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15
116. 걸덕, 츄릅, 조은(1)
점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
하지만 그것은 태풍을 불러일으켰다.
먼저, 조은이의 팬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너무나 재미있는 영상이었고 또 충분한 이쪽의 사과, 화해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점례의 팬들은 둘로 나뉘었다. ‘충분히 사과가 되었고 재미있다. 이런 계기로 로랑 님의 채널이 알려지는 것이 어디냐’는 의견과 ‘한때 2주 가까이 방송을 쉴 정도로 타격을 입었는데 허락도 없이, 그것도 똥으로 이름을 쓰는 것은 불쾌하다’라는 의견이 충돌했다.
하지만 점점 의견은 전자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아무래도 진심이 담긴 쪽은 이쪽이었고, 또 분명 이번 일로 인해 점례의 채널에도 구독자 수가 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은 님과 해피를 위한 ‘로랑앤샤넬 럭셔리 펫토리’ 구독과 알림 박기 운동]꽤 거창한 문구. 벌써부터 생긴 우리 채널의 열혈 팬들은 그렇게 점례의 채널에 가서 응원의 댓글을 달고 구독, 알림을 누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로랑이의 방송에서 후원을 하며 메시지를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회사에 전해지지 않을 리 없었다. 결국 며칠 뒤 조은이가 점례의 채널을 눌렀을 때, 이상 없이 접근이 되었다. 다시 남긴 조은이의 인사엔 대댓글은 달리지 않았으나 하트가 눌러졌다. 어떻게든 수습은 된 것이었다.
[너무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사실 이런 부분이 계속 부각되면 팬덤 사이에 트러블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문제가 터져요. 팬들은 스튜디오 꿀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크리에이터를 좋아하니까.]“네, 그렇죠.”
[로랑 님에겐 회사 차원에서 별도로 연락을 드렸으니 조은 님도 너무 개의치 마시고 자신의 콘텐츠에 집중해주세요.]박건혁 팀장의 위로와 응원 속에는 더 이상 일을 키우지 말라, 회사에서 나서고 있다는 진지한 말이 숨어있었다. 조은이는 바로 숨은 뜻을 캐치했다. 그리고 그의 말은 분명 현명한 조언이었다.
***
어느덧 츄릅, 걸덕이와 함께 하는 방송이 내일로 다가왔다. 그사이 조은이는 주중에 학교가 끝나자마자 바로 스튜디오로 가서 회의도 하는 등 방송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었다.
“내일은 학교 끝나자마자 바로 집에 와서 해피 데리고 나갈 거야.”
“밥은?”
“저녁은 김밥집에서 김밥 먹을 거야.”
노파가 안쓰러운 눈으로 조은이를 쳐다보았다. 요즘 들어 같이 식사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물론 일을 병행하느라 그런 것이었지만, 노파는 언제나 손녀가 밥은 제때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걱정이 가득했다.
“제대로 먹어야 혀. 도시락이라도 싸 주랴?”
“아니, 정말로 내일은 식당에서 촬영을 해서 그래. 전에 해피가 힘내라고 똥 싸준 곳이거든.”
“힘내라고 똥을 싸? 식당에? 세상에, 아이고…”
노파가 혀를 내둘렀다. 조은이도 자신의 입으로 말해놓고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곤 웃음을 터트렸다.
이 따뜻한 모습.
예전에 나를 안은 조은이의 눈을 보며 도화선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할 거면 죽어라 해. 그리고 반드시, 최대한 빨리 이 집을 나가. 이런 곳에서 계속 살면 사람이 그 집의 분위기와 삶의 환경에 길들여지고 맞춰지게 되어있어.
반대로 말하자면,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는 자신의 기운도 밝아지고 힘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이기도 했다.
몇 달 전, 하루에도 두세 번씩 보행기에 나를 싣고 골목과 시장을 돌며 파지와 고철, 빈병을 줍던 노파의 모습, 금, 토는 카페 알바를 나가는 가운데서도 열심히 학교에 다니던 조은이. 이어진 전단지 아르바이트와 촬영 아르바이트.
빛이 들어오지 않던 그 반지하. 바퀴벌레, 그리고 침수.
이 우울한 환경은 완벽하게 과거로 사라졌다.
그리고 환하고 넓은 거실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밥상을 마주하고 있었다. 노파는 모르겠지만 노파의 얼굴은 아주 좋아져 있었다. 얼굴뿐일까? 다리가 아파 쩔쩔매던 것도 비교가 안 되게 나아졌다.
딱히 병원을 다니거나 침을 맞은 것도 아니다. 영양제나 보약을 먹지도 않았다. 식생활이 획기적으로 나아진 것도 아니다. 언제나 밥상은 소박했다.
모든 것은 환경이 만든 것이었다.
“끼이이잉…”
‘진짜 좋다.’
내가 사료를 먹다 둘을 쳐다보며 감상에 빠지자 조은이가 가만히 다가와 나를 번쩍 안았다.
“우리 해피, 내일도 파이팅 할 수 있지?”
“왈! 왈!”
“저 똥개 두고 가면 안 되냐? 이 할매는 해피가 없으면 저녁마다 심심해 죽것다.”
“안 돼, 해피가 주인공이란 말이야.”
노파와 조은이의 아웅다웅 속에 나는 신이 나서 형광 분홍색 꼬리를 흔들며 껑충껑충 뛰었다.
그러다 고환을 잘못 얻어맞고 울부짖으며 재빨리 조은이의 방으로 숨어야 했지만.
***
다음 날.
새벽 일찍 일어난 조은이는 머리를 정성 들여 드라이한 후 화장도 마쳤다. 최근에 수평역 지하상가에서 산 멋진 옷으로 갈아입고 거울 앞에서 ‘괜찮나? 괜찮겠지?’하곤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해피야, 누나 괜찮아 보여?”
“왈! 왈!”
엄청 괜찮지. 아주 엄청!
노파가 비지밀을 따서 빨대를 꽂아 내밀었다.
“아침도 안 먹을 거라믄서! 이거라도 먹고 가.”
“하하하, 고마워요! 이따가 남는 김밥이 있으면 사 올게. 거기 김밥 되게 맛있대. 그런데 츄릅 님이 다 드신다고 선전 포고를 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김밥집에 김밥이야 말기만 하면 되는데 뭔 말이여. 뭘 다 먹어?”
“그분이 엄청 드시는 분인데, 열다섯 줄 먹는다고 자기 채널에 공언하셨어.”
“그분들이 열다섯 줄을 먹는다고? 몇 사람이나 오는데?”
“그분들이 아니라 그분! 한 명! 츄릅 님 혼자!”
노파의 눈이 함지박만 해졌다.
“두릅이란 사람이 김밥을 혼자 열다섯 줄을 먹어? 세상에, 그것이 사람이여?”
“아하하하, 그러게요. 여하간 잘 다녀오겠습니다. 이따 오자마자 가방 내려놓고 해피만 안고 갈 거야! 해피 좀 씻겨줘요!”
“잉, 그리여!”
조은이가 웃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첫 기획방송, 그것도 걸덕이와 츄릅과의 합동 방송인지라 엄청 긴장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조은이는 하이텐션이었다.
‘어쩌면 정말로 방송 체질일지도 모르지.’
그때 노파가 나를 보며 다가왔다.
“아주 그냥! 지저분한 꼴 좀 봐. 냄새가 폴폴 나게 생겼어.”
“아왈왈왈왈! 아왈왈왈왈!”
노파는 반항하는 나를 번쩍 들어 욕실로 데려갔다. 이윽고 온수로 뿌옇게 김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노파의 부덕한 방귀도 뒤섞여 피어올랐다.
***
“조은 님, 여기요!”
돌돌김밥은 서울의 외곽 쪽, 주택단지 사이에 있었다. 아파트보다 다세대와 빌라가 더 많은 곳,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지나갈 길목에 위치한 돌돌김밥은 포장이 전문인 듯, 내부 테이블은 여섯 개가 고작이었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위해 가게 문을 연 남자 사장과 어머니가 열심히 재료를 다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늦지 않았죠?”
조은이의 밝은 목소리. 가방 안에 들어 있는 나는 좁은 시야가 답답해 낑낑댔다. 곧이어 지퍼가 살짝 내려갔고 나는 벌어진 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어서 오세요! 해피 안녕?”
미리 와 있던 걸덕이와 촬영 팀 인원 둘, 박건혁 팀장이 조은이와 악수를 한 후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츄릅 님은요?”
“좀 막히나 봐요. 그나저나 먼저 인사부터 하세요.”
조은이가 내가 들어 있는 가방을 내려놓곤 김밥집으로 들어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인사를 했다. 무어라 말하는 듯한 모습 속에서 재료를 손질하던 남자 사장과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나도 왔다는 듯 바깥을 가리키며 이야기하는 조은이를 따라 사장과 어머니가 비닐장갑을 벗고 나왔다.
“해피, 여기 있어요.”
“아아아, 진짜 해피를 직접 보다니 너무 기쁘네요. 해피 덕분에 정말로 큰 힘이 되었어요. 오늘도 잘 부탁할게, 해피야.”
“왈! 왈!”
나는 신이 나 가방 안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일단 먼저 해야 할 것은 인터뷰예요. 재료 손질 마치면 앞에서 들어가는 것부터. 19시 맞춰서 바로 시작합니다. 가게 소개한 다음에 사장님들과 조은 님 인터뷰. 질문지는 메일로 보내드렸죠?”
걸덕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걸덕 오빠, 그런데 두찌는요?”
“오늘 나는 조은 님과 사장님의 인터뷰를 매끄럽게 돕는 인터뷰어 역할로 온 것이니까요. 두찌까지 있으면 식당에도 민폐고.”
“아하…!”
“조은 님, 오늘 라이브 방송 창 열어놓았어요?”
“아, 아직이요.”
“이따가 식사할 때엔 열어놓고 중간중간 채팅도 확인해가면서 답변도 해 주시고요. 잘 알죠? 이미 직원분이 관리자 계정으로 들어가 방송 열고 있어요.”
“네!”
그때 재료 손질이 끝났다는 사인이 떨어졌다.
잠시 후, 저녁 7시가 되기 직전! 제작팀은 방송의 시작을 알리면서 사전에 준비되었던 동선대로 걸덕이와 조은이, 내가 서로 만나는 부분부터 찍기 시작했다.
“조은 님! 꿀잼의 가족이 되신 것, 그리고 이렇게 첫 라이브 방송을 하시는 것 축하드려요.”
“아하하하, 감사합니다.”
“지금 각 채널이 모두 열려 있어요. 조은 님과 로이와 두찌 채널의 저, 김로이! 그리고 한참 막히는 도로에서 카메라를 켠 츄릅 님까지. 각 채널을 보고 계신 모든 시청자분들께 소개 한번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이번에 스튜디오 꿀잼의 가족이 되어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된 ‘조은&해피 Story’의 안조은입니다. 얘는 안해피고요.”
“왈! 왈!”
나는 카메라를 보며 힘껏 짖었다.
어느새 승합차 안에서 책상을 펴고 세 대의 노트북을 열어 각 채널을 보고 있는 박건혁 팀장이 OK 사인을 보냈다. 걸덕이와 츄릅이의 경우 별도의 채팅 관리자가 있지만, 조은이는 현재 급한 대로 내부 직원이 관리를 하고 있었다.
“오늘 온 곳, 저는 사실 조은 님의 채널에서 해당 영상을 봤어요. 그리고 되게 큰 감동을 느꼈거든요.”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도움이 되기 위해 해피가 싼 것일 뿐인데.”
“똥첨자 사연을 보다 보면 가끔은 저도 울컥할 때가 있어요. 지금 바로 뒤에 보이는 돌돌김밥이 또 그런 곳이죠.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아, 여러 댓글을 보고 있었는데 그날 어떤 댓글이 바로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댓글을 다신 분이 아드님이신데, 오래 하던 공부를 접고서 제2의 인생으로 어머니와 함께 김밥집을 열기로 했다고. 응원 부탁드린다고…”
걸덕이의 진행은 정말로 매끄러웠다. 게다가 이번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조은이의 첫 방송을 알리고 조은이와 나의 캐릭터성과 특징을 부각시키는 것임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그것이 노출되도록 대화를 이끄는 모습 속에서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적어도 걸덕이는 확실히 조은이를 위하고 있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걸덕이가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날 가방에 넣은 조은이가 조심스레 뒤를 따랐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로이와 두찌 채널의 김로이입니다.”
“안녕하세요! 안조은입니다!”
다시금 인사를 나눈 모두는 자연스레 테이블을 붙여서 앉았다. 그리고 걸덕이의 진행으로, 김밥집을 열게 된 이유와 어떻게 하다 공부를 그만두게 되었는지 등을 묻고 대답했다.
우울할 때 우연히 찾아서 본 유머 영상과 거기에서 알고리즘으로 이어진 것이 내가 로이와 합방할 때 똥을 싸던 영상이었다고. 처음엔 뭔 미친개인가 싶었는데 볼수록 중독되었고 어느새 그것을 보며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정말 많은 힘을 줬어요. 김밥집을 준비하면서 안의 페인트도, 주방 공사도 다 직접 했거든요. 돈을 아끼려고. 그렇게 일하고 나서 들어와 채널을 보면 힘이 나는 거예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죠. 나도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눈에 딱 들어오더라고요, 사장님의 댓글이.”
“다음 날 올라온 영상을 어머니와 같이 봤죠. 김밥을 만드시다 얼마나 웃으셨던지, 손도 베일 뻔했다니까요?”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 바깥이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곤 스튜디오 꿀잼의 메인 먹방 크리에이터 츄릅이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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