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51
152. 가자, 본선으로(3)
실수해서 밀려나 달라니!
다른 것은 몰라도, 2등까지 미국 결선에 갈 수 있던 것이 이번부터 1등 한 팀으로 줄어들었단 말이다! 어떻게 이 상황에서 양보할 수 있는가. 당장 나부터도 힘들어 죽겠는데!
“그, 그건 좀 곤란한데. 나, 사실 아직 2억도 못 모았단 말이야.”
“그래? 2년 살짝 안 남았는데 2억도 못 모아? 그럼 뭐, 어차피 비전 없는 것 아냐? 될 사람 몰아줘야지. 안 그래?”
순간 열이 바짝 받은 나는 뭐라 말을 하려다 입을 서둘러 다물었다.
이놈에게 내 채널이 얼마나 상승 중인지, 내 해피콘과 초코똥 1호, 2호가 가져올 세기말급 충격이 어떤 것인지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또한, 지금까지 내가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범인도 잡고 주식 대회도 우승했는지, 그간 달려온 이력들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었다.
무엇을 이야기하건 내 눈앞의 이 환생자는 진지하게 듣지도 않을 것이고, 듣는다고 하더라도 훼방을 놓거나 자기가 뺏어갈 생각만 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너무나 잘 안다. 이런 부류들을.
내가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자 로디는 이를 드러냈다.
“어차피 네놈은 절대로 우승 못 해. 네가 싼 글씨를 봤거든? 물론 전체 퍼포먼스는 못 봤지만 적어도 네 그런 글씨 정도라면 내가 반드시 이겨.”
“해, 해 봐야 알지! 네가 내 퍼포먼스를 보고서도 그렇게 말하는지 지켜볼 거야. 어차피 결과는 우리가 내는 게 아니야. 심사위원들이 내는 거지!”
나는 크게 소리쳤다. 내 ‘왈왈’ 소리를 들은 조은이와 로디의 주인인 하연이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해피야, 으르렁대면 안 돼요. 예쁜 친구잖아.”
“로디야, 친하게 지내야지. 니 와이라는데, 갑자기?”
강아지들을 붙여놓다 보면 흔히 일어나는 일이었다. 조은이와 하연이는 나와 로디를 살짝 떨어트려 놓았다.
“야, 내가 분명 말했지? 이번에 네가 양보 좀 하라고. 내가 사람 되면 너 안 잊을게, 응? 일단 사람 되면 네가 놓친 우승상금 1억? 내가 찾아가서 네 주인에게 그냥 꽂아줄 수도 있어. 오케이?”
“웃기지 마. 그냥, 그냥 열심히 할 뿐이야! 자신 있다면서, 왜 쪼, 쫄리냐! 붙어보자고. 네가 준비한 것을 최대한 풀어봐, 나도 그럴 테니까!”
나는 터질 것 같은 가슴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로디의 제안을 거부하고 승부를 보자고 외쳤다.
그때 조은이와 하연이가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언니야, 언니야는 몇 번인데요?”
“응? 29번. 하연이는?”
“저는 28번이요. 우와, 내 다음이시네예?”
기가 막힌 순서였다. 내가 잘한다면 바로 이전의 로디의 퍼포먼스를 지워버릴 수도 있었다.
“그럼, 이따가 대회장 안에서 봐요!”
하연이는 손을 흔들며 한쪽으로 사라져갔다. 그 뒤를 따라가며 로디가 나를 향해 다시 이빨을 드러내 보였다.
“이따 보자고.”
***
드디어 완전히 준비가 끝났다. 시작 20분 전이니 모두 안으로 들어와 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여기저기 스태프들이 뛰어다녔고, 걸덕이는 꿀잼의 카메라를 향해 주변의 풍경을 소개하면서 오늘 스튜디오 꿀잼의 대표로 나선 조은이를 응원해달라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떠, 떨린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본선 때문만은 아니었다. 역시 아까 로디의 그 말 때문이었다. 무언가 강한 거부감과 함께 경계심이 들었다.
“끼이이잉…”
내 겁먹은 소리를 들은 조은이가 괜찮다는 듯 날 안아 들었다.
“왜 그래, 해피야. 긴장돼? 아냐, 잘할 수 있어. 잘 못 해도 어때?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얼마나 큰 성과인데.”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모든 부분에서 긍정적인 조은이, 그리고 애당초 걱정이란 존재하지 않고 본능(영업력과 껄떡임)만 남은 걸덕이에 비하면, 난 정말로 음침할 정도로 조용하게 살아왔고 나서서 무얼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생이었다. 오히려 지금의 내 모습은 정말로 죽기 직전의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다시 돌아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분명 그 로디는 나 같은 이들의 위에서 군림하며 때리고, 괴롭히고, 빼앗아가며 살아온 이였다. 그런 이가 나를 ‘타깃’으로 선정한 것은 본능에 가까웠다.
저놈이라면 가지고 놀 만하다, 괴롭힐 만하다 싶은… 먹잇감을 찾는 본능. 반대로 먹잇감인 나에겐 저놈은 절대 이길 수 없다, 저놈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바로 알게 되는 본능.
‘하아, 하아, 하아…’
저번은 10팀 단위였지만 지금은 5팀 단위로 조가 짜였다. 그리고 강당 내부에 별도로 파티션이 세워졌다. 각 조마다 해당 파티션 공간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차례가 되면 나오는 형식이었다.
심사위원의 소개. 이전의 대공원 사육사가 빠지고 그 자리에 Animals Got Talent 본부의 본부장이 직접 방한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그의 소개와 인사말에 강당 안이 떠나갈 듯한 박수와 환호 소리로 가득 찼다.
멋진 음악과 함께 뒤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이전까지의 각 대회 영상들, 예전에 열렸던 세계 대회의 영상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오늘 대회, 아까 조은이가 했던 인터뷰와 내가 예선 무대에서 쌌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가 화면에 나타나고, 다른 예선 통과자들의 장면도 편집되어 나왔다.
“아아아, 진짜 시작되네? 어쩌면 좋아!”
“끼이잉!”
화려한 조명들 속에 강당을 가득 울리는 테마 음악과 영상들이 끝난 후, 스태프들이 참가자들을 각 조별 공간으로 밀어 넣었다. 크게 예민하거나 대형 동물의 경우 외부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으로 분리되었다.
“조은이 언니!”
“하연아!”
“와아, 진짜 긴장되네예.”
“그러게!”
로디가 씨익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재빨리 조은이의 다리 뒤로 몸을 피했다.
멀리서 카메라로 이쪽을 찍는 꿀잼의 직원. 걸덕이와 박건혁 팀장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조은이도 신나게 흔들며 인사를 했다.
그 뒤에 선 태권도 시범단과 망언 김극혐 선생도 우리 조가 시작될 때 즈음 무대 뒤 대기 공간으로 들어가 준비를 마칠 것이었다.
‘한다, 한다, 한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야, 마음 정했냐?”
“!!!”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온 로디가 아까처럼 얼굴 바로 앞에 바짝 붙어서 코를 킁킁댔다.
“오늘, 밀어주기로 약속한 거다?”
“시, 싫다니까!”
“내가 딱 견적 봤을 때, 오늘 너 아니면 내가 우승 각이거든? 적어도 네가 준비한 것이 얼마나 환상적인지는 몰라도, 여하간 전에 했던 것의 임팩트가 워낙 강해서 말이야. 물론 나도 그 이상을 준비했지만.”
“어쩌라고! 나는 내가 할 것만 할 거라고!”
내가 다시 으르렁대자 조은이가 서둘러 날 안아 들었다.
“해피가 엄청 긴장되나 보다. 로디는 자꾸 친구하자고 다가오는데.”
“원래 강아지들 다 그런다 아입니까. 언니야, 괜찮으니 해피 내려놓아예. 어차피 로디, 야도 누구 물거나 그런 아 아입니다. 저도 로디 이쪽으로 묶어놓을 게예.”
하연이의 말에 나를 안아 든 조은이가 조금은 민망했는지 천천히 구석에 가서 내려놓았다. 그리고 파티션 다리에 줄을 묶곤 그릇 두 개를 꺼내 말표 사료와 물을 담았다.
“이제 준비해야지, 우리 해피 맛나게 먹어?”
“와, 왈!”
나는 로디를 힐끔 쳐다보며 묵묵히 가득 쌓인 말표 사료를 먹었다. 오늘 쌀 명필, 명 단어를 생각한다면 부지런히 먹어야 했다.
로디도 대각선으로 떨어진 구석에서 이쪽을 노려보며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 외에 우리 조에는 새장 속의 앵무새가 1팀, 두꺼운 유리 케이지 안의 뱀이 1팀, 가방 안에 얌전히 들어가 있는 고양이가 1팀이었다.
동물들의 보호자들이 각자 인사를 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결국, 아래의 일은 그들이 알 수는 없었다. 다른 동물들도 알아챌 수 없었다.
오직 환생자인 우리 둘만이 서로를 알아채고 견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내 귀로 조은이와 하연이를 비롯한 다섯 명의 대화가 들려왔다.
“그래서 로디는 어떤 것 준비했는데요?”
“머, 다른 게 있겠는교? 연주죠. 예선도 연주로 통과했으니까요. 이번엔 합주를 할 거예요, 내랑요.”
“네에? 합주요?”
“엄청 노력했다니까요? 그런데 뭐꼬, 생각보다 너무 금방 따라와서 놀랐어요. 이번 대회 끝나고 저도 방송 시작해보려고요. 언니야, 많이 가르쳐 주이소.”
이제 바로 대회의 시작인지라 자신들이 준비한 것들을 바꾸거나 추가할 시간은 없었다. 조금은 자유롭게 서로의 반려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오늘 준비한 것들을 드러냈다.
“우리 보아는 엄청 단단한 것을 깰 거예요. 전에 파이프나 다른 데를 감아서 조였잖아요? 나중에 들었는데 그, 악력이라고 해야 하나? 꽉 쥐고 조이는 힘이 비슷한 크기의 뱀의 네다섯 배래요. 타고난 거죠.”
“와, 장난 아니다!”
“세 개 준비했어요. 가장 마지막 건 정말 놀라실걸요?”
정확하게는 아니어도 다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장기를 늘어놓으며 자랑을 하고 있었다.
다음은 조은이의 차례였다.
“저는 일단 태권도 시범단이 이번 본선 축하하는 퍼포먼스를 벌일 건데 해피가 거기의 마지막을 장식할 거예요. 그리고 서예가분이랑 같이 요즘 경기가 힘들고 안 좋은 일이 많은데 다 같이 힘내자는 의미로 해피와 함께…”
아니, 뭘 그렇게까지 디테일하게 이야기해!
그러나 그것을 들은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경악을 했다. 어떻게 보면 스튜디오 꿀잼의 기획력과 투자가 들어간 것이긴 했지만, 애당초 스케일의 크기가 달랐다.
“다른 국가들 영상을 보니 우승하려면 그 정도 기획을 하더라고요.”
“어머, 다른 나라 것들도 다 보셨어요?”
그 말에 조은이가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긁었다.
“아하하, 확실히 준비하려고… 떨어지더라도 엄청 화려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요.”
“이 언니 우승하시겠다. 와아…”
다들 조은이에게 응원과 덕담을 던지는 가운데, 그 말을 들은 로디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마 예선에서처럼 몇 가지 글씨를 똥으로 화려한 음악 속에 싸는 정도라 생각했을 것이었다. 어쨌거나 아까 연습할 때 로디가 본 것도 내가 싼 글자뿐이었으니까.
“너, 진짜 한 번만 져 주라. 응? 내가 사람이 되면 1억이 아니라 2억 줄게. 확실히 쏴 줄게.”
아까와는 다른,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
그러나 그 목소리 속에는 친절보단 나에 대한 경계와 더불어 무언가 음침한 속마음이 숨어있었다. 확실히 알아챌 수 있었다.
“싫어. 그럴 수 없어. 절대로!”
확신했다. 로디의 퍼포먼스보다 내가 준비한 것이 더 뛰어났다. 지금 로디는 이 기획을 들은 것만으로 자신의 패배를 직감하고 있었다.
“정말로, 응? 약속할게. 야! 난 정말로 사람이 되기 직전이라니까?”
그때 한 스태프가 ‘6조 나와서 최종 동의서 설명 듣고 체크하고 사인할게요!’라 말했다. 모두 저마다의 동물들을 안전하게 묶거나 가두어두고 스태프를 따라 파티션 공간을 나갔다.
순간, 나는 깨달았다.
절대 혼자 두지 말라는 것이 바로 이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음을.
로디가 씨익 웃으며 앞발 두 개를 모아 가슴에 매인 줄의 버튼을 눌러서 풀었다.
“야,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오늘, 양보 좀 하자.”
“시, 싫어!”
나는 재빨리 여기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러나 내가 묶인 줄은 고리형, 그것도 뒷목에 고리가 연결되어 있었다. 어떻게 해서도 풀 수 없었다.
“후회하지 마라. 난 분명 기회를 줬다.”
로디가 그 말을 끝으로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묶여있는 내게 달려들었다.
“깨애애애앵!”
나는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나와 로디가 서로 뒤섞여 으르렁대며 뒹굴었다. 그러나 로디의 공격은 매우 집요했다.
단 한 곳만을 노리고 있었다.
바로 내 앞다리. 일어서거나 걷지도 못할 정도로 만들기 위해.
그리고 내 비명과 으르렁대는 소리에 놀라 조은이와 나머지 참가자들, 스태프가 달려왔을 때…
난 뼈까지 드러날 정도로 왼쪽 발목을 물어뜯긴 채 울부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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