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16
117. 걸덕, 츄릅, 조은(2)
손에 든 활동용 카메라(모션캠)로 안을 비추며 들어온 20대 중후반의 이 작은 체구의 여자가 오늘 김밥 열다섯 줄을 먹겠다고 공언한 츄릅이었다.
“아아아!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제 들어왔어요, 돌돌김밥! 자아, 보이시죠? 오늘 함께 방송을 할, 그리고 제가 진짜 열다섯 줄을 다 먹나 안 먹나 확인할 분들입니다. 안조은 님, 김로이 님! 그리고 사장님들!”
엄청난 텐션이었다. 모두가 일어나 츄릅과 인사를 했다.
그때 츄릅의 카메라가 내 앞으로 향했다.
“이 번쩍번쩍 펄 들어간 강아지가 요즘 그 핫하다는 똥싸개 해피네요. 완전 영광입니다. 해피야, 안녕?”
“왈! 왈!”
순식간에 분위기를 띄우고 모든 관심을 자신에게 쏟게 한 츄릅이가 기세 좋게 의자를 끌고 와 우리의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곤 모션캠을 이쪽을 향해 내려놓았다.
“이야기하시는 중에 끼어서 죄송해요. 어떤 이야기 중이셨어요?”
“아, 이제 김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죠. 아무래도 조은 님의 방송 영향도 있겠지만 후기가 정말 엄청나더라고요.”
걸덕이가 지금의 주제와 방향을 자연스레 츄릅이에게 전달했다. 츄릅이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조은 님 방송을 보면서 놀랐어요. 왜냐면 요즘 김밥집이 한 가지 김밥만 하는 곳이 거의 없거든요. 각자 좋아하는 김밥도 다 다른 법이고. 맛도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죠. 그런데! 평점이 너무 높아!”
츄릅이의 말에 남자 사장과 어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염치 불고하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이번 방송 끝나고 나면 우리 츄르릅 패밀리들, 로이 팸 여러분들, 조은 님의 구독자님들! 모두 꼭 돌돌김밥에 들러주시길 바랄게요.”
이윽고 김밥에 관한 이야기가 끝난 후, 앞에 세팅된 노트북을 보며 모두 시청자와 소통을 이어갔다.
걸덕이가 채팅창을 보며 웃었다.
“오늘 다들 목표치를 말하라는데요? 츄릅 님이야 열다섯 줄로 공언하셨고. 저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두 줄?”
“엥? 로이 님, 겨우 두 줄이요? 실망인데. 그럼 조은 님은요?”
츄릅의 질문에 조은이가 잠시 생각하다 ‘세 줄?’하고 말했다. 순간 댓글창이 주루룩 올라갔다.
“오! 강자가 나타나셨다. 김밥 세 줄, 진짜 만만치 않은데. 저야 먹방이 전문이지만 조은 님은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아요!”
“이래 봬도 김밥은 정말 많이 먹을 수 있어요. 어릴 적 소풍 갈 때, 엄마나 할머니가 싸주신 김밥 두세 줄씩은 먹었어요.”
“이것 봐요. 로이 님, 정말 실망입니다.”
능숙하게 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츄릅이가 사장을 향해 “사장님, 김밥 20인분이요!” 하고 호기롭게 외쳤다. 그리곤 카메라를 들고 김밥을 마는 모습을 찍으며 쉴 새 없이 떠들기 시작했다.
밥에 기본 간은 참기름과 소금만 넣느냐, 시금치 대신 부추를 선택한 이유가 있느냐, 햄보다 쇠고기 다진 것이 훨씬 단가가 비쌀 텐데 괜찮느냐, 쇠고기는 우둔이냐 어디냐 등등.
츄릅 쪽으로 시선이 전부 간 가운데, 걸덕이는 재빨리 앞에 놓인 자신과 조은이 전담 카메라를 보며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말을 이어갔다.
“김밥이 나올 때까지, 안조은 님의 Q&A를 통해 아주 심도 있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괜찮겠죠?”
“아, 네네!”
조은이가 금방 정신을 차리고 앞에 있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
정말 꽉 채워져 빈틈없이 진행되는 방송.
크리에이터가 그 방송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장악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라는 걸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처음의 사연 소개와 인터뷰가 츄릅이 없는 자리에서 이뤄져서 다행일 정도였다. 이후의 먹방 진행은 완벽하게 츄릅이 주도권을 가져간 가운데 걸덕이가 필사적으로 조은이의 분량을 열어주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각자 앞에 놓인 두 줄, 세 줄, 열다섯 줄의 김밥을 놓고 본격적인 먹방이 시작되었다.
“각자 거국적으로 한 입, 아니 한 꼬다리씩!”
“꼬다리 좋다. 이거 표준어 맞나?”
“표준어는 모르겠지만 만국공통어 아닐까요? 김밥의 끝부분은 꼬다리!”
조은이의 재치 있는 말에 모두 ‘돌돌김밥의 번영을 위하여!’ 하며 김밥 끝부분을 젓가락으로 집어 든 후 건배를 했다.
“으음, 와… 이게 뭐지?”
“이거, 우리가 늘 먹던 김밥이라 생각하면 안 되겠네. 조은 님은 어때요?”
“할머니, 미안해. 할머니 김밥이 생각 안 나. 진짜야!”
조은이의 천연덕스러움에 츄릅이가 마음에 든다는 듯 입을 가리고 웃었다. 이젠 조은이도 조금씩 자기 분량을 챙겨가고 있었다. 게다가 먼저 대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저는 여기서 진짜 신의 한 수가 부추겉절이라고 생각해요. 그쵸?”
“조은 님 말 인정, 백 퍼센트 인정. 매콤한 김밥이 사실 땡초김밥도 있지만 김치 김밥도 있잖아요? 그런데 김치김밥 보면 김칫국물에 김이 흐물흐물해지고 풀어져버리는 경우도 있어. 꽉 안 짜서.”
“또 너무 꽉 짜면 맛있는 맛이 다 빠지는 것 같고요.”
“이건 진짜 먹기 편하고, 모든 재료랑 되게 조화가 잘 돼요. 건강한 맛, 하면 담백하고 맛없는 음식 떠올리기 쉬운데, 이건 그냥 맛있는데 건강한 느낌이야.”
“저기, 너무 두 분만 이야기하는데, 저에게도 말할 기회를 주세요! 채팅창 봐, 전부 ‘로이 님 겨우 두 줄 드시면서 가장 조용하다’잖아!”
이 정도면 제대로 첫 방송부터 충분히 어필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미션은 모두 클리어했다. 조은이도 정말로 세 줄을 모두 해치우고 배를 두드렸다. 걸덕이도 이만하면 충분하다며 손을 내저었다.
둘의 시선은 츄릅에게 향했다. 아무래도 클리어하는 데엔 얼큰한 국물이 필요할 것 같다며 라면까지 주문한 츄릅이는 끝내 자신의 앞에 놓인 열다섯 줄의 김밥을 모두 비우는 데에 성공했다.
“진짜 맛있으니까, 질리지 않으니까요. 아! 덕분에 제대로 배 채운 느낌이고요, 한동안 김밥은 안 생각날…은 무슨! 내일 또 생각날 것 같아!”
빈 그릇을 본 남자 사장과 어머니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아, 이제 계산을 해야 하는데, 오늘은 기분 좋게 저, 츄릅이가 내겠습니다! 사장님, 얼마예요?”
곧이어 넉넉하게 계산을 마친 츄릅이와 함께 걸덕이와 조은이가 섰다. 조은이가 이를 앙다물었다. 이렇게 방송이 종료되려는 것이 불만족스러운지 무언가 단단히 마음먹은 듯했다.
“이제 마지막인데, 그러고 보니 우리 해피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쵸?”
“아, 그렇네요. 오늘 이 자리도 해피가 만들어 준 것인데.”
“그래서, 해피가 마지막 인사를 멋지게 싸 드리려고요. 물론 안에서 싸면 안 되니까 밖에서!”
엥? 이게 무슨 소리여?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조은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조은이는 자신의 첫 생방에서 마지막 마무리가 반드시 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대로 그냥 종료된다면 걸덕이도, 자신도 그저 조연이 되고 만다.
모두가 나를 주시하는 가운데 조은이가 고개를 숙여 내 눈을 쳐다봤다.
“해피야, 늘 하던 것, 할 수 있지?”
“끼, 끼잉?”
나는 급히 배를 체크했다. 음, 계속 가방 안에 들어가 있다 보니 확실히 더부룩한 감이 있었다. 길게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쌀 수 있을 것 같았다.
“왈! 왈!”
조은이가 사장에게 부탁해 종이와 펜을 빌렸다.
“해피야, 길게도 아니야. 이것만 써 볼까?”
[맛]조은이가 쓴 글씨. 될까? 될 것인가? 정말로 저만큼 쓸 수 있을 것인가?
불안했다. 싸다가 중간에 끊기면 아니 싼 만 못했다. 만약 ‘마’에서 다 떨어진다면 뭐라 할 것인가.
“끼이잉…”
나는 안 될 것 같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이건?”
획으로 치면 두 획이 줄어들었다. 괜찮을 듯했다.
“왈!”
조은이가 다행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내리며 일어섰다.
“우리 해피가 돌돌김밥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데요, 괜찮을까요?”
“아, 즉석으로!”
걸덕이의 눈이 크게 떠졌다. 츄릅이도 ‘말로만 듣던 해피의!’ 라고 외치며 카메라를 들이대었다.
바깥으로 나간 나는 조은이가 급히 꺼내 깐 패드에 대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는 빙글빙글 돌았다.
‘아아, 됐다. 이제 준비 끝났어!’
“끼이이잉, 끼잉!”
나는 조은이에게 신호를 보냈다. 조은이가 글씨가 써진 종이를 펼쳐 보이고 내게 물었다.
“해피야, 오늘 돌돌김밥의 김밥 어땠어?”
“끼이이이잉!!!”
[굿]“와아아아아!”
박수가 쏟아졌다. 남자 사장과 어머니도 서로 웃으며 얼싸안았다. 걸덕이와 츄릅이도 눈이 휘둥그레진 채 박수로 환호했다.
조은이가 재빨리 내 엉덩이를 닦은 후 나를 안고 카메라 앞에 서서 인사를 꾸벅했다.
***
“아니, 조은 님. 마지막에 그건 무슨 센스예요? 나 깜짝 놀랐다니까요?”
김밥집 인근의 커피전문점.
나는 촬영을 마치고 잠시 쉬기 위해 모여든 이들이 대화하는 것을 가방 안에서 얌전히 듣고 있었다. 모두 조은이의 적극적인 참여와 자기 분량 확보, 그리고 마지막에 되찾아온 메인으로서의 자리 등에 놀라고 있었다.
츄릅이는 방송이 끝남과 동시에 걸덕이, 조은이와 악수를 하고 스태프와 박건혁 팀장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그리고 다가온 밴을 타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여하간, 츄릅 님의 그 엄청난 에너지 때문에 사실 아주 조금은 염려를 하긴 했거든요.”
박건혁 팀장이 씁쓸하게 웃었다.
타고난 방송인, 엄청난 흡입력으로 누구와 합방을 하더라도 자신의 페이스로 끌고 가고 자신을 메인으로 만들어버리는 분위기.
당장은 합방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이슈가 되어 구독자가 많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몇 번 더 하다 보면 츄릅이의 주변에 서는 병풍으로 보일 정도라 했다.
“회사로서는 일단 조은 님의 채널은 이제 시작이니까, 무엇을 해도 잃을 것이 없으니까 잡은 것이기도 했어요. 게다가 츄릅 님과 합방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아직도 줄을 서고 있으니까.”
“아니, 정말로 즐거웠어요. 오히려 저까지 뭔가 막 붐업이 된달까,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조은이의 말을 들은 걸덕이가 감탄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봤다.
“그게 승부 근성이에요. 방송의 재능이기도 하고요. 전에 말씀드렸죠? 스스로 살아남고 증명해야 한다고.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힐 때까지 모두가 도와주겠지만, 그 이후엔 정말로 자신이 여기에 얼마나 절실한가가 성패를 가를 거예요.”
“네, 무엇인지 알 것 같아요. 여하간 열심히 해 봐야죠.”
박건혁 팀장이 잠시 내부의 직원과 메시지를 주고받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오늘 세 채널 모두 결과 나쁘지 않아요. 아주 좋아요. 츄릅 님이야 늘 탑이고, 로이 님도 괜찮고, 처음 기획 방송한 조은 님의 경우도 굉장히 호응이 좋았어요. 저장되어 있으니 집에 들어가시면 전체 영상을 마이 페이지에서 확인해보세요. 놓친 채팅들도 보시고.”
“아, 네. 알겠습니다!”
“각 채널 후원금들은 내일 중으로 최종 정산서 전달 드릴 테니, 영상 보시고 크로스체크 해서 답변 보내주시고요.”
“네.”
방송이 끝나면 또 다른 일들이 이렇게나 이어지는 것이었다.
다음에 할 것들을 하나하나 적는 조은이의 얼굴이 조금은 지쳐 보였다.
“끼이잉…”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응원뿐이었다. 그리고…
‘더 열심히 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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