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79
180. 미국 결선!(6)
두 번의 난입.
그래도 난 그냥 난입하지 않았다. 분명 상대의 권유, 혹은 도발에 당당히 응한 것이었다.
싸울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맞서 싸우라는 도화선녀의 말을 지켰고, 그로 인해 난 상당히 멋진 장기를 보유한 두 팀의 무대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
“이젠 나가지 마! 큰일 나겠어!”
조은이가 날 꼭 껴안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페도르를 넣고 대기석으로 돌아온 러시아 조련사가 나를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 싸운다 해도 저 사람과 싸웠다간 단번에 러시아 수프 보르쉬의 재료가 될지도 몰랐다.
“끼이잉…”
그리고 무대 세팅 시간.
수많은 관중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최고의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그리고 이미 글로벌 스타가 되어가는 일본의 본선 우승자 고로의 무대가 준비되고 있었다.
“고로!”
“고로, 간바레!!!”
여기저기서 함성과 응원이 터져 나왔다. 고로의 우승 영상은 동아시아의 예선과 본선이 가장 늦었음에도 공식 채널에서 가장 많이 조회되었을 정도로 유명했다. 아마 그 정도 뷰라면 주최 측에 수억대의 수익을 그냥 올려주었을 것이었다.
‘하아… 뭘 보여줄까. 야구인 건 분명한데.’
그러고 보니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또한 야구가 인기 있는, 아니 야구의 종주국! 모든 이들이 캐치볼을 하고 모두가 MLB를 보며 자라는 나라!
그제야 나는 아까 고로가 입은 야구 유니폼과 준비한 것들이 완벽하게 미국 관중과 심사위원을 ‘취저’한 주제라는 걸 깨달았다. 역시 대단했다.
스태프가 무대에 4개의 루를 다이아몬드형으로 배치했다. 그리곤 스크린으로 야구 실황이 중계되었다.
‘세상에… 저들은 지금 MLB와 NPB의 슈퍼스타들 아니야! 이렇게나 국가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었어?’
나는 스포츠 뉴스에서 쉼 없이 봤었던, 그리고 세계야구대회에서 우리나라를 충격에 빠트렸었던 야구 선수들의 영상을 쳐다보았다.
9회 말. 그리고 2사. 점수는 일본 6, 상대는 9.
MLB의 전설이 된 스즈키 이치료, 현재 전설이 되어가는 오타니 코헤이, 그리고 스즈키 이치료에는 못 미치지만, 그에 버금가는 월드 스타가 된 마쓰이 히데아키까지! 구시대와 신시대를 아우르는 일본의 야구 스타들이 저마다 안타를 치는 장면이 빠르게 흘러나왔다.
드디어 9회 말 2사 만루가 만들어졌다.
다음 타자로 무대 뒤에서 고로가 야구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쓴 채 어슬렁거리며 걸어 나왔다. 한 손에는 플라스틱 장난감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사람들이 환호하자 고로가 움찔 놀라더니 서둘러 뒤로 도망치려 했다. 그때,
“키아아악!”
비명을 한 번 지른 고로가 다시 무대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고로 앞에 선 일본인 팀원.
그의 손에 역시나 가벼운 플라스틱 공이 들려있었다.
‘만루 홈런을 연출하려나 보다.’
첫 번째 공을 천천히 던졌으나 아쉽게 헛스윙. 뒤에 선 다른 팀원이 박수를 치며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고로!”
– 짝짝짝!
“고로!”
– 짝짝짝!
두 번째 공도 헛스윙.
사람들 사이에서 아쉬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걸 본 투수 역할의 팀원이 씨익 웃으며 고로의 앞에 서서 손을 펼쳐 그 위에 공을 올려놓았다.
“캬아아악!”
– 탕!
괴성을 지르던 고로가 방망이로 공을 때렸다. 공은 크게 뜨지는 않았으나 순간 폭죽과 함께 하늘에서 꽃가루가 떨어져 내려왔다. 스크린에 뜨는 ‘HOME RUN’ 문구.
멍하니 서 있던 고로가 다시 몸을 움찔하더니 두려운 얼굴로 차례대로 성큼성큼 루를 밟기 시작했다. 어느새 야구 옷을 입고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팀원들이 고로가 돌아오자 함성을 지르며 고로의 머리 위로 음료수를 부었다.
하이파이브를 마친 고로가 팀원이 내민 캔 음료를 들고 딴 후 시원하게 마셨다.
완벽한 연출이었다.
스크린에서도 유명 선수들이 고로의 이름을 외치며 저마다 응원의 한마디를 더하고 그 밑으론 번역된 영어 자막이 나갔다. 그리고 NPB의 우승 장면을 편집한 영상이 나오며 그 사이로 ‘MVP GORO’ 문구가 나왔다.
다음, 팀원들이 플라스틱 공을 고로에게 내밀고 손에 매직을 쥐여주었다. 그것으로 공에 색칠하거나 직직 알 수 없는 선을 그은 고로가 마치 사인볼인양 관중석을 향해 던졌다. 관중들이 환호하며 그것을 받기 위해 몰려들었다.
아마 이대로 고로가 우승한다면 저 장난감 공도 이붸이 같은 곳에서 엄청나게 비싸게 팔리겠지.
‘대단하다. 진짜 잘한다. 아예 준비해 온 스케일이 다르네.’
나뿐만 아니라 박건혁 팀장도, 촬영하는 직원도, 걸덕이도 모두 입을 벌리고 이번 무대를 쳐다봤다. 록밴드의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불렀던 미국의 구관조와 쌍벽을 이루는, 아니 그것을 넘어선 연출과 무대였다.
‘어떡하지?’
나는 조은이를 보며 ‘끼이잉’하고 울었다. 조은이는 시선은 무대에 향한 채 나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우리 해피도 잘할 수 있어. 꼭 1등 하려고 온 것만은 아니잖아? 우리가 연습한 것을 그대로 보여주자, 응? 알았지?”
“끼이이잉…”
나름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는 나였는데, 준비한다고 열심히 스튜디오 꿀잼에서 연습했는데… 역시 국가적 지원을 받은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
그러나 나는 고로를 쳐다보곤 깜짝 놀랐다. 그 공포스러운 얼굴. 젖어있는 눈매. 그리고 아까의 비명. 희미하게 털이 타는 냄새.
‘맞아. 그 전기 충격기. 아까 비명을 지를 때마다 전기 충격기를 눌러가며 다음 외운 행동을 하도록 지시한 건 분명해. 그런데, 그런데 어쩌라고. 지금 와서 내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릴 수 있겠어…’
나는 고개를 숙였다. 아무런 대책 없이 난입한다 한들 이젠 미운털만 박히게 될 것이 뻔했다.
그리고 심사위원들로부터 극찬이 터져 나왔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으나 일본팀의 표정과 조은이, 박건혁 팀장의 표정은 충분히 그 내용을 짐작하게 했다.
“왈트 디즈니의 맥 딜리베리 사장이 그러네. 이 무대를 보기 위해 자신이 여기 앉아 있었던 것 같다고. 좋은 영화 주제가 생각이 났대.”
“끼이잉…”
박건혁 팀장이 묵묵히 한마디를 보탰다.
“칸예 이스트도 그러네요. 이제 이 이상의 기적은 없을 것 같고, 사실 모든 이들은 오늘의 결과를 다들 예측하게 되었을 거라고.”
***
몽골과 대만을 비롯해 몇 나라의 무대가 더 펼쳐졌으나 일본의 고로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진, 민망할 정도의 무대였다. 동물 각자의 재능은 뛰어났으나 역시 연출의 부분이 차이가 컸다.
그리고, 드디어 48번. 내 차례가 다가왔다.
– 구르르르륵! 구륵구륵! 퐁!
‘으으으, 미치겠네.’
나는 아까부터 내 몸을 감싸는 찌르는 듯한 통증을 참고 무대 위를 올려다보았다.
스크린에 태극기가 나오고 내 예선, 본선 영상이 흘러나왔다. 관객들이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영상 속의 나는 멋지게 엉덩이를 들썩이며 글씨를 쓰고 있었다. 내 특기를 미처 몰랐던 다수의 관객이 넋을 놓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제 정말로 거의 마지막 무대. 그리고 앞서서 내가 넉다운시킨 러시아의 페도르, 중국의 펭 페이. 사람들의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어떡하지? 너무 긴장되어서인지 배… 배가 너무 아파!’
아니나 다를까, 창자가 꼬이는 듯한 기분이었다. 배 안의 사료들은 완벽을 넘어 과숙되어 가고 있었고 이 긴장감과 중압감은 내 배를 미친 듯이 쥐어짜고 있었다.
– 부그르르르르, 부그륵!
‘화, 환장하겠네.’
나는 튀어나올 것 같은 눈으로 조은이를 쳐다보았다.
“할 수 있어. 파이팅!”
‘아니, 잠깐! 이거 아니야. 안 될 것 같은데!’
조은이는 무대 뒤로 돌아가 날 가만히 내려놓았다. 바닥에 발이 닿는 순간 나도 모르게 똥폭탄을 터트릴 뻔했으나 필사의 집중력과 조이기로 참아낼 수 있었다.
심각했다.
과민성, 긴장성, 스트레스성… 모든 심리적 요인을 더한 자극이 내 배를 뒤흔들고 있었다. 거기에 아까의 고로, 그 무대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 나를 믿고 온 이들을 그냥 보낼 수 없다는 책임감이 내 배를 끓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제발,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고 뒤를 돌아보았으나 이미 콘솔 앞에 앉은 민관욱 감독은 영상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박건혁 팀장과 걸덕이는 리모컨을 들고 탱크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스크린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가 간의 전쟁 영상이 흘러나왔다.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는 미사일과 기관포. 불타오르는 탱크들. 그리고 무너진 건물들. 참혹하게 죽어있는 시민들.
그리고 서둘러 피난길에 나선 가족들. 엄마의 품에 안겨서 울고 있는 세, 네 살 정도의 금발 소녀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무대가 침묵으로 가득 찼다.
– 쿵! 쿠쿵! 콰앙! 투타타타타타!
격렬한 포격 소리와 기관총 소리. 폭음소리가 서라운드로 장내를 휘몰아쳤다.
– 지이이잉.
그리고 무대로 탱크 모형 세 대가 등장했다. 박건혁 팀장이 두 대, 걸덕이가 한 대를 조종하고 있는 이 탱크 모형은 실제 탱크를 축소한 것만큼이나 정교했다.
“해피야, 이제 가야지!”
조은이가 날 쓰다듬었다.
– 구르르르륵! 구르르륵! 구룩! 뿡!
‘허허허헙!’
나는 최대한 똥꼬를 오므린 채, 뒷다리를 엑스 자로 꼰 기괴한 걸음으로 힘겹게 탱크 앞으로 걸어갔다.
저 압도적인 위용. 그리고 쓸데없이 생생한 효과음.
폭음이 펑펑 터질 때마다 내 장도 출렁였다. 나는 안간힘을 더해 똥꼬를 오므렸다. 눈에 핏발이 곤두설 것만 같았다. 눈물이 아롱아롱 맺혔다.
그런 내 모습을 주최 측 카메라가 담았다. 생생한 내 눈의 긴장감과 슬픔에 관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저 똥을 참고 있을 뿐인데.
나는 힘겹게 몸을 끌고 탱크 앞을 막아섰다.
“와, 와알… 와알!”
원래대로라면 강렬하게 짖으며 몸을 던져 탱크를 막아야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간신히 뒷다리를 교차한 채 힘없이 짖을 뿐이었다. 겨우 그것에도 나는 세심하게 내가 쓸 수 있는 힘을 고려해 배분해야 했다.
그리고, 가운데의 탱크에서 빨간 불이 번쩍였다.
– 투타타타타타!
탱크의 진군을 가로막던 나는 그 소리에 장렬히 쓰러져야 했다.
– 털썩.
‘헉!!!!!!!!!!’
바닥에 쓰러지자마자 그 충격에 뒤가 살짝 열렸다.
분명 나왔다. 흘러내렸다. 그래도 아주 조금이었다.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다만 날 집중해서 찍던 주최 측 카메라맨이 코를 심하게 벌름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관객석 여기저기에서 오열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무대의 조명이 천천히 꺼졌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가 똥꼬가 살짝 젖은 채 쓰러져있는 나를 비추는 가운데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 번쩍이는 빨간색 조명. 그리고 사람들의 비명, 불타는 소리.
그 사이로 솟아오른 드론이 눈처럼 하얀 분말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몸이 덮여갔다. 살짝 젖은 내 똥꼬도.
‘엉덩이 부분에 좀 집중적으로 뿌려줄 것이지.’
그리고 스크린의 화면이 전환되었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 그 처참한 풍경을 배경으로 그래프의 숫자가 빛태창 올라가듯 올라갔다.
양쪽 군인들의 사상자 수.
그리고 민간인 사상자 수. 그 사상자 수 중에서 어린이의 사상자 수.
또…
죽어나가거나 다친 동물들의 수.
음악도 멈췄다. 조명도 멈췄다. 무대나 관중석 그 어디에서도 기침 하나 나오지 않았다. 모두가 침묵한 채 이 믿기지 않는 수치들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존 레넌의 ‘이매진’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천사 옷을 입고 날개를 매단 조은이가 천천히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아, 안 돼. 이대로 진행해선 절대…!’
조은이는 내 미칠듯한 호소가 담긴 눈빛을 읽지 못한 채 나를 가만히 들었다. 그리고 탱크 앞으로 다가가 내 몸을 탱크에 올려놓았다.
이제 ‘Stop War!’를 써야만 했다. 그것으로 우리의 퍼포먼스는 끝나는 것이다.
모두가 내 똥꼬를 집중했다. 수십, 수백 개의 카메라가 내 똥꼬에 초점을 맞춘 채 촬영하고 있었다. 6만여 개의 눈동자들이 내 똥꼬를 향했다.
“해피야, 얼른! 연습한 것!”
내가 다리를 엑스자로 꼰 채 바들바들 떨자 조은이가 작게 속삭였다. 콘솔에 앉아 있는 민관욱 감독도, 박건혁 팀장과 걸덕이도 전부 당황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안 돼, 저들을 그냥 보낼 순 없어… 엉망이 되더라도 해 보자, 제발! 신이여! 도화선녀님! 제발!’
나는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
3만여 명의 관중과 모든 참가자들, 심사위원들, 그리고 동영상 플랫폼과 TV로 이 대회를 시청 중인 전 세계 2억의 사람들이 내 똥꼬를 쳐다봤다.
‘Stop War, Stop War, Stop War… 제발!’
그리고 나는 아주 작게 엉덩이의 힘을 풀었다.
순간.
– 부드드드드드드득! 뿌딜띨띨띨띨, 푸화아아아아악!!!
어마어마한 똥폭탄이 탱크 위에서 터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