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34
135. 상실의 시대.
고환 상실의 시대.
‘하아, 견생 진짜…’
누워있는 내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물론 나는 사람이고 어쨌거나 개의 몸으로 평생 살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다. 이제 2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그때까지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차피 이제 사라진 내 신체의 일부는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존재하나 마나 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신적 충격만큼은 내가 예상했던 것을 아득하게 뛰어넘었다.
‘난 끝났어.’
“끼이이잉! 끼이이잉!”
내 처연한 울음소리를 들었는지 문이 열리더니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왔다. 그리곤 유리 케이지의 문을 열고 기저귀를 푼 후, 추욱 늘어진 내 다리를 들어 활짝 벌렸다. 하아, 수치심…
“음, 잘 아물었네. 드레싱.”
간호사가 내민 솜을 약에 적신 후 실밥 부위에 바른 의사는 가만히 날 쳐다보았다.
“아직 며칠 더 있어야 뼈가 붙을 테니 착하게 누워있어. 알았지? 자칫 잘못했으면 부러진 뼈가 폐와 간을 찔러서 죽을 뻔했으니까. 해피는 운이 아주 좋은 강아지야.”
“끼이잉…”
그리고 새 기저귀가 채워진 채 나는 다시 홀로 남겨졌다.
운이 좋은 걸까. 검은 그것이 자신의 재미를 위해서 날 다시 살려준 것인데, 이렇게 엉망으로 두들겨 맞고 고환도 사라져 버린 채 누워있는 게 정말로 운이 좋은 걸까?
‘내 고환, 6시 내 고환…’
그 와중에도 쓸데없는 드립이 떠올랐다.
여전히 누워있는 상황. 뼈가 붙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직 일어나서 전신을 써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1억 5,345만 4,540원. 스튜디오 꿀잼 스톡옵션 25,004주]뭔가 또 돈이 올라갔다.
동영상 플랫폼 광고 소득인가? 아니면 뭔가 다른 정산을 받았나?
내가 누워있는 가운데서도 조은이는 이렇게나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다행이었다.
하루 종일 누워있으니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온몸의 근육이 빠지는 것이었다. 탄탄한 내 가슴근육도, 잡종의 우월한 혈통을 자랑하는 튼실한 허벅지도 앙상해졌다. 얼굴 살도 빠지니 주둥이는 더 길어진 모습이었고 눈은 그만치 더 튀어나왔다.
그런 상태에서 고깔 모양의 캡을 쓰고 몸을 고정하는 틀에 끼워진 채 누워있는 내 모습. 똥과 오줌도 그대로 누운 채 쌀 수밖에 없었다.
– 끼이이이!
한참을 졸았다가 멍하니 눈을 떴다가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문이 열리며 조은이가 나타났다.
“헥! 헥! 헥! 헥!”
나는 본능적으로 일어서려다 링거를 꽂고 있는 다리가 뻐근해져 다시 몸을 누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고개를 들고 조은이에게 다가가려 했다.
“해피야, 괜찮아. 움직이지 마. 괜찮아.”
나를 안정시킨 조은이가 의자를 가지고 와 가만히 앞에 앉았다. 그리곤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끼이잉…”
‘왜 우는가, 소녀여.’
“깨애앵…”
‘나는 ㅂㅇ이 없는 슬픈 강아지 해피. 무환(無丸)의 사내.’
아, 이건 아니지.
마침 간호사와 의사가 다른 강아지의 상태를 지켜보러 안으로 들어왔다. 조은이가 의사에게 나를 쓰다듬어도 되냐 물었다.
“지금은 안정화 단계이긴 하지만 아직 뼈가 완전히 붙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들거나 손으로 발을 쥐면 다시 부러질 수 있습니다. 또, 강아지가 반가워서 억지로 일어서거나 하면서 다시 악화될 수 있어요.”
“아…”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는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조은이만큼이나 나도 조은이의 손길을 바라고 있었다. 여태 이렇게 답답했는데, 한 번이라도 날 쓰다듬어 준다면 더욱 뼈도 잘 붙고 나아질 것만 같았다.
“끼잉, 끼이이잉…”
내 간절한 울음을 들은 의사의 눈이 흔들렸다.
“끼이잉…”
‘내 ㅂㅇ 뗀 놈아, 난 괜찮으니 당장 이 문을 열지 못할까!’
“아니, 그래도 역시 강아지의 건강이 염려되는데.”
“뀽♥”
“간호사, 당장 열어 줘. 진짜 못 보겠군.”
의사가 서둘러 지시를 하곤 다른 케이지로 돌아섰다. 간호사가 조심히 문을 열자 조은이가 천천히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어루만졌다.
조은이의 손, 내 주인님의 손…
“해피야, 우리 안해피! 누나 손이야.”
“헥! 헥! 헥! 헥!”
나는 좋아 웃으며 조은이의 손길을 느꼈다. 그리고 그 손이 내 주둥이로 오자 정성스레 혀로 핥았다. 아직 이만한 힘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보기보다 건강해! 난 살아있어! ㅂㅇ은 없지만 살아있어!
내가 조은이의 손을 핥는 것을 본 간호사가 빙그레 웃었다.
“아마 2, 3일 후면 조금씩 움직일 수 있도록 재활을 할 것이고요. 한 열흘 후면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할 거예요.”
“여, 열흘이나요?”
“와, 왈?”
“강한 충격이었으니까요. 온몸의 뼈가 다발적으로 부러졌는데 이 정도인 게 기적이에요. 그리고 뉴스에서 봤을 때, 그 영상을 보면 해피가 비틀거리며 범인이 있는 집으로 걸어가잖아요?”
“네.”
“그게 너무 신기해요. 실려 왔을 때 우리가 본, 지금의 이 상황이면 절대로 걷지 못해요. 아마, 엄청난 의지가 그런 기적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랬구나. 내가 뉴스에도 나왔구나. 뭐, 전신 골절이라면 그럴 만도 하겠다.
“그리고, 잠복고환이 두 개가 더 있는데, 그것은 그때 한 번에 제거를 못 했거든요.”
“아, 네.”
“지금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으니 오후에 제거할게요.”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뭐? 잠복고환? 고환이 두 개나 더 숨어있었다고? 그리고… 그걸 또 찾아서 뗀다고?
나는 다시 하얗게 눈을 뒤집으며 기절했다. 희미하게 스러져가는 의식 속에서 조은이가 황급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
상실의 시대.
무려 4개의 고환을 잃은 나에게 찾아온 상실의 시대.
나는 새로이 아랫배 쪽에 난 실밥을 보며 멍하니 있었다. 차라리 몰랐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것을, 이왕 잠복해 있다면 제대로 숨기라도 할 것이지.
무언가 묵직한 중심을 잃어버리고 나니 뒤가 상당히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목소리가 조금 얇아진 느낌, 내 안의 분노와 화도 가라앉은 듯했다.
아니, 그건 고환을 제거해서 나아진 것이 아니라, 고환을 잃었기에 무력해진 것이겠지만.
조금씩 몸을 일으키고 몇 걸음씩 걷고. 그리고 다시 엑스레이를 찍고 또 누워있고.
의사가 내 발과 몸을 천천히 어루만지며 힘이 들어가는지 지켜보고 근육에 자극을 주는 마사지를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는 그렇게 재활 훈련을 하며 점점 더 오래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은이와 노파가 앉아있는 의자.
“이리 와, 해피야! 이리 와!”
“아유, 저 똥개가 걷네, 아유!”
활짝 웃으며 손뼉을 치는 조은이와 옆에서 눈시울을 닦는 노파를 향해, 나는 느릿느릿 걸어가서 발치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것을 본 간호사와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2, 3일 후 퇴원해도 될 듯합니다. 그다음엔 가정에서의 관리겠죠. 한 달 이상은 강아지를 뛰게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즉, 강한 외부 자극을 주지 않는 것이 좋고 되도록 바깥에 나가지 않도록, 나가더라도 가방에 넣어 데리고 다니고 강아지가 흥분해 뛰지 않게 해야 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되도록 집 안에 있도록 할게요.”
그것은 노파와 함께 할 시간이 엄청 많아진다는 것이리라… 하긴, 똥첨자들에게 똥을 싸 주는 것이야 언제나 거실에서 해 왔으니 콘텐츠 생산에 큰 무리는 없을 듯했다.
“아 참, 지금까지의 해피 치료비는 어떻게 될까요?”
조은이의 말에 의사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나 역시 궁금했다. 벌써 1월 둘째 주가 시작되고 있었다. 여기까지 계속 치료와 재활, 망할 중성화 수술까지 했으니 만만치 않은 치료비가 쌓여있을 것이었다.
“끼이잉…”
나는 재빨리 머릿속의 빛태창을 주시했다.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1억 5,329만 6,270원. 스튜디오 꿀잼 스톡옵션 25,004주]돈이야 충분할 것이었다. 다만, 그래도 나 때문에 목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역시 조금은 민망한 것이었다.
“치료비는 신경 쓰지 마시고요. 뉴스에도 나오면서 이곳에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해피의 상태를 물어보며 이미 많이 기부해 주고 가셨어요.”
“아, 정말요?”
“그래서 일정 금액 이상 모여서 더 이상 기부를 받고 있지 않습니다. 나머지 금액은 우리 병원에서 부담하려 합니다. 좋은 일을 했고, 사회적으로 나쁜 일을 한 범인까지 잡았는데 우리도 응원해 줘야죠.”
의사의 말에 조은이와 노파가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나 또한 내 고환을 4개나 앗아간 분노를 넘어서 그의 순수한 호의에 깊이 감사를 표했다.
***
3일 후.
나는 정말로 오래간만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깜짝 놀랄지도 몰라.”
“아유, 진짜 이 똥개를 위해…”
“할머니, 조용!”
조은이가 노파를 향해 그 입을 다물라며 눈을 흘겼다. 여전히 눈치라곤 전혀 없는 노파, 새해가 밝았어도 언제나 저 답답한 모습 그대로이리라.
나를 안고 계단을 오른 조은이가 현관문의 번호를 누르기 전,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해피, 집에 돌아온 것을 축하해. 이제 연다?”
“왈!”
그리고 문이 열렸다.
“우리 해피, 컴백홈 축하합니다!”
여기저기에서 폭죽이 터졌다. 조은이의 집 안에, 박건혁 팀장과 걸덕이, 그 외 직원들. 모두 내 건강한 귀환을 축하하며 박수를 쳤다.
“왈! 아왈왈왈왈!”
나는 반가워서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맞춰 걸덕이가 허리를 요란하게 흔들었고 두찌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와 허리를 들썩이며 웍웍 짖어댔다.
무언가 뭉클했다.
내가 이렇게 환영받는 존재라니, 내가 건강한 몸으로 다시 이곳을 올 수 있다니!
게다가 이 모든 것은 또 라방으로 진행되는 듯했다. 한 직원이 카메라를 들고 나를 촬영했다.
“우리 자랑스러운 해피, 집에 온 소감이 어때?”
“아왈왈! 왈왈!”
“우리가 해피를 위해 거실을 꾸몄는데, 마음에 들어?”
벽에 붙여진 ‘HAPPY HAPPY DAY’ 풍선. 그리고 팬미팅 때 썼던, 나와 조은이의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
한쪽에 쌓인 수많은 선물들. 사료, 간식, 장난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나를 조심스레 무릎에 놓은 조은이는 카메라를 보며 내 귀환을 환영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아, 지금 상태요? 아주 좋아요. 다만 바깥으로는 못 데리고 나갈 듯해요. 한 달 정도는 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해요. 잘 먹이고 잘 쉬게 해야죠.”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채팅을 읽던 조은이가 ‘해피를 잘 보이게 조심히 들어달라’는 말에 나를 보듬듯 안아서 카메라 앞에 가져다 대었다.
“왈! 왈!”
“하하하, 보시다시피 건강하답니다. 정신적인 충격도 많이 걱정했는데 워낙 해피가 긍정적이어서요.”
그때 조은이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다른 직원들도 더러 웃음을 참거나 입을 틀어막았다.
[해피 그게 안 보여요! 그 시커먼 것!]“아, 그게… 예전부터 해피 건강을 위해 중성화 수술을 하라는 말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치료할 때 겸사겸사 의사 선생님이 수술해주셨어요. 잠복고환까지 두 개 더 찾아서.”
“깨애애앵! 깨애애앵!”
나는 슬피 울부짖었다.
그 울음을 들었을까, 두찌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와서는 내 앞에서 자신의 다리를 들었다. 큼지막한 두 개의 ㅂㅇ을 자랑하며, 그렇게 두찌는 시원하게 내 패드에 세워진 페트병에 오줌을 좍좍 쌌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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