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21
122. 다양한 사업들
“해피는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어요, 조은 님도 느끼지 않나요?”
“그럼요! 요즘 들어 확 느끼고 있어요. 예전엔 그냥 평범한 예쁜 강아지였는데.”
“평범하게 예쁜? 아, 네네.”
가을이 한창인 어느 날의 저녁.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던 박건혁 팀장이 내가 평범하게 예쁜 강아지였다는 말에 당황하며 물을 들이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럴 때만큼은 세상 눈치 없는 조은이는 신나게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올해 봄부터 확실히 해피가 달라진 것 같아요. 해피가 달라졌거나, 아니면 해피를 보는 제 눈이 달라졌거나.”
고개를 끄덕인 박건혁 팀장이 앞에 놓인 종이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여태 ‘조은&해피 Story’에 찍어 올렸던, 그리고 그 이전에 합동 방송 게스트로 출연했던 영상과 공익 광고 영상, 애견 카페 및 펜션 광고 영상에서 캡처한 것들이었다.
“우리가 여태 해피가 나온 것들에서 캡처해 본 다양한 표정들이에요. 희로애락을 넘어 정말로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어요. 그리고 이것이 해피의 긴 주둥이, 툭 튀어나온 눈, 형광색 귀와 어우러져 상당히 큰 안구 테러, 아니 충격을 주고 있죠.”
“크르르르…”
‘안구 테러, 이미 들었다.’
나는 가볍게 박건혁 팀장을 보며 으르렁댔다. 조은이가 얼른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이 다양한 표정을 담아 이모티콘을 만들려고 해요. 쉽게 말해 ‘해피콘’이죠.”
“아!”
조은이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다시 앞에 놓인 종이를 바라보았다.
나 역시 내가 이렇게나 다양한 표정을 띠고 있는 줄 몰랐다. 인간 계별욱이었을 때보다 훨씬 더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일 때에는 뭐, 언제나 피곤, 분노, 슬픔, 외로움 등이 전부였는데 확실히 해피가 되고 나서부터는 기쁨도, 설렘도, 질투도, 행복도 매우 다양하게 드러나 있었다.
좋은 아이디어였다. 게다가 이미 이렇게 다양한 샘플들이 있으니 디자인 작업만 하면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 보였다. 박건혁 팀장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완성된 캐릭터와 인지도. 실제로 존재하는 인기 있는 강아지잖아요? ‘이것을 어떻게 알리고 팔까’, ‘누가 살까’의 고민은 절대 하지 않아도 됩니다. 확신해요.”
“그, 그런가요? 정말 사람들이 살까요?”
“일단 스튜디오 꿀잼의 탑티어 크리에이터들의 SNS를 통해 짧게 홍보하고 실제로 쓰는 걸 캡처해서 올리게만 해도 엄청나게 홍보가 될 겁니다. 물론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리는 건 조은 님이 하실 일이고요.”
“네에.”
“디자인 작업 하고 수정 및 컨펌해서 최종 완성본까지, 일정 타이트하게 잡으면 ‘열려라! 동물 환장’의 방송에 맞춰서 오픈, 판매에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이것도 굉장히 타이밍이 중요하거든요.”
박건혁 팀장이 화면에 모니터를 띄웠다. 스튜디오 꿀잼의 올 12월까지의 사업 일정표가 빼곡하게 차 있었다.
그 사이에서 10월 마지막 주의 ‘열려라! 동물 환장’ 촬영과 11월 마지막 주의 방송 일정을 짚은 박건혁 팀장이 12월 초의 일정표에 ‘해피콘 출시(예정)’이라 입력했다.
“현재 우리 일정에 맞춰서 이모티콘 제작을 맡길 전문 인력도 섭외해 뒀어요. 예전에 두찌나 샤넬이, 꼬순이 등을 시험 삼아 제작해 본 적이 있었는데, 특색도 없고 다양하지 못해서 제작만 해 놓고 오픈은 안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여러모로 자신 있어요. 두 가지로 갈 겁니다.”
“두 가지요? 어떤 쪽으로…”
“먼저 이미 캡처한 사진을 토대로 일러스트를 그려서 일러스트 이모티콘 하나, 살짝 움짤처럼 모션 넣고 텍스트 넣어야죠. 각 표정에 맞게. 그다음엔 사진을 토대로 만들고, 내년엔 촬영해서 정말로 gif처럼요.”
“어마어마하네요.”
“생각보다 크게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작업은 아니에요. 게다가 앞으로도 시장성은 꽤 있으리라 봅니다. 물론 해피 똥 싸는 모습도 넣을 거예요. 생각해보세요, 이모티콘으로 ‘사랑해’, ‘축하해’, ‘OK’, ‘보고파’, ‘안 돼!’ 등을 싸는 모습이 나오는 것이죠.”
설명을 들은 조은이가 이모티콘 제작 확인 동의서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미 찍힌 사진들을 토대로 한 일러스트 제작 이모티콘의 경우 매출의 15%를, 촬영해서 만드는 모션 이모티콘의 경우 매출의 30%를 가져가기로 했다.
“나쁘지 않은 수준의 계약이라고 봅니다. 일러스트 제작에 있어 캐릭터 원작자에 대한 시장의 일반적인 수준보다 더 높습니다. 물론 촬영으로 제작하는 것은 전혀 다른 비율이고요.”
“네,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그다음엔, 이제 2차 제작 상품의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구상이나 초안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텐데, 적어도 지금처럼 순항하게 된다면 내년에는 분명 다시 테이블에 앉아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부분이에요.”
문구나 완구, 그리고 애견 관련 용품, 간식 등에 대한 초상권의 문제였다.
아래에 놓인 쇼핑백에서 한 강아지 인형을 꺼낸 박건혁 팀장이 인형의 배에 있는 버튼을 누르고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나처럼 귀가 형광색으로 염색된 하얀 강아지 인형이 기계음과 함께 사방을 돌아다니더니 고개를 위로 들고 ‘멍! 멍! 멍! 멍! 멍!’하고 짖었다. 그리곤 다시 사방을 돌아다녔다.
시장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흔히 보던 그런 인형이었다.
“이 인형, 별거 아니잖아요? 거의 10년은 팔리고 있는 인형이죠. 그런데 이게 해피라면? 꼬리와 귀를 더 진하게 물들이고 주둥이가 더 뾰족하고 눈도 튀어나오고, 그리고 똥꼬 부분은 갈색으로 하트 처리.”
“아…”
“이게 돌아다니면서 ‘아왈왈! 아왈왈! 아왈왈!’ 짖는 거예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사실 크게 메리트가 없을 수도 있죠. 중요한 것은 건전지를 넣는 옆으로, 특별히 제작된 초코바를 넣을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옆의 버튼을 누르면 돌아다니면서 짖다가 엉덩이에서 초코바가 나오는 것이죠.”
아니, 아주 별론데? 극혐인데? 이게 말이 돼? 생긴 것부터 불호(不好)인 인형이 똥꼬로 초코바까지 싼다고?
안 돼, 이건 불가야. 선을 넘었어. 여태 쌓아온 것을 다 망칠 수 있어.
그치, 조은아? 이건 안 되는 거야.
“너무 멋져요! 대박!”
‘하아, 진짜…’
나는 고개를 숙였다. 저 박건혁 팀장의 멋진 아이디어와 추진력의 결정체가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결과물을 향해 가고 있는데, 거기에 조은이는 최고의 찬사를 보내다니.
머릿속으로 그 모습을 수십 번 떠올려보아도, 정말로 불쾌하고 창피할 따름이었다.
‘아왈왈! 다음엔 엉덩이에서 진동음이 울린 후 초코바가 딱? 하아아, 아냐, 못 먹어. 그걸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완전 먹고 싶다, 그 초코바. 게다가 건강을 생각해서 에너지바나 단백질바 등도 생각하면 좋겠어요!”
“그렇죠. 어차피 그 구성은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처음 상품에 몇 가지 샘플을 넣어서 함께 팔면 추가 구매도 이어질 테고요.”
필요 이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회의실의 열기.
내가 끼어들 곳은 없었다.
***
적어도 노파는 완벽하게 나의 염려를 이해했다. 나는 노파에게 이만큼의 이성이 있다는 것에 놀라는 한편, 앞으로의 일이 더욱 걱정되었다.
“아니, 그래서 그 인형이 개똥을 싼다고?”
“똥 같은 초코바.”
“초코바 같은 똥이것지.”
“아니, 진짜 먹는 거라니까?”
갈색 멍이 든 사과를 깎다 말고 노파가 조은이를 쳐다보았다. 그 눈엔 확신이 서려 있었다.
“나는 암만 인형이라도 똥구녕에서 나온 초코바는 안 먹을란다.”
“해피인데?”
“해피니 더욱더 안 먹지!”
살짝 가슴이 아프긴 했지만, 여하간 난 충분히 공감했다. 내 똥꼬에서 나온 것, 나라도 안 먹지. 아무리 예쁜 강아지, 샤넬이라 해도 안 먹지.
“뭐 당장 만든다는 건 아니고 내년의 사업 구상인 것 같아.”
“그리여, 맘대로 혀 봐라. 그런데 돈 된다고 아무거나 하는 건 아니여.”
“끼이이잉…”
조은이는 그래도 싱글벙글이었다.
사과를 깎아 먹은 후, 조은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 내일 촬영할 것들을 기획하고 있었다. 내일은 첫 똥첨자로서 내가 처음으로 글을 싸 주었던, ‘오유미’를 요청했던 그 남학생과 여학생 커플을 만나기로 했다.
세강 중학교 김진혁, 오유미 학생.
그들과 만나 잘 사귀고 있는지, 근황도 듣고 밥도 사 주기로 했다. 물론 간단하게 촬영을 할 예정이었고 그것에 둘도 너무나 기쁘게 호응했다.
“역시 햄버거가 짱이지. 몸스터치 갈까?”
– 꾸루루룩!
그 이름만 들어도 배에서 반응이 왔다. 하아, 싸이코 버거. 진짜 최강이긴 한데.
“버거퀸?”
“아왈왈왈왈! 아왈왈왈왈!”
음, 좋지! 버거퀸 안 먹어본 지도 꽤 오래군. 1년은 됐겠다.
물론, 딱히 내가 먹을 수는 없겠지만.
간단하게 기획을 잡고 학생들에게 메시지도 보낸 조은이는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왔다. 이제 막 끝난 중간고사라 하더라도 리포트 과제는 또 새로이 주어지고 있었다.
“하아, 공부! 한강대 안조은 학생은 학고를 맞았습니다! 이런 것을 동영상으로 찍었다간 난리 날 거야. 학교 홍보 동영상도 다음 주에 오픈인데!”
“끼이잉…”
열심히 공부를 하는 조은이의 무릎에서 나는 고민에 빠졌다.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1억 3,297만 2,240원. 스튜디오 꿀잼 스톡옵션 20,405주]그래도 이번 달에 들어온 스튜디오 꿀잼의 기본급 100만 원과 기타 소득들이 생활비가 되어 버텨주고 있었다. 주식의 총 수익률도 9%에 달했다.
열심히 뛰니 먹고 사는 데엔 지장이 없었다. 다음 달부터는 그리 크진 않지만 광고 소득도 들어오게 될 것이었다.
‘한 방을 크게 터트릴 수 있는, 실전투자대회처럼 하루에 30% 상한가 수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아까 회사와 이야기했던 해피콘의 경우, 확실히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캐시카우가 될 것이었다. 그리고 똥 싸는 인형도 소위 말하는 ‘대박’만 친다면 엄청난 돈이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 방송을 통해서 수익을 쫙쫙 올리는 것도 중요했다.
내일의 만남도 좋긴 했다. 지금까지 구독자 수는 계속 오르고 있었고 이번 달 말이면 1만 명을 넘길 걸로 보인다. SNS에서의 소통도 활발했다.
10만을 넘겨서 ‘실버 플레이 버튼’을 받는다면! 생각만 해도 황홀했다. 1.2만의 최대 시청 뷰 콘텐츠도 12만이 되고 20만이 될 것이었다.
이미 정해진 포맷에서 단번에 구독자를 올리고 뷰 수를 폭발시킬만한 것,
무엇이 있을까?
물론 ‘열려라! 동물 환장’도 엄청난 이슈가 되겠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놔두고 내 스스로 또 이슈가 될 만한 무언가를 하면 좋을 것이었다.
당장 내가 무명의 똥개 시절 잡았던 노인 다단계 사기나 불법 도축 시설 사건을 놓고 봐도, 그걸 지금의 내가 잡는다면 스튜디오 꿀잼도, 우리 채널도 엄청난 대박이 터지고도 남을 텐데.
‘그렇다고 그런 사건을 일부러 만들 수도 없지. 찾아다닐 수도 없고. 그런 건 진정성이 없잖아. 거짓된 조작으로 만들어 간다면 한 번에 여태 쌓아올린 것을 모두 잃을 수 있어.’
그건 분명했다.
내가 좋아했던 흉가 방송 bj도, 응징/참교육 전문 bj도 전부 주작 논란에 걸려서 플랫폼을 옮기거나 완벽히 떡락한 구독자 및 조회수를 보이고 있었다. 방송을 접은 이들도 있었다.
‘주작은 절대 안 돼.’
그렇다고 그런 일들만 찾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
결국엔 이대로 하던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우선일 것이었다. 언젠가 새로운 사건이 나타날 때까지 말이다.
그러나 사건은 거의 곧바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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