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92
193. 괴밥(4)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12억 432만 3,190원. 스튜디오 꿀잼 스톡옵션 28,000주]스튜디오 꿀잼으로부터 3,6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이번 달 크리에이터 정산금으로 입금되었다.
“대, 대단해. 이렇게나 많이?”
조은이가 서둘러 세부 정산내역서를 열었다.
방송 중의 도네이션이야 언제나 그렇듯 그다지 크지 않았다. 다만 역시 해외에서 조은이의 채널을 구독하고 보는 이들의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 광고비로 그대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초코똥의 판매 수익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그때 미국 결선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선물로 주었던 초코똥은 그대로 그들의 SNS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해외 주문 판매분만 지난달에 천여 개가 넘었다. 그것은 그대로 조은이에게 2천여만 원의 수익으로 되돌아온 것이었다. 거기에 덩달아 [개촵촵 오가닉 솔루션]의 간식과 사료 판매량도 크게 늘고 있었다.
12억을 달성했다. 그것도 저 노파가 신나게 찌끄리고 있는 동안!
“크르르르…!”
나는 거실에 앉아 식은 케밥을 먹고 있는 노파를 보며 으르렁댔다.
“왜, 해피야? 기분 안 좋아?”
“왈! 아왈왈왈왈!”
‘조은아! 네가 간판과 현수막을 꼭 봐야 해!’
나는 눈물까지 맺힌 채 노파를 보며 짖어댔다. 뚱한 표정의 노파가 그런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저 똥개가 왜 그런디야? 괴밥 먹고 싶어서 그러나?”
“왈! 왈왈!”
“그나저나 조은아, 내일 그것도 사기로 했는디.”
“뭐?”
“잉, 음료수도 놓고 재료도 좀 넣을 수 있는 냉장고 있잖여. 그것이랑 테이블이랑 의자. 그때 거기 한번 가 볼까? 우리 침수됐을 때 갔었던 그 재활용센타, 중고 매장.”
“좋지. 할머니가 가서 잘 골라봐. 해피야, 할머니 도와줄 수 있지?”
“왈! 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옛 동네에 가는 이상 분명 도화선녀도 불러낼 것이고 도화선녀처럼 믿음직한 사람이 간다면 좋은 것을 고를 것이 분명했다.
그 외에도 내일은 가게에 페인트도 칠하기로 했고 등도 달아야 했다. 크게 화려한 것들은 없지만 하나하나 돈이 들어가는 것들이었다.
“주말이면 내가 칠해도 되는데, 내일은 수업이 8교시까지 꽉 차 있어서…”
“니는 공부랑 그 방송이나 열심히 혀. 내 가게는 내가 알아서 잘할 것잉게.”
노파의 눈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그것을 본 조은이가 빙긋 웃었다. 오래간만에 활력이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노파를 보니 조은이도 기분이 좋은 듯했다.
‘과연… 얼마나 갈 것인가!’
부디 돈만 까먹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
“네! 모두 반갑습니다, 개똥팸 여러분, 그리고 해외의 팬 여러분, How are you?”
컴퓨터에 장착된 카메라를 보며 조은이가 손을 흔들었다. 나도 신나게 뉘런 건치를 드러내며 ‘왈왈’ 짖었다.
“네, 요즘 매우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우리 할머니가 새롭게 가게를 시작해서 제가 행정적으로 도와드릴 부분은 도와드리고 있고요.”
– 어디에요? 가고 싶다!
– 가면 조은 님이랑 해피 볼 수 있나요?
– 전에 말했던 그것이구나. 떡볶이집인가요? 아니면 한식 식당?
하나하나 대화를 보며 읽던 조은이가 웃음을 지었다.
“아하하하, 무엇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뭐랄까, 이번 일에 대해서 여러분들이 보여주시는 관심이 정말 커서 감사드려요. 하지만 여러분께 무엇인가 더 직접적인 도움을 받고 싶지는 않아요. 이것은 온전히 할머니의 일이고, 저는 응원하고 도와드릴 뿐이에요.”
– 그래도 가서 팔아주고 싶은데.
– 살짝 상호만 말씀해주시면 좋겠어요.
– 아니면 나중에 팬미팅으로라도?
“아! 팬미팅! 연말에 팬미팅을 한다면 제가 직접 잔뜩 사서 나누어드리겠습니다! 함께 먹어도 좋기는 하겠다.”
조은이의 말에 다들 더 궁금하다며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채팅창이 질문으로 정신없이 올라가는 가운데 조은이는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한식인가요? 로제고추장 님, 땡! 아닙니다. 한식은 아니고요, 우리가 아는 분식이라고도 볼 수 없겠네요.”
“와하하하할, 와하하할!”
맞춰봐라, 절대 못 맞출 것이다. 나이 70이 넘어가는 할머니가 터키쉬 케밥과 쫀득쫀득 터키 아이스크림을 판다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하겠어?
조은이도 신이 났는지 상품을 걸었다.
“여기, 일단 스무고개를 시작할게요. 틀리면 재도전은 없습니다. 정답을 말씀하시는 분은 앞에 ‘정답’을 붙여주세요. 먼저 질문부터 받을게요. 질문도 전부 하나씩만 해 주세요! 정답을 맞히시는 분께 ‘해피의 싱글벙글 초코타임’ 고급형을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조은이는 재빨리 영어로 지금의 상황과 함께 질문과 답변을 받는다고 말했다.
“질문 받기, 시작합니다? Please ask me a question! (질문을 주세요!)”
– 양식인가요?
“김개똥이야 님, 양식…의 범위가 아주 넓네요. 양식이라고 볼 수는 있겠어요.”
– 비싼 음식인가요?
“불닭맛메로나 님, 비싸지 않습니다! 5천 원 아래입니다. 아마 두 종류의 음식? 간식? 여하간 그런 것을 팔 예정이에요.”
– Is it something you can eat while carrying it in your hand?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는 것인가요?)
“Mr. Fillburger, yes, you can eat it while carrying it in your hand. That’s a very sharp question. (Fillburger 님, 네,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습니다. 매우 예리한 질문이네요.) 지금 필버거 님이 하신 질문은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것인가, 라는 것이었고 저는 예스라 대답했어요.”
– 정답! 미니피자!
“와아, 울엄마노랭이 님, 땡! 틀렸습니다. 이제 기회 없으세요! Not a mini pizza! (미니피자 아닙니다!)”
분위기가 한창 달아오르고 있었다. 조은이는 채팅창을 보며 ‘땡!’,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하면서 즐겁게 답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점점 좁혀져 가고 있었다. 고기가 들어가는가? 그렇다, 소스를 뿌리는가? 그렇다, 흔하게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가? 흔하지는 않지만 다들 보셨을 것이다, 특히 축제나 이런 곳에서.
“구월동러버 님, 핫도그!!! 으아아아, 엄청 비슷한데 아닙니다! 땡! Not a hot dog! (핫도그 아닙니다!)”
‘으어어어, 내가 다 두근거리네!’
그때, Emre Kemir라는 이름을 가진 외국인이 채팅을 올렸다.
– Are you talking about Döner Kebab? (네가 말하는 것이 혹시 되네르 케밥(Döner Kebab)이니?)
“되네르 케밥…?”
조은이가 서둘러 검색을 해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도 놀랐다.
“저, 정답! 케밥, 맞아요. 되네르 케밥. Mr. Emre, you got the right answer! (Mr. Emre, 당신이 정답을 맞혔어요!)”
채팅창에 축하한다는 말과 이모티콘이 넘쳐흘렀다. 후끈 달아오르는 분위기 속에서 정답자가 연신 ‘Thank you’를 연발했다. 쯧쯧… 고맙습니다는 ‘Tank you’지. 딱 봐도 영어권 사람은 아니네.
그러고 나서 조은이는 Emre에게 어디 출신이냐 물었고 곧이어 ‘Türkiye’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드디어 초코똥이 형제의 나라 터키로 날아가는구나…!
나는 그날, Emre의 이름을 똥으로 싸는 것으로 방송의 마무리를 지었다.
***
적당한 영업용 냉장고, 적당한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적당한 가격.
도화선녀의 냉철한 눈빛 속에서 노파는 쓸만한 것들을 골라 가격을 지불했다. 차로 내일 보내준다는 약속을 받은 후 다시 가게로 되돌아오니 벌써 페인트 냄새가 진동을 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하나하나 준비가 완료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의 수요일…
아침부터 도착한 [터키쉬 왈랄 푸드] 트럭.
안에서 내린 직원 둘이 능숙하게 통유리 새시를 걷어내고 칸막이와 매대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넓이를 줄자로 재고 패널을 그에 맞게 자르는 작업, 그라인더가 불꽃을 튀기며 돌아갔다.
“아유, 심장이 다 떨리네.”
그렇게 첫째 날은 먼저 케밥을 싸고 재료들을 놓을 수 있는 공간과 미니 냉장고를 설치하고 케밥 기계를 세팅하는 것으로 끝났다. 두 번째 날에 이르러서 드디어 가져온 재료들이 세팅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조잡하게 프린팅된 터키의 유명 관광지 사진 액자가 벽면에 걸렸다.
노파는 한참 동안 금전출납기의 사용법과 카드 결제기의 사용법을 익히고 있었다. 수십 회 이야기해줘도 현금영수증 발행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헷갈려 하는 노파를 위해 직원이 그 과정을 직접 적어 카운터 옆에 붙여두었다.
“아니, 휘릭 말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뭐가 이리 복잡해?”
“어르신, 이걸 다 할 줄 알아야 해요. 그리고, 이것 보세요. 결제 취소는…”
“끼이이잉…”
나는 그것을 보며 몸을 웅크렸다. 차라리 내가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처럼 보였다. 날 카운터에 앉혀만 둔다면 척척 해나갈 수 있을 텐데.
“그리고 내일, 오전 9시에 이벤트 인원과 3일간 직접 케밥을 만들 전문 인력이 올 거예요. 할머니는 혹시 다른 도와주실 분들 있으면 좀 부르셔서 가게 앞이나 동네에 사람들 많은 곳에서 전단지 나누어 주시면서 사람들 모아주시고.”
“전단지? 그건 내가 잘 나눠줘유. 내일 점쟁이 또 불러야겠네.”
노파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간판집 트럭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노파와 왈랄 푸드 직원들이 비켜선 가운데, 직원과 사장이 먼저 사다리를 내린 후 조심스레 간판을 감싼 비닐을 벗겼다.
[해피괴밥]그 간판을 본 왈랄 푸드 직원들의 표정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자신이 다니는 회사, 자신이 영업하고 파는 음식이고 전국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도권에 수십 곳의 매장에 음식을 대고 있는 회사일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음식이 저런 괴상한 간판을 단 곳에서 팔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충격이겠는가.
“김 씨! 불 좀 눌러봐! 스위치! 최종점검 한 번 더!”
“응! 알았어요!”
– 딸깍!
인쇄된 내 귀에 불이 들어왔다.
망연자실한 눈으로 간판을 바라보는 직원들 앞으로 설치를 마친 간판집 사장이 현수막이 든 박스를 꺼내 들었다. 화룡점정의 시간이 드디어 다가왔다.
“끼이이잉…”
‘제발 그것만은… 플리즈…’
이윽고 박스에서 꺼내진 커다란 현수막이 펼쳐졌다.
똥을 싸는 내 모습. 그리고 상장을 앞에 둔 내 모습. 형광색 귀를 빛내며 에어키스를 날리는 뉘런 건치의 내 모습. 수많은 이들에게 둘러싸인 내 모습.
[미국에서 상도 탄 우리 강아지 해피! 해피의 이름을 내걸고 만듭니다. 해피괴밥! 맛있어유, 고기 좋아유.]그래, 이것이지. 이 정도는 되어야 저분들 영혼이 달아나지.
얼굴이 새하얘진 왈랄 푸드 직원들을 뒤로한 채, 건물 옆 벽에 커다랗게 인쇄된 현수막이 펄럭이며 붙여졌다.
그것을 본 노파가 의기양양하게 직원들을 쳐다보았다.
“내일 9시라 했쥬? 이벤트 뭐도 헌다고. 아유, 진짜 기대된다. 우리 해피도 춤도 추고 꼬리도 흔들고 다 할 것이여, 그렇지?”
“와, 왈…”
나는 억지로 웃었다.
지옥문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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