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95
196. 장사천재 안조은!
“정말요? 그렇게나 많이 올라갔어요?”
[네, 당장 뷰 수와 채널에 머무는 시간, 전체 재생 시간을 봐 보세요. 현재 영어 버전의 글로벌 채널과 조회수가 기존 채널을 뛰어넘었어요.]“와, 정말 대단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좀 큰 프로젝트를 실행할까 합니다. 바로, 해피와 함께 하는 한국 알리기. 참고로 이 프로젝트의 경우 국가지원사업이 있어요. 한국관광재단에서 하는. 그것에 제안서를 내서 합격하면 지원금과 서포트를 받게 됩니다.]토요일, 해피괴밥의 안.
잠시 한적해진… 아니 계속,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적한 가운데 걸려온 박건혁 팀장의 전화에 조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해외 채널의 구독자 수. 이제는 영상에 자막을 입히는 것을 넘어, 짧은 숏츠 영상은 영어로 제작해 별도로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영어만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하는 것까지 요구받고 있었다.
‘진짜 글로벌적인 발전이다. 대단하다, 조은아…’
나는 황홀한 눈으로 조은이를 바라보았다. 나야 하는 것은 늘 뻔하다. 오히려 영어를 써야 하는 조은이가 더 힘들 것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힘든 것은…
“아유,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 진짜, 죽것네.”
“아왈왈왈왈! 아왈왈왈왈!”
투덜거리면서 하릴없이 바깥을 내다보는 노파였다.
“주문한 전단지는 아직이야?”
“분명 토요일까지는 오도바이 퀵으로 보내준다고 혔는데…”
“그럼 오후 늦게 올 수도 있다는 말이네.”
조은이가 한숨을 쉬다가 축구공을 들고 지나가는 한 떼의 학생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무엇인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눈을 번뜩였다.
“얘들아! 아이스크림 먹을래? 지금 먹으면 누나가 3,000원짜리 1,500원에 줄게! 너희들, 왔다갔다하며 여기 봤지? 아이스크림 진짜 3,000원이잖아, 반값에 줄게!”
“조은아! 그게 뭔 소리여! 그렇게 해서 뭐가 남어!”
“남는 것? 북적여 보이는 것이랑 좋은 인상이 남지!”
가뜩이나 초등학교 아이들의 시선으로는 비싼 가격이었다. 어지간해서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사서 먹는 것이 나았다. 거기에서도 1,500원이나 2,000원이면 최고급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었다.
쭈뼛쭈뼛하며 머리를 굴리던 아이들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왈! 왈왈! 뀽♥!”
나도 신나게 짖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아이들은 기괴한 내 생김새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강아지, 우리 해피는 미국에서 대회 우승도 했다? 저기, 현수막 보이지? 간판도 보이고. 잠깐만, 누나가 영상 틀어줄게!”
조은이가 꿀잼 스튜디오에서 준 태블릿 PC에 채널을 열어 내 영상을 보여줬다. 아이들이 ‘아아, 그 초코바 똥 싸는 강아지!’ 하며 아는 체했다. 반의 몇 명은 내 인형도 가방에 매달고 다닌다고 했다. 크으, ㈜용실업, 열심이구만!
“그래! 그게 우리 해피야. 너희들, 나중에 가방에 그 인형 매달고 오면 아이스크림 1,000원 할인해 줄게. 알았지? 빌려서 달고 와도 돼!”
“진짜요?”
“그럼! 단, 한 사람당 하나씩이야? 꼭 한 사람당 하나씩 달고 와야 해!”
나는 그 모습을 상상해보다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한 번에 쏟아지는 하굣길, 내 인형을 단 아이들이 이곳에 몰려서 인형을 보여주며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다? 그것은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큰 볼거리일 것이었다. 아울러 ‘누구는 저 비싼 아이스크림을 할인받아 매일 사 먹는데’라고 생각하며 인형을 사거나 또 빌릴 것이 분명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이쪽으로의 관심이 크게 올라갈 것이 뻔했다.
모여든 아이들끼리 쑥덕이며 주머니의 돈을 꺼내 모으다가 이윽고 8,000원을 내밀었다. 조은이는 얼른 500원을 거슬러주곤 ‘할머니! 아이스크림 다섯 개!’하고 외쳤다.
놀랍게도 이것이 오늘의 첫 매출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노파가 아이스크림 통 뚜껑을 열고 콘에 쫀득한 아이스크림을 퍼 담았다.
“그리고 너희들 보통 끝나면 편의점 같은 데에서 컵라면 사 먹지?”
“네.”
“얼마 정도 해?”
“1,500원이요. 싼 건 더 싸고, 비싼 건 더 비싸고.”
“그런데 라면은 컵라면이 맛있어, 끓여 먹는 라면이 맛있어?”
“끓여 먹는 라면이죠.”
조은이가 미소를 띠었다. 그 속에서 무언가 또 번뜩이는 생각을 풀어내려 하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 끓여 먹는 라면 2,000원인데. 쥔라면에 계란 넣어준다? 저기 김밥극락 가면 라면 3,000원인 거 알지?”
“네.”
“컵라면 먹을 바에야 여기 와서 라면 끓여달라고 해. 알았지?”
“와, 이따가 저녁때 와도 돼요? 학원 끝나고. 집에선 라면 못 먹게 해서.”
“그럼. 그런데 여기는 8시까지 하는데.”
“그 전에 올게요!”
“누나랑 약속했다?”
아이들은 ‘네에!’하며 아이스크림을 든 채 학교로 향했다. 어안이 벙벙해진 노파를 보며 조은이가 승리의 V자를 그렸다.
“가게에 사람 없어 보이면 안 돼! 할머니, 나 집에 가서 휴대용 버너랑 냄비 작은 것, 큰 것 가지고 올게. 그리고 저기 ‘다있소’에서 수저랑 젓가락, 그릇도 한 여섯 개 정도 사야겠다.”
“그, 그게 무슨 소리여?”
“이제 한 달 정도만 지나도 아이스크림 아무도 안 사 먹을 것 아냐, 추우니까. 그럼 다른 것으로 케밥과 함께 겨울을 알차게 날 준비 해야지. 할머니가 요리하면 일이 늘어나니까 그나마 라면이 낫지. 라면에 계란 하나에 물에 가스비 해도 1,200원 정도 나오겠다. 2,000원이면 800원 남네! 40%면 마진 좋은 편 아닌가?”
“내 인건비도 넣어야 혀! 적어도 3,000원은 받아야 낫지!”
“아왈왈왈왈!”
내 견건비도!
그런 노파의 말에 조은이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가게 열고 나와서 서 있잖아. 기회비용 날아가는 거야. 인건비 날아가는 것이라고. 손실을 메꾸는 것이 먼저야, 할머니! 그리고 3,000원 받으면 누가 오겠어? 2,000원이니까 김치나 단무지가 없어도 오는 것이지!”
하기야 맞는 말이었다. 계란 넣은 라면이 2,000원이면 요즘 물가치곤 정말로 싼 것이다.
조은이는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면서 집으로 사라졌다. 방금 판 아이스크림, 그리고 팔아야 할 라면을 끄집어낸 것만으로도 가게에 무언가 다시 활기가 차는 느낌이었다.
***
조은이는 오후 내내 거리를 다니며 열심히 전단지를 돌렸다. 그리곤 아이들에게는 ‘이 전단지 들고 가면 케밥이랑 아이스크림 모두 1,000원씩 할인해 준다? 조은이 누나 말 듣고 왔어요, 하고 말하면 돼. 알았지?’ 하곤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이미 오늘, 내일까지는 이렇게 할인을 하면서 더 알리자고 노파를 설득시킨 참이었다. 전단지를 받아든 이들을 향해 나는 꼭 한번 가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긴 눈망울로 열심히 짖어댔다.
“아무것도 안 하면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게 되니까. 여기, 전단지 받으세요! 수평 초등학교 정문 맞은편에 케밥집 있어요. 아이스크림도 맛있어요. 전단지 들고 가면 각각 1,000원씩 할인해 줘요!”
“아왈왈왈왈! 왈왈왈!”
전단지 묶음에서 한 100여 장이나 들고 왔을까? 손에 쥔 전단지는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지나가는 고등학생들에게 마지막 전단지를 건넨 조은이와 나는 노파의 가게로 발걸음을 향했다.
“거봐, 해피야. 진짜 손님 있다!”
“왈, 아왈왈왈!”
나는 놀랐다.
많지는 않았지만 두세 명 정도의 사람이 케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간만에 손님이 줄을 서 있자 노파가 신나게 케밥을 말아 사람들에게 건넸다.
“이게 애들 먹기엔 햄버거보다 좀 더 나을 것 같아서요.”
“아무렴! 괴밥이 영양가가 아주 많아요! 형제의 나라 터키! 터키 사람들은 햄버거 안 먹어. 괴밥이여, 괴밥.”
그만 좀 터키 팔아먹고!
한 사람은 두 개, 나머지 사람들은 하나씩 케밥을 들고 갔다. 조은이가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 가운데, 나도 고맙다며 ‘왈왈’ 짖었다.
“전단지 다 뿌리고 왔어. 몇 명이나 왔어?”
“그래도 여덟 명? 한 열 개 판 것 같은데?”
“100장 뿌려서 10개 팔았으면 괜찮네. 헤헤헤.”
“그게 괜찮은 거냐?”
“그럼. 이제 시작이라 생각해야지.”
역시 긍정의 아이콘이었다. 곧이어 저녁때쯤이 되어서 조은이는 다시 전단지를 들고 나갔다. 다만, 이번에는 나는 노파 옆에 두었다. 아무래도 이 가게의 상징인 만큼, 내가 가게에 있어야 할 듯하다는 판단이었다.
한 명, 두 명…
몇몇이 와서 전단지와 가게 간판, 그리고 추레하게 앉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나를 쳐다보았다.
“여기 맞네.”
“왈! 왈!”
“이거 처음 먹어보는 건데, 괜찮아요?”
“햄버거라 생각혀. 형제의 나라 터키 햄버거!”
“하나 줘 보세요.”
노파가 신이 나서 케밥을 말았다.
그때 두 명의 외국인들이 지나가다 간판과 현수막을 보며 깜짝 놀랐다. 그리곤 유리통 안에서 돌아가는 고기.
“Did you see it, Amy? Surely they’re not making kebabs out of dog meat, are they? (봤어, 에이미? 설마 개의 고기로 케밥을 만든다는 것은 아니겠지?)”
“Oh my god! I’ve heard that Koreans eat dogs, but this is the first time I’ve actually seen it! (오마이갓! 한국 사람들이 개를 먹는다는 것은 들었는데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야!)”
“It doesn’t make sense! If the Turks found out about this, there would be an uproar. (말도 안 돼! 터키 사람들이 알면 난리가 나겠는걸?)”
“But Tucker, this is also part of this country’s food culture. We have to respect it. I’ll just take a picture of this and post it on social media. Dog meat kebabs. (하지만 터커, 이것도 이 나라 식문화의 일부야. 우리는 존중해야 해. 다만 사진을 찍어 SNS에 업로드는 해야겠어. 개고기 케밥이라니.)”
나는 무슨 말을 하는 줄도 모른 채 그 앞에서 뀽뀽대고 있었다. 외국인, 헤응… 외국인도 먹는 해피괴밥, 헤응.
“아니거든요? 아니지, No, that’s wrong! (아닙니다, 틀렸어요!)”
어느새 다가온 조은이가 화들짝 놀란 외국인들에게 당신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식으로 무엇인가를 설명했다. 그리곤 나를 번쩍 들어올려 앞에 놓인 태블릿 PC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마침 Animals Got Talent의 우승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흥미 있게 본 외국인들이 오해를 해서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한 후 케밥 두 개를 주문했다. 그리곤 조은이와 나를 사진 찍었다. SNS에 올릴 모양이었다.
조은이는 날 안고 밝게 웃었다.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가게를 알리고, 또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었다.
한 손엔 케밥을 든 채 웃으며 떠나는 외국인들을 뒤로하고, 아까의 아이스크림 5총사 중 두 명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누나, 라면 끓여준다고 했죠? 2,000원에 계란 넣고.”
“그럼! 어서 들어와!”
두 개의 테이블 중 하나가 찼다. 그리고 곧이어 라면이 익는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이날, 해피괴밥의 총 매출은 126,0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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