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82
183. 미국 결선!(9)
“2, 200만 달러에 팔라고?”
조은이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200만 달러.
그게 얼마지? 200만 달러가 얼마야? 분명 1등 상금 100만 달러가 12억 정도라고 했다. 그렇다면 200만 달러면 24억?
24억.
나는 멍한 정신을 가까스로 휘어잡으며 빛태창을 바라봤다.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2억 4,343만 1,120원. 스튜디오 꿀잼 스톡옵션 28,000주]그 와중에 박복녀! 15,000원을 쓰다니! 어디에 쓴 거야!
아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지.
상금은 아마 세금을 제해도 최소 8, 9억은 들어올 테니까 그리고 거기에 24억을 더하면?
30억은 그냥 넘지. 33억.
33억.
3년 안에 내 목표가 조은이에게 30억. 하지만 1년 반도 안 되어 33억.
어?
– 삐이이이…
그때 귀에서 이명이 들려왔다. 모두의 움직임이 천천히 느려지더니 곧이어 완벽하게 멈췄다. 시선이 좁아지는가 싶더니 앞에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검은 그것’이 나타났다.
그것은 박수를 치며 나를 쳐다보았다. 역시나 눈과 코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길게 찢어진 입은 웃음을 가득 담고 있었다.
– 와, 진짜 재미있네. 놀라워. 정말 놀라워! 여태 했던 게임들 중에서 네 게임이 역시 가장 재미있어. 기회를 한 번 더 주길 정말 잘했네.
‘으, 으으으…’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것을 쳐다보았다.
– 그 눈은 뭐지? 이놈을 내가 보낸 것이냐고? 아니. 난 절대 게임에 직접적으로 관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잖아. 그저 펑펑 쏟아지는 돈을 쓸 곳이 없는 상태에서 괴상한 것들을 모으기 좋아하는 한 뮤지션의 광기일 뿐이야.
“그런 데에 저만큼의 돈을 쓴다고?”
– 멍청한 소리를 하는군. 수십, 수백억의 자산을 반려견에게 물려주는 게 이 나라야. 아니, 그것과는 좀 궤가 다른가? 여하간 저 뮤지션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들을 수집하는 데에 돈을 아끼지 않으니.
“말도 안 돼.”
– 무슨 소리야? 저 뮤지션이 바보인 줄 알아? 수집만 할 것 같아? 앨범 자켓이고, 뮤직비디오고, 그 외 광고나 캐릭터 상품이고, 너에게 투자한 금액의 몇 십 배를 벌어들일 생각을 하고 있어. 우습게 보지 마.
그것의 말에 나는 바로 상상이 되었다.
오픈카, 미녀들, 그리고 칸예의 스웩과 끄떡이는 고개. 그리고 그 품에 안겨 형광색 귀에 선글라스를 끼고 리듬을 타는 내 모습.
돈다발 위에 올라선 나는 그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듯, 그 위에 똥을 싼다. 그리고 칸예의 랩에 맞춰 어깨를 들썩인다.
– 정신 차리고, 계별욱.
“아!”
– 중요한 것은 게임의 룰, 그리고 그 목표. 네 주인은 조은이와 그 할머니지. 네 소유권이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200만 달러가 입금되는 순간, 네 목표치는 달성된다. 왜냐? 네가 부잣집 강아지로 들어가서 버는 돈이나 삶은 나와는 상관없거든.
이해가 갔다. 내가 칸예의 가족이 된다면 그깟 30억 원은 문제도 아닐 것이다. 앨범 자켓에 실리고 칸예가 개발한 향수의 표지로만 쓰여도 목표는 껌값이나 다름없었다.
“그, 그럼! 방해할 거야?”
– 방해라니, 그 무슨 소리를. 지금 가장 중요한 분기점인데.
“그럼 왜 온 거야!”
– 감상하려는 것뿐이야. 그런데, 넌 어떻게 생각해? 조은이가 널 팔았으면 좋겠나? 그럼 네 목표는 그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누구보다 빨리 게임을 완료, 목표를 달성한 이가 되겠군.
목표를 달성. 목표를 달성… 그렇다면 그에 대한 보상은?
– 물론 보상도 주어지게 되겠지. 그런데 되게 궁금하지 않아? 조은이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그 말. 결국 그 말이 포인트였다.
나는 멍하니 조은이를 쳐다보았다. 안 팔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나는 다시 20여억 원을 벌기 위해 1년 반 동안 노력해야 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이 기적에 가까웠지만, 역시 그만큼 더 노력을 하고 똥을 싸대야 할 것이었다.
그러다 만약에 실패한다면?
그럼 여태의 노력, 번 돈은 고사하고 29번 개로 태어나겠지. 내 보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상태에서.
“하아…”
– 어떻게 생각해? 넌 팔았으면 좋겠나?
그것이 히죽 웃으며 날 쳐다보았다.
“모, 모르겠어. 그런데 지금 저 상태에서 날 판다고 하면 목표를 이루고 무언가 보상을 받게는 되겠지만 되게 슬플 것 같아.”
– 무엇이?
“내가 아는, 여태 봐온 조은이는 절대 그런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데 그게 무너지는 것 같아 슬퍼. 하지만 그래도 내가 다시 사람, 계별욱으로 되돌아가고 보상을 받게 된다는 것은 기쁘긴 하지.”
– 네게 주어질 보상이 지금 조은이의 선택으로 바뀔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해줄 수 없지만, 적어도 ‘큰돈에 너를 판’ 조은이를 감안하면 그에 대한 인과율과 상성율을 감안해 보상을 줄 수밖에.
“뭐, 뭐라고!!!”
그것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세상 가장 재미있는 것을 구경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앞에 선 내 머리는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한참을 날 바라보던 그것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것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을 듯하네. 그럼 난 사라질 테니, 네 주인의 선택을 한 번 지켜보기로 할까.
그리고 그것은 천천히, 희미해져 가다가 완벽하게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멈췄던 주변의 풍경이 다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티장의 음악과 대화 소리가 커져갔다.
“Do you really mean what you just said to me, Kanye? (지금 제게 한 말이 사실인가요, 칸예?)”
“Of course. I’m always smiling, but always telling the truth, pretty girl. (물론이지. 내가 늘 웃고 있지만 언제나 나는 진실만을 이야기한다네, 예쁜 소녀.)”
“You said 2 million dollars, right? (200만 달러라고 했죠?)”
“Definitely. I think that’s the most appropriate price for your business and mine. I’m a reasonable man. If you have a treasure, I pay for it without cutting the price. But I don’t pay more than necessary. (물론. 그게 너와 나의 비즈니스에서는 가장 적절한 가격이라고 봐. 난 합리적이야. 보물이 있으면 그에 대한 가격을 깎지 않고 지불하지.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값을 부르지도 않아.).”
조은이가 날 강하게 껴안았다. 가슴의 심장 박동이 터질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미 1등의 상금으로 조은이의 꿈인 용숭동 산에서 내려다본 아파트는 이룰 수 있다. 물론 그 이후의 일도 생각해야겠지. 그렇다면 200만 달러라는 돈은 어쩌면 평생, 조은이가 아무런 걱정 없이 노파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었다.
평생 행복하게, 하고 싶은 공부나 다른 것들을 다 하면서.
나라면?
안 팔 수 있나. 반려견으로서 함께 했던 시간과 주고받았던 사랑이 아무리 큰들, 앞으로 남은 수십 년 인생의 편안함에 비할 수는 없을 테니까.
“끼이이잉…”
‘네가 어떤 선택을 하건, 난 후회하지 않을게.’
정말? 계별욱, 그럴 수 있냐?
‘아니,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게.’
나는 낑낑대며 몸을 비틀었다. 자신이 너무 강하게 껴안아서 불편해한다고 느꼈는지, 조은이는 나를 가만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조은이의 선택을 존중해주자. 아니, 힘을 실어주자.
내가 먼저 이별을 고해야 하겠지.
나는 바닥의 냄새를 킁킁대며 맡은 후 엉거주춤 구부려 앉았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곤 주변의 모든 이들이 몰려들었다. 박건혁 팀장도, 민관욱 감독도, 금발의 여성 참가자에게 자신의 SNS를 보여주던 걸덕이도, 본부장과 아만다 사이프라이드, 오프라 루즈프리도. 그리고 눈앞에서 고로를 잃은 맥 딜리베리 사장도.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자리를 잡은 나는 천천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똥꼬를 열었다.
안녕… 굿바이. 굿은 아니지. 그냥 바이…
– 뽀지지지직…
나는 굿바이의 ‘바이’를 영어로 썼다.
[buy]맞나? 맞겠지.
내가 싼 마지막 메시지를 본 칸예의 눈이 동그래졌다. 본부장도, 다른 심사위원들도, 주변의 참가자들도 깜짝 놀라 소리를 치고 이 장면을 카메라로 담았다.
칸예가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를 쳤다.
“Did you just see? You all saw it! This dog is asking me to buy himself! He sent me a message with his poo! (봤어? 모두 봤지! 이 강아지가 나보고 자신을 사달라고 하고 있어! 이 강아지가 똥으로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나는 슬픈 눈으로 조은이를 쳐다보았다.
조은이는 멍하니 얼어붙은 채 날 내려다보았다. 내 슬픈 눈, 그보다 더 슬픈 조은이의 눈.
조은이가 천천히 날 안아 들었다. 그리고 칸예를 향해 말했다.
“I’m sorry but I can’t sell Happy. (미안하지만 절대로 팔 수 없어요.)”
“What? Why? 2 million dollars, I said. 2 million! (뭐? 왜! 200만 달러라고, 200만 달러!)”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감탄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본부장이나 아만다, 오프라는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Sorry. Happy is my family. (미안해요. 해피는 내 가족이에요.)”
“But this dog just wrote to buy himself. Everyone saw it. Right? (하지만 이 개가 지금 자신을 사라고 썼잖아. 모두가 봤어. 그렇지?)”
“I believe that’s not Happy’s true intentions. Happy has always brightened me up. I’ve never seen his eyes as sad as now. (그건 해피의 본심이 아니에요. 해피는 언제나 날 밝게 만들어주었거든요. 지금 해피의 눈만큼 슬픈 눈을 나는 본 적이 없어요.)”
나는 조은이와 칸예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한 채 양쪽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다만 분위기상으로, 그리고 어투로 조은이가 날 안 판다는 것을 완벽하게 알 수 있었다. 그제야 난 내 안의 무언가 묵직하고 답답하게 억눌렸던 것이 시원하게 사라짐을 느꼈다.
“Okay. I just saw this dog writing messages with poo. Of course, I knew this dog had such a talent by watching the previous Korean competition videos. But seeing it with my own eyes is amazing. I’ll give you 3 million dollars. No more. (오케이. 방금 이 개가 똥으로 메시지를 쓰는 것을 봤어. 물론 난 이전의 한국 대회 영상으로 이 강아지에게 그런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 하지만 실제로 눈으로 보니 놀랍군. 300만 달러. 더는 안 돼.)”
박건혁 팀장이 놀라서 ‘300만 달러?’하고 중얼거렸다.
300만 달러! 내가 300만 달러! 3만 원짜리 잡스인 내가!
하지만 조은이는 완고했다. 날 번쩍 든 조은이가 내 입에 뽀뽀를 한 다음 다시 껴안았다.
“I will never sell Happy. Never. Happy is my family and my prince. (저는 절대로 팔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해피는 제 가족이고 제 왕자님이에요.)”
완벽한 마무리였을까, 조은이의 말을 들은 칸예는 주변을 둘러보곤 어깨를 으쓱하며 사라졌다. 그리고 모두가 조은이와 나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본부장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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