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62
163. 초코똥 판촉 행사(4)
“이거, 사진 찍어서 SNS에 올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커플이 똥을 누는 초코똥 고급형을 카메라에 담았다. 조은이가 재빨리 사주를 보기 위해 줄 서 있는 팬들에게 다가가 초코똥의 사진을 꼭 SNS에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저 멀리서 노파가 아이를 안고 있는 젊은 부부를 이쪽으로 끌고 오고 있었다. 비에 흠뻑 젖은 노파의 부탁을 차마 뿌리치지 못했는지, 젊은 부부는 아이가 비를 맞을까 봐 우산을 한껏 몸에 붙인 채 부스 안으로 들어왔다.
그때 조은이가 김택준 팀장과 ㈜용실업의 대표에게 다가갔다.
“저기, 팀장님! 지금 여기 있는 제품 수가 몇 개나 되죠?”
“네? 보급형 100개, 고급형 100개죠. 일단 가득 쌓아놓고 현장 판매도 하고 어린이날 택배 예약도 받으려 했으니까요. 많이 쌓아 보여줘야 해서 100개씩 들고 왔죠.”
“이거, 제가 다 살게요. 지금요. 여기 온 사람들에게 하나씩 다 줄 거예요! 게임이건 룰렛이건 퀴즈건 상관없이!”
“네?”
조은이의 말에 김택준 팀장과 ㈜용실업의 대표가 깜짝 놀라 조은이를 쳐다보았다. 나도 기절할 듯 놀랐다. 10만 원짜리 100개면 1,000만 원, 20만 원짜리 100개면 2,000만 원.
도합 3,000만 원.
“정말 이 자리에서 이걸 다 사겠다고요?”
김택준 팀장이 반문했다. 그의 놀란 목소리를 들었는지, 박건혁 팀장과 카메라맨도 이쪽을 쳐다보았다.
“네, 다 살게요. 깎을 필요 없고요, 원가만 받으실 생각도 마세요. 여기 있는 제품 제가 다 살 거예요. 아셨죠? 이제 제 거예요!”
그때 ㈜용실업의 대표가 한 발짝 앞으로 나왔다.
“일단 말이나 들어봅시다. 도대체 왜 그러시려는 거예요?”
조은이의 눈이 빛났다.
“제 행사로 만들고 싶어서요.”
그러더니 조은이는 제품이 쌓여 있는 곳으로 들어가 박스 하나를 들고 나왔다. 그리곤 젊은 부부에게 ‘턱’ 안겼다.
“20만 원짜리 ‘해피의 싱글벙글 초코타임’ 고급형이에요! 선물로 드립니다! 대신 꼭 주변에 홍보해주시고 맘카페에도 올려주세요. SNS에도 올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고요!”
“이, 이걸요? 받아도 되나?”
부부가 당황한 표정으로 박스를 받아들었다. 곧이어 그 위에 떡과 김밥이 턱하니 놓였다.
“보너스요. 그리고 시간 나시면 채널 구독도 부탁드려요. 우리 해피는 뉴스에도 나온 강아지고, ‘세상에 이런 뭣 같은 일이!’와 ‘열려라! 동물 환장’에도 나온 강아지예요. Animals Got Talent – Korea의 우승자이기도 하고요. 그렇지, 해피야?”
그렇지, 해피야?
해피야?
조은이도 이렇게 나만 믿고 있는데.
나는 눈에 눈물이 가득 찬 채 힘껏 짖었다.
“왈! 왈왈왈!”
형광색 귀와 꼬리를 흔들면서 짖는 날 보며, 품 안의 아이가 까르르 웃었다. 젊은 부부는 그제야 얼굴에 웃음을 띠며 ‘잘 가지고 가겠다, 꼭 SNS와 지역 카페에 올리겠다’라며 인사를 하곤 부스를 나갔다.
“그리고 개똥팸 여러분!”
조은이의 씩씩한 말에 사주를 보던 남학생과 줄 서 있던 다른 팬들이 조은이를 쳐다보았다.
“빗속에 여기까지 와 주신 개똥팸 여러분들을 위해! 저, 안조은과 해피가 특별히 10만 원 상당의 ‘해피의 싱글벙글 초코타임’ 보급형 제품을 선물로 전부 하나씩 드리겠습니다!”
“우와아아아아!”
팬들이 박수를 쳤다. 겨우 서너 명에 불과했지만 그들의 박수와 함성은 부스를 가득 메웠다. 그것을 본 조은이가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
“아직 안 오신 개똥팸 여러분! 지금이라도 가까운 분은 어린이 대공원 야외광장으로 오세요! 오후 네 시까지, 이제 두 시간 남았네요? 빨리 오시면 선착순으로 드립니다! 그런데 그냥은 안 드립니다!”
박건혁 팀장이 놀란 눈으로 조은이를 쳐다보았다. 김택준 팀장도, ㈜용실업의 대표와 직원들도, 행사 진행자와 도우미들도 모두 조은이만 주시했다.
완벽하게 조은이가 이 상황을 휘어잡고 있었다.
“오실 때 각자 SNS에 ㈜용실업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해피의 싱글벙글 초코타임’ 사진과 상품 페이지를 캡처해서 올리거나 ㈜용실업의 SNS에 나와 있는 오늘 행사 내용 퍼가기 할 것! 와서 퍼간 것을 보여주시면 바로 드려요! 떡도, 김밥도 같이 드립니다!”
노트북을 통해 방송을 모니터링하던 직원이 박건혁 팀장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반응이 폭발적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더 늦으면 진짜 안 돼요. 왜냐면 우리 할머니도 계속 손님들을 잡아 오고 있거든요? 그래도 오시면 제가 기념 촬영과 함께 해피의 즉석 똥글씨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렇지, 해피야?”
“와, 왈! 왈!”
나는 있는 힘껏 짖었다. 그리고 나를 비추는 카메라 앞에서 뉘런 이를 드러내며 애교를 날렸다.
“뀽♥”
“그리고 무료로 사주도 봐 드려요. 엄청 용한 무속인 분이세요! 우리를 응원하러 오셨고, 우리 집이 침수되었을 때 도와주신 분이에요!”
커플의 사주를 봐주던 도화선녀가 카메라를 보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은 채 ‘바, 반만 맞춥니다. 벌전 맞아서 절반만 맞춰요’하고 고개를 숙였다.
설명을 마친 조은이는 이제 막 노파가 데려온 다른 손님을 향해 다가섰다.
나는 더 이상 여기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빗속으로 다시 뛰어나가는 노파의 뒤를 향해, 나도 힘껏 내달렸다.
***
“저기, 우리 손녀가 이번에 인형을 만들었어요! 어린이 대공원 앞에 광장에서 팔고 있으니 와서 구경 좀 해요! 무료로 사주도 봐줘요!”
노파는 뒤집어진 우산을 쓴 채 오가는 이들을 붙들며 간절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 손녀, 안조은! 텔레비전에 나왔어요! 우리 강아지 해피도 텔레비전에 나왔어요!”
“왈! 왈왈!”
노파의 옆에서 비에 흠뻑 젖은 나도 오가는 이들을 향해 짖어댔다. 더러는 그런 우리가 신기했는지 잠시 쳐다보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길도 돌리지 않고 귀찮은 듯 종종걸음으로 서둘러 지나쳤다.
“우리 손녀, 안조은! 우리 강아지 해피!”
“어, 해피! 해피 여기 있다!”
마침 지하철 출구에서 올라온 두 명의 학생들이 나를 보며 반가이 아는 체를 했다. 지금 방송을 보고 온 이들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나는 신나서 뛰어가 앞에서 꼬리를 흔들어댔다.
“왈! 왈왈왈!”
“와, 대박이다! 진짜 해피야!”
나는 한 번 더 신나게 짖고는 따라오라는 듯, 앞서서 뛰어갔다. 나를 따라오는 학생들 뒤로 오가는 이들을 향해 말을 거는 노파의 모습이 다시 보였다. 눈물과 빗물에 그 모습이 자꾸 흐려졌다.
그렇게 부스를 몇 차례 오가는 와중에 기적처럼 점점 빗방울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사주를 보기 위해 줄 서 있는 이들과 조은이의 제품 설명을 열심히 듣는 이들 사이로, 나는 저 멀리 하늘 끝부터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비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한쪽에서 어린이 대공원의 시설관리 직원과 박건혁 팀장, 김택준 팀장이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슬쩍 옆으로 다가갔다.
“아니, 그러니까 우리가 대여료를 더 내면 되는 것 아닙니까? 지금 빗방울 약해지고, 비도 그치고 있잖아요.”
“죄송합니다만, 원래대로라면 아까 같은 상황에서는 행사 취소하고 전액 환불해 드리는 게 원칙입니다. 미리 준비해 오신 게 많고 외부에서 들여온 장비나 인원도 있다고 하셔서 장막을 친다는 조건 하에 우리가 편의를 봐 드린 것이고요.”
“그러니까 딱, 두 시간만 더 하면 안 됩니까? 아직 상품도 저만치나 남았는데 말이죠.”
“우리는 충분히 배려해드린 겁니다. 그리고 야외광장의 경우 오후 17시부터는 폐쇄에 들어갑니다. 16시까지 행사하시고 장비 철거하시면 17시가 딱 됩니다. 이건 시설관리공단에서 정해진 사항이에요. 우리가 어쩔 수 없어요.”
그때 박건혁 팀장이 끼어들었다.
“이봐요, 이미 한 번 어긴 것, 두 번 어깁시다. 네? 이 행사가 남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갔어요. 당신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합니다. 전기가 내려갈 겁니다.”
직원의 마지막 말에 박건혁 팀장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얄궂게도 행사가 끝날 시간이 되자 완벽하게 비가 멎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보다 분명 어린이 대공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어떻게 한다, 어떻게…’
계속해서 하나, 둘 개똥팸이 찾아오고 있었고 조은이의 제품 소개와 사진찍기, 그리고 사주 안내도 신나게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제품은 각각 50개씩, 100여 개가 남아있었다.
‘가만히 있어선 안 돼, 이대로 있어선 안 돼!’
나는 한참 머리를 굴렸다.
“!!!”
맞아, 그럼 장소를 옮기면 되잖아. 여기보다 훨씬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지금부터라도 알아보면 되는 거야!
나는 이것을 어떻게 알릴까 하다 재빨리 부스 한쪽에 놓인 사료를 씹어 먹었다. 장막 어디가 구멍이 뚫렸는지 비가 새어 아주 팅팅 불어있는 그 사료를 거의 흡입하듯 씹어 넘겼다. 그리고 미친 듯이 부스 안팎을 뛰어다녔다.
‘어서, 어서 끓어올라라!’
곧이어 부글거리며 배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박건혁 팀장과 김택준 팀장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낙심한 표정으로 머리를 감싼 채 쭈그리고 앉아있는 그들 앞에서 나는 ‘왈왈’하고 짖었다.
“응? 해피야, 왜?”
“왈! 와와왈!”
나는 어서 오라는 듯 박건혁 팀장의 바지를 물고 잡아당겼다. 그리곤 한참 제품 설명을 하고 있는 조은이에게 가 조은이의 다리를 긁으며 짖었다.
그렇게 모두를 불러모은 후, 나는 배변패드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다가 엉거주춤 자세를 취했다. 사주를 보기 위해 줄 서 있던 개똥팸들과 제품 설명을 듣던 사람들이 모두 나를 주시했다.
“해피 똥 싸나 보다! 진짜 싸나 봐!”
“와, 쩐다! 이거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다!”
모두가 나를 주시하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개똥팸뿐만이 아니었다. 스튜디오 꿀잼의 카메라도, ㈜용실업의 대표와 직원들도 모두 내 엉덩이를 주시했다.
‘끄으으응!’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장소를 그대로 싸 내려갔다.
[건대]건대거리.
어린이 대공원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만 가면 나오는 건대역. 건곡대학교가 위치한 그 역의 앞은 정말로 불야성을 이루는 청춘의 거리였다. 비가 오건 비가 오지 않건 언제나 젊음을 불태우는 이들이 많은 곳이었다.
그렇다면 거기에도 야외 공연장이나 무대가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무대는 오늘 비로 인해 모든 것이 취소된 채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것을 사용하자. 어차피 제품도 저렇게나 남았다면 거기서 홍보를 하고 준비했던 퀴즈쇼도 하고 새롭게 조은이와 내가 인사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나는 ‘건대’를 쓴 후 뒤를 돌아보았다.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환호를 지르는 개똥팸과 일반 참가자들 앞으로, 충격을 받은 채 내가 쓴 글씨를 쳐다보는 조은이, 박건혁 팀장, 김택준 팀장과 ㈜용실업의 대표와 직원들.
가장 먼저 내 의도를 알아챈 것은 박건혁 팀장이었다.
“건대거리. 건대거리 가운데 만남의 광장 식으로 쓰이는 무대 있잖아요. 그거 어디서 관리하지? 빨리 알아봅시다.”
박건혁 팀장의 말에 김택준 팀장이 ‘맞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용실업의 대표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의가 있을 리 없었다. 모인 이들에게 재빨리 설명을 마치고 상품을 내어주는 가운데, 직원들이 서둘러 부스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어디엔가 전화를 하던 김택준 팀장이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그려 보였다.
놀란 눈으로 내가 쓴 글씨를 바라보던 조은이가 덥석 날 껴안았다.
“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도대체 뭘 보고 이런 걸 쓴 거야?”
“왈! 왈!”
‘미안해,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나서야 하는 게 나였는데.’
그래, 진짜 행사는 이제부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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