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27
128. 첫 팬미팅(1)
12월에 들어서면서 조은이와 나의 일상은 조금 더 바빠졌다.
짧은 시간, 공중파의 위엄은 역시나 엄청났다. 벌써 구독자 수는 4만을 넘어서고 있었다. 물론 이미 정상을 구가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보기에는 한참 아래이긴 했지만, 조은이가 방송을 시작한 시점을 따진다면 정말로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그리고 이미 팬들 사이에서 조은이의 방송은 ‘3無’로 유명했다.
– 욕설이나 선정적인 내용의 채팅이 없는 방
– 과도한 도네이션 요청이나 도네이션을 많이 한 팬들과 일반 팬들의 차별이 없는 방
– 잦은 휴방이나 잠수가 없는 방.
기본적으로 라이브 방송은 주 1회로 매우 간략히 하는 가운데, 조은이와 내가 사연을 고르고 똥을 싸주는 똥첨 방송이 2회, 조은이와 나의 일상 방송이 2회. 모두 녹화를 한 후 별도로 편집을 한 것이었다.
긴 시간의 방송은 아니지만, 충분히 알찬 내용들이었다. 다소 밋밋할 순 있어도 편하게 볼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스튜디오 꿀잼 소속의 크리에이터들 중에서도 유독 안티가 없는 이로 이름이 나고 있었다.
게다가 해피콘의 반응 또한 좋았다. 이미 나를 알고 있는 이들도, 나를 모르더라도 하도 못생겨서 재미로 사 본 이들도 전부 즐겁게 사용하고 있었다. 오히려 재미로 쓰던 이들이 실제로 있는 강아지라는 것을 알고 나서 채널로 유입되는 경우도 아주 많았다.
그리고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인터넷 언론사와 두 번의 인터뷰가 있었다. [요즘 인기 폭발인 ‘흙수저 강아지’ 해피] 라는 제목은 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여하간 우리의 이야기가 다른 매체로 전달되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인터뷰를 잡아주는 역할과 홍보도 모두 스튜디오 꿀잼이 나서서 해 주고 있으니 정말로 ‘스케줄 관리를 받는 스타’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팬 미팅 때엔 걸덕이도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나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워낙 바쁜 날이기에 손은 하나라도 더 있는 것이 좋기는 할 것이었다. 그리고 스튜디오 꿀잼에서도 별도로 촬영팀이 붙어 이틀의 일정을 촬영하고 매일 두 시간씩 라이브 방송도 하기로 했다.
“으아아아, 이렇게 일이 커지면 안 되는데!”
“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고, 이미 확정이 되었으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지요.”
스튜디오 꿀잼의 회의실.
박건혁 팀장과 걸덕이, 조현수 팀장, 촬영팀 직원까지 모두 할매 분식의 입구 사진을 띄워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팬 미팅의 소식은 조은이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회사의 SNS와 공식 동영상 채널 등을 통해서도 알려지고 있었다.
“일단 간단하게 회사에서 준비한 것이 기념품이에요. 일정 금액, 크지는 않아요. 5천 원 이상 사신 분들에게 QR코드로 해피콘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할 겁니다. 1인 1회죠.”
“이미 구매한 분들은요?”
“선물하기를 통해 자신의 친구에게 공유할 수 있어요. 테스트 완료했습니다.”
조현수 팀장이 종이에 인쇄된 QR코드를 스캔한 후 화면을 보여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저장한 상품입니다. 공유하기를 통해 친구에게 선물하세요.]라 적힌 팝업창과 메신저 바로가기가 떴다.
“5천 원을 구매했다고 해도 어차피 반은 조은 님이 부담하시기로 하셨으니 2,500원이죠. 이 해피콘이 단일 결제로 2,400원이니 그 금액을 생각한다면 참가자분은 5천 원어치 음식을 그냥 드시는 것입니다.”
“아!”
“물론 엄밀히 따지면 해피콘은 공장에서 생산되어 나오는, 손에 쥘 수 있는 기념품은 아니죠. 그래도 분명 그와 같은 금전적 가치를 가집니다. 회사로서는 절대 손해 볼 일은 없어요.”
대단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싶었으나 이 정도까지 철저히 계산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물론 다른 것도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크리에이터의 첫 팬 미팅은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거든요. 얼마나 많은 분들이 오실지 몰라 일단 우유설기에 ‘해피’라 쓴 것을 총 1,000개를 준비했어요. 안에는 딸기 잼도 들어있어요. 하루에 500개, 나갈 때 하나씩 드리는 것이죠.”
그것만 해도 만만치 않은 가격일 것이었다. 거기에 풍선으로 아치형 문도 만들고 해피와 조은이의 등신대 패널까지, 조현수 팀장은 하나하나 샘플들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얼마나 올지는 모르겠어요. 이렇게 많이 사도 괜찮은지, 엄청 남거나 하면 죄송해서…”
그 말에 걸덕이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걱정은 말아요. 저도 가니까. 걸덕 팸, 두찌 맘 화력도 잊지 마세요. 여하간 이틀 동안은 엄청나게 고생 좀 하겠습니다. 하긴, 그것도 또 제 콘텐츠도 되니까 염려 마요, 조은 님.”
조은이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나 역시도 따라서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
정신이 없었다.
동영상도 만들어 올리고, 라이브 방송도 하고, 기말고사 준비도 엄청났다. 그 와중에 주말마다 할매 분식에 들러서 조금씩 가은이와 할머니를 도우며 사전 연습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 가져왔어?”
“헤헤헤, 엄청 식었지만 그래도 이번엔 시키는 대로 내가 완벽하게 만든 것이니 먹어봐.”
일요일 저녁. 팅팅 불은 떡볶이와 순대, 딱딱해진 튀김이 밥상 위에 놓였다. 하루 종일 노파 옆에서 모든 난리를 다 받아낸 나는 지쳐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몸을 일으켜, 순대가 담긴 봉지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이 똥개가, 사람이 먹는 것 먹으면 안 돼!”
“순대나 머릿고기는 괜찮을 거야. 많이 먹이지도 않는데.”
“끼이이잉.”
‘고맙소, 처자.’
조은이가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덥히는 동안 노파는 서둘러 소금과 간장을 준비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저녁은 분식. 순대는 모를까, 떡볶이나 튀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노파에겐 이틀 연속의 분식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이윽고 차려진 저녁상.
노파가 영 못마땅한 눈으로 순대를 하나 집어 입안에 넣었다.
“우리 귀한 손녀를 공짜로 이 시간까지 부려먹고, 아주 마음에 안 들어.”
“그런 것 아니라니까. 내가 좋아서 하는 거야. 그리고 내 팬 미팅 준비이기도 하고.”
“어차피 튀김이나 순대 전부 받아다 쓰면서.”
“학교 앞 분식집이잖아. 그래도 떡볶이랑 어묵 국물은 직접 하셔. 튀기고 찌는 것도 일이야. 내가 해 보니 얼마나 힘든데.”
“하여간 다음부터는 하지 마. 아니, 그런데 이 똥개가!”
나는 순대 끄트머리를 몰래 입으로 물어 상 아래로 내리려다 노파와 눈을 마주치곤 ‘깽’ 하며 얼른 도망가 조은이 뒤로 숨었다.
“그래도 다다음 주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해피 보러 오는데? 아 참! 할머니, 핸드폰 이리 줘봐. 해피콘 깔아야겠다.”
“무슨 콘?”
“해피콘.”
“해피 이름으로 아이스크림도 나왔어?”
“나중에 나올 수도 있지. 그런데 아이스크림 아냐, 어서 줘봐.”
조은이가 노파의 핸드폰을 받아 든 후 해피콘을 다운로드했다. 그리곤 다시 노파의 손에 쥐여주며 설명을 시작했다.
“자아, 봐봐. 내가 예를 들어 ‘할머니, 오늘 일찍 집에 갈 것 같아요!’ 하고 메시지를 보내면, 할머니가 ‘응’하고 대답을 할 것 아니야?”
“나는 이것 쓰지도 않는데.”
“아니, 일단 들어 봐. 그러면 여기, 글자 입력하는 것 옆에 웃는 표시 보이지? 이걸 누르면 짠!”
“아유, 귀신 나오것네! 이 숭악한 그림들이 다 뭐여. 해피여?”
“응, 귀엽지?”
“꿈에 나올까 무섭네.”
솔직히 나도 동감. 나 역시 아무리 내 얼굴이라지만, 못생김이 더 특화된 저 일러스트 캐릭터는 정말 눈 뜨고 봐주기 어려웠다.
눈을 찌푸린 노파의 고개를 억지로 돌린 채 조은이는 신나게 설명을 이어갔다.
“자아, 여기 보면 ‘알았다개’ 보이지? 이걸 손으로 누르고 전송!”
못생긴, 나로 추정되는 형광색 똥개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개’ 라는 글씨를 띄웠다.
“자아, 그다음엔 내가 어이없는 말 했을 때. ‘할머니, 나 오늘 술 마시고 밤새도록 놀래!’ 하면 할머니는 뭐라 할 거야?”
“미쳤냐고 하것지.”
“그래! 그런 경우엔 여기에 아까 그 웃음 표시 누르고, 요것 ‘미쳤냐개’를 전송!”
설명하는 것을 듣는 노파의 표정이 점점 변했다. 새로운 것을 손녀가 가르쳐 준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생각 외로 어렵지 않다는 것이 노파를 기분 좋게 했다.
“그럼 점쟁이헌티 보내도 되는 것이여?”
“응, 그렇지.”
설명을 마친 조은이가 떡볶이 국물에 김말이를 찍어 입에 넣었다.
방금 배운 이모티콘 보내는 법이 재미있었는지, 노파는 조은이가 찾아 준 도화선녀를 눌러 채팅창에 24개의 이모티콘을 차례대로 하나씩 계속 보내고 있었다.
그 틈을 타 조은이는 내 앞에 얼른 순대와 내장을 내려놓았다.
“촵! 촵! 촵! 촵!”
신나게 순대를 먹는 사이, 이미 이모티콘 모든 종류를 보낸 노파는 다시 처음부터 하나씩 보내기 시작했다.
– 니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아유, 깜짝이야!”
핸드폰을 떨어트린 노파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여, 여보세요?”
[보살님! 이게 다 뭐야? 지금 저녁 기도 하려다가 계속 뭐가 오길래 봤더니, 이 영검한 그림이 올라오고 있어!]“응, 우리 똥개가 그 뭐시기냐 콘이여, 콘으로 나왔어!”
[개령님 맞지? 아유, 우리 개령님이 이렇게 예쁘게 나왔어.]조은이는 노파와 도화선녀의 통화를 들으며 킥킥대고 웃었다. 나 역시 이렇게 즐거운 분위기가 계속되길 바라며, 노파가 계속 통화하길 바라며 신나게 순대를 씹었다.
[아 참, 얼마 전에 조은이랑 개령님 위해서 기도했는데 말이야.]“내 기도는, 내 기도는 안 해줬어?”
[보살님은 워낙 박복해서 만 가지 기도가 무효해. 그나저나 잘 들어요. 12월 18일이 일요일이더라고. 그날 큰 재물 손실이 날 수 있어. 조심해야 해. 응?]조은이가 먹던 김말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벽에 걸린 달력을 쳐다보았다. 자연스레 내 눈도 거기로 향했다.
17일과 18일. 토요일, 일요일. 팬 미팅 날이었다. 할매 분식에 가서 팬 미팅을 하는 날.
“뭘 또 재수 없는 소리를 해 대. 맨날 반밖에 못 맞춘다면서.”
[아니, 여러 번 기도를 했는데 자꾸 같은 게 나와서 그래. 여하간, 그날 돈을 크게 잃을 수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전해줘요. 어지간해서는 바깥에 안 나가는 게 좋겠는데. 누가 다칠 수도 있을 것 같다.]“그 무슨 기분 나쁜 소리를. 알았어. 여하간 기도 열심히, 내 기도 좀 많이 혀!”
전화를 끊은 노파가 영 찝찝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반만 맞춘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봤을 땐 어지간해서는 맞추는 사람이었다. 돈을 받지 않고 가만히 기도하다가 툭 던지는 말이나 얼굴을 바라보다가 대놓고 하는 말들은 늘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한 편이었다.
“끼이잉…”
‘어떡할까?’
나는 조은이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없이 팬 미팅 공지를 해 왔고 많은 물품을 준비해 왔다. 그날만 기다리는 이들도 많을 것이었고, 적어도 가은이와 가은이 할머니에겐 그날이 분식집 ‘마지막 날’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조심하라고 하신 거니까, 조심하면 될 거야. 그렇지?”
조은이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왈! 왈!”
나도 꺼림칙한 기분을 떨쳐내기 위해 억지로 밝게 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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