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35
136. 또 다른 해피
뼈는 잘 붙고 있었다.
나는 신나게 거실을 걸어 다니며 선물로 쌓인 간식을 먹었다. 간식뿐일까? 언제 다 먹을지도 모를 말표 사료 대신 다른 사료를 먹으니 그래도 아주 조금은 더 입맛이 돌았다.
‘그렇게 완전히 개가 되어간다.’
내 회복에 좋다고 조은이는 푹 삶은 돼지고기 살코기나 쇠고기 살코기도 주었다. 노파는 그런 모습이 영 불편한 듯했으나 어쨌거나 스타는 나! 주인공은 나였다!
“요 똥개가 고기를 먹을 때마다 날 쳐다보는 것이 영, 사람 놀리는 것 같아.”
“할머니, 왜 그래. 우리 해피 빨리 근육 붙어야지. 그치, 해피야?”
“왈! 왈!”
나는 천연덕스럽게 수육의 고기를 먹으며 그 맛을 음미했다.
크게 들어온 돈 중 일부는 해피콘의 수익금이었다. 내 생각 외로 정말 많은 이들이 해피콘을 사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뉴스에까지 제대로 난 그 사건 때문에 이제 내 인지도는 말 그대로 전국구 급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조은이와 내 채널의 방문자 수.
실버 버튼 신청 메일이 날아왔다. 회사에서 축하 메시지가 어마어마하게 도착했다.
아울러 조은이 채널에 올린 영상.
나를 쓰레기 더미에서 구출하는 것부터 내가 범인의 집으로 걸어가는 것, 그리고 경찰이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체포하는 것까지의 영상은 이미 100만 뷰를 넘었다.
그 영상을 타고 들어온 이들이 똥으로 글씨를 쓰는 강아지, 방송에 나왔던 강아지, 광고에 나왔던 강아지인 나를 알아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완벽한 흐름. 제대로 물을 만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새해를 맞아 해피콘 버전 2도 판매를 개시한 가운데, 회사는 조은이에게 내일 회의를 하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해피는 진짜 오래간만에 밖에 나가는 거네?”
“왈! 왈!”
“가방 안에 가만히 있어야 해, 알았지?”
“왈!”
조은이가 조심스레 고기를 먹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미 많이 나아서 그 정도까지 조심할 필요는 없었던지라 나는 머리로 조은이의 손을 좀 더 강하게 비볐다.
내 의도를 알았는지 조은이는 이전처럼 날 쓰다듬었다.
“헥! 헥! 헥! 헥!”
“해피, 진짜 건강해져서 다행이다.”
“그럼. ㅂㅇ도 네 쪽이나 떼었는데. 다시 엑스레이 찍어봐야 혀. 안에 한 사십 개는 더 숨어있을지도 몰러.”
“왈! 아왈왈왈왈!”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
다음 날.
조은이와 나는 스튜디오 꿀잼의 회의실에 앉아있었다.
맞은편에는 매우 긴장한 표정의 박건혁 팀장. 그리고 박건혁 팀장 위, 나는 처음 보는 인물인 김윤석 크리에이터 관리본부장, 그리고 역시나 처음 보는 한 사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일단 명함부터 받으시고.”
사내가 명함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국내 최대 완구제조업체 ㈜용실업 김택준 상품개발팀장]㈜용실업? 내가 어렸을 때 수없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의 메카? 게다가 상품개발팀장이라니, 이런 분이 여기에 왜?
조은이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박건혁 팀장과 김윤석 본부장을 쳐다보았다.
“일단 시제품을 보시는 것이 빠르겠어요.”
박건혁 팀장의 말에 김택준 팀장이 아래에 놓인 박스를 열고 조심스레 한 인형을 꺼냈다.
‘아, 설마 그때 말했던… 그!’
포장을 벗기자 고속도로에서 파는 강아지 인형의 초특급 열화판, 크기는 실제 내 크기 정도로 훨씬 더 커지고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못생긴 강아지 인형이 나왔다. 그냥 보더라도 나였다.
내가 아무리 사람 많은 곳에 있더라도, 슬쩍 보기만 해도 ‘어, 나다!’하고 알아챌 만큼 똑같았다.
조은이도 너무나 똑같이 나온 이 인형을 보며 할 말을 잃은 듯했다.
“자아. 일단 여기 버튼을 하나 눌러 볼게요. 일단 전체적으로 이런 구성이다, 정도의 시제품입니다. 기존에 이미 있는 흔한 기술이긴 하지만 급히 만드느라 약간 구동이 어색할 수는 있으니 감안해주세요.”
김택준 팀장이 리모트 컨트롤러의 버튼 하나를 눌렀다.
곧이어 ‘지이잉’하는 구동음과 함께 스핑크스 자세로 앉아있던 인형이 다리를 펴고 일어났다.
“한 번 더 누르면 다시 앉고요.”
앉았다 일어섰다를 보여준 후, 그 옆의 버튼을 누르자 다리가 뒤뚱거리며 움직였다. 작은 소음과 함께 움직이던 인형은 몇 발자국을 걸은 후 허공으로 고개를 들어 입을 열었다 닫았다.
[아왈왈왈왈! 아왈왈왈왈!]내 목소리였다. 동영상에서 따 왔는지, 정말로 내가 화낼 때 내는 짖음 그대로였다.
“음성은 현재 총 8개를 추출했어요. 차례대로 나올 수 있게 해 놨습니다. 추후엔 당연히 별도 세팅도 가능하고요.”
[왈! 왈!] [깨애애앵! 깨애애앵!] [헥! 헥! 헥! 헥!] [뀽♥] [와하하하할! 와하하하할!] [와, 왈?] [왈! 왈! 아왈왈왈왈! 왈! 왈!]각 소리마다 미묘하게 눈의 모습과 입 주변의 모습이 변했다. 분명 울음소리에 걸맞은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대, 대단해요!”
조은이가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아니, 솔직히 나도 놀랐다. 저 인형이 더럽게 못생긴 것을 떠나서 저 정도의 구현이 가능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김택준 팀장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 이건 별것 아닙니다. 이미 충분히 구동이 가능하게 개발된 기술이에요. 어린아이들이 들고 노는 아기인형에도 다 들어가 있어요.”
“아아, 그렇구나. 되게 많이 발전했네요.”
“사실 이 정도로는 기존 강아지 인형의 업그레이드 수준밖에 안 되죠. 이런 건 금방 카피도 가능할 겁니다. 이제 ㈜용실업만이 구현할 수 있는 ‘진짜’를 보여드리지요.”
세 번째 버튼을 누르니 인형의 뒷다리가 천천히 구부러졌다. 그리고 ‘지이잉’하는 소리와 함께…
‘아, 제길! 아, 제길슨!!!’
엉덩이 부분이 열리더니 구멍이 나타났다. 그리고 잠시 후, 거기에서 투명한 비닐로 포장된 초코바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아…’
나는 이 거대한 참사, 기술력이 낳은 오물 덩어리를 차마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떨어진 초코바를 집어 든 김택준 팀장이 포장을 뜯고 손으로 쪼개어 박건혁 팀장과 김윤석 본부장에게 나누어주었다.
“잠시만, 하나 더 누고요.”
– 지이잉…
– 툭!
‘그만 눠, 시바! 아니, 애당초 음식에 눈다는 말을 쓰지 마!’
두 번째 갓 싼 초코바를 조은이와 나눈 김택준 팀장이 어서 드시라는 듯 권했다. 그리고 먼저 입에 넣었다.
“벨기에 초콜릿을 가공해 만든 초코바입니다. 드셔보시면 아시겠지만, 땅콩과 호두, 아몬드 등의 견과류와 라즈베리, 건포도를 넣었어요. 지금 나온 것은 검은색 다크 초콜릿이고요, 갈색의 밀크 초콜릿, 운동하는 이들을 위한 프로틴 바 등 다양한 제품을 눌 수 있습니다.”
‘그만해, 씨바…’
처참한 내 표정과는 반대로, 박건혁 팀장과 김윤석 본부장은 두 손에 깍지를 낀 채 초코바의 달콤한 맛을 음미하며 세상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조, 조은아. 너라도 이 오물 덩어리를 막아야…’
하아. 조은이도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초코바를 먹으며 무엇인가 깊이 고뇌하는 듯했다.
“구동 방식은 어떤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박건혁 팀장의 말에 김택준 팀장이 박스에서 한 기계 뭉치를 꺼냈다.
“이게 지금 보신 해피의 프로토타입에 들어가 있는 기계입니다. 말 그대로 일종의 총알 장전 시스템이라 보시면 됩니다. 4종류, 각각 초코바 3개씩이 들어가 있고요, 여기! 리볼버 권총의 실린더 약실처럼 장전된 초코바가 나오면 자동 장전되는 시스템입니다.”
하아, 저런 기술력이면 방위산업에 뛰어들 것이지 왜 강아지 인형 똥 누는 데에 투자를 한단 말인가.
그러나 여기 모인 이들은 단체로 뽕을 맞은 듯했다. 모두 감탄을 하며 그 기계를 쳐다보고 있었다.
김택준 팀장이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을 흘렸다.
“나머지 네 번째 칸에는 초코볼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항문, 아니 배출구가 열리고 염소 똥 쏟아지듯이 초코볼이 몇 개씩 나오는 것이죠.”
“재장전, 아니 초코바를 채워 넣는 것은 어렵지 않나요?”
“배의 지퍼를 열면 이렇게 아래의 판이 나옵니다. 밑에는 건전지, 위에는 초코바를 채우는 공간. 규격화가 되어 있어야 하므로 정해진 초코바만 넣어야 하죠. 그럼 당연히…”
“추가 매출 상승도 가능하겠군요. 초콜릿 제조 업체도, 우리도.”
“맞습니다.”
난 안 산다.
절대로 안 산다. 내가 싼 똥 따위, 아무리 달콤한 초코바라 한들 먹고 싶지 않았다. 일단 왜! 그것이 똥꼬로 배출되어야 하며 하필 초코바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상 최악의 아이디어, 이그노벨상은 맡아놓은 제품이었다.
여태 쌓아놓은 내 이미지, 아니 엄밀히 그것도 똥으로 쌓아온 것은 맞지만 그게 이렇게 음식으로 승화되어서는 안 될 것이었다. 식분증은 두찌만으로도 충분하단 말이다!
“저기, 초코바 하나 더 먹어도 될까요?”
아 조은아, 제발 좀! 식분증 생각하고 있는데!
“물론입니다. 해피, 렛츠 두 잇!”
– 지이이잉!
– 툭!
환장하겠네.
이 공간이 마치 이세계 같았다. 내가 보고 있는 이들이 정말로 최고의 크리에이터, 그런 이들을 관리하는 회사의 담당 팀장과 본부장이라니, 국내 굴지의 완구회사의 상품개발팀장이라니!
제발 이 말도 안 되는 오물 덩어리 사업을 멈춰!
“좋습니다. 생산 라인을 통해 대량 생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어떻게 될까요?”
“일단, 이 초코바 장전 기기를 조립할 수 있는 설비와 라인은 약 3개월 정도가 될 듯해요. 그 외에 몸체는 봉제 공정이기 때문에 원단과 사이즈만 확정된다면 1개월 안에도 가능합니다.”
“초코바는…”
“그것은 제가 해당 업체의 팀장 연락처를 드릴 테니 상의를 해 보시면 될 겁니다.”
무언가 매우 스피디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럼 지금이 1월 중순이니 규격과 디자인, 그 외 세부 기능까지 서로 이야기해서 정한다면 최소한 4개월이네요?”
“맞습니다.”
박건혁 팀장과 김택준 팀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윤석 본부장이 다이어리에 무엇인가를 메모하며 캘린더를 살펴보았다.
그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4월 중순으로 끝냅시다.”
“3개월 안에요?”
모두가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나 역시 어차피 제품으로 나오는 것이 확정된 듯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이 말도 안 되는 일정 당기기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홍보는 3월부터 들어가고 4월 중순부터 예약 판매 시작해야 해요. 왜 그런지 알아? 5월 5일 어린이날.”
“아!!!”
김택준 팀장이 박수를 쳤다. 김윤석 본부장이 씨익 웃었다.
“협의할 것은 최대한 빠르게, 담당 실무자들 추진력 있게 진행하도록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 밤을 새워서라도 라인을 만든다면 매출이 그 피로감을 씻겨 줄 테니까.”
“일단, 위에 보고하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대량 생산 시에 생산 원가와 예상하는 판매가격은 어떻게 됩니까?”
“생산 원가를 당장 상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각 부분의 상세 원가를 모두 공개하기는 어렵죠. 다만 대량 생산을 가정한다면 대략적으로 약 6만 원 선입니다. 기계설비 라인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윤을 붙인다면 소비자 가는 99,000원 정도가 가장 좋겠네요. 기본 초코바 세트까지.”
“뭐, 그렇게 되겠죠.”
비싸다! 강아지 인형, 똥 싸는 강아지 인형이 10만 원이라니! 내가 3만 원짜리 개인데!
“오케이, 추진합시다.”
그리고 조은이와 스튜디오 꿀잼, ㈜용실업 사이에 준비된 계약서 초안이 깔렸다. 그 안의 공백들을 서로 대화하며 채워나가는 가운데, 조은이와 나에겐 매출의 10%가 주어지게 되었다.
무언가 어마어마한 사업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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