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61
162. 초코똥 판촉 행사(3)
“어, 어쩌면 좋아…”
조은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박건혁 팀장도, 카메라로 촬영해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는 직원들도 표정이 잔뜩 굳은 얼굴이었다.
행사 진행자도, 도우미도 난감해하고 있었다.
“끼이이잉…”
‘이것 봐. 운이 안 따라주는 거야. 안될 일이었어.’
그때 저 멀리서 우산을 쓴 노파와 도화선녀가 다가오고 있었다. 도화선녀의 등 뒤로 무언가 잔뜩 들어 있는 가방이 보였다.
“아유! 이것 봐, 이렇게 크게 잘 차려놨네. 그런데 이렇게 비가 와서 사람이 없어 어쩐대?”
노파의 말에 결국 울음을 참았던 조은이가 눈물을 왈칵 쏟았다.
“하, 할머니! 아주머니! 으흐흐흑!”
노파와 도화선녀가 서둘러 조은이를 안고 등을 토닥였다. 박건혁 팀장이 노파를 알아보곤 얼른 다가와 인사를 했다.
도화선녀가 조은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괜찮아. 오늘 대길(大吉)로 끝날 거야. 내가 용왕님에게 기도했는데, 내리는 비는 어쩔 수 없어도 운은 개운해 주신다고 하셨어.”
“으흐흑, 저는 상관없는데, 이렇게 많이 준비하신 분들 어쩌면 좋아요…”
그때 몇몇이 우산을 쓴 채 행사장 부스 앞을 두리번거렸다. 박건혁 팀장이 재빨리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아, 여기가 안조은 님이랑 해피의 행사…”
그 말을 들은 조은이가 재빨리 노파의 품에서 얼굴을 떼고 눈가를 문질러 눈물을 닦았다. 그리곤 미소를 가득 지으며 찾아온 이들을 향해 외쳤다.
“개똥팸! 여기요! 안조은이랑 해피, 여기 있어요!”
“왈! 왈!”
나도 억지로 꼬리를 흔들며 짖었다. 찾아온 이들이 반가워하며 부스 안으로 황급히 들어와 우산을 접었다.
팬들과 담소를 나누며 인증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주는 가운데, 박건혁 팀장이 한쪽에 놓인 온수기에서 커피를 타서 들고 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여기! 기념으로 떡과 김밥도 하나씩 받아 가세요! 사람들이 없으니 두 개씩 받아 가셔도 돼요, 하하하!”
씩씩하게 웃은 조은이가 얼른 옆에 놓인 박스에서 떡과 김밥을 나누어 주었다.
“어머, 이건 뭐예요? 이게 방송에서 말한 깜짝 놀랄만한 해피 인형이에요?”
부스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시연용 인형을 뒤늦게 발견한 팬들이 초코똥 앞으로 몰려갔다. 저마다 ‘진짜 똑같이 생겼다!’, ‘엄청 귀여워!’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조은이가 몰래 리모컨을 누르자 ‘위이이잉’ 소리와 함께 초코똥 보급형이 눈을 번쩍이며 일어섰다.
“깜짝이야!”
“어! 움직인다!”
그리고 다음 버튼.
– 아왈왈왈왈! 아왈왈왈왈!
“와, 대박이다! 똑같아!”
“이거, 동영상 찍어도 될까요?”
서너 명의 팬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부스 안은 팬들의 목소리 덕에 활기가 돌았다. 조은이가 재빨리 초코똥 보급형의 엉덩이를 돌렸다.
“엉덩이에 손을 대 보세요!”
“네? 어, 어떻게요?”
“응가를 받듯이요.”
조은이의 요청을 받은 한 팬이 고개를 갸웃하며 손을 오므렸다.
‘하지 마, 하지 마라, 조은아! 제발!’
그리고 갈색 버튼.
– 지이이이잉!
똥꼬의 구멍이 열리고, 곧이어 팬이 오므린 손바닥에 초코볼이 후두두 쏟아졌다.
“으앗! 깜짝이야!”
깜짝 놀란 팬이 기겁해 손바닥을 치우는 바람에 사방으로 초코볼이 흩어졌다.
‘하아…’
그러나 조은이는 개의치 않았다.
“이것도 있어요! 이건 더 멋진 건데…”
그리고 이어진 고급형의 똥풍기 시연. 그다음의… 자가 초코바 제조.
다시 손을 대 보라는 말에 한 남학생이 ‘나는 참을 수 있어요! 조은 님을 위해서라면 생 똥이라도 받겠습니다!’라 외치며 기세 좋게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나 곧이어 ‘지이이잉’ 소리와 함께 가래떡처럼 밀려 나오는 초코바의 모습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드셔보세요!”
조은이의 말에 머뭇거리던 남학생이 초코바를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부스 안이 긴장으로 가득 찼다. 김택준 팀장도, 박건혁 팀장도, 그리고 ㈜용실업의 대표와 직원들도, 스튜디오 꿀잼의 카메라도 모두 긴장한 채 팬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푸하하하! 이거 대박이다, 완전 해피 그 자체다!”
“아, 나 진짜 해피 똥인 줄 알았잖아!”
“엄청 웃기다. 이거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개깜놀하겠다!”
“나, 조카에게 사다 줄래. 진짜로, 어린이날 선물로.”
그제야 김택준 팀장과 ㈜용실업의 직원들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다. 박건혁 팀장도 얼굴에 미소를 띠며 재빨리 카메라맨을 향해 손짓했다. 카메라맨이 다가와 팬들을 비추었다.
“어때요? 진짜 해피 모습으로 만들어졌는데 재미를 더했어요.”
조은이의 질문에 저마다 ‘처음에 엄청 당황했는데 빵 터졌다’, ‘진짜 해피다운 인형이다, 너무 재미있다’라는 말이 이어졌다. 카메라가 그런 모습들을 재빨리 찍었다.
한쪽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켠 채 조은이의 계정으로 라이브 방송을 열어두었던 직원이 조은이를 재빨리 불렀다.
“지금 채팅창 웃음 터지고 난리 났어요. 질문들이 엄청나게 쏟아져서 답변 좀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떤 질문들이에요?”
“제품 전반적으로 다요.”
조은이가 재빨리 카메라 앞에 다시 섰다. 그리곤 초코똥 보급형과 고급형을 들고 차이점과 특징 등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 옆에 붙은 김택준 팀장과 ㈜용실업의 대표가 조은이의 소개를 받고 인사하며 설명에 도움을 보탰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는 것에 난 어이가 없었다. 이게? 정말로?
그때, 그것을 보고 있던 노파가 접어놓은 우산을 폈다. 도화선녀가 깜짝 놀랐다.
“아니, 보살님! 이렇게 비가 오는데 어딜 가시려고요?”
“저기, 대로변. 내가 나가서 오가는 사람들 다 붙잡고 이야기하려 그래. 우리 손녀가 저기에서 인형 팔고 있는데 와서 구경하라고. 할매나 되어서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도 못 할 짓이여!”
“맞다! 나도 사주 봐주기로 했지! 빨리 준비해야겠네! 보살님, 사람들에게 무료로 사주도 봐준다고 해요!”
도화선녀는 옆에 놓인 책상과 의자를 가져온 후 ‘개령님 인형 탄생 기념 무료 사주 봅니다.’라 쓰인 천을 부스에 걸었다. 그리곤 앞에 다이어리와 쌀이 담긴 그릇, 동전을 놓은 후 근엄하게 앉았다. 도화선녀가 조은이와 담소를 나누는 팬들을 향해 소리쳤다.
“거기! 다 놀았으면 무료로 사주 봐줄 테니까 와서 보고 가요. 돈 안 받아. 신점은 돈 내야 해. 2만 원만 내.”
갑작스러운 그 말에 ㈜용실업의 직원들이 당황해했다. 김택준 팀장이 말리려 하는 그때, 조은이가 자신을 도우러 온 분이고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사주를 봐주는 것이라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라도 사람이 오면 더 좋으니까요.”
“그야 그렇죠. 어차피 이리된 마당에, 뭐라도 해서 나쁠 건 없죠.”
도대체 이렇게까지 해서 이 괴랄한 인형을 팔려고 하다니, 나는 정말로 이해가 안 되었다. 게다가 이걸 보고 정말로 웃다니, 전부 조은이 때문에 억지로 웃는 것 아냐?
나는 이 촌극 아닌 촌극이 황당해 그저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그때였다.
내 뒤로 소름 끼치게 차가운 기운이 솟아났다.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것이다! 검은 그것!’
내 몸이 덜덜 떨려왔다.
그리고 그것은 미끄러지듯 내 바로 뒤로 다가왔다. 주변에서 떠들며 오가는 사람들이 희미해졌다. 오로지 빗소리만이 크게 울려왔다. 마치 이명처럼.
그리고 그것의 목소리.
– 야아, 이 새끼 봐라? 어이가 없네?
어이가 없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 야, 지금 전부 다 이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하고자 발버둥 치고 있는 게 안 보여? 누굴 위해? 다들 자신을 위해서겠지만 요는 이 행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이 행사가 성공하면 네게도 엄청난 도움이 되는 거잖아.
“그, 그렇지만. 애당초 이게 팔릴 리가…”
– 너, 배불렀다? 얼마 전 물어뜯긴 다리로 절룩대면서 뛰어올라 우승하던 그 모습은 어디로 갔어? 그때 네가 우승하는 것 보면서 나는 ‘이 게임, 진짜 재밌겠다’ 싶었는데, 그때 그 개는 어디로 사라지고 어깨에 헛심만 든 똥개 새끼가 앉아있는 거야?
그 말에 내 온몸의 털이 솟구쳤다. 공포가 찌르르르 전신을 울리며 척추에서 몸 끝으로 퍼져나갔다.
– 야, 앞으로 남은 기한은 1년하고 10개월 정도야. 넌 30억에서 10분의 1도 못 채웠어. 지금 저 빗속을 뚫고 어떻게든 사람들을 끌어모아야 하는 것이 네가 할 일 아냐?
“그, 그게…”
– 저길 봐라. 네가 그렇게나 무시하던 박복녀를.
검은 그것의 손이 내 뒤에서 뻗어 나와 바깥을 가리켰다. 우산도 거꾸로 뒤집힌 채, 온몸이 비에 젖은 노파가 한 커플의 손을 잡고 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노파의 손에 잡힌 젊은 여자의 눈이 황당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남자친구로 보이는 이는 그 와중에도 여자친구가 비를 맞을까 우산을 들어 받치고 있었다.
“와, 이리 와 봐유! 우리 손녀가 인형을 파는데, 사라는 말은 안 할 테니 와서 구경 좀 하고 떡도 받아 가유! 용한 점쟁이가 사주도 봐준다고 하니 공짜로 보고!”
노파가 끌고 온 커플이 부스에 들어서자 박건혁 팀장이 얼른 따뜻한 커피를 가져다 손에 쥐여주었다. 조은이가 커플에게 떡과 김밥을 챙겨주었다. 그리곤 초코똥 고급형의 버튼을 눌러 갓 눈 초코바도 내밀었다.
“이, 이게 다 뭐예요?”
“아아, 우리 해피를 모델로 한 인형, ‘해피의 싱글벙글 초코타임’이 나와서 시연회 겸 홍보 행사를 하고 있거든요!”
그때 남자가 ‘어?’하고 날 가리켰다.
“이 강아지, 뉴스에서 본 강아지! 그리고, 왜 그거! 열려라…”
남자의 말을 조은이가 재빨리 받아쳤다.
“동물 환장!”
“맞다, 열려라! 동물 환장, 거기에 나온 똥으로 글씨 쓰는 강아지!”
남자친구의 말에 여자가 ‘아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한 커플 앞에서 조은이가 씨익 웃었다.
– 보고 있어? 지금 여기의 많은 사람들 중에서 가장 쓸모없는 애, 가장 불필요한 애가 누군지 알겠어? 바로 너야. 네가 여기에서 가장 불안정한 기운을, 비관적인 기운을 발산하고 있어.
“그, 그런!”
– 그만두고 싶으면 말해. 당장 그만두게 해주지. 해피라는 개는 여기서 원래의 멍청한 개로 남고 너는 당장 끌려간다. 나 역시 그다지 게임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와 시간 낭비할 필요 없어. 내가 왜 1년 10개월의 남은 시간 동안 하기 싫어하는 이의 삶을 구경해야 하지?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사실이었다. 덜덜 떨리는 내 뒤통수에 그것의 손가락이 닿았다. 마치 얼음장 같은 한기가 내 머리를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 내가 널 잘못 봤네. 그냥 여기서 게임을 종료하겠다. 시간을 낭비했군.
“아, 아니야!”
– 뭐라고?
“잘못했습니다!”
내 큰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뼈에 사무칠 것 같은 공포와 함께, 바깥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두의 모습에서 오는 미안함과 민망함이 물밀듯 사무쳤다.
– 잘못했다고?
“자, 잘하겠습니다! 진짜로 다시 열심히 할게요! 제가 잠시 미쳤나 봅니다!”
내 울부짖음을 들은 그것이 뒤통수에서 가만히 손가락을 떼었다.
– 마지막으로 한 번만 지켜본다. 잊지 마라. 나는 재미없는 게임을 보는 것을 가장 싫어하니까.
그리고 검은 그것은 스르르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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