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28
129. 첫 팬미팅(2)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1억 3,556만 8,730원. 스튜디오 꿀잼 스톡옵션 21,004주]지난주, 걸덕이와 함께 한 합동방송도 잘 끝났다. 서로의 근황을 소개하며 교외에 새로이 오픈한 반려견 카페 및 야외 놀이터를 방문했던 일정으로, 강아지들을 풀어놓고 자연스럽게 놀면서 어울리는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당일의 방송, 그리고 이후 편집을 통해 올라오는 편집본까지, 이런 기획 촬영은 채널에 여간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나는 하루 종일 시큰둥한 두찌와 칼바람이 몰아치는 야외 잔디밭에서 억지로 놀며 분위기를 밝게 하느라 정말 고생했다. 세상에서 가장 둔하고 가장 무신경한 그 뚱뚱한 시츄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느라 온몸을 써야 했고, 지금도 그때의 피로가 깊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번 주, 당장 내일이었다.
방송이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밤마다 리포트를 쓰고 기말고사 준비를 해 온 조은이의 체력도 거의 고갈 상태였다.
간신히 마지막 시험을 끝냈다 싶었는데 내일, 드디어 팬미팅의 첫 번째 날이 다가왔다.
“응, 내일 언니가 아침 일찍 갈 거야. 시작은 11시부터라 했는데, 언니 회사에서 준비한 게 많아서 이것저것 설치도 하고 하려면 적어도 9시에는 도착해야 할 것 같아서.”
[네, 제가 먼저 가서 문 열어 놓을게요. 할머니도 보통 그 정도에 나와서 준비하시거든요.]“사람이 얼마나 올지 모르는데, 만에 하나 준비한 것이 다 떨어지면 바로바로 재료 주문할 수는 있겠지?”
[그럼요. 전화하면 오토바이로 바로 배달해 주세요.]“응, 그래. 내일 보자. 가은이도 파이팅! 잘 부탁할게!”
[아뇨, 제가 너무 감사하죠. 할머니도 말씀은 쑥스러워서 잘 못 하시지만, 이 작은 가게 문 닫는 게 뭐 그리 큰일이라고 이리 나서주냐고 고마워하세요.]“하하하, 아냐. 내가 하고 싶은 거니까. 그나저나 내일 부디 많이 왔으면 좋겠다. 가은아, 내일 봐!”
전화를 끊은 조은이가 피곤한 얼굴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곤 SNS를 열어 수많은 댓글들에 일일이 답장을 달아주었다. 그것도 같은 내용을 복사해 붙여넣는 것이 아닌, ‘내일 꼭 만나요’라는 말을 참으로 다양하게도 변형시켜서 달고 있었다.
– 내일 날씨 좋대요, 꼭 오세요!
– 내일 꼭 오시리라 믿고 있어요!
– 제 떡볶이 드시러 오세요!
– 해피가 기다린대요!
‘에휴, 그냥 하트만 달고 얼른 자.’
나는 옆에서 낑낑대며 주둥이로 핸드폰을 밀었다. 그러나 조은이는 웃으며 날 몇 번 쓰다듬은 후 그렇게 늦게까지 정성 어린 답변을 달고 또 달았다.
***
요 근래 들은 것 중 가장 지독하고 무서운 알람 소리.
“으, 으아아앙, 아으응!”
피곤에 푹 절은 신음 소리와 함께 조은이의 손이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다가 내 머리를 쥐었다.
“왈! 왈!”
“으, 응. 해피야, 누나 5분만, 4분만…”
그리고 조은이는 핸드폰의 알람을 끈 후 다시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요즘 너무나 무리를 해 온 것을 알았기에 나는 조금은 더 조은이의 잠을 보장해주고 싶었다. 침대에서 뛰어내려와 거실로 나아가 기지개를 켰다.
벽에 걸린 디지털시계를 보니 새벽 5시 01분. 아마 지금 일어나 두 시간 정도 준비를 하고 할매 분식으로 출발하려 한 듯했다.
나는 안방의 문을 코로 슬쩍 열어보았다.
– 크르르릉! 크허어어어어! 케라라라랑! 키헤에에에에!
아주 깊은 동굴 안, 던전의 마룡(魔龍)이 잠들어 있는 듯한 이 엄청난 존재감.
순간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노파를 깨워서 일어나 TV도 틀고 아침밥도 준비하게 하면 그 북적임 속에 조은이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나지 않을까!
늘 노파가 조은이의 방으로 들어와 알람을 끄고 ‘이제 일어나야지! 학교 안 가?’하며 흔들어 깨우는 것이 일상이었다. 역시, 조은이를 깨우는 데엔 노파가 최고였다.
나는 마귀, 아니 노파의 옆으로 다가가 그 얼굴에 코를 디밀었다.
“킁! 킁!”
‘일어나슈!’
그러나 노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기야 노파도 주중이면 공공근로 일을 열심히 나가고 있기에 쉬는 날 이렇게 곯아떨어진 것이었다.
“킁! 킁!”
다시 일어나라고 주둥이로 밀어보았으나 노파는 아까처럼 천년의 잠을 자는 마룡의 숨소리를 내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킁! 킁!”
“으, 음?”
오, 드디어 반응을 보이나 싶었는데…
“귀, 귀생 오라버니?”
그 말과 동시에 노파는 나를 껴안고 숨이 막힐 것 같은 키스를 하며 날 이불 안으로 쏘옥 집어넣었다. 그리고…
– 부다다다다다닥! 다다닥! 다닥! 닥! 닥!
1차대전, 참호에서 적병을 향해 쏘는 기관총 소리와 함께 노란 인마살상용 가스가…
‘아, 안 돼, 안 돼…’
나는 그대로 견생의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의식을 잃었다.
***
“으아아아악! 늦었다! 늦었다!”
거실로부터 들려온 엄청난 소리. 노파가 벌떡 일어나 이불을 걷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입안에 넣어주는 김밥을 먹는 꿈을 꾸던 나도 황급히 일어났다.
“몰라! 몰라! 알람이 왜 꺼졌지? 어떡해!”
아차!!!
나는 서둘러 거실로 나갔다.
7시 20분!
울상이 된 조은이가 허둥지둥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기로 머리에 물을 적심과 동시에 한 손으로는 칫솔질을 시작했다.
“애이아, 우아 애우이 으애어!”
“와, 왈?”
나는 당황해서 조은이를 쳐다보았다. 샤워기로 입을 헹군 조은이가 ‘해피야, 누나 깨우지 그랬어’라며 샴푸를 짜 머리에 바르고 거품을 내기 시작했다.
“아유! 어쩌다 이렇게 되었어! 내가 일찍 일어날 것을. 간밤에 귀생 오라버니가 찾아와서…”
“아왈왈왈왈! 아왈왈왈왈!”
나는 노파를 향해 맹렬히 짖었다. 내 주둥이가 벌어질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돌진해오던 그 키스! 온몸이 다시 떨려왔다.
“아, 아침은!”
“못 먹지! 어떻게 먹어!”
금방 머리를 감은 조은이가 곧바로 세안하며 외쳤다. 노파가 얼른 비지밀을 꺼내 잔에 따른 후 따뜻하게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딱히 챙길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제 미리 다 챙겨서 한쪽 벽에 세워두었기에 재빨리 씻고 옷만 갈아입으면 되었다.
그렇다면 나도 나름의 준비를 해야 했다.
나는 먼저 말표 사료를 열심히 씹어 먹고 물도 마신 후 배변패드에 똥과 오줌을 쌌다. 그리곤… 뭐, 사실 그게 끝이긴 하지. 아! 노파가 봄에 만들어 입혔던 그 주워온 형광색 보드복을 잘라 만든 원통형 옷도 입어야 하지!
내가 나름의 준비를 하는 동안 조은이도 부리나케 머리를 말리고 대충 기본 화장만 한 후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어차피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할 예정이라, 일부러 화려하게 입을 필요는 없었다.
“어쩔 수 없다, 택시 타야겠네.”
“그럼 늦지는 않는겨?”
“아마도? 여하간 바로 나가볼게요! 해피! 해피!”
“왈! 왈!”
나는 열어놓은 가방에 쏙 들어갔다. 노파가 건넨 비지밀을 꿀꺽꿀꺽 마신 조은이가 ‘아자!’ 하고 외치며 길을 나섰다.
다행히 호출한 후 2, 3분이 되지 않아 택시가 와서 섰다. 서울의 세강 중학교를 외친 조은이가 핸드폰을 열어 그사이 온 알람들과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저기, 기사님. 몇 시쯤 도착할까요?”
“9시 안쪽으로는 가겠죠?”
“다행이다!”
그제야 안심이 된 조은이가 ‘이상 없이 9시 전까지 가요’하고 박건혁 팀장의 문자에 답변을 보냈다.
정신없이 시작된 하루. 하지만 생각 외로 재빨리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아, 걸덕이 오빠!”
[조은 님? 저 거의 도착했는데 어디쯤이에요?]“아, 저도…”
조은이가 얼른 내비게이션을 바라보며 도착 예정 시간과 지금 시간을 체크했다.
“20분 정도 남았어요!”
[네, 조금 이따가 봐요!]“네, 빨리 갈게요!”
전화를 끝내자마자 가은이에게도 문자가 왔다. 조은이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모두 들렸기에 나는 가방 안에서도 상황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가은이가 가게 문을 열었다네. 오케이. 일단은 내가 가야 다 될 테니까, 먼저 도착한 분들이 있으면 스튜디오 꿀잼 분이냐고 물어보고 안으로 들여도 된다고 보내야지.”
중얼중얼, 또 중얼중얼.
그리고 곧 도착한 택시, 조은이가 카드를 갖다 댐과 동시에 빛태창이 움직였다.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1억 3,555만 2,230원. 스튜디오 꿀잼 스톡옵션 21,004주]‘16,500원… 안 막혀서 그런가. 생각보다 싸게 나왔네.’
이미 앞에는 벤 차량과 SUV 등이 도착해 있었다. 한쪽에 세워진 등신대 패널, 그리고 벽에 걸린 현수막. 조은이와 내 얼굴, 채널명인 ‘조은&해피 Story’가 인쇄되어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오오, 어서 와요.”
박건혁 팀장과 걸덕이가 안에서 나오며 인사를 했다. 이미 안쪽에 부착식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고, 다른 직원들도 기념품 박스를 내리고 QR코드 안내판을 설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미 가은이의 할머니는 판에 물을 붓고 천천히 끓이고 있었다. 한 번 끓는 물로 소독을 하고 닦아낸 후 떡볶이를 시작할 요량이었다. 가은이는 그 옆에서 사각형 어묵과 기다란 통어묵에 나무 꼬치를 꿰고 있었다.
“언니!”
“안녕, 가은아! 안녕하세요, 할머니!”
활기차게 인사를 한 조은이가 날 내려놓고 얼른 손을 씻고 가은이 옆에 앉아 어묵을 마저 끼우기 시작했다. 그래도 주말마다 와서 한 덕일까, 끼우는 솜씨가 꽤 능숙했다.
“이거부터 찍어, 이거부터. 하나하나 바로 찍고 한 네다섯 씬 나오면 곧바로 차 안에서 이어 붙여서 편집하고 업로드해. 라방과는 별개로, 오늘 거의 실시간으로 공식 채널이랑 조은 님 채널에 편집본도 올라와야 해!”
박건혁 팀장의 지시에 부리나케 모션캠이 따라붙었다.
워낙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 탓일까, 가은이도 할머니도 얼굴에 긴장이 역력했다. 자신들의 마지막 장사가 이렇게 큰일이 되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 묻어났다.
그 표정을 읽은 조은이가 어묵을 끼우다 말고 나를 꺼내 한쪽에 묶어놨다.
“해피! 준비하는 동안 얌전히 있을 수 있지?”
“왈! 왈!”
내가 우렁차게 짖자 가은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제야 분위기가 조금은 누그러졌다.
“오늘, 학교 친구들도 온대?”
“네. 그러잖아도 유미랑 다른 애들도 도와준다고 말을 했는데 언니랑 언니 회사 사람들이 도와줄 거라고 했어요. 와서 많이 먹어준대요. 내일도 오고.”
“좋네.”
그 말을 들은 걸덕이가 가게 내부 천장에 풍선을 붙이다가 한마디 거들었다.
“친구들에게 로이와 두찌 채널의 김로이 오빠가 도와주는 거라고 꼭 말해. 구독해도 좋고. 김로이, 그렇게만 쳐도 나와. 알았지?”
“네!”
잘생긴 오빠가 풍선을 달아주는 것을 본 가은이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걸 본 조은이가 한마디 더했다.
“저 오빠가 얼마나 착한데! 오늘 내가 여기서 일할 거라고 하니 바로 도와준다고 하셨어. 김로이, 꼭 기억해줘. 진짜 이름은 배걸덕이라고 하는데…”
“조, 조은 님! 어묵 좀 빨리 꿰시죠!”
“와하하할! 와하하하할!”
정신없이 어묵을 꿰고 나니 다음 순서는 찜기에 순대를 안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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