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55
156. 태극귀 휘날리며(1)
금의환향.
박건혁 팀장이 직접 운전한 차량이 주차장에 멈춰 섰다.
문이 열리고 꽃다발을 목에 건 나와 조은이가 내리자, 우리의 1등 소식을 듣고서 미리 주차장에 나와 있던 노파와!
노파와!
노파밖에는 없었다. 하긴, 뭐.
“할머니!”
“와왈!”
“아유, 우리 조은이! 아유, 우리 똥강아지 해피!”
노파가 나를 안은 조은이를 덥석 끌어안았다.
“그리여, 잘혔슈, 이렇게나 잘혔슈.”
“할머니! 흐흐흑…”
“깨애앵…”
“그래, 1억 원은 받아왔어? 그 자리에서 바로 정확히 세어봐야 하는 것이여.”
감동이 짜게 식었다. 조은이도, 나도, 싱글벙글 웃으며 트로피를 들고 있던 박건혁 팀장도, 이것을 실시간으로 찍고 있던 꿀잼의 카메라 기사도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외국 놈들이면 더 조심해야 혀. 돈 안 주고 외국으로 도망가면 우리가 어찌 찾을 것이여? 하여간 약속은 지켜야 약속이여.”
“아하하하, 할머니! 그런 이상한 데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여! 다 도둑놈들뿐이지.”
박건혁 팀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제야 노파는 박건혁 팀장과 카메라 기사를 보곤 서둘러 표정을 바꿨다.
“아유, 장하다! 내가 다 업어 키운 우리 손녀. 그리고 내가 직접 고른 3만 원짜리 순혈 강아지 해피! 나는 너희가 잘될 줄 알았단다. 그럼! 내가 다 키웠는데, 내가 다 해줬는데!”
“끼이이잉…”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투.
‘적당히 좀 뻔뻔하시지.’
그때 박건혁 팀장이 얼른 트로피를 들어 노파에게 내밀었다. 노파는 ‘돈도 아닌 이깟 트로피…’라는 심정이 확연히 드러난 얼굴로 그린 듯한 미소를 띤 채 트로피를 받아들었다.
“어르신, 상금은 7일에서 10일 정도 후에 들어온다고 해요. 세금 22% 제하고요.”
“어, 얼마를 제해요? 아니, 없는 사람이 이렇게 우승한 것이 대단한 건데 주려면 더 줘야지 세금을 왜 빼! 이 나라가 나한테 해준 게…”
노파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예전에 받았던 생활지원금, 노인수당, 그리고 지금 나가고 있는 공공근로. 모두 국가에서 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슬쩍 표정과 목소리를 바꾼 노파가 민망한 듯 중얼거렸다.
“그래도 너무 많이 떼는 것 아녀? 뭐, 떼지 말라고 해서 안 뗄 것도 아니지만.”
***
사실 금의환향에 어울리는 환대와 축하는 SNS와 동영상 채널에서 이루어졌다.
정말로 셀 수 없이 많은 축하 메시지에 조은이는 답을 달다가 포기할 정도였다. 이미 전 세계에 한국의 우승팀인 나와 조은이가 알려져 있었고, 채널 구독자 수와 동영상 플레이 횟수도 어마어마하게 늘어가고 있었다.
단 하루, 이틀 사이에 구독자 수는 25만을 넘어 30만을 향해 가고 있었다. 게다가 절반 가까이가 외국에서 온 구독자들이었다.
채널 소개부터 영어를 겸용해서 바꾸는 등, 조은이는 일요일까지 정신없이 매달려야 했다.
그리고 물론 나는… 곧바로 입원을 해야 했고 말이다.
대회장에서 내게 응급처치를 해준 의사, 내게 상실의 시대를 안겨준 의사의 병원에서 나는 꼼짝없이 입원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일요일까지밖에는 그런 우승의 기쁨과 주변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
“끼이잉…”
두껍게 만 붕대. 뻣뻣해진 다리. 그리고 영 불편하기 짝이 없는 목에 채운 고깔. 그나마 내가 심심치 않은 것은 자주 들락거리는 간호사와 학교가 끝나자마자 야간 진료가 끝나는 8시까지 내내 내 앞에 있는 조은이 때문이었다. 아 참, 와서 민폐만 끼치는 노파 포함.
한창 찾는 곳도 많고 연락도 많을 것인데도 조은이는 계속 내 앞에만 앉아있었다.
“이거 봐라? 우리, 공중파 뉴스에도 나왔어!”
정규 뉴스가 끝나고 날씨 소개 전에 나오는 일종의 간단한 힐링 영상 같은 것이었지만, [서울에서 열린 Animals Got Talent 한국 본선 현장]이라는 타이틀로 편집된 화면이 1분 정도 지나갔다. 역시나 우승을 한 우리의 비중이 가장 컸고, 본부장의 인사말과 나를 안은 조은이의 사진 등이 음악과 함께 흘러갔다.
“그리고 진짜 엄청나게 많은 선물들이 들어왔어. 스튜디오 꿀잼으로 우리 해피의 쾌유를 빈다며 간식도, 사료도, 장난감도 굉장히 많이 들어왔거든? 그것도 또 봉사 활동하며 기부해야 할 것 같아.”
“왈! 왈!”
“우리 해피가 이렇게나 열심히 해주고 늘 세상에 좋은 일을 하고… 누나는 진짜 너무 고맙고 미안해.”
“끼이잉…”
조은이가 플라스틱 가림막 사이에 난 구멍으로 손가락을 내밀었다. 나는 꿈틀대며 앞으로 기어가 그 손가락을 핥으려 했으나 결국 고깔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일주일 정도. 그 정도면 집에 갈 수 있었다. 참는 것이야 문제도 아니었다.
“우리 해피 다 나으면 바로 스튜디오 꿀잼에서 퇴원 축하 겸 한국 대회 우승 파티가 있을 거야. 기대해도 좋아, 알았지?”
“왈! 아왈왈!”
이제 문 닫을 시간이라는 말에 조은이는 조심히 일어섰다.
“아 참, 해피야.”
“왈?”
“되게 유명한 애견 간식 업체에서 해피를 광고 모델로 쓰고 싶대. 할까?”
그래, 이거지!
***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1억 5,602만 5,750원. 스튜디오 꿀잼 스톡옵션 26,656주]아직 상금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순자산이 꽤 늘어났다. 스톡옵션의 수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마도 주식에서 무엇인가 10%대의 커다란 상승이 있는 것이라 봐도 좋았다.
‘원체 잘하는 아이니까.’
나는 누워서 기지개를 켰다. 어느덧 목에 채워진 고깔도 벗었다. 그리고 약간의 욱신거림과 함께 불편한 느낌이 남았지만, 다리를 써서 일어나 걸을 수도 있었다. 즉, 그것은 퇴원과 통원 치료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다. 오늘은 퇴원하는 날이다.
오후 늦게 조은이와 박건혁 팀장, 걸덕이가 동물병원으로 오기로 했다.
걸덕이는 아예 내 상태의 중계를 하는 것을 당장 자신의 킬러 콘텐츠로 삼았다. 덕분에 국내의 여러 팬들과 해외 팬들까지 걸덕이의 채널을 구독하고 있었다. 대단한 생명력이었다.
딱히 먹을 것을 가려야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치료를 받으면서도 조은이가 가져다준 애견용 쿠키를 신나게 씹었다. 다른 것보다는 충분히 맛이 좋았다. 즉, 사람의 입맛에 그나마 가깝게 접근한 쿠키라는 뜻이었다.
단맛도, 짠맛도 없지만 그래도 곡물과 여러 영양소가 잘 배합되어 있어 슈퍼에서 돈 없을 때 사 먹던 맛없는 쿠키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광고를 하기로 정한 회사의 상품 중 하나였다.
놓여있던 쿠키를 다 먹었을 때쯤, 문이 열리고 의사와 간호사, 조은이가 들어왔다.
“일단 가장 걱정했던 것은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이었죠. 아무래도 개에게 물린 것이니. 반려견들 사이의 공격에서 광견병의 발병률은 낮다지만,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네, 그렇죠.”
“해피의 회복력이 놀라울 정도로 빨라요. 그래도 한동안은 절대 뛰거나 무리한 행동을 하면 안 되고, 매일 와서 치료를 받으세요. 상처를 핥지 못하게 방수 거즈를 대고 드레싱도 했으니, 큰 염려는 안 하셔도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만약을 몰라 샅샅이 다시 한 번 훑어봤는데, 역시 잠복고환은 없습니다.”
“아왈왈왈왈!”
깜짝이야.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는 의사였다.
의사는 웃으며 날 쓰다듬었다.
“개인적으로 그때 출연은 반드시 막아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의사로서의 소신은 같아요. 다만, 역시 뭐랄까… 아마 해피의 건강을 위해 강하게 막았다면 많은 이들로부터 욕을 엄청 먹었을 것 같네요.”
“아니에요. 당연히 그러셨어야 하는 거죠. 저도 절대 해피를 무리시킬 생각은 없었어요. 다만 해피 스스로가 너무나 원했으니까. 이상하게 눈을 보는 순간 그걸 알 수 있었어요.”
조은이의 말에 의사가 내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나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의사의 눈길을 꼿꼿이 마주했다.
“분명 그냥 개의 눈은 맞는데… 해피의 공감 능력이나 이해 능력,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남들에게 어필하고 이해시키는 능력이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지, 너무 궁금하네요.”
“왈! 왈왈!”
“그래, 그래. 다 봤다. 내일 치료할 때 또 보자?”
의사가 웃으며 조은이에게 나를 조심히 건넸다.
조은이가 날 안고 바깥으로 나가자 걸덕이가 웃으며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 뒤로 박건혁 팀장과 꿀잼의 직원들이 박수를 치며 나와 조은이의 우승 장면이 인쇄된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해피의 퇴원 축하합니다!”
“스튜디오 꿀잼의 올해 최고 히트작! 최강의 크리에이터, 해피 파이팅!”
“아왈왈왈왈! 아왈왈!”
나는 신나게 짖으며 본좌의 귀환을 알렸다. 조금은 물이 빠진 태극귀와 꼬리가 신나게 흔들렸다.
***
스튜디오 꿀잼 본사로 이동해서 간단한 파티와 함께 기념 촬영도 한 나는 조은이의 품에 안겨 박건혁 팀장, 오래간만에 자리를 함께한 김윤석 본부장, 그리고 경영지원팀 조현수 팀장과 함께 별도의 회의실로 들어갔다.
“여기로 부른 것은, 이제 별도의 계약 건에 대한 부분 때문입니다. 전에 구두로 이야기 나눈 것과는 별개로, 아무래도 계약을 통해 3자가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죠. 광고 모델 건입니다.”
아, 역시…
강아지 간식, 충분히 괜찮았다. 나야 뭐, 가서 맛있게 먹고 사진만 잘 찍히면 되니까.
“전에 애견 펜션과 카페 촬영하시고 공익광고도 촬영하셨잖아요?”
“네, 맞아요.”
“그때 촬영하신 감독님이 이번에도 촬영을 맡아주실 거예요. 그리고 광고는 지면 광고, 인터넷 광고, 그리고 공중파 광고로도 나갑니다.”
어, 어어어어? 어어어어어어어?
이거, 무언가 볼륨이 엄청나다. 강아지 간식 광고라고 단순히 맛나게 먹는 씬 한 번 찍고 마는 수준이 아닌 거 같았다.
박건혁 팀장의 말이 끝나자 김윤석 본부장이 말을 받았다.
“사실 해피에 대한 광고 의뢰는 예전부터 있었어요. 다만 이것을 우리가 크리에이터 분에게 말씀드리지 않은 이유가 있죠.”
조은이의 눈이 반짝 빛났다.
“몸값… 때문이죠?”
“맞아요. 이전에도 충분한 광고 효과가 있었지만 방금 말씀하신 ‘몸값’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일반적인 인식보다 낮은 수준이었어요. 인물이 아닌 반려견이니까. 그렇다고 덥석 계약하면, 계약 기간이 1년이건 3년이건 그 가격으로 묶이고 기회비용을 잃게 되죠.”
“알 것 같아요.”
“인터넷으로 유명해진, 광고도 나오고 공중파도 나온 강아지를 100으로 봤을 때, 전 세계 대회에 출전하고 국내 대회에서 우승까지 한 프리미엄이 붙으면 200, 300으로 늘어나요. 아울러 이쪽이 훨씬 유리한 위치에 놓입니다. 왜냐? 이미 다른 경쟁업체에서도 문의가 오고 있거든요.”
“그 정도라니, 정말 놀랍네요.”
“사실, 처음 광고 요청이 왔을 때는 간단한 촬영 광고였어요. 홈페이지나 상품의 상세페이지, 배너 정도에 쓰일만한 촬영. 그런데 해피가 우승을 한 순간, 공중파 광고, 영상 광고로 투자를 할 만한 영향력이 생긴 것이죠. 시장을 만들어가는 해피의 힘.”
내게 그런 힘이 생긴 것이라니. 나는 어깨가 무거워지기…는 개뿔, 뽕에 차서 뛰어오를 것만 같았다. 점점 30억이 현실이 되어가는 듯했다!
박건혁 팀장이 빙긋 웃으며 촬영 계획서를 내밀었다.
“일단 이번에 우리가 대회에 우승한 컨셉으로 광고 콘티를 급하게 짰다고 하더라고요. 부제는 ‘태극귀 휘날리며’라고나 할까?”
아… 구리다. 엄청 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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