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17
118. 한강 대학교의 연인 다리(1)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1억 3,101만 3,700원. 스튜디오 꿀잼 스톡옵션 20,405주]지난 방송의 수익 중 절반이 스톡옵션의 권리로 포함되었다. 그 외에도 100만 원을 살짝 넘는 돈이 들어왔고 노파도 보건소의 월급을 받았다. 하지만 빠져나갈 돈이 많아 순자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모션캠을 산 것이 매우 크긴 했다. 그 외, 마이크도 샀다. 다음 달에는 지금보다 더 성능이 좋은 중고 컴퓨터도 알아보기로 했다.
결국 조금 더 나은 콘텐츠를 위해선 그에 걸맞는 바탕부터 정비되어야 했다.
이미 조은이의 영상에 광고는 붙고 있었다. 신청 및 준비 서류까지 스튜디오 꿀잼에서 모두 확인 후 대리 신청까지 했다.
무언가 체계를 잡아가는 느낌이 확확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 여러 가지 문의가 오기 시작할 겁니다.”
“어떤 문의요? 협찬 같은 걸까요?”
“그렇죠. 개 사료나 간식, 애견 테마파크 등등부터 시작해서 조은 님이 생각지도 못한 여러 가지 제안들이 많이 들어오게 되어있어요. 하지만 잊지 마셔야 할 것이, 소속사가 있다는 것이죠.”
“그렇죠. 제 소속사인 스튜디오 꿀잼.”
회의실에 앉은 조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릎 위의 나도 귀를 쫑긋하고 박건혁 팀장의 말을 들었다.
“지금처럼 조은 님이 저에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일단은 우리가 먼저 학교와 협의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정석이죠.”
상황은 이러했다.
신입생 모집을 위해 매년 만드는 학교 홍보영상. 학교 홍보팀에서 동영상 플랫폼에 올라간 공식 채널에 ‘재학생 인플루언서를 통한 교내 투어’ 형식의 홍보영상을 만들기로 기획한 후 검색을 하다 조은이의 채널을 발견한 것이었다.
자신이 다니는 단과대학과 교정, 호수 한재호와 그 사이의 ‘연인의 다리’, 맛있는 학식과 도서관 등을 찍어 올린 것을 보곤 이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물론 조은이 만이 아니었다.
한강 대학교 출신, 또는 현재 재학 중인 크리에이터는 의외로 상당히 많았다. 여행 관련 콘텐츠를 진행하는 크리에이터도 있었고 웹소설 작가, 의사, 영어 강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들의 전문 지식을 뽐내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이 각각 자신의 단과대와 그 주변을 맡아 소개하고 마지막엔 모두 모여 손을 흔든다는 것이 한강 대학교 홍보팀이 그린 원대한 포부였다.
학교로부터의 제안, 엄밀히 따지면 거의 무상으로 일 해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제시한 금액은 일비 15만 원이었다.
“중요한 것은 돈도 돈이지만, 우리 회사 소속 크리에이터가 참여한 영상이 우리의 관리를 벗어난 것이라는 게 크거든요. 계약서에도 보면 명시가 되어있어요.”
박건혁 팀장이 인쇄해 온 계약서의 내용을 내밀었다.
[모든 크리에이터의 방송용 콘텐츠는 계약기간 동안 ‘을(스튜디오 꿀잼)’의 관리 하에 놓여야 한다. 갑은 을과 협의를 통해 특정 콘텐츠를 내리거나 다시 올릴 수 있으며 협의하지 않은 어떠한 콘텐츠도 본 채널에 올릴 수 없다.] [갑은 다른 회사 소속 크리에이터나 사업체, 공기관, 혹은 그 외 요청이 온 협의되지 않은 개인 및 단체와 협업을 진행할 수 없다. 모든 협업은 을과의 협의를 통해 진행되어야 하며 을은 갑의 콘텐츠나 브랜드 등에 피해가 간다고 생각될 경우 요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조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 외로 제약이 많았다.
“물론 안 된다가 아니라 협의를 하면 되는 겁니다, 지금처럼. 이 건에 대해 조은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솔직하게 이야기 해 주셔도 됩니다.”
조은이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어떻게 보면 열정 페이의 끝판 왕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조은이에겐 힘들게 들어간 학교였고 본교의 명예를 높였다며 장학금까지 전액 면제해 준 고마운 곳이기도 했다.
“괜찮다면 하고 싶어요. 물론 영상은 제 채널에 올라가지 않겠지만.”
박건혁 팀장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정도는 사실 우리로서도 막을 이유는 없어요. 단, 회사이니만치 이쪽도 이 상황을 최대한 유리하게 만들 수 있도록 움직여봐야겠죠.”
“어떻게요?”
“각 크리에이터들 소개 자막이 나갈 것 아니에요? 먼저 학교에 문의해서 ‘스튜디오 꿀잼 소속’과 ‘조은&해피 Story’라는 채널 명을 넣어달라고 하는 것이고, 그 다음엔 해피도 출연할 것.”
“왈?”
나는 깜짝 놀라 박건혁 팀장을 쳐다보았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어떻게 노출을 해서 결과적으로 반사이익을 최대한 낼 수 있는지 생각해내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었다.
“아울러 촬영 하는 날, 별도로 촬영 현장을 조은님이 직접 찍어서 올릴 수도 있잖아요? 학교의 허락을 받고. 그 자체를 우리 콘텐츠로 돌려서 만드는 방법은 충분해요. 이 건에 대해서는 제가 학교와 이야기를 할게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겁니다.”
“정말로요?”
“아마 다른 크리에이터들도 똑같이 요구할걸요? 분명해요. 이것이 관철된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제안이라고 볼 수 있죠.”
조은이와 내 입이 동시에 벌어졌다. 이 정도야 별 것 아니라는 듯, 박건혁 팀장은 가볍게 웃으며 다른 종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상당히 움직이고 있어요. 조은 씨의 콘텐츠가 워낙 특별하다보니까. 그러다보니 정말로 놀랄 만한 곳에 제안을 할 수 있었고 확답도 받았어요.”
“어떤 것인데요?”
“열려라, 동물 환장.”
“네에? 그, 그 프로에서 제안을 받았다고요?”
“대박이죠? 전에 로이 님의 두찌나 로랑 님의 샤넬이, 그리고 고슴도치 꼬순이를 키우는 도치나라 꼬순공주 님도 우리가 몇 번 넣어볼까 했는데 특별히 장기가 없었거든요. 해피는 가능성이 있겠다 해서 채널 소개와 함께 영상들을 보냈죠.”
대박이었다.
전에 참여했던 ‘세상에 이런 뭣 같은 일이’와 같은 수준의, 아니 더 높은 수준의 방송이었다. 볼 것 없기로 유명한 일요일 오전, ‘대충격! 서프라이즈 파티’와 더불어 안방을 책임지는 장수 프로였다.
게다가 참여하는 동물들마다 다양한 특기나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내가 나온다니, 이것은 어마어마한 충격이었다. 공중파에 연이어 출연하게 되다니!
“물론 일정은 조율해야 하지만, 아무래도 얼마 전에 ‘세상에 이런 뭣 같은 일이’에 나왔기 때문에 바로 또 나와서는 좀 그림이 좋지 않아요. 다음 달 정도로 촬영은 생각해보고 있어요. 그쪽도 일정이 있긴 하니까.”
“아, 정말 대단한데요?”
“그렇죠? 이렇게 공중파에 계속 나온다는 것은 크리에이터에게 최고의 마케팅, 영업 효과나 다름없어요. 우리도 생각보다 빨리 답변을 받아 놀랐습니다. 그쪽도 조은 님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요.”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엄청난 이야기를 들은 후, 회의는 기분 좋게 마무리되었다.
***
며칠 후. 회사에서 학교 측에 한 제안이 모두 받아들여졌다는 연락이 왔다. 단, 홍보 동영상의 콘셉트가 선공개 되면 안 되므로 현장의 촬영은 라이브 방송은 불가, 학교의 홍보 동영상이 나간 이후에 업로드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아요. 시간 나실 때 학교 교무처의 홍보팀에 들러서 세부 일정 등을 확인 받고 몇 가지 서류에 사인하시면 될 겁니다. 그리고 15만 원의 촬영비? 모델비? 여하간 그것은 학교에서 조은 님 개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니 꿀잼에서는 터치하지 않아요.]“네, 알겠습니다!”
[촬영 일정은 다음 주 토요일이에요. 미리 알고 계시고, 카메라 구매하셨다면서요? 활용법 완벽하게 숙지해서 잘 해보세요.]“그렇잖아도 지금 공부하고 있어요.”
조은이가 박건혁 팀장과 몇 가지 사항을 더 확인한 후 전화를 끊었다.
“휴우, 잘 돼서 다행이다.”
조은이가 날 의자에 올려놓은 후 얼마 전 구매한 멀티캠을 놓고 공식 채널에서 동영상 매뉴얼을 보며 이것저것 만져보기 시작했다.
시험 삼아 찍어본 영상의 품질은 확실히 오래된 핸드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도 무료 버전을 지나 유료 프리미엄 버전을 결제해 사용하고 있었다. 훨씬 다양한 효과와 편집이 가능해 전체적인 완성도도 비교가 안 되게 좋아졌다.
그 가운데, 나는 열심히 싸고 조은이는 열심히 돌아다니며 영상을 찍었다. 특히 최근에 찍은 영상에 나온 노파는 여러 가지 의미로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
[할머니! 여기 봐봐.] [왜 그리여? 나 연속극 봐야 혀. 아유, 저 호랭이가 물어갈 년이 아직도 안 뒤지고.] [아니, 촬영 중이니까 욕 하지 말고.] [저년, 저거! 내 앞에 오면 다리몽둥이를 똑 분질러서 그냥, 확!]난감한 조은이가 한숨을 쉬더니 다시 카메라를 돌렸다.
[여기 보고 해피에게 한 마디만 해 줘. 박복녀 씨가 보는 해피의 장점이란?] [해피가 뭐가 장점이 있어? 아유, 너 돈 벌면 저 시커먼 ㅂㅇ이나 빨리 떼어버려! 뵈기싫어 죽것어.] [아아악! 그런 이야기 하지 말고오!]– 부더더더덕! 부덕! 덕! 덕! 더덕!
[아왈왈왈왈! 아왈왈왈왈!]1분이 채 안 되는 이 짧은 동영상. 삭제를 할까 고민하다 박건혁 팀장에게 일단 보내보았는데 당장 숏츠 콘텐츠로 올리라는 요청이 돌아왔다.
최고의 영상, 정신없이 웃을 수 있는 모든 요소가 다 들어가 있다는 평이 추가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짧은 동영상은 올리자마자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아울러 현재 내 별명은 ‘검은 ㅂㅇ의 사내’로 정해져 있었다. 검불사 해피.
‘최악이지. 이보다 더 최악일 수가 있나.’
그래도 생각해보면 늘 같은 포맷 속에서 이렇게 한 번씩 환기를 시켜줄 만한 콘텐츠가 터져주는 것은 꽤 좋았다. 앞으로도 숏츠 콘텐츠는 상당한 강점이 될 듯했다.
***
“하아, 대충은 알 것 같은데 내일은 진짜 하나 찍어보며 다시 감을 잡아야겠다. 세팅할 것도 은근 많긴 하네.”
동영상과 매뉴얼을 번갈아 바라보며 이것저것 눌러보던 조은이가 카메라의 전원을 끄고 옆으로 치웠다. 그리고 채널에 새로이 올라온 댓글들을 보며 일일이 하트를 남겼다.
크리에이터로서의 기본적인 일상, 그리고 놓칠 수 없는 업무였다. 간혹 재치가 있거나 질문을 하는 글에는 답변도 달아주다보면 어느새 또 밤이 깊었다.
“오늘은 학교 공부는 조금만 해야겠다. 레포트도 두 개나 써야 하는데, 이번 주말은 무조건 방콕이야. 알았지?”
“왈! 왈!”
나를 쓰다듬으며 웃던 조은이가 침대로 가 벌러덩 누웠다. 나도 재빨리 의자에서 뛰어내려 침대에 올라 스핑크스 자세로 조은이의 옆을 지켰다.
“조금 지친다는 느낌도 드네.”
“끼이이잉…”
“그래도 열심히 해 봐야지. 어쩌면 정말로 도화선녀 아줌마 말대로 대운이 열린 것일지도 모르니까.”
맞는 말이었다. 그 대운의 시작이 내 똥꼬라는 것까지, 도화선녀는 더 이상 용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짚어내 주었다.
“누나가 엄청 힘들고 지칠 때, 우리 해피가 응원해주고 옆에 있어 줄거지?”
“왈! 왈!”
“그래, 누나는 해피만 믿을게.”
잠시 후, 가느다랗게 숨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에서 나오던 노파가 불도 끄지 않고 누워 자는 조은이를 보며 혀를 차더니 방의 불을 껐다.
그리고…
날 안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엄청 힘들고 지칠 때, 그 때가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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