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36
137. 꿀잼의 제안(1)
몸은 거의 완벽히 회복되었다.
나는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고 날씨가 풀린 날에는 근처의 근린공원에서 가볍게 뛰어보기도 했다. 물론 약간의 통증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내 움직임을 옭아맬 정도는 아니었다.
“해피야! 이리 와!”
1월의 마지막 주. 예년보다 훨씬 높은 기온인지라 햇살은 포근하기까지 했다. 나는 신나게 조은이의 박수 소리를 좇아 뛰었다.
“헥! 헥! 헥! 헥!”
조은이를 향해 펄쩍 뛰어오르던 그 순간, 공중에서 날 낚아챈 노파가 자신의 품 안에 꼬옥 껴안았다.
“아유, 우리 똥개. 우리 해피. 시커먼 ㅂㅇ도 떼니 얼마나 예뻐.”
“끼이잉…”
나는 귀와 꼬리를 축 늘어트린 채 노파의 품 안에서 고개를 숙였다.
“너무 세게 안지 마. 아직 위험할 수 있어! 그리고 ㅂㅇ, 아니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마. 해피가 싫어하잖아.”
‘네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싫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결국,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확실히 고환을 제거하면서 무언가 조금은 얌전해지고 분노도 가라앉았다.
예전이었다면 아까 노파가 자신의 품 안에 껴안는 순간 발버둥을 쳤을 텐데, 그냥 껴안나보다, 하고 포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순한 강아지가 되어간다.’
하아…
***
나는 가만히 몸이 낫기만 기다리며 똥첨자들의 사연에 답만 싸고 있지는 않았다.
적어도 내 스스로 내가 가진 스킬을 더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무엇이든지 익숙해지면 관심은 식게 되어있다.
지금 내게 쏠린 관심이 최고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아까 근린공원에서 뛸 때도 공원에 온 모두가 나를 알아봤다. 인터넷 스타, 동영상 채널의 스타를 넘어서 ‘세상에 이런 뭣 같은 일이’와 ‘열려라! 동물 환장’이라는 유명한 프로에 연달아 나온 데다, 범인을 잡았다고 뉴스에까지 소개되었으니 못 알아보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남녀노소 모두 ‘어! 해피다’하며 나를 가리켰고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제는 정말로 예전과 비교가 안 될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더더욱이 애가 탔다. 똥으로 글씨 한두 자를 쓰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것을 더욱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과 연구를 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양.
두 자를 넘어야 했고, 받침이 들어가는 것도 고려해야 했다. 영어를 쓴다면 또 얼마나 좋을 것인가?
내게 쏟아진 다양한 선물 중 압도적인 양을 자랑하는 것은 역시 사료였다.
죽을 때까지 사료를 보내준다는, 이쪽의 입장이나 생각은 전혀 고려치 않은 말표 사료 외에도 ‘지쟈스’, ‘머슬펫’, ‘네이쳐테스티’, ‘Hells치킨’ 등 아주 고급스럽고 맛뿐만 아니라 건강, 영양에도 신경 쓴 사료들이 어마어마했다. 작은 포장으로 된 샘플용 사료도 몇 박스나 있어 조만간 인근의 유기견 보호시설에 기부도 할 예정이었다.
다행히 조은이는 샘플용 사료부터 골고루 내 그릇에 담아주었고, 나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먹으며 내 뱃속에 얼마나 양질의 똥, 정확히 말하자면 글씨를 싸기 좋은 점도를 자랑하는 똥이 나오는가를 평가했다.
그리고 불행히도… 역시 말표 사료만 한 것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더럽게도 까끌거리고 딱딱하고 맛도 없는 대용량 포대 사료가 물을 만나고 몸의 빠른 움직임이 더해졌을 때 생성되는 것이 가장 글을 싸기에 좋았다.
원재료를 골랐다면 다음 차례는 양이었다.
양이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많이 뛰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지금 억지로 노파가 어디에선가 주워 온 좋은 글이 가득 실린 책자를 물고 조은이 앞으로 다가갔다.
“응? 해피야, 왜?”
“왈! 왈!”
내가 내려놓은 책을 집어 든 조은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어서 따라오라는 듯 조은이를 향해 짖곤 거실로 갔다.
잔뜩 먹었다. 어마어마하게 잔뜩 먹었다. 물도 가득 먹고 신나게 뛰었다.
잘 조절하면 될 것이다. 여태 쌀 생각도 안 했던 긴 문구.
“해피야, 똥 싸게? 그런데 이 책은 왜?”
“왈!”
‘지켜봐!’
나는 엉거주춤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최대한 구멍을 살짝 열고 뒤뚱거리며 엉덩이를 내밀었다.
순간, 로봇 인형 해피의 프로토타입이 초코바를 싸는 장면을 상상하다 똥을 터트릴 뻔했으나 간신히 참아낼 수 있었다. 잡념은 위험하다. 글을 쌀 땐 글에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 정신을 한곳에 모으면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겠는가! 잡념아 물러가라!’
– 삐지직!
“어머!”
나는 정신을 집중해 그 책의 제목을 한 자, 한 자 멋들어지게 싸 내려갔다.
[조은생각]해, 해냈다.
“해피야! 너, 세상에! 이렇게 긴 똥을! 아니, 글을!”
“왈! 왈!”
정말 장이 텅텅 빌 정도로 완벽하게 쌌다. 글씨의 크기는 작고, 너무 붙어 있어서 겹치기도 했지만 분명 ‘조은생각’이었다.
일부러 고른 책의 제목. 그리고 내가 조은이를 생각한다는 고백.
노파가 조은이의 난리법석에 안방에서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이, 이 똥개가 이젠 이렇게 긴 글도!”
“할머니, 진짜 봤지? 너무 대단해!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그러게다. 그럼…”
노파가 잠시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그리고 손에 들린 종이에…
‘귀생♡에리자베트’
“아왈왈왈왈! 아왈왈왈왈!”
“할머니!!!”
노파가 새빨개진 얼굴로 도망쳤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네. 일단 길이도 무리고.
***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1억 4,871만 9,810원. 스튜디오 꿀잼 스톡옵션 25,321주]지난번, 라방으로 나의 컴백홈을 찍었던 날의 수익이 들어왔다. 그리고 조은이의 2학년 1학기 등록금이 빠져나갔다.
조금씩 오르고 있는 자산, 아직 갈 길은 멀었지만 확실히 바닥이 다져진 듯했다.
실버 버튼 신청 메일이 이상 없이 접수되었으며 발송 완료했다는 답변도 도착했다. 발송까지 약 2주에서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 그것이 도착하면 또 언박싱 영상을 기념으로 올리면 될 것이었다.
3, 4자의 경우도 몇 번 더 연습하고 나니 이제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다. 먼저 많이 먹을 수 있도록 이전에 최대한 길게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고, 평상시보다 물도 더 많이 먹어야 했다. 그렇게 사료와 물을 먹고 충분히 뛰고 나면 약 30분 후 잉크, 아니, 쉽게 말해 똥이 배에 가득 차게 되는 것이었다.
– 사랑해요.
– 잘 자요.
– 내 꿈 꿔!
– 언제 와?
조은이가 웃으며 써 준 귀여운 문구들. 나는 그것에 맞춰 하루에 한 번씩 연습을 마쳤다.
그리고 처음으로 실전에 나서서 똥첨된 이의 사연에 답변을 다는 날이 왔다.
군대 입대를 앞두고 여자친구에게 조금만 참고 기다려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는 똥첨자를 위해, 나는 가득히 사료를 먹고 조은이가 써 준 답변을 싸기 시작했다.
‘기다려줘, 오케이!’
뒤뚱뒤뚱, 안절부절, 자리 잡고 엉덩이 쭈욱!
– 삐지직
[기다ㄹ..]헛!
똥이 모자라다! ‘기다’까지는 수월했는데 ‘려’에서 ‘ㄹ’을 너무나 크게 그려버렸다.
짧은 시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남은 똥은 끽해야 두, 세 번 획을 그으면 없을 양.
아아, 다시 똥꼬가 열린다! 제길!
[기다릿]하아, 하아… 간신히 ‘명령조’로 원하는 대답을 마칠 수 있었지만, 첫 실전이라 너무 떨려서 평범하게 마무리를 한 게 아쉬웠다. 나는 다시금 최선을 다해 장 안의 모든 잔변을 끌어모았다.
[기다릿!]느낌표까지! 이러면 딱, 군기 바짝 든 군인 느낌 나잖아, 헤헤헤. 내 임기응‘변’이 어떠냐!
나는 씨익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걸 찍는 조은이가 입이 벌어진 채 날 쳐다보고 있었다. ‘기다려줘’를 ‘기다릿!’으로 바꾼 내 기지에 깜짝 놀란 듯했다. 아니, 엄밀히 따진다면 기지에 놀란 것이 아니라…
“해피야, 너 한글 아는 것 아냐?”
‘아… 앞서갔네.’
조은이는 무언가 확신을 가진 듯했다. 하긴, 내가 여태 해 온 것도 기적인데 이제는 흉내 내는 척을 넘어 이렇게 변형까지 해대니 놀랄 만했다.
‘그냥 사료 먹고 이어서 쌀 걸 그랬나. 괜히 나섰나…’
“해피야, 너 이럴 때마다 정말 사람 같아!”
‘위험한데?’
나는 어떻게 할까 하다가 바로 치트키를 썼다.
‘이럴 땐 미친 짓이지!’
내가 싼 똥 위에 뛰어들어 눈물을 머금고 온몸을 비틀며 똥을 몸에 처바르는 치트키.
조은이의 비명 소리에 뛰어나온 노파가 내 똥꼬쇼를 보며 고함을 질렀다.
“요 똥개가 ㅂㅇ만 뗀 게 아니라 정신머리도 떼어버렸나 보네! 적당히 좀 미쳐라!”
노파가 서둘러 효자손을 찾으러 간 사이, 나는 재빨리 똥투성이 변데렐라가 되어 화장실로 도망쳤다. 뒤따라온 조은이가 한숨을 쉬며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어휴, 해피야!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끼이이잉, 낑!”
“아니, 갑자기 똥을 싸고 온몸에 묻히는 게 어디 있어! 설마, 스트레스 받는 거야?”
나는 필사적으로 아니라고 고개를 돌렸다. 사방으로 똥물이 튀어 조은이가 더 크게 비명을 질렀다.
결국, 나는 그날 밤 ‘기다려줘’를 다시 써야 했다.
***
[Animals Got Talent – Korea]조은이와 내 앞에 놓인 브로슈어.
2월 초의 어느 날.
박건혁 팀장이 우리에게 내민 것이었다.
“쉽게 말해 동물들의 장기자랑이에요. 아시다시피 엄청 오래된 대회이고 이번에 첫 한국 대회가 열려요.”
“아, 네에…”
“나가셔야죠?”
“네?”
조은이와 나는 당황했다.
내가 똥으로 글씨를 싼다는 것이야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것이 이런 대회에 나갈 정도의 재능일까? 나와 조은이는 멍하니 박건혁 팀장을 쳐다보았다.
그런 우리의 소리 없는 물음에 박건혁 팀장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대답했다.
“충분히 우승할 만해요.”
“해피가요?”
“그럼요. 우승까지 안 가더라도 이미 인지도도 있고 인기도 있어서 굉장한 주목을 받을 겁니다. 마침 시기도 해피 초코똥 로봇 1호기, 아 제멋대로 지은 것이긴 합니다만 여하간 그 출시와 맞물릴 수 있어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서요. 지금 준비해서 올리는 것도 조금 벅차거든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조은이는 꾸준히 SNS로 소통을 하며 내 콘텐츠를 올리고 있었다. 내 이야기 외에도 자신의 콘텐츠도 올려야 했고, 실버 버튼을 넘어 이제 벌써 16만이 넘는 구독자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이들처럼 합방 등을 자주 하지 않는 가운데에서 스스로의 힘만으로 이만치나 온 것은 정말 힘든 일이긴 했다.
“일단 우승 상금이 1억입니다. 이건 소속사가 나누어 가지는 것이 아닌, 순전히 조은 님의 참가 의지에 따른 것입니다. 다만 우리는 그 대회에 지원하고, 준비하고, 나가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는 콘텐츠라 보거든요.”
여전히 빈틈이 없고 냉철했다.
언제나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고 같이 기뻐해 주고 슬퍼해 주기는 했지만, 크리에이터의 홍보나 이슈를 위해서는 철두철미하게 몰아붙이는 스타일이었다.
그나저나, 상금이 1억?
그리고 그다음 말.
“최종 결승, 즉 1위와 2위에 오른 이들은 미국에서 열리는 ‘Animals Got Talent – World’ 편에 한국 대표로 나갑니다. 그 대회의 1등 상금은 100만 달러, 즉 12억 원이에요.”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1억 4,803만 3,920원. 스튜디오 꿀잼 스톡옵션 25,321주]한국 대회 상금이 1억, 세계 대회 상금은 12억…
어쩌면, 정말로 목표액의 절반을 채울 수 있을지도.
그럼 해야지. 이미 죽다 살아났는데 못할 게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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