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196
197. 글로벌하게 놀자(1)
오래간만에 회의였다.
조은이가 알아서 잘 올리고 있는 것도 있었고 어지간한 업무의 처리는 전화상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정해야 할 것들이 꽤 많았다.
내가 든 가방을 안고 엘리베이터에 탄 조은이가 조금은 긴장된 표정으로 올라가는 층 숫자를 바라보았다.
나는 가만히 머릿속에서 빛태창의 숫자를 떠올렸다.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11억 8,801만 2,940원. 스튜디오 꿀잼 스톡옵션 28,000주]왈랄 푸드에 가맹점비도 납부했고 냉장고며 테이블이며 이것저것 산 것들로 돈이 훌쩍 빠져나갔다. 아마 2,500만 원쯤 나간 듯했다. 덕분에 12억 원대가 깨졌지만 그래도 조은이의 펀드와 주식은 착실하게 수익을 내어가고 있었다. 오히려 거의 손도 대지 않고 있는 상금이 꽤나 컸다. 아마 이사를 하고 난 후에 제대로 투자처를 잡을 것으로 보였다.
‘이제 제대로 크게 터트려서 부지런히 모아야 하는데…’
미리 회의의 안건을 고지 받았지만 나는 제대로 듣지 못한 터였다. 상기된 표정을 보아하니 꽤 중요한 것이 될 게 분명했다.
– 띵~!
문이 열렸다. 지나가는 직원과 인사를 한 조은이는 곧바로 회의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안조은입니다!”
문을 열고 인사를 하니 미리 와서 착석 중이던 김윤석 본부장과 박건혁 팀장, 그리고 ㈜용실업의 대표와 김택준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주 인사를 했다.
‘초코똥에 대한 것도 있나 보구나.’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지 않아도 요사이 판매가 꾸준히 호조를 보인다고 했다. 국내의 판매는 살짝 줄어든 대신 그 이상으로 해외 판매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는 소식이 매우 좋았다.
잠시 서로의 안부를 물은 후 회의가 시작되었다.
“일단, 이쪽의 온라인 스토어에서 해외 직구가 많이 늘었어요. 그런데 배송비부터 여러 가지 문제들을 감안해 봤을 때, 일단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든가 믿을 수 있는 미국 내 유통망과 협약을 맺어 그쪽으로 대량 선적 후 현지에서 판매하는 게 가장 낫다고 봅니다. A/S부터 배송 등 신경 쓸 것들이 많긴 하지만요. 현지 검사도 통과해야 하고.”
“그렇네요…”
㈜용실업 대표의 설명에 이어 김택준 팀장이 인쇄된 종이를 스튜디오 꿀잼 측과 조은이에게 내밀었다. 나는 조은이의 품에서 길게 얼굴을 빼고 종이에 인쇄된 것을 보았다. 커다란 완구매장, 그리고 백화점, 회사의 본사 같은 빌딩들이었다.
“이게 무언가요?”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업체가 있습니다. 미국 국내 완구 총판이라 할 수 있는 거대한 완구 유통 및 제조 업체입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아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요. 이쪽을 통해서 2차 수출도 가능합니다.”
“대단하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안조은 님과 해피를 서포트하고 있는 우리 쪽에서도 정말로 좋은 일이네요.”
“그런데, 요는… 사실 오늘 회의를 급히 요청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요…”
이윽고 김택준 팀장이 꺼낸 이야기는 아주 놀라웠다.
첫째로, 홍보 영상을 완벽하게 영어로, 물론 사용법까지 전부 영어로 설명하는 영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두 번째는 겉포장을 조금은 더 현지식으로 바꾸고 안의 매뉴얼까지 전부 영어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여기까지는 큰 무리가 없었다. 조은이가 영상을 다시 찍으면 되는 것이었고 디자인이나 매뉴얼 번역의 부분은 ㈜용실업에서 책임질 문제였다.
“세 번째로, 미국의 큰 6개 도시의 대표 백화점에서 일종의 홍보 쇼라고 해야 할까요, 프로모션 이벤트로 직접 출연해서 제품을 홍보하고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를 원합니다. 아시다시피 그 대회 때문에 요청이 상당히 높아요.”
미국! 대도시 여섯 곳! 거기에서 똥꼬쇼!
조은이와 내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그러나 놀라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현지에서도 별도로 광고 영상을 찍어야 한다고 해요. 지금 제가 말한 것은 이 업체에 입점하기 위해 반드시 해 줘야 하는 필수 조건이에요. 물론 이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예스나 노를 말할 수 없죠.”
침묵이 흘렀다. 김윤석 본부장과 박건혁 팀장은 저마다 태블릿 PC를 두들기며 정신없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있었다. 아마 제안을 준 미국의 업체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듯했다.
조은이도 인쇄된 회사소개서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아, 죄송합니다!”
조은이가 황급히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꾸려다 실수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하, 할머니! 나 회의! 회의! 끊을게요!”
[찬밥을 팔아서 말아먹으면 돈 천 원이라도…]하아, 진짜 타이밍하고는.
얼굴이 새빨개진 조은이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전화기의 전원을 껐다.
아니, 목소리가 작기라도 하면 뭐라고 말도 안 해! 화통을 삶아 먹었는지, 회의실의 진중한 분위기 속에 노파의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지니 정말로 내 얼굴까지 빨개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김윤석 본부장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어, 어흠. 일단 이것은 이쪽에서도 기본 계약서를 검토해서 논의해야 할 부분일 테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조은 님의 결정이니까, 그 결정에 따라 여기에서도 기본적인 부분을 추가해서 새로 초안을 보내는 것이 낫겠습니다. 아무래도 판매대금도 달라질 테고 현지 세율도 있을 테고.”
“거기에 6개 도시에서 하는 오픈 프로모션 행사에 대한 소요경비의 부담이나 이쪽에 주는 행사비의 고려도 해야 하고요. 광고까지 찍는 것, 그리고 광고 영상의 공개 범위도 봐야 합니다. 우리 측이 관리하는 채널에도 올리고 조은 님의 채널에도 올리면 그것도 수익 셰어 부분에서 별도로 정해야 하죠.”
이렇게나 엄청난 일이 더 붙고 있었다. 그저 ‘네, 하겠습니다!’로 딱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스튜디오 꿀잼 측의 말에 ㈜용실업 측도 미국의 회사와 협상할 것들을 체크해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 조은 님의 생각은 어떤데요?”
모두의 시선이 조은이에게 쏠렸다. 조은이가 잠시 생각을 한 후 입을 열었다.
“학업에 지장만 가지 않는다면 괜찮을 것 같아요. 일단 12월 둘째 주까지 기말고사고 그 이후엔 방학이긴 해요.”
다이어리를 펼쳐 달력을 보던 ㈜용실업 대표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추수감사절 빅 시즌이 있고 크리스마스 빅 시즌이 있어요. 물론 새해 넘어서까지 이어지긴 합니다만 역시 크리스마스가 가장 크죠. 계약이 되어서 이쪽에서 가장 빨리 선적한다고 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출 수 있을지 없을지 몰라요. 정말로 수많은 페이퍼 워크가 기다리거든요.”
김윤석 본부장이 그 말을 받았다.
“그렇다면 계약과 동시에 이쪽에서도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네요? 아까 말했던 여러 정해야 할 것들을 먼저 정하고…”
“솔직히 된다는 가정하에 당장 홍보 영상부터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죠.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계약서를 검토하고 보완하는 동안, 계약 후에 진행되어야 할 일들이 다 준비되어야 가까스로 빅 시즌에 돌입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틀어지면… 위험 부담도 적진 않습니다.”
“약간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 드리자면, 일단 그쪽에서는 계약과는 별개로 직수입 형태로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을 우리에게 요청했어요. 크리스마스 빅 시즌 전에 추수감사절 선물로 먼저 시장을 두들긴다는 의미죠. 무려 6,000개입니다.”
6,000개! 그게 다 팔린다면… 적어도 보급형과 고급형의 중간 마진인 15,000원에 6,000개를 곱하면?
‘다 팔리면 조은이에게 떨어지는 돈은 무려 9천만 원!’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현재 미국 내에서 ‘해피의 싱글벙글 초코타임’의 인기가 제대로 시작되고 있어요. 그때 심사위원이었던 아만다 사이프라이드나 오프라 루즈프리, 칸예 이스트의 SNS를 본 이들부터 대회 자체에 빠진 이들까지 난리예요. 우리 온라인 스토어의 주소도 공유되고 있으니까요.”
“좋아요. 일단 여기에서는 조은 님이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으니 하기로 하고, 내일 오전 중으로 미국의 업체와 협의해야 할 부분, 즉 스튜디오 꿀잼에서 원하는 부분들을 정리해 보내드리겠습니다. 최대한 빠른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그 외 몇 가지 협의 사항과 확인 사항이 오갔다. 최종적인 계약은 모든 협의가 마무리된 뒤 다자계약으로 진행하기로 한 후 ㈜용실업과의 미팅은 마무리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용실업의 대표와 김택준 팀장이 조은이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우리 회사가 이렇게 다시 살아나고 미주지역, 나아가 유럽 지역에도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전부 조은 님 덕분이네요.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에이, 저 때문이라뇨, 워낙 좋은 제품을 열심히 만들어주신 덕이죠. 그리고 사실 가장 중요한 일을 한 것은 제가 아니라 해피인걸요?”
“왈! 왈왈!”
나는 신나게 꼬리를 흔들며 짖었다. ‘해피가 정말 우리 회사의 복덩어리’라며 김택준 팀장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잠시 쉰 후 두 번째 회의, 스튜디오 꿀잼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독립된 별도 법인을 만들 예정입니다. 방금 ㈜용실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 완벽하게 해외 시장을 노려야 할 것은 당연히 스튜디오 꿀잼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거든요. 현재 츄릅 님과 조은 님이 글로벌 채널에서 회사의 투 톱인 것 아시죠?”
“네, 알고 있어요.”
“새로운 법인이 되면 메인으로 맡아 주시게 될 것이고 당연히 글로벌 마켓에 맞춘 콘텐츠들로 무장을 하게 될 거예요. 전에 말씀드렸던 한국관광공사에 제안 넣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려가는 그림이 좀 커지겠죠.”
“그렇구나아…”
“물론 거기엔 조은 님을 회사의 임원으로 정식 채용하는 부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츄릅 님과 조은 님, 그리고 글로벌 채널 3위인 뷰티 블로거 ‘엘 노아’님도 포함되는 부분이에요.”
“이, 임원이요?”
“네, 그렇게 진행되는 게 드문 일은 아니에요. 현재 경쟁업체에서도 소속 크리에이터 중 탑급의 크리에이터는 회사소속을 넘어서 임원으로 뽑아 더욱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경영에도 참여케 해서 함께 커나가게 하고 있어요.”
임원.
세상에, 조은이가 임원이 된다니. 이제 21살의 조은이가!
“임원에 걸맞은 대우, 급여부터 시작해서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임원 회의를 비롯해 기존에 해오던 일과는 별개로 조은 님이 신경쓸 부분도 굉장히 많아지게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교까지 다니는 건 무리일 수도 있어요. 적어도 1, 2년은 휴학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죠.”
“휴학이라…”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물론 경영학과시니 어찌 보면 기업이 움직이고 숨을 쉬는 원리부터 미리 완벽하게 실전으로 배우는 귀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살면서 평생 한두 번도 오지 않을 기회일 수 있지요.”
이렇게 말을 하는 박건혁 팀장도 ‘팀장’이었다.
임원이 된다면 어떤 직급을 어떻게 받게 될 것인가?
“글로벌 마켓을 위한 법인, 거기 이사가 되는 것이죠. 츄릅 님 등과 함께.”
이사.
안조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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