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52
153. 가자, 본선으로(4)
“해, 해피야!”
조은이가 비명을 지르며 나를 껴안았다. 하연이도 놀라서 얼른 로디를 안아 들었다. 입 안 가득 묻은 내 털과 살점을 ‘퉤’하고 뱉어낸 로디가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깨애앵, 깨애애앵!”
“해피야! 해피야! 세상에, 이 다리 좀 봐, 어떡해! 흐흐흑!”
조은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상황이 심각해 보였는지 멀리서 여기를 촬영하던 카메라맨과 걸덕이, 박건혁 팀장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어, 언니. 죄송해요. 분명 로디 묶었는데! 언니도 봤잖아요! 맞죠? 내, 로디 꽉 묶었는데!”
하연이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조은이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그런 사과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당장 대회를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다리를 크게 물려 피범벅이 된 것이 조은이에겐 충격인 것이었다.
“뭐, 뭐야! 해피 왜 이래요?”
걸덕이가 당황한 채 조은이와 날 쳐다봤다. 박건혁 팀장은 재빨리 몰려든 스태프들에게 수의사와 응급치료 시설이 준비되어있는지를 물었다.
당연히 내 ㅂㅇ을 뗀 의사가 심사위원이었기에 준비는 되어있었다. 나는 조은이의 품에 안긴 채 스태프의 안내로 임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깨애애앵, 깨애앵!”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선생님 모셔올게요!”
응급의약품과 간단한 외과적 장비들이 박스에 담겨 있었다. 그리고 간이침대와 책상 하나. 그야말로 살풍경한 모습이었다.
곧이어 바깥이 부산스러워지나 싶더니 의사가 서둘러 들어왔다.
“해피, 왜? 해피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해피가 물렸어요, 으흐흐흑.”
“어디 봅시다. 조심히, 조심히 여기 바구니에 내려놓아 보세요.”
“깨애애앵! 깨앵! 깨앵!”
나는 통증을 참지 못해 울부짖었다. 의사가 내 앞발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니, 어떤 개가 이렇게 세게 물었어요? 아주 잡아 뜯었네. 같은 데를 계속 물어뜯었어.”
“흐흐흑, 같은 조에 있던 포메라니안 강아지였어요.”
“보통 성깔 있는 놈이 아니네? 해피가 훨씬 큰데도 아주 악랄하게 물었네.”
의사는 재빨리 솜에 소독약을 적셔 내 상처를 닦은 후 지혈제와 파상풍, 광견병 주사를 연이어 놓았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깨애앵, 깨앵!”
“아프지? 아플 거야. 엄청 아플 게다. 그래도 참아야 해, 응?”
찢어진 살을 임시로 꿰맨 후, 연고와 함께 붕대가 칭칭 감겼다. 거의 깁스 수준으로 앞다리가 두꺼워졌다.
나는 다리를 바르르 떨며 계속 울었다. 그런 나를 꼭 껴안은 조은이가 의사가 내민 티슈를 받아들고 눈물을 닦았다.
같이 들어온 박건혁 팀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선생님, 혹시 죄송한데 이 정도 부상이면 대회는…”
“대회요?”
의사가 어이가 없다는 듯 박건혁 팀장을 쳐다보았다. 물론 박건혁 팀장도 일을 해야 했고 여기까지 오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엄청난 투자를 이끌어 낸 셈이었다.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수는 있었다.
나는 아파서 신음하는 와중에도 솔직히 그를 이해했다. 그의 눈에도 분명 안타까움과 슬픔이 가득 묻어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회 못 하죠. 지금 세워봐요. 해피 바로 앞발 딛지도 못할걸요?”
정확했다.
“못 해요, 진짜 못 해요. 빨리 들어가서 해피 입원시킬 거예요.”
그때 박건혁 팀장의 눈이 옆에 서 있던 스태프에게 향했다. 단순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어느 정도 지위가 있어 보이는 이였다. 나이는 박건혁 팀장과 또래로 보였다.
“그럼, 지금 해피를 문 강아지는 어떻게 됩니까? 그 강아지도 나가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박건혁 팀장의 말에 그 스태프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규정상에는 그런 것까지 나와 있지는 않아서요…”
“저기요, 말이 안 되잖아요? 다른 참가자의 개가 해피를 물어서 해피가 대회를 못 나가게 되었는데, 그 개는 멀쩡하게 나간다고요?”
“사인한 계약서와 조항에 따라서 일체 치료비 등은 협회에서 지원해드릴 수 있는데, 거기까지인 게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동물들 관리 부분에 대해서는 반려견주 분들이 직접 책임지셔야…”
“그러니까, 이쪽은 묶인 채 가만히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풀려서 뛰어든 건 상대방이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 아닙니까!”
“죄, 죄송합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 같네요. 그래도 이런 일로 본선까지 오른 참가자분을 강제로 탈락시킬 수는 없거든요.”
박건혁 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대회를 못 나간다?
내가?
여태 그렇게 준비했는데?
그리고 로디, 그 개자식은 대회를 나간다고?
왜,
왜 언제나 이런 식이지? 어째서 내 인생은 언제나 이런 식이냐고.
“왈! 아왈왈왈!”
나는 강하게 짖었다. 모두가 놀라서 나를 쳐다봤다.
방금 전까지 아파 죽는다고 낑낑대던 내가 분노에 가득 차 짖어대자 순식간에 임시 진료실이 조용해졌다.
그때, 그 침묵을 깨며 바깥에서 무대의 음악이 터져 나오고 사회자의 소개 멘트가 흘러나왔다.
[환영합니다! Animals Got Talent – Korea, 그 결선의 날이 다가왔습니다!]그리고 우레와 같은 함성, 박수 소리.
의사가 시계를 쳐다보았다. 빨리 들어가서 공식으로 심사위원을 소개할 때 올라가야 했고, 또 심사도 진행해야 했다. 스태프가 재빨리 문을 열었다.
“저는 올라가야 하니까, 일단 지금 한 것은 응급처치예요. 바로 큰 병원으로 가서 다시 설명받고 치료받아야 합니다. 잊지 마세요!”
의사는 서둘러 가운을 벗고 정장 재킷을 걸친 후 무대 뒤쪽으로 사라졌다.
“왈! 아왈왈왈! 왈!”
나는 강렬하게 외쳤다.
‘할래, 할 수 있어! 생각해 봐, 여기까지 와서 안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어?
좋은 추억? 내가 다치기 전이라면 좋은 추억으로 끝났겠지만, 내가 다친 상황에서 좋은 추억이란 이런 부상을 극복하고 우승하는 것 외엔 없어.’
내가 심하게 몸부림을 치자 조은이가 조심히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
왼쪽 앞발에서 전해지는 엄청난 고통.
하지만 아까 맞은 주사에 진통제 성분이 있었는지, 처음 물어뜯긴 채 이곳에 들려왔을 때보다는 확실히 덜 아팠다.
나는 이를 악물고 다리를 벌렸다. 앞발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버텨냈다.
그리고 아까운 똥을 싸기 시작했다.
[하자]그것을 본 조은이와 박건혁 팀장이 경악을 한 채 나를 쳐다보았다. 옆에 서 있던 스태프도 기절할 듯이 놀랐다.
어차피 내가 사람이란 것을 너희에게 설명할 시간도 없고 방법도 없어. 내가 이래봤자 너희는 너희의 생각과 기준으로 이것을 해석하겠지.
그렇다면 그냥 내가 말하는 것을 들어.
하자. 해야만 해.
적어도 그 비열한 자식이 우승하게끔 할 수는 없어.
여태 이 정도로 밝고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살아왔잖아? 그럼 끝까지 그렇게 살아볼 거야. 그러니,
지금 당장 나를 준비시켜줘.
***
스태프는 결국 조은이와 나의 참가를 허락했다.
단, 부상이 악화되어서 생기는 다른 어떤 문제에도 주최 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요구했다. 박건혁 팀장과 조은이가 떨리는 손으로 거기에 사인을 한 후, 급하게 마련된 뒤쪽의 독립된 자리로 안내되었다.
나는 멀리서 이미 시작되고 있는 1조의 심사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공포, 그 공포를 뚫고 나와버린 분노의 감정을 눈에 실어 아까까지 내가 있던 파티션 공간 안을 노려보았다.
거리가 꽤 있었던지라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 하연이의 품에 안긴 로디도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크르르릉…”
“해피야, 괜찮아? 그냥 가자, 응?”
“왈! 아왈왈!”
나는 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다리가 부러지더라도, 다시는 못 걷더라도 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끝마칠 참이었다.
어차피 내게는 이 빛나는 똥꼬만 있으면 된다. 똥꼬만.
그렇게 1조가 끝나고 2조, 3조가 끝났다.
누군가는 엄청난 호응을 받았고, 또 누군가는 연습했던 것이 무대에서 잘 되지 않았는지 울면서 반려묘를 안고 퇴장했다. 자신의 방울 소리를 기가 막히게 알아채던 젖소도 이번의 무대에서는 연달아 실수를 했다.
그리고 짧은 휴식 시간 후 이어진 4조와 5조의 심사.
“6조 분들 미리 앞으로 나와서 준비하실게요! 뒤에 계신 29번 안조은 님과 해피도 나와서 줄 서주세요!”
한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조은이는 나를 안은 채 뒤에서 앞으로 나왔다. 파티션을 빠져나오던 하연이가 로디를 안은 채 쭈뼛거리며 다가와 다시 한 번 ‘정말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요, 사고를 예상하지 못했던 내 책임도 있으니까. 계속 안고 다닐걸, 괜히 혼자 두었다가… 아!”
조은이도 도화선녀가 했던 충고를 뒤늦게 깨닫곤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하연이와 하연이의 품 안에 안긴 로디를 쳐다보았다.
“사, 살이 들어왔다는 게!”
그때,
갑자기 내 귀에서 ‘삐이이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것이 점점 커지더니 조은이의 말과 하연이의 말이 한없이 느리고 먹먹하게 들렸다.
이윽고 모두가 그 자리에 멈췄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정말로 모든 것이 마치 사진 속 풍경처럼 멈춰있었다.
여기서 멈춰있지 않은 것은 나, 그리고 마네킹같이 서 있는 하연의 품속, 로디뿐이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지?”
나는 당황해 소리쳤다. 로디가 그런 날 보며 으르렁댔다.
“야 이 새끼야, 너 지금 무슨 수작 부린 거야, 어?”
“난 몰라, 내가 한 게 아니야! 그리고 욕하지 마, 누군 욕 못 하는 줄 알아?”
“이 새끼가 쳐돌았네. 다른 발도 물어 뜯어줘? 내가 좋은 말로 할 때 나서지 말고 알아서 짜져 있으랬지. ㅆ발, 그 병신 발로 뛰려고? 그래, 뛰어 봐. 어디 제대로 걷기나 하겠어?”
그때 우리 둘은 순식간에 공포에 질렸다.
저기 서 있는 것.
검은 그것.
순간 시간을 정지시킨 것은 바로 저 검은 것이었다.
마치 미끄러지듯 이쪽으로 다가온 그것은 우리 사이에 섰다.
– 어이가 없네. 내가 만든 다른 게임에 이런 식으로 반칙을 해서 훼방을 놓다니.
“무슨 소리야! 네가 왜 나타났어! 아직 시간이 있잖아!”
로디가 겁에 질려서 울부짖었다. 그러나 검은 그것은 손가락으로 가만히 로디를 가리켰다.
– 너의 게임은 너의 게임, 그리고 이 계별욱의 게임은 계별욱의 게임. 난 각자의 게임을 즐겁게 구경 중이지. 그런데 그 각자의 게임이 이런 식으로 망가지는 것은 정말 싫거든. 너희는 최선을 다하면 돼. 다만, 그 최선에 있어 다른 게임을 진행하는 이의 행동을 침범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돼.
“난 최선을 다한 것뿐이야!”
로디의 필사적인 항변에 검은 그것이 차갑게 웃었다. 멈춰있는 주변의 모든 것에 서리가 내릴 듯한 차가운 웃음이었다.
– 넌 내 가장 큰 재미를 깼어. 그냥 깬 게 아니야. 넌 다른 게임의 주인공을 상대로 거짓말까지 저질렀지. 네게 남은 시간은 2년 5개월하고도 26일. 넌 게임을 시작한 지 겨우 반년밖에 되지 않았고, 네가 모아야 할 것은 계별욱과 같은 30억이야. 그리고 넌 지금까지 500만 원도 모으지 못했어.
나는 큰 충격에 빠졌다.
– 그런데 너는 여전히, 네가 살아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협박과 사기, 폭력으로 돈을 채울 생각만 한다. 네가 번 500만 원 중 300만 원도 네 스스로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뛰어들어 다치지도 않았는데 울부짖고 절뚝거리며 공갈을 친 것이잖아?
“그, 그래도 어떻게라도 벌면 된다고 그랬잖아!”
– 그것에 다른 게임 참가자를 방해하라는 것은 없었다. 아무래도 넌…
검은 그것이 씨익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미소였다.
– 여기에서 게임을 멈춰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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