]“네?”
걸덕이의 너무나 간단한 대답, 그러나 그 뒤에 달린 설명은 나 조차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설득력이 있었다.
[스튜디오 꿀잼은, 그리고 거기에 조은 님을 적극 추천한 저는 계약을 했다고 바로 뭔가 확 달라진, 그런 특별한 영상이 나오기를 기대하지는 않아요. 갑자기 그런다면 그건 당연히 어색하죠.]“그럼 어떻게 해요?”
“아왈왈왈왈! 왈왈!”
하긴, 맞는 말이었다. 걸덕이는 좀 더 힘을 보태고자 최대한 힘을 뺀 상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콘텐츠가 가진 기본 방향이 팀이 꾸려진다고 갑자기 변하는 게 아니라 그 본질을 중심에 두고 자연스럽게 하나하나 이어지면서 발전하는 모습으로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물론 기술적으로는 팀이 편집을 맡기 시작하면 확 좋아지겠지만, 지금 당장은 다른 고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하던 방식 그대로 하세요. 그래야 사람들도 좋아할 거예요. 그리고 의외로 우리 회사는 업무 지시서를 주지 않아요. 스스로 살아남고 증명해야 해요.]“스스로 살아남고 증명해야 한다, 라.”
[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걸요. 그리고, 많은 회사 소속 크리에이터 분들이 조은 님 채널에 와서 인사했잖아요?]“네.”
[조은 님도 그분들 채널에 감사 답방 다녀가셨어요?]“아!!!”
조은이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나 역시 너무 놀라고 당황하기만 했지, 그 이상은 생각지도 못했다.
“대댓글로 감사 인사는 달았어요.”
[거봐요. 조은 님이 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스스로 자신의 채널을 알리는 거예요. 어제 조은 님의 채널에 인사를 남긴 분들도 넓게 보면 조은 님 구독자 분들에게 자신의 채널을 알린 것이거든요.]“그렇네요. 뭔가 알 것 같아요.”
[네. 지금이라도 직접 찾아가서 인사하시고, 인사할 때에도 그냥 ‘안녕하세요, 안조은입니다!’ 하는 것이 아니라 ‘안녕하세요, 이번에 스튜디오 꿀잼에서 함께 하게 된 조은&해피 Story의 안조은입니다!’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죠. 저도 조은 님 채널에서 늘 그렇게 하잖아요?]걸덕이가 달았던 댓글에 꼭 들어갔던 ‘로이와 두찌’, ‘김로이’, 그리고 ‘로이팸’. 모든 것은 스스로 자신의 채널을 알리고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철저한 방식이었다. 체면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바로 전부 할게요.”
[조금만 릴랙스 하시면 아, 이것부터 해 볼까? 하는 것들이 많이 보일 거예요. 공부도 굉장히 잘하시면서. 여하간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는 법은 조은 님이 더 잘 아시리라 믿어요. 그럼 파이팅 하세요!]고마운 조언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걸덕이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조은이는 걸덕이의 말대로 채널에 댓글을 남긴 이들을 일일이 찾아가 감사 인사를 남겼다. 물론 조은&해피 Story가 꼭 들어갔다.
댓글을 남기지 않았던 이라도, 상대방과 합방 등으로 태그가 되어있는 크리에이터가 스튜디오 꿀잼 소속이라면 일부러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도 남겼다.
그리고, 걸덕이의 채널에도 감사를 남겼다.
가장 최근의 걸덕이 동영상. 점례와 함께 한 합방 영상이었다.
조은이가 머뭇거리다 점례의 계정을 눌렀다. 그리고 인사를 남겼다.
[로랑님, 안녕하세요! 조은&해피 Story 채널로 스튜디오 꿀잼 소속이 된 안조은이에요!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드리려고요. 샤넬이도 보고 싶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자주 놀러오겠습니다!]그리고 다음 날,
일일이 어제 남긴 댓글의 대댓글을 확인하던 조은이가 점례의 채널을 눌러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방으로부터 접근이 거부된 채널입니다.]비공개 설정이 되어있는 점례의 채널, 그리고 팝업 안내창.
조은이의 채널에 점례와 샤넬이의 팬으로 보이는 이들이 몰려와 ‘사과해라’, ‘개짜증난다’, ‘그쪽 채널에서나 잘 놀고 넘어오지 마라’ 등의 댓글을 남기고 사라졌다.
물론 대부분은 조은이의 팬들로 인해 비추를 수십 개씩 먹긴 했다. 그러나 그래서일까, 더 도드라져 보였다.
‘그냥 지워버려. 신경 쓰지 말고, 응?’
나는 조은이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조은이는 댓글을 지우지 않았다. 오히려 대댓글로 ‘죄송합니다.’를 남기고 있었다.
“하아…”
조은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엔 노파와 함께 전통시장을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무언가 분위기가 살지 않았다.
– 지이이잉!
조은이의 핸드폰이 울렸다. 깜짝 놀란 조은이가 화면을 바라보았다. 나도 품 안에서 고개를 쭈욱 내밀었다.
[로랑이 채널이나 팬들 댓글에는 신경 쓰지 마세요. 나중에 제가 다시 말할 테니까. 참고로 주말이어도 직원들도, 팀장들도 모두 조은 님 채널 살피고 있어요. 지금 이슈는 그냥 모른 체하세요.]걸덕이였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려고요.]조은이가 짧게 답변을 보냈다. 그러나 조은이의 안색은 그다지 펴지지 않았다.
“끼이잉…”
걱정하던 차, 갑자기 내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결국 내가 싼 똥이 점례와 점례의 팬들(그리고 날 사랑하던 가녀린 말티즈 샤넬이)의 마음을 얼어붙게 했다면, 그것을 푸는 것도 내가 할 일이었다.
결자해지.
똥으로 맺힌 것은 똥으로 풀리라.
나는 펄쩍 뛰어내려 거실로 달려가 사료를 와그작와그작 씹어먹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조은이가 깜짝 놀라 따라 나왔다.
“해피야, 왜 그래?”
“저 똥개가 갑자기 걸신이 들렸나?”
– 촵! 촵! 촵! 촵!
‘결자해지! 결자해지!’
조은이도 노파도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금방 배가 불룩해졌다. 나는 빠른 소화를 위해 물까지 마신 후, 노파가 반쯤 마신 비지밀 병을 앞발로 쳐서 엎은 뒤 그 내용물까지 핥아먹었다.
– 핥! 핥! 핥! 핥!
“요, 요 똥강아지가!”
욕을 하건 말건 나는 열심히 비지밀을 핥은 후 부지런히 안방과 작은 방, 거실 등을 쏘다녔다.
“해피가 왜 저런다냐?”
“아마 똥으로 글씨 쓰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근데 뭘?”
곧이어 배가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조은이의 핸드폰에 손을 대고 왈왈 짖었다.
“으, 으응? 촬영하라고?”
“왈!”
그리고 나는 재빨리 배변판의 냄새를 맡으며 빙글빙글 돌다가 자리를 잡았다. 평소보다 배는 더 먹은 말표 사료와 비지밀의 조합은 효과가 엄청났다.
‘긴장하지 말고, 정성을 다해 조절하자!’
조은이가 황급히 핸드폰을 눌러 촬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갈색의 기다란 것을 뽑아내,
[로랑♡]이라 썼다.이게 내가 할 수 있는 결자해지였다.
조은이가 촬영을 마친 후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내 거친 생각, 네 불안한 눈빛, 그걸 지켜보는 비지밀을 뺏긴 노파.
“이, 이걸 올리자고?”
“왈!”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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