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44
145. 예선(4)
차갑게 얼어붙은 강당 안.
다음 조가 나왔다.
사실 너무나 뻔했다. 이미 다른 영상에서 본 익숙한 자랑이 이어졌다.
앵무새가 ‘셋’을 보곤 날아올라 3이 써진 카드를 물고 왔다. 그 앵무새는 10까지 인식했다. 조은이의 옆에 앉아있던 여성이 폴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숙였다.
앵무새 참가자가 떨어지고 난 후에는 한 청년이 카멜레온을 데리고 올라왔다.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케이지에서 조심히 카멜레온을 꺼낸 청년은 긴장한 표정으로 테이블 앞에 서서 뒤를 돌았다.
한쪽 손에는 밀웜, 한쪽 손에는 플라스틱 구슬을 쥔 채 다시 돌아선 그는 카멜레온 앞에 두 주먹을 내밀었다.
카멜레온은 잠시 고민하다 밀웜을 쥐고 있는 주먹으로 긴 혓바닥을 뻗어 찰싹 때렸다. 청년이 손바닥을 펴자 카멜레온이 다시 혓바닥을 뻗어 밀웜을 맛있게 먹었다.
“흐음…”
“음…”
심사위원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나 역시도 ‘저게 대단한가’ 싶었다.
그러나 반복된 행동. 무려 10번 중 10번을 모두 밀웜을 쥔 주먹을 맞혔다. 심사위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우연이 아니었다. 청년의 얼굴에 승리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때 심사위원 중 대형 동물원의 사육사가 입을 열었다.
“먹이의 냄새와 기척 때문입니다. 그저, 그것을 고를 뿐이에요.”
사내의 표정이 굳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사육사가 자신의 뒤에 놓인 통에서 귀뚜라미 한 마리를 꺼내 손에 쥐었다. 그리고 청년에게 밀웜을 달라고 한 후 다른 손에 쥐었다.
사육사가 앞으로 두 주먹을 내밀자 카멜레온은 잽싸게 귀뚜라미 쪽으로 혀를 쭈욱 내밀었다.
“밀웜보다는 귀뚜라미를 더 좋아하거든요. 활동성도 뛰어나니 싱싱하고, 냄새도 더 진해서 귀뚜라미를 고를 수밖에요.”
심사위원의 말에 신도엽 MC가 물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재능이 아니라 본능에 가깝다는?”
“가까운 게 아니라 그냥 본능입니다.”
“아아, 안타깝네요.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다음에 등장한 것은 다른 앵무새였다. 그러나 그 앵무새는 진심으로 모두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참가자의 몸에 달라붙어 부리와 발을 이용해서 모든 단추를 풀었다.
“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채우기도 해요. 초록아, 단추 채워!”
가벼운 명령과 함께 참가자가 아랫단추 하나를 채우자 앵무새는 그것을 따라 아래로부터 단추를 모두 채워나갔다.
생각지도 못한 묘기에 모두 탄성을 내지르는 가운데, 이번엔 참가자가 점퍼를 입고 지퍼를 채웠다. 그러자 앵무새는 그 지퍼를 물고 아래로 끝까지 내렸다.
“연습을 시키신 건가요?”
“아니요, 그냥 언제나 새장 앞에서 옷을 갈아입거나 하니까. 계속 신기하게 봤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집에서 핸들링하며 먹이를 주는데 제 셔츠의 단추를 모두 풀더라고요.”
“혹시 다른 사람 것도 가능한가요?”
“네, 물론이죠.”
참가자의 말에 마침 의사 가운을 입고 있던 수의사가 일어섰다. 참가자가 앞으로 가서 ‘초록아, 단추 풀러!’하고 외치자 앵무새는 하얀 가운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었다.
“아! 제가 지금 바지 지퍼가 내려간 듯한데, 이건 어떻게…!”
역시나 요망한 드립의 선구자인 신도엽 MC의 농담에 강당이 웃음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심사 결과, 네 개의 동그라미 팻말이 올랐다. 첫 본선 진출자가 나오자 강당이 환호로 뒤덮였다.
무려 60번까지 진행되는 동안, 본선 진출자는 단 두 명이었다. 아까의 앵무새와 수십 개의 종소리 중에서 딱 자신의 목에 매달렸던 종소리를 맞추고 ‘음메~!’하고 우는 젖소까지.
그 젖소는 심지어 핸드벨이 연주되는 가운데서도 자신의 목에 달렸던 종이 음을 내면 ‘음메~!’하고 울어 모두의 탄성을 자아냈다.
70번대도 모두 탈락하고, 80번대에서는 쌓여있는 여러 종류의 나무 블록들을 크기별로 귀신처럼 분리해 내는 고양이가 통과했다. 라면 박스 1개 분량에 담긴 3종류의 블록을 전부 따로 모으는 데에 걸린 시간은 10여 분이었다. 앞발과 입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 모습은 자체만으로도 꽤나 흥미진진했다. 기술이 기술인지라, 정해진 1분이 훌쩍 넘었어도 심사위원들은 기다려주며 완벽한 마무리를 응원했다.
“평소에 몇 종류까지 가능했어요?”
“다섯 종류는 가능했어요.”
“그럼 본선에서도 그렇게 보여줄 수 있나요?”
“여섯 종류까지 도전해보겠습니다!”
세 개의 동그라미 팻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90번대에는 점례가 포함되어 있었다. 마침 점례의 순서 바로 앞에서 주인이 친 실로폰의 소리를 그대로 기억했다가 똑같이 입으로 채를 물고 그 음을 친 강아지가 (심지어 단음뿐만 아니라 도미솔도의 네 음까지 연이어 따라 쳤다!) 합격을 한지라, 긴장감이 더 커졌을 것이었다.
간신히 심사위원 앞에 선 점례가 자신의 소개와 채널명을 말하곤 앞에 명품 쇼핑백을 늘어놓았다.
“샤넬아! 루이빅똥!”
샤넬이가 “꺄잉!”하며 뛰어가더니 루이빅똥 쇼핑백을 물고 왔다.
“샤넬아! 입술로랑!”
“꺄잉!”
하아… 정말로 자기에게 딱 맞는 수준의 장기다. 오히려 발발거리면서 뛰어다니는 샤넬이가 불쌍할 따름이었다.
그때, 세 번째로 ‘에로메스’를 물고 뛰어오던 샤넬이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나는 슬픈 눈으로 샤넬이를 쳐다보며 다리를 쩍 벌린 채 마지막 에어키스를 보냈다.
“뀽♥”
“꺄이이이이이이잉!!!!!!”
순간 샤넬이는 에로메스 쇼핑백을 놓치고 슬피 울부짖으며 강당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혼비백산한 점례가 재빨리 뛰어나가려다 그래도 명품 쇼핑백이라고 빈 쇼핑백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개부터 빨리 챙겨요! 눈에 아주 커다란 슬픔이 차 있던데!”
보다 못한 강형우 훈련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꿋꿋하게 쇼핑백을 모두 주워든 점례가 그제야 ‘샤넬아!’하고 뛰어나갔다.
‘방송 망했네. 쯧쯧…’
100명까지 모두 심사를 마친 가운데 약 30분의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절반의 심사자 중에서 본선에 진출한 것은 단 네 팀.
그만큼 후반부의 팀들은 조금은 더 확률이 올라갔다 싶었다.
생각 외로 엄격한 심사와 혹독한 결과 때문인지, 쉬는 시간에도 곳곳에서 연습이 이어졌다. 심지어는 새로운 것을 고안하느라 반려동물과 우왕좌왕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어떻게 봤어요? 조은 님은?”
어느새 이쪽으로 다가온 걸덕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조은이에게 지금까지의 감상평을 물었다.
“아아, 엄청 힘들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뭐랄까, 심사위원분들의 평가가 날카로워요.”
“그래도 해피는 붙을 것 같은데요?”
“그럴까요?”
“전 처음에 1번부터 10번까지 줄줄이 떨어지는 것 보고 바로 마음 비웠어요. 하하하하!”
걸덕이가 웃으며 두찌를 쓰다듬었다. 분명 가자마자 큰 소리로 자신의 소개를 하고 들썩 댄스를 추겠지.
곧이어 다시 예선 심사를 시작한다는 방송이 나오고 걸덕이는 자리로 돌아갔다.
이후 이어진 심사, 걸덕이의 앞 조까지 합격자는 겨우 한 팀이었다. 그 어떤 굵기의 봉에도 몸을 칭칭 감아 고정하는 커다란 애완뱀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참가자의 팔에도, 허벅지에도 빈틈 하나 없이, 바늘 하나 안 들어갈 정도로 몸을 휘어감은 채 자리를 잡은 그 뱀은 참가자가 조심스레 파이프를 가져와 들자 냉큼 그 파이프를 휘어감아 몸을 고정시켰다. 한번 고정시킨 몸은 여간해서 떨어지지 않았다. 참가자가 뱀을 안정시키는 가운데, 강형우 훈련사와 수의사가 안간힘을 써도 뱀의 몸을 한 바퀴도 풀지 못했다.
“가장 멋진 점은 완벽하게 참가자분과 교감을 하고 있다는 것이네요.”
동물원 사육사가 박수를 치며 감상평을 전했다.
“뱀이 몸을 감는 특성을 가진 것은 사실이죠. 다만 놀란 점이, 다른 이가 자신의 몸을 풀려 하면 경계를 하고 방어기제로 공격을 하기 마련인데, 참가자의 눈과 손길을 느끼며 가만히 있는다는 것. 이건 그만큼 참가자로부터 이것이 안전한 놀이라는 걸 믿고 받아들인다는 것이죠. 정말 감탄했습니다.”
네 개의 동그라미 팻말.
그다음 조가 줄줄이 떨어지는 가운데, 걸덕이 차례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스튜디오 꿀잼 출신의, 반려견 크리에이터 김로이입니다. ‘로이와 두찌’ 채널을 운영하며 다양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당하게 자신의 소개를 하는 걸덕이의 허리춤에 매달린 하트 풍선이 경박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윽고 걸덕이가 미리 준비한 음악을 스태프가 틀어주는 가운데, 걸덕이는 두찌의 허리에 아담한 사이즈의 훌라후프를 끼웠다. 그리고 자신도 훌라후프를 낀 후 신나게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찌는 연달아 두, 세 개도 돌리지 못한 채 지쳐서 바닥에 퍼질러 누웠다. 참가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심사위원들이 어이가 없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걸덕이가 재빨리 태세를 전환했다.
“자아! 여기서 안 출 수 없죠! 댄스 댄스!”
그 말과 함께 정말 눈 뜨고 못 볼 정도의 추잡스러운 허리 놀림이 이어졌다. 퍼질러서 숨을 헐떡이던 두찌가 음악을 듣곤 그 상태로 허리만 들썩이며 해괴망측한 춤을 추었다.
“음악 꺼요! 음악 꺼! 그건 나랑 같이 나중에 추고!”
신도엽 MC의 당황스러운 제지에 음악이 꺼지고, 걸덕이는 엑스 다섯 개를 받은 채 인사를 꾸벅하며 들어갔다.
진짜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이윽고 걸덕이 조가 끝나고 그다음 조도 끝난 뒤, 조은이가 속한 조가 앞으로 나왔다.
“저기, 제가 준비한 음악이 여기 있거든요? 이따가 시작할 때 틀어주시고, 제가 끝났다고 신호 보내드리면 바로 꺼주시면 돼요.”
조은이가 재빨리 스태프에게 USB를 건넸다.
그리고 조은이의 앞에 자리한 참가자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폴리와 폴리의 주인도 동그라미 팻말을 하나밖에 얻지 못한 채 무대를 내려갔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 차례!
“안녕하세요! 저는 해피와 함께 ‘조은&해피 Story’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안조은입니다. 얘는 안해피고요.”
“왈! 왈!”
“어어어! 저, 저 학생!”
신도엽 MC가 나를 가리켰다. 조은이와 내가 ‘열려라! 동물 환장’에 최근에 나왔으니, 알아보는 것이 당연했다. 그뿐만 아니라 강형우 훈련사도, 그 옆의 의사도 전부 우리를 가리키며 웃었다.
“저기 말이야, 해피 ㅂㅇ 내가 뗐어.”
그 말에 심사위원뿐만 아니라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내가 실려 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진 상태였는지, 그리고 내가 범인을 어떻게 잡았는지 의사가 이야기하자, 순식간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아아, 대단한 강아지예요. 방송에서 봤을 때도 굉장한 무기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걸까요?”
조은이가 음악을 틀어달라고 스태프에게 손짓을 보냈다.
전자 비트와 기타, 드럼이 어우러진 가운데 담백한 목소리로 유명한 한 가수의 대표곡이 흘러나왔다.
–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지. 으음~ 알게 되지.
멋진 가사, 신나는 리듬. 모두가 저절로 박수를 쳤다. 심사위원들도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치며 몸을 흔들었다. 나도 그에 맞춰 몸을 들썩이며 리듬을 타면서 숙성된 똥의 배출을 준비했다.
조은이가 기다란 종이를 천천히 펼쳤다.
– 어느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신호가 왔다!
– 누가 뭐래도~!
“워우우우우~!!!”
나는 흥에 겨워 저도 모르게 노래에 맞춰 늑대처럼 하울링을 넣었다. 종이를 펼친 조은이가 깜짝 놀라 나를 쳐다봤다.
[□□이 □보다 아름다워]조은이가 준비한 기다란 종이. 그리고 네모에 흐릿하게 인쇄된 사람 일러스트와 장미꽃 사진.
시원하게 음악의 하이라이트가 터져 나왔다.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그리고 나는 그에 맞춰 빈칸에 ‘사람’과 ‘꽃’을 똥으로 연이어 싸 채워 넣었다.
강당에 경악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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