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207
209. 미국에서의 똥꼬쇼(4)
“워후~!!!!”
렌트카 안이 악취로 가득 찼다. 뒷좌석의 내 옆으로 조은이와 노인의 강아지 래쉬가 탔고 노인은 조은이가 앉았던 조수석에 자리 잡았다.
“Sideway! (바로 옆으로!)”
“What? This alley? It looks like the car will hit the wall in here. Besides, what about all those homeless people? (네에? 이 골목이요? 여기, 차가 닿을 것 같은데? 게다가 저 많은 노숙자들은 어떻게 하고요?)”
“Trust me! The police cars come in here. This car is about the same size. We can go in. And I’ll take care of those friends. (날 믿어! 여기는 경찰차가 들어온단 말이야. 이 차도 경찰차와 넓이가 비슷해. 들어갈 수 있어. 그리고 저 친구들은 내가 알아서 하지.)”
창문 바깥으로 상체를 내민 노인이 누워있거나 어슬렁대며 서 있는 노숙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I, Captain Butler, order you! Everyone get up and open up the way! (나 버틀러 대위가 그대들에게 명령한다! 모두 일어나 길을 열어라!)”
노인의 일갈에 노숙자들이 황당한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다 노인을 확인하곤 모두 일어나 황급히 길옆으로 비켜섰다. 그의 명령이 안쪽까지 퍼져나가며 전달되었다.
“세상에… 할아버지 대단하시다.”
“그러게.”
조은이와 아만다가 놀란 눈으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노인이 멋쩍게 웃었다.
“Even if I look like this, I was a company commander during the Vietnam War. Still my command can gather the strength of all my friends here. (이래 봬도 베트남전에서 중대장이었단 말이야. 아직도 내 명령이면 여기의 친구들은 모두 힘을 모을 수 있어.)”
심지어 길 가운데 널브러진 쓰레기통도 다들 치워서 재빨리 길을 만들었다. 모두가 일심동체로 골목에 질주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노인의 명령을 복명복창하는 가운데, 자동차는 신나게 골목을 달리기 시작했다.
“Turn right immediately after the alley. There is a road leading to the dump. Go down that road. It’s a road only for garbage trucks and cleaning vehicles. You can get to the airport faster than any other road. (골목이 끝나면 바로 우회전. 쓰레기장으로 향하는 도로가 나오지. 그 도로를 따라서 가. 쓰레기를 실은 트럭과 청소 차량만이 다니는 도로야. 그 어느 도로보다도 빠르게 공항으로 갈 수 있어.)”
“That means we can’t get in! (그럼 우리는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잖아요!)”
“Don’t worry. Butler, the company commander is riding in this car! (염려 마. 이 차엔 버틀러 중대장이 타고 있단 말이야!)”
이제 와서 그 말을 안 믿을 수는 없었다. 다시 속도를 낸 차는 노인의 말대로 우회전을 한 후 도심의 뒤편을 따라 한적한 도로로 접어들었다.
“모르겠다, 조은 씨. 그냥 믿고 가자. 정 안 된다면 밤새 운전하지, 뭐. 렌트카에 전화해 놓으면 될 테니까.”
“그래요, 언니. 그래도 일단 갈 수 있는 데까지는 가 보죠.”
대도심을 벗어나니 인적이 완전히 끊겼다. 가로등조차 띄엄띄엄하고 오가는 차량은 단 한 대도 없는 개활지였다. 그리고 저 멀리 철문이 보였다. 철문 안에서 불이 번쩍이더니 경비원으로 보이는 덩치 큰 남자가 손전등을 비추며 차량으로 다가왔다.
“Hey, Dale! It’s me, it’s me. (헤이, 데일! 나야, 나.)”
“Hey, Butler. Why did you come in such a nice car today? (헤이, 버틀러.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멋진 차를 타고 왔어?)”
“These are my friends. Say hello. This is Christian Dale, who is in charge of the west entrance of the dump. (내 친구들이야. 인사하게. 여기는 쓰레기장의 서쪽 출입구를 책임지는 크리스천 데일.)”
“Hello. I’m Ahn Joeun from Korea.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온 안조은입니다.)”
“I’m Amanda Bong. (저는 아만다 봉이에요.)”
인사가 끝난 후, 데일은 ‘그래서, 왜?’라는 표정으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노인은 심각한 얼굴로 데일을 향해 말했다.
“They gave me a very hearty meal today. They’re celebrities who came to San Francisco for a big event. (이들은 오늘 내게 아주 푸짐한 한 끼를 선사해 줬어. 커다란 행사를 위해 이 샌프란시스코에 온 유명인들이지.)”
“That’s great. My friend Butler has such famous friends. (그것 대단하군. 내 친구 버틀러가 이렇게나 유명한 친구를 두다니.)”
“But they have to go to the San Francisco airport right now. But as you know, other places are too congested. Please help me. Help these guys. (그런데 이들은 지금 당장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가야 한다네. 하지만 알다시피 너무 막히잖는가. 나를 도와줘. 이 친구들을 도와줘.)”
노인의 말에 데일은 난감한 기색을 띠었다. 어쨌거나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었고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은 권한의 일이었다.
하지만 노인의 진지한 얼굴. 그리고 우리의 간절한 눈빛, 결정적으로…
“왈!”
나의 못생긴 호소.
결국, 데일은 ‘OK’라 하며 어깨에 찬 무전기를 열어 반대편, 공항 쪽 출구의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무전을 보냈다.
이윽고 철문이 열렸다.
개활지, 잔뜩 쌓인 끝없는 쓰레기 벌판 사이로 길이 어둠 속에 곧게 나 있었다.
“Be careful. As you know, it’s dark and just trash. (조심해. 알다시피 어둡고 쓰레기뿐이야.)”
“Thank you, Dale. I will never forget your kindness. (고맙네, 데일. 은혜는 잊지 않겠어.)”
“You just have to live a long, healthy life, Butler. No, my company commander. (그냥, 건강히 오래 살아야 해 버틀러. 아니, 나의 중대장님.)”
데일이 차렷 자세로 경례를 멋지게 했다. 그 경례를 받은 노인의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는 어둠 속의 쓰레기 산 사이로 맹렬하게 질주했다.
***
“기적이네. 이게 미라클이지 뭐가 미라클이겠어.”
공항에 내려 트렁크와 뒷좌석의 짐을 꺼낸 아만다가 조은이가 가져온 카트에 짐을 올리며 중얼거렸다.
“안 늦은 거죠?”
“아니, 여기서부터 또 맹렬하게 뛰어야지. 그런데, 이 차 반납해야 하는데…”
아만다의 눈이 노인에게 향했다. 노인이 문제없다는 듯 윙크를 했다.
“Thanks, Butler. Then I’ll ask you to do it. (고마워요, 버틀러. 그럼 부탁할게요.)”
아만다가 지갑을 열어 지폐 몇 장을 꺼내 노인에게 쥐여주었다. 조은이도 지폐를 꺼냈다. 그러나 노인은 아만다의 지폐만 받았다.
“God bless you. I was just giving back for the delicious food you gave me. (신의 가호가 있기를. 나는 그저 네가 준 맛있는 음식의 답례를 한 것일 뿐이라네.)”
“Thank you, thank you so much.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해요.)”
조은이는 고개를 숙이곤 재빨리 가방에서 내 인형을 꺼내 노인에게 건넸다. 나는 뒷좌석에 얌전히 탄 래쉬를 향해 잘 지내라며 힘차게 짖었다.
“가자, 가자고! 허리 업!”
“헉, 헉!”
우리는 노인과 차를 뒤로한 채 카트를 밀며 열심히 달렸다. 나는 뒤를 돌아 우리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드는 멋진 버틀러 대위와 래쉬를 쳐다보며 힘차게 짖었다.
***
“어마어마하네, 오늘. 제대로 행사가 끝났다고 보고도 못 했어. 이제라도 해야지, 뭐.”
아슬아슬하게 티케팅을 하고 검역소로 가는 길, 아만다가 요 몇 시간 사이 폭삭 늙어버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해피야, 라스베이거스에서 봐. 알았지? 1시간 50분만 가면 된대. 금방 볼 거야!”
조은이가 웃으며 이미 샌프란시스코에서 검역을 마쳤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직원에게 보여준 뒤 날 놓고 손을 흔들며 나섰다.
다시 익숙하게 옮겨지는 켄넬. 그리고 조금은 작은 비행기로 향하는 짐차.
나는 다시 좁은 공간 안에 놓였다. 이렇게 무언가 정신이 없었던 샌프란시스코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도착할 곳은 라스베이거스였다.
비행기의 엔진에서 나는 소음, 그리고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 나는 다시 눈을 감기 시작했다.
***
자정이 넘어 도착한 호텔.
그리고 당연히 나는 객실이 아닌 호텔의 정원 외곽, 멋지게 지어졌지만 결국은 정원 관리실인 드넓은 방에 놓였다.
“미안해, 해피야. 내일은 푹 쉬니까 같이 산책도 나가자, 응?”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조은이가 그릇에 말표 사료와 물을 가득 담아주고는 비척이며 호텔 본관으로 향했다.
나 역시 힘없이 사료를 씹고 물을 마신 채 밝은 공간 아래에서 억지로 다시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 크흐흐흐. 그래, 그래.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로 재미있어.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니까?
동굴 속에서 울리는 듯한 이 음산한 목소리.
내 몸이 굳어왔다. 숨이 턱턱 막혔다. 순간 주변의 모든 것들의 움직임이 멈추고 있었다. 시야가 좁아지는 가운데, 귀에서 이명이 들려왔다.
나는 핏발이 선 눈으로 방의 한쪽 구석을 노려보았다. 무언가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하더니 그것이 점점 진해지고, 또 완벽하게 형체를 갖춰갔다.
– 대단한데? 어디 보자…
검은 그것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방 안, 천장 아래에 빛태창이 나타났다.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12억 4,511만 1,020원]착실하게 수익이 나고 있었다. 이제는 각 펀드와 주식들이 1%만 오른다 쳐도 거의 700만 원씩 늘어가는 수준이었다. 물론 매일 1%가 상승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한 달에 2, 3%는 늘 상승하고 있었다. 완벽한 타이밍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어떠냐! 대단하지?’라는 표정으로 온 정신을 집중해 검은 그것을 노려보았다. 그런 내 눈을 바라보던 검은 그것이 혀를 찼다.
– 아직도 그런 눈으로 날 쳐다보네? 난 네게 기회를 준 것이야. 네가 이 목표를 이룬다면 내게도 엄청난 재미가 된단 말이야. 왜 그걸 이해 못 해? 난 네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진 않지만, 방해 또한 하지 않는단 말이다.
“시끄러. 어쨌거나 난 반드시 목표를 달성해서 내 몸을 되찾고 다시 깨어날 거야.”
– 그래, 아주 잘하고 있어. 너무나 잘하고 있지. 게다가 재미까지 갖추고 말이야. 많은 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을 넌 해냈어. 그것만으로도 칭찬할 만해.
“가장 어려워하는 것?”
– 안정적인 수익 창출. 캐시카우. 쉽게 말해 숨만 쉬어도, 잠만 자도 돈이 들어오는 것. 그것을 다시 굴려서 더 큰 캐시카우를 만드는 것.
그랬다. 정말로 방송 수익, 광고 수익, 초코똥, 사료와 간식, 거기에 이제 곧 록돼섬광에서 출시될 아이스크림의 수익까지.
아파트를 사고 싶다, 그것이 목표라며 2억 몇 천만 원대의 자산을 가진 채 이모를 만났을 때가 올해 늦봄이었다. 그때 정한 포트폴리오는 완벽에 가까웠다.
당시 한 달에 600만 원 정도 들어올 것이라 기대했었고 지금, 조은이에게는 한 달에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은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었다. 당장 6,000개가 모두 팔린 미국의 초코똥 추수감사절 수익만 9천만 원 가까이 될 것이었다. 다음 달에 입금 예정이었다.
– 이제 슬슬 생각해보는 것이 좋아.
“뭐, 뭘? 뭘 생각하라는 거야?”
– 사람 몸을 되찾는 것, 해피로서의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 과연 네게, 그리고 조은이에게 행복한 길일지. 전에 한 번 말했을 텐데.
“이제 와서 뭐라는 거야! 게다가 내게 최고의 것을 선물해 준다며!”
검은 그것이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모든 어둠을 응축한 듯한 미소였다.
– 주긴 준다. 다만, 그게 그 선물에게 있어서도 최고의 행복일지는 모르겠단 말이지. 뭐, 나야 그런 것까지 신경 쓰지는 않아.
“뭐라고?”
– 열심히 하시게. 열심히 해서 성공도 하고. 그다음의 일들도 나는 너무나 궁금하니까 말이지.
“도대체 왜 나타난 거야!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려고 나타난 거야? 이제 나타나지 마! 나중에, 나중에 게임이 종료될 그때 나타나란 말이야!”
나는 온 힘을 다해 내 앞의 이 무시무시한 존재를 향해 고함을 쳤다. 그러나 검은 그것은 내 분노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 왜 나타났냐고? 내 게임에 하나, 무언가 변수가 생겨서 말이지. 다만 그것은 내가 손댈 수 없는 것이고 예상할 수 없는 것이다. 손대어서도 안 되는, 조금은 더 자연의 섭리에 대한 부분이지.
“그, 그게 뭔데?”
– 너, 요새 자꾸 누워서 오줌을 싸거나 질질 흘리지 않아?
“그야 좋아서 그렇지! 좋아서.”
– 조금 있으면 점점 기억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고 움직임도 둔해질 거야. 걸음부터 모든 것이.
나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외치려다 내 몸이 개의 나이로 벌써 열 살이 넘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바로 노환으로 쓰러지거나 무지개다리를 건널 나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겁먹은 나를 검은 그것은 웬일로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 넌 점점 치매가 올 것이다. 안타깝게 되었군. 그래도 부디 노력해서 이겨내길 바란다네.
뭐? 치, 치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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