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71
172. 짝퉁 초코똥(3)
방송의 영향은 컸다.
빠진 구독자들이 바로 다시 채워지진 않았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댓글들의 반응이 이해와 위로, 그리고 응원으로 되돌아섰다는 것이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지만 구독자들도 되돌아오고 있는 상황 속에서, 개똥팸들은 해당 영상을 퍼가며 조은이와 나를 지키기에 나섰다.
이름하여 [해피단].
꽤 으리으리한 이름이었다.
아울러 법무법인의 내용 검토와 ‘크리에이터 친구들’, ‘진실의 가면’에 대한 연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진실의 가면’은 재빨리 영상을 비공개로 돌리며 모르쇠로 응답했다. 연계된 것이 폭로된 먹방 크리에이터 ‘먹꾀비’도 모든 채널에 댓글 금지를 취함과 동시에 문제가 된 뒷광고 관련 먹방 영상들을 재빨리 비공개로 전환했다.
두 번째 대책 회의 날.
“상관없습니다. 그날 우리가 방송을 함과 동시에 이미 꿀잼 직원들을 시켜서 채증에 들어갔으니까요. 지금 피해 업체들로부터도 공동 대응 관련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대놓고는 못 하더라도 물밑에서 돕겠다는 문의가 많아요.”
한 치의 실수도, 공격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표정을 한 박건혁 팀장이 머리를 쓸어올리며 살짝 웃었다. 남자도 반할 만치 시원스러운 그 미소에 나는 순간 ‘잘생겼네’하고 중얼거릴 뻔했다.
“끼이이잉…”
내 구슬픈 울음을 들은 박건혁 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끄트머리에 앉아있던 ㈜용실업의 김택준 팀장이 중얼거렸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용실업이 입은 타격은 단기간이었어도 꽤 컸습니다. 무조건 반품을 요구하며 반송부터 하는 이들도 있었고, 각 매장에서도 다시 받기를 저어하니 말이죠. 하아…”
조은이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곤 박수를 한 번 ‘짝’하고 쳤다.
“최대한 빨리 시간을 내어서, 좋은 장소를 잡아 다시 홍보 행사를 가지면 어때요? 제가 나서서 할게요. 아무런 보상이나 대가도 필요 없어요. 장소와 일시만 잡아준다면, 저와 해피가 다시 사람들에게 이 제품을 홍보하고 알릴게요. 안전하다고, 재미있다고.”
김윤석 본부장과 박건혁 팀장이 서로 마주 보았다. 김택준 팀장이 간절한 눈으로 모두를 바라보았다.
김윤석 본부장이 해당 부분을 정리하려는 듯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래요. 안조은 님은 주말이 시간이 되시고, 당연히 홍보도 사람이 많은 주말이 제격이죠. 가장 적합한 장소와 시간대를 ㈜용실업에서 잡아주세요. 행사에서 나눠줄 상품을 어느 정도 준비해야 할 테니, 그런 부분도 부탁드립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안조은 님 외에도 우리 스튜디오 꿀잼 소속의 다른 크리에이터들까지 함께 와서 즐기는 자리를 제가 마련하겠습니다. 어차피 상호협력관계가 체결된 이상, 이쪽도 빨리 모든 것이 정상화가 되도록 돕겠습니다.”
김윤석 본부장의 말을 재빨리 태블릿 PC로 옮겨 적으며 회의록을 정리한 박건혁 팀장이 잘되었다는 듯 짧게 휘파람을 불었다.
조은이가 빙그레 웃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날 해피, 진짜 예쁘게 꾸미고 올게요.”
***
예쁘게 꾸미기는 개뿔.
나는 코에 빨간색 주먹코를 달고, 귀를 형광 노랑, 형광 초록색으로 염색했다. 그리고 꼬리는 더 진한 형광 분홍색. 옷은 알록달록, 하얀색 바탕에 빨간 별이 무수히 박힌 옷.
그냥 삐에로 그 자체였다.
“우리 해피, 진짜 예뻐야 해.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 그리고 우연히라도 지나가게 되는 사람들까지 모두 우리 해피 보고 기억할 수 있도록.”
‘기억이야 하겠지. 이걸 보고 기억이 안 나면 그 사람의 뇌에 무언가 지대한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
– 빰빰빰, 빰빰! 빰빰빠~!
– 쿵짝! 쿵짝!
㈜용실업에서 긴급하게 섭외한 이들은 심지어 행사 전문 도우미가 아닌 기예단이었다. 북한보다 더 북쪽에 있는 말투를 쓰는 그들은 몹시도 낯이 익었다. 분명 어느 빌딩 7층에서 ‘평양기예단’으로 본 듯한 건 내 착각이겠지.
여하간 쿵짝쿵짝 소리와 함께 신나는 행진곡 음악이 흘러나왔다. 양쪽에 선 기예단 단원들이 신나게 볼링핀 같은 봉과 작은 훌라후프로 저글링을 했다.
“어찌, 한번 뛰어보겠니? 짜요우, 하피!”
한 단원이 훌라후프를 아래로 내렸다. 나는 뛰어가서 그것을 점프로 통과했다.
“하오! 하오! 내, 그리 잘할 줄 알았다니.”
“와아아아아아!”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죽여라… 날 죽여.’
명동 거리 한가운데에 세워진 무대. 그 위로 휘날리는 현수막.
[국민견 해피! 국가대표 해피! 초코바 시식회 및 퀴즈 쑈! 쑈! 쑈!]㈜용실업에게 시간이 없음을 이해했다. 그리고 현재 최대한 크게 생산설비를 확충하느라 자금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도 내 존엄은 지키고 싶었다.
나는 행진곡 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춤을 추었다. 그리고 아래에 준비된 배변판에 ‘초코’를 싸고 어깨를 들썩였다.
일요일의 명동 거리.
수많은 이들이 이게 무슨 해괴한 행사인가 하여 구름처럼 모여들고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기예단원들과 함께 줄넘기도 하고, 공중에 떠오른 풍선을 점프해 주둥이로 쳐 올리며 열심히 삐에로 짓을 했다.
무대에 나온 조은이가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시식회를 알렸다. 일렬로 늘어선 초코똥 고급형이 저마다 위잉 소리를 내며 초코바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용실업 사장의 지시로 나온 직원들이 웃으며 관객들에게 초코바를 건넸다.
다시 시작된 기예단의 공연. 불을 뿜는 단원, 그리고 나에게 장난감 총을 겨누곤 ‘빵’하고 쏘는 단원. ‘캥!’ 소리와 함께 얼어붙은 듯 섰다가 쿵, 쓰러지는 메소드 연기의 나.
한쪽에서는 퀴즈쇼를 진행하며 퀴즈를 맞힌 이에게 룰렛을 돌릴 기회를 주었다. 초코똥 보급형에 당첨된 어린이가 만세를 불렀다.
이 광기 어린 행사, 그 열기가 너무나 뜨거웠고 또 기괴했기에 스튜디오 꿀잼에서 동원된 크리에이터들은 무대에 오르기는커녕 관객들 뒤에 숨어서 나와 조은이의 혼신의 노력을 촬영하며 자신들의 콘텐츠로 삼을 뿐이었다.
‘쳇, 결국 저런 것이지. 그래도 난 걸덕이, 너만은 믿었다.’
그랬다. 홍보에 있어서는 그 무엇보다 열성적이었던 걸덕이도 점례와 함께 한쪽 구석에 숨어 혹여나 자신들을 알아볼 이가 있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 아래에서 샤넬이가 주먹코를 달고 삐에로 옷을 입은 나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다 ‘꺄이이이잉!’하고 고개를 돌렸다.
‘하아, 견생 진짜…’
그런 샤넬이를 위로하듯, 육중한 몸을 흔들면서 뒤로 어슬렁어슬렁 쫓아가는 두찌. 그래, 샤넬이와 두찌 서로 사랑해라. 그래서 말티즈와 시츄의 사랑의 결실, 말티츄를 한 열 마리 낳고 살렴. 날 잊으렴.
“너 거기서 머이 하니? 얼른 안 뛰니? 하피! 짜요우!”
어느새 단원 하나가 훌라후프를 들고 있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뛰어서 그것을 통과했다. 풍선이 터지며 꽃가루가 휘날리는 가운데 다시금 신나는 행진가가 터졌고, 나는 헤헤 웃으며 엉덩이를 실룩거렸다.
결과적으로 행사는 대성공이긴 했다.
내 존엄은 한없이 망가졌지만.
***
결국, 짝퉁으로 조회수짓을 하던 ‘진실의 가면’은 법무법인의 법적 조치 예고 내용증명을 받고 사과문을 올렸다. 여태 이슈가 될 만한 것이 있으면 무조건 진실을 확인도 안 하고 끄집어내 왜곡시켜 올리던 그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반성문을 읽었다.
‘크리에이터 친구들’ 회사의 홈페이지와 공식 채널에도 사과문이 팝업창과 영상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결국 그들을 향한 사람들의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언론사에서 해당 뒷광고 및 악의적 편집, 왜곡, 유포까지 취재를 시작하자, 결국 두 유튜버는 채널을 완전히 삭제했다.
조은이도 해당 크리에이터와 회사로부터 정식 사과문과 사후 조치를 약속받았다. 배상에 대한 부분은 각 회사의 법무법인이 상호 협의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물론 그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지는 않았다.
이번 일이 뉴스를 통해 나오면서 다시금 상표권이나 저작권을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여러 상품, 저작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들끓어 올랐다.
곳곳에 전시되어 있던 짝퉁 초코똥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현지 취재를 나선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외국의 공장은 ‘이제 만들지 않는다, 한국에서 만들어 달라는 이도 없다’라며 거칠게 손을 내저었다.
[이번 사례로 인해 다시금 국민적 관심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피해를 입은 기업과 크리에이터를 향한 응원의 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이상, JBS 조고동이었습니다.]이윽고 나오는 우리의 명동 한복판에서의 쇼 영상.
거실에서 거의 반은 곯은 듯한 복숭아(싸게 산 것이 분명했다.)를 갈색 부분만 도려내어 깎아 접시에 담으며, 노파가 신기하다는 듯 TV를 쳐다봤다.
“아주 사람들 많은 곳에서 저렇게까지 하고, 대단혀.”
“에이, 뭐가 대단해.”
“나는 요새 조은이 너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무슨 생각?”
“어쩌면 우리 손녀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 더 큰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복숭아를 입에 집어넣던 조은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상큼하고 달달한 향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뭐가 큰 사람이야, 그냥 열심히 하는 것이지.”
“그리여, 그게 큰 사람인 것이여.”
“할머니도 열심히 살아왔잖아. 열심히 날 키우고.”
“아니여, 너는 네 스스로 큰 것이여. 밥 먹고 잠 자면 크는 거? 그건 껍데기만, 몸만 크는 것이지. 조은이 너는 네가 네 힘으로 큰 것이여.”
“아냐. 해피가 키웠어. 그렇지 해피야?”
조은이가 날 꼭 껴안았다. 나는 그 품 안에서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인자 계속 연습을 나가는 거여?”
“나가야지. 일단 기말고사 시험공부부터 빡세게 하고. 리포트 쓸 것도 많아. 진짜 몸이 세 개만 되어도 원이 없겠다. 하나는 해피랑 방송하고, 하나는 해피 앉혀놓고 공부하고, 하나는 음… 해피랑 같이 여행 다니고.”
“왈! 왈!”
그 말을 들은 노파가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 해피, 해피 떠들고 이 할매는 인자 생각도 안 하는 겨?”
“에이 무슨 소리야 할머니, 당연히 하지, 하하하. 어차피 여행도 할머니랑 같이 갈 건데? 나중에 나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할 때까지 건강히 계속 나랑 살아야 해.”
나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방금 한 조은이의 말. 분명 노파에게 기분 좋으라 한 말이겠지만, 무엇인가 내게 커다란 기쁨과 설렘을 가져왔다. 괜스레 머릿속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조은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결혼? 결혼하기만 해 봐라. 그놈이 누군지 아주 다리몽둥이를 분질러 버릴 테니까. 데리고만 와 봐, 아주 피똥을 싸며 기어나가게 만들 테니까.”
“깨, 깨앵! 깽!”
나는 깜짝 놀라 상상에서 깨어나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드레스를 입은 조은이는 사라지고, 사천왕상 같은 노파가 효자손을 들고 내 엉덩이를 때리는 모습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갑자기 해피 운다. 할머니도 참!”
“저 똥개가 왜 운대? 내가 한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나? 누가 보면 조은이 니 남자친구인 줄 알겠다.”
“왈! 아왈왈왈왈!”
반드시 그리될 것이다, 이 노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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