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76
177. 미국 결선!(3)
역시 국제 대회, 게다가 결선 무대의 진행은 차원이 달랐다.
소형 동물부터 재빠르게 차량에 탑승해서 먼저 행사장으로 출발했다. 도착한 순으로 무대 세팅 확인과 예행연습을 할 수 있도록 배치되었다. 곳곳에서 스태프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참가자들의 정렬과 최종 신원 확인 등을 마쳤다.
“대단하네요! 진짜 정신이 없을 정도예요.”
조은이의 탄성에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관욱 감독이 행사장으로 쓰일 컨벤션 센터의 홀을 긴장되는 표정으로 둘러봤다.
“어마어마하네요. 역시 규모가 차원이 달라. 그리고 저 무대도 보세요. 실제로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네. 우리가 리허설을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커요. 우리야 뭐 움직이는 동선 라인이 확장되는 편은 아니지만 준비한 것에 따라 꽤 고생할 팀들도 있을 겁니다.”
재빨리 최종 현장 리허설의 순서를 확인한 후, 우리는 무대 바깥으로 나갔다. 안의 시끄러운 소음과 번쩍이는 조명에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우리는 리허설 순서는 꽤 앞쪽으로 배정받았어요. 10시 45분부터 55분까지. 나쁘지 않아요. 그리고 결선 무대는 50팀 중 48번째.”
“괜찮은데? 아니, 아주 좋아!”
“심사위원들이나 관객들이 지치지만 않는다면 말이지. 그래도 결선 순서가 나름대로 형평성이 있는 게, 지역 본선이 치러졌던 순서대로 매겨진 거야. 가장 먼저 본선 우승한 팀은 그만큼 준비 기간도 길었을 테니 먼저 하라는 것.”
바깥의 간이 테이블에 앉아 쉬고 있는 사이, 특수 동물이나 대형 동물을 실은 트럭들이 천천히 움직이며 행사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스태프 여러 명이 무대 뒤쪽의 특설 공간으로 차량들을 안내했다.
인근의 스낵 부스에서 박건혁 팀장이 사 온 음료를 마시며, 모두가 이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행사장의 풍경을 쳐다보았다.
단 하루로 끝난다.
오늘 밤 10시, 늦어도 11시 즈음엔 나는 내가 준비한 것들을 보여줄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숙소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다.
‘어떤 결과를 받고, 어떤 기분으로 오늘 밤을 보내게 될까?’
내일 저녁 6시 50분 비행기로 한국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아마 한동안 우리 모두는 이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었다.
그때 한쪽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쪽의 대화를 귀 기울여 듣던 조은이가 깜짝 놀라 일행들을 향해 외쳤다.
“지금, 대회 공식 SNS 채널에서 오늘의 심사위원 5명의 명단이 공개되었대요!”
“그래요? 누굴까?”
모두 핸드폰을 꺼내 들어 확인했다.
“왈! 왈!”
“해피도 같이 볼까?”
조은이가 날 무릎에 앉힌 후 SNS를 열었다.
“어디 보자, 제이슨 피셔 본부장. 그리고 왈트 디즈니의 CEO인 맥 딜리베리 사장, 그리고 아만다 사이프라이드, 오프라 루즈프리, 마지막으로 칸예 이스트!”
모두가 침묵에 휩싸였다.
기겁한 것이 아니었다. 좋았다.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좋았다.
제이슨 피셔 본부장은 한국 본선에서 우리에게 우승컵을 안겨주고 포옹까지 했다. 우리의 출전을 일부러 강행시켰을 정도로 우리에게 호의적인 이였다.
게다가 아만다 사이프라이드와 오프라 루즈프리 또한 조은이의 동영상 채널, 내가 올라간 영상에 좋아요를 누르고 동영상을 공유하며 놀랍다고 호감을 표한 이들이었다.
물론 다른 우승자에게도 그랬을 수 있지만, 적어도 그들은 나를 정확히 기억하고 매우 반가워할 것이 분명했다.
“왈트 디즈니는 분명 추후에 동물 관련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준비하며 캐스팅할 만한 이들을 찾기 위해 왔을 게 분명해요. 칸예 이스트는 엄청난 애견가로 유명하죠.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박건혁 팀장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민관욱 감독이 싱글벙글 웃었다.
“좋네. 어쩐지 기운이 이쪽으로 쏠리는 느낌인데? 왈트 디즈니 앞에서 제대로 퍼포먼스를 좀 보여줘야겠어.”
***
천장에서 거대한 크기의 암막 커튼이 내려와 무대 앞을 가로막은 장면은 정말 장관이었다. 단 한 번 할 수 있는 현장 리허설도 다른 팀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철저한 보안이 적용되었다.
물론 영상에서 나오는 음악, 그 외 지시하는 소리까지 막지는 못했지만, 그것만으로 안에서 어떤 것이 벌어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들 그것을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마지막까지 각자 자신들의 것만 신경 쓰기에도 바쁜 시간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의 리허설 차례.
미리 USB를 건네고 세팅을 부탁했던 민관욱 감독이 콘솔에 섰다. 걸덕이와 박건혁 팀장이 재빨리 탱크 모형을 입힌 전동차를 세웠고 민관욱 감독의 ‘큐’ 사인에 맞춰 전장의 폭음과 함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위에서 드론이 뜨는 것까지, 간략하게 모든 테스트를 마친 우리는 재빨리 준비했던 것들을 해체하고 치우기 시작했다. 다음 팀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려가기 전, 나는 콘솔 옆에 서 있던 엔지니어를 향해 ‘왈!’ 하고 짖었다. 그가 나를 보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Among those who rehearsed so far, you are the best. (지금까지 리허설을 한 이들 중 너희가 최고야.)”
무슨 소리지? 뭐, 베스트가 어쩌고 한 것 같은데.
***
아침도 안 먹은 모두는 걸덕이를 제외하곤 점심마저도 걸렀다.
주최 측에서 부스를 통해 행사 관계자 목걸이만 보여주면 샌드위치와 미니 햄버거, 주스 세트를 나누어주고 있었고, 곳곳의 스낵 코너에서도 간식 및 음료수를 팔고 있었지만 긴장한 우리는 차마 앞에 놓인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먹을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오직 걸덕이만이 촵촵거리며 ‘본토 햄버거’ 운운하며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맛있어 보이는데…’
나는 조은이를 보며 안의 패티라도 먹고 싶다고 낑낑댔다. 그리고 앞발로 햄버거가 포장된 플라스틱 케이스를 벅벅 긁었다.
“아! 해피! 맞아, 해피도 밥 먹어야지. 누나가 너무 누나 생각만 했다. 햄버거가 먹고 싶어?”
조은이가 햄버거 케이스를 열고 안의 패티를 꺼내려 할 때, 박건혁 팀장이 재빨리 손으로 막았다.
“안 됩니다. 이젠 안 돼요.”
“왜요?”
“제가 이런 사소한 것까지 생각이 닿지 않았어요. 지금 와서 낯선 곳의 음식을 먹고 해피가 탈 나면 어떻게 하죠? 우리의 모든 것이 해피의 똥의 양과 질에 달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아!”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나 역시 매끼마다 사료도 먹었지만, 식당에서 조은이나 다른 참가자들이 주는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신나게 받아먹었었다. 미국에 오기 전까지 스트레스성 장염으로 고생했으면서도.
“끼이잉…”
눈앞에서 햄버거가 치워졌다. 걸덕이가 ‘그럼 이건 내가’ 하며 햄버거를 받아 들고 맛있게 씹어 먹었다. 벌써 세 개째였다.
나는 조은이가 가득 쏟아놓은 말표 개사료를 씹으며 걸덕이의 햄버거를 슬픈 눈으로 쳐다보았다.
오후가 지날수록 많은 이들이 리허설을 마치며 더러는 상기된 얼굴로, 더러는 잔뜩 굳은 얼굴로 행사장을 나왔다. 모두 햇볕을 쐬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중이었다.
“우리도 이제 라이브 방송을 할까요? 짤막하게 대회 앞둔 소감을 전해야죠. 로이 님이 진행해 주시고. 이제 자기 채널에서는 그만 홍보하시고, 조은 님 채널을 좀 맡아주세요.”
건혁의 지적에 민망해하며 뒤통수를 긁던 걸덕이가 방송 장비를 꺼냈다.
***
[The rehearsal is over. Participants are requested to enter the event hall. Before that, please take the animals to the waiting room, which is divided into groups. (사전 리허설이 끝났습니다. 참가자들은 행사장으로 들어와 주시기 바랍니다. 그 전에 먼저 그룹별로 나누어진 대기실에 동물들을 데려다 놓아주시기 바랍니다.)]무언가를 말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반복되어 울려 퍼졌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나는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이제 시작이다.’
똑똑히 알아챌 수 있었다. 여기저기 잔디와 의자에 앉아있던 참가자들이 일어나 저마다 환호성을 지르거나 힘을 낼 수 있는 구호를 외쳤다. 강아지 짖는 소리가 요란했다.
“저길 봐요.”
민관욱 감독이 행사장의 뒤편을 가리켰다. 촬영 카메라를 멘 직원의 카메라가 그쪽으로 돌았다.
“세상에…”
어림잡아 수만 명은 될 듯한 관람객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몰려들어 있었다.
긴장을 풀기 위해 여태 했던 모든 리허설이 무효가 될 정도로 압도적인 관객들의 수. 나는 깜짝 놀라 덜덜 떨었다. 다시금 배가 아파올 듯했고 몸이 굳어 움직여지지 않았다.
‘모, 못 해. 저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모두의 얼굴에 비장감이 서렸다.
한참을 관객들을 바라보던 조은이가 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가자, 해피야! 해피는 이제 대회 시작할 때까지 별도의 공간에서 기다려야 해. 누나가 계속 왔다 갔다 할 테니 염려 마.”
***
E그룹 동물 대기실.
나는 한쪽 케이지에 가둬져 있었다.
조은이가 잔뜩 두고 간 사료와 물.
좋은 배합을 얻기 위해 억지로 와그작와그작 씹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웬 앵무새도 보였고 텅 빈 케이지도 보였다. 그 앞의 팻말엔 [Fedor / Russia / No. 41]이라 적혀 있었다.
‘아! 그때 그 대전격투 게임 ‘철혈권’을 하던 그 곰이구만. 그래도 큰 동물이고 맹수라 별도로 가둬놓았나 보다.’
그 외엔 당나귀도 보였고 개가 여러 마리. 그리고…
‘고로다!’
그 일본원숭이 고로.
강력한 우승 상대.
나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고로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참가번호는 44번. 이름은 Goro, 국가는 Japan. 그 옆으로는 참가번호 43번에 Feng Fei라는 이름을 가진 치와와였다. 아마 주인과 같이 줄넘기를 하는 강아지로 세계기록에 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쟁쟁하네. 그러고 보니 아시아와 러시아 쪽이 가장 마지막에 본선을 치른 곳이었구만. 이쪽으로 몰려있네.’
아까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내 케이지 아래엔 ‘Happy / Korea / No. 48’이라 적혀 있을 것이 분명했다.
무언가 진짜로 국가대표가 된다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나는 꽤 긴장해서 씹던 사료도 뱉어내고 구석진 곳으로 피했다.
내부는 쾌적했지만, 시계도 없이 모든 것으로부터 차단되어 있었다. 그것이 나를 좀이 쑤시게 했다. 바깥의 풍경이나 행사 진행 상황 등을 알고 싶었지만 알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E 그룹은 가장 마지막에 불려 나갈 그룹.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그때, 닫힌 문 안에 있는 이 공간이 울릴 정도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동물들이 벌떡 일어나 짖거나 불안해서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았다. 원숭이 고로도 창살을 잡고 ‘캬아아악’ 하며 이를 드러냈다.
‘드디어 시작한 거야. 행사장 안에서 행사의 시작을 알린 것이겠지!’
어마어마한 부담감이 몸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여기 있는 모든 동물들은 그저 교감과 본능으로 반응하겠지만 나는 완벽하게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더 이 부담감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켁, 켁! 캐앵! 깽!”
간신히 막힌 숨을 풀어내고 있을 때, 아까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꽤 어마어마한 환성이 터져 나왔다.
‘심사위원 소개인가? 이거 뭐, 보이지 않으니 알 수가 있나.’
입이 바짝바짝 말라왔다.
이제 곧 1번부터 10번까지, A조의 무대가 시작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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