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53
154. 가자, 본선으로(5)
“아, 안 돼! 안 돼!”
– 너는 날 매우 실망시키고 화나게 했다. 넌 32번 다시 개로 환생해야 하지만 그것조차 박탈한다. 바로, 이대로 지옥으로 끌려갈 것이다.
그리고 손가락을 뻗어 로디의 이마를 툭, 건드렸다.
“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로디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그 위로 한 사내의 영혼이 떠올랐다. 척 봐도 불량스럽기 그지없는 얼굴의 그 사내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강당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 멈춰진 공간. 그 누구도 이 사내의 비명을 듣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공중에 둥둥 뜬 채 소리를 질러대는 영혼을 바라보던 그것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아래턱이 땅에 닿을 정도로 기괴하게 벌어진 그 모습, 위아래로 솟아난 이빨은 마치 심해어와도 같이 길고 날카로웠다.
– 콰악!!!
순간 영혼의 상반신을 단번에 물어뜯어 삼킨 그것이, 맛이 꽤 좋은 듯 씨익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기절하기 직전까지 몰린 나는 아무런 소리도 못 낸 채 돌처럼 굳어있었다.
– 죄는 맛있어. 그래서 죄를 지으면 지을수록, 쌓으면 쌓을수록 우리 같은 ‘악마’에게는 그 이상 맛있을 수가 없거든. 기가 막히네.
곧이어 부들거리며 발버둥 치는 나머지 하반신까지 그것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입맛을 다시며 황홀한 표정을 짓던 그것이 날 쳐다보았다.
– 열심히 해보라고. 얼마 전에 양계산 쪽에서 실패한 이도 만났지? 그가 해준 충고도 잘 들었고? 염려 마, 나는 절대 내가 만든 게임에 들어와 일부러 방해하지 않아. 그저 순수하게 즐길 뿐이야.
“저, 정말…?”
– 그래, 그때 죽어가던 널 살린 후 꽤 오래간만이네. 뭔가 궁금한 게 있어? 네가 1년을 멋지게 버텨내고 2년째 도전 중이니 질문 두 가지에 진심으로 답해주지. 딱 두 가지. 이건 어마어마한 선물이야.
질문 두 가지!
나는 어떤 것을 질문해야 할지 재빠르게 생각했다.
‘어떤 걸 묻지? 내게 주어지는 보상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니면 성공했을 때 내가 떨어졌던 그 자리, 그 시간으로 되돌아가는 회귀를 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내가 무엇인가를 내어놓고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는 것인지?’
– 별로 시간이 없는데. 귀찮거든. 이런 곳에 계속 나와 있기가. 질문 없나?
“이, 있다! 있어! 아니, 있습니다!”
– 좋아. 그 자세.
나는 침착하게 숨을 가다듬은 후, 진짜 궁금한 것을 물었다.
“이 게임에서 성공한 이들이 있기는 합니까?”
– 의외의 질문이군. 겨우 그런 것으로 귀한 기회를 날리는 것인가? 그래도 대답은 해주지. 있어. 열 명 중 한 명 정도?
“여, 열 명 중 겨우 한 명이라니!”
– 이봐, 내가 게임을 하는 이유를 생각해 봐. 무조건 경주마가 지는 게임은 재미가 없어. 무조건 이겨도 그게 무슨 재미야? 정말 질 것 같은데 이겨내는 것. 그게 진짜 보는 나를 희열에 빠트린단 말이지.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것은 지금의 네가 증명하고 있어. 그리고 그 바보 같은 세인트버나드도 증명할 뻔했고.
그래, 그랬지.
– 이제 하나 더 남았다.
나는 정말로 알고 싶었던 질문을 꺼냈다.
“제가 얻게 되는 보상은 무엇입니까? 정말로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 대답해주지. 그건 구체적일 수 없다. 왜냐면 네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분명 달라질 수 있으니까. 지금 네가 원하는 것과 이 게임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원하는 것이 같다는 보장이 있느냐?
“아…!”
– 네가 돈을 원할 수도 있지만 회귀하는 시점에서는 돈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 그리고 네가 누군가를 원할 수도 있지만 회귀하는 시점에서는 그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어.
그리고 그것은 내 속을 완벽히 꿰뚫어 보는 듯 미소를 지었다.
– 예시를 구체적으로 들어주지. 잘 봐라, 네가 조은이를 원한다고 치자.
나는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뻔했다. 그러나 그것은 ‘뭘 새삼스럽게.’ 하며 피식 웃었다.
– 그런데 지금 네가 쌓아온 것은 모두 네가 해피로서 쌓아온 것이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지금 조은이가 널 사랑하고 아껴주는 것도 갑자기 이상한 능력이 생기고 자신의 말을 잘 알아듣고 그 이상으로 놀라운 일을 터트리는 것 때문이야.
“그, 그런가요?”
– 물론 조은이는 해피라는 개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다른 이들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깊은 애정을 보이고 있어. 하지만 지금 어떻게 포장해도 조은이가 사랑하는 것은 ‘반려견’으로서의 해피다.
“…”
반박의 여지는 없었다. 맞는 말이었다.
– 네가 인간이 된다면, 말 그대로 네 영혼이 떠나간 그 순간 해피는 원래의 바보 같은 믹스견으로 돌아갈 거야.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 그 순간, 해피로서 쌓아왔던 것과 진행하고 있던 모든 것이 사라질 거야.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사람 말을 알아듣고 똥으로 글씨도 쓰고 그 외 다양한 방법으로 날 어필해왔다. 그렇기에 스튜디오 꿀잼과 계약도 했고 동영상 채널도 운영하고 있었다. 이렇게 대회도 나올 수 있었다. 내 이름과 생김새로 이모티콘도 나오고 해피똥 1, 2호도 출시될 예정이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해피의 몸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루아침에 일반 강아지가 되어버린다면, 정말로 그동안 쌓아왔던 것과 진행하던 것들은 그대로 무너질 수도 있었다.
– 그것이 조은이에게 어떠한 타격이 될지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그래도 사실 상관은 없어. 이미 3년 동안의 네 존재로 조은이는 30억을 벌었으니 그게 보상이 될 테니까. 다만, 마치 친구 같았던 존재가 하루아침에 변해버린 것을 그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래도, 기존에 해피를 사랑해 왔으니까…”
– 그것과 이건 달라. 난 네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맞는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슬프게 중얼거렸다.
“네, 알 것 같아요.”
– 이제 대답은 끝났다. 그리고 방금 내가 대답해 준 게 어떤 것인지, 방금 내가 영혼을 소멸시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개를 통해 아주 짧게나마 느껴봐라.
그 말을 끝으로 검은 그것은 희미하게 사라져갔다. 그리고 완벽히 사라지자마자 다시 귀에서 ‘삐이이이’ 소리가 들려오면서 조은이와 하연이가 아주 느릿느릿하게 말을 하다 점점 빨라지고 원래의 속도를 되찾았다. 주변의 소음이 완벽하게 살아났다.
“사, 살이 들어왔다는 게!”
“살이요? 그게 먼데요?”
하연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나는 똑똑히 느꼈다. 하연이의 품 안에 안긴 로디에게서 아까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아주 평범한 포메라니안이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떠나갔다. 영혼이 떠나갔어! 저건, 그냥 일반적인 개야!’
그때 6조의 첫 번째 무대가 펼쳐졌다.
먼저 무대에 오른 참가자가 조심히 유리 케이지에서 뱀을 꺼냈다. 그리곤 미리 준비한 것들을 꺼냈다. 가장 먼저 맥주 페트병이었다.
– 우지지직!
전에는 기둥에 똬리를 틀었던 뱀이 이번엔 그 강한 힘으로 페트병을 완벽하게 찌그러트렸다. 참가자들과 관객들, 스태프들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다음엔 양철 페인트 통. 원통형의 페인트 통도 보기 흉하게 찌그러졌다.
그리고 세 번째는 타조알이었다.
“아아아, 이것은 힘들 것 같은데요?”
“치는 게 아니라 압력으로 부순다고요? 고릴라나 오랑우탄 정도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타조알의 경도가 진짜 만만치 않은데요?”
신도엽 MC와 다른 심사위원들이 저마다 놀라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심지어 타조알은 혹여나 알이 깨지며 뱀에게 상처를 입힐까, 투명 테이프로 돌돌 감겨 있었다.
그러나 뱀은 잠시 후 그것도 우지끈 부러트렸다. 장내가 환호로 가득 찼다.
모든 심사위원이 놀랐다고 한마디씩 하는 가운데, 협회에서 온 본부장이 묵직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Well, this performance was very impressive. However, this snake is just a snake that can exert the power which snakes originally possess stronger, and I couldn’t find any other special talents that are hard to find in most snakes. (지금 보여준 퍼포먼스는 매우 놀랍습니다. 하지만 동물이 원래 가지고 있는 힘이 더욱 강한 정도이지, 별도로 다른 뱀에게서 보기 힘든 어떤 독창적인 것을 기대할 수는 없었군요.)”
옆의 통역사가 그 말을 전했다.
맞는 말이었다. 다른 심사위원도, 참가자와 관객들도 본부장의 말을 듣고는 수긍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힘없이 보아를 유리 케이지에 넣은 참가자가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그다음 참가자도 그다지 큰 충격을 주지 못한 채 내려왔다.
“와, 와이라노? 니 갑자기 와이라는데? 로디야, 로디야!”
하연이가 당황해 로디를 안고 발을 동동 굴렀다. 로디는 많은 이들이 모여든 자리와 마이크에서 울리는 커다란 소리, 그리고 수많은 동물들을 보며 눈에 띄게 불안해하고 있었다.
“다음 참가자분! 경상도 예선 우승자, 민하연 님과 로디입니다!”
스태프가 하연이가 미리 전달해 놓은 작은 키보드와 의자 하나, 탁자 하나를 준비했다. 뒤의 대형 스크린에서 경남 예선에서의 로디의 장면이 흘러나왔다.
나는 검은 그것이 말했던 것을 완벽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저 평범해진 로디. 그런 로디가 여기까지 올라온 자신의 주인을 완벽하게 무너트리고 있었다. 간신히 발버둥 치는 로디를 안고 무대 위에 올라온 하연이는 의자에 앉아, 조심스레 건반에 바짝 붙인 탁자 앞에 로디를 내려놓았다.
그러나 로디는 그대로 탁자에서 뛰어내려 ‘왕! 왕!’ 짖으며 무대 구석진 곳으로 도망쳤다. 얼굴이 새빨개진 하연이가 ‘로디, 이리 온나!’ 하고 몇 번을 불렀으나 로디는 절대 무대 한가운데로 오지 않았다.
결국 하연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로디를 안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탁자 위에 놓았다.
“자아, 우리 로디. 잘할 수 있지? 언니야 치는 것 잘 맞춰 주라.”
하연이가 천천히 로디의 앞발 두 개를 키보드 앞으로 놓았다.
“아아, 합주인가요?”
“전에 보여주었던 동요 연주도 진짜 깜짝 놀랐는데, 합주라고요?”
그러나 로디는 그 자리에서 다시 벌떡 일어났다. 앞발에 눌린 키보드 건반이 ‘디리링♪’하고 불협화음을 냈다.
– 풀쩍!
다시 뛰어 내려간 로디는 이번엔 아예 무대 뒤를 향해 뛰어가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하연이는 눈에 눈물이 가득한 채 일어나 인사를 하고 그대로 무대를 내려왔다.
실격이었다.
침묵에 빠진 무대.
분위기를 되살리고자 신도엽 MC가 입을 열었다.
“원래, 아주 잘 하다가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둘러싸이고 하다 보면 긴장을 할 수도 있고 말이죠.”
“뭐, 드문 일은 아니니까요. 동물도 사람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감정이 풍부하고 민감하거든요. 아쉬운 일이죠.”
“오히려 무리해서 진행하려 하면 여태 쌓아온 교감이 어긋나버릴 수도 있어요. 안정을 취하는 게 제일 좋은 상황인 듯합니다. 참가자에겐 죄송한 말이지만요.”
이런 것이구나.
여태 함께 하고 함께 보여주었던 것, 공유했던 것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릴 때 얼마나 당혹스러울지.
하연이에겐 엄청난 충격일 것이었다. 아울러 로디에게 일어난 사정을 잘 아는 나에게도 지금의 상황은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사회자가 다음 차례를 호명했다.
“다음 참가자분! 서울/경기 예선 우승자, 안조은 님과 해피입니다!”
우리의 이름이 불렸다.
“해피야, 너 정말로 할 수 있어?”
조은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왈!”
물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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