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214
216. 연말 행사(3)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얼마나 숭고한 행위인가.
하지만 적어도, 이 12월 31일! 그것도 누군가에게 고백하기 위해 이렇게 준비한 곳에서!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이렇게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이곳을 두근대며 찾은 이에게는 핵폭탄급 충격이었다.
“꺄잉♥ 꺄잉♥ 꺄…?”
“웍! 웍! 워…?”
샤넬이와 두찌의 표정이 우리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돌처럼 굳었다.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남과 동시에 절대 이곳에 오면 안 될 인물이 등장했다.
“샤넬아! 샤넬아! 얘가 어디 갔어, 정말! 어? 거기서 둘이 뭐해?”
“아!”
조은이가 깜짝 놀랐다. 걸덕이도 당황해하며 미친 듯이 점례의 접근을 막았다. 그러나 이미 술을 실컷 마신 점례는 반쯤은 풀린 눈으로 걸덕이를 밀며 안을 쳐다보았다.
“어… 뭐야!”
사랑을 나누던 자세로 멈춰있는 샤넬이와 두찌. 그리고 화려하게 장식된 방, ‘사랑해’ 풍선. LED 캔들.
한참을 찌푸리며 그것을 바라보던 점례의 눈이 드디어 아래로 향하고 이 엄청난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미, 미쳤어! 이것들이! 샤넬아! 너 당장 안 떨어져? 야! 진짜! 오빠! 지금 뭐하는 거야! 왜 보고만 있냐고!”
“로, 로랑아! 아니, 점례야! 잠깐만! 그게 아니고!”
“아? 아아… 설마, 그런거야?”
점례가 피식 웃었다. 그리곤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샤넬이랑 두찌를 위해 이렇게 아름다운 자리를 마련해 준거야? 둘이 오랫동안 사랑하라고? 그리고 그걸 미끼로 다시 나랑 잘 해보려고?”
“에엥? 점례야! 정신 차려!”
걸덕이가 혼이 나간 상태에서 열심히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어느새 떨어진 샤넬이와 두찌는 서로의 주인 발밑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애교를 피우고 있었다.
“뭘 정신 차려. 그냥 편하게 대놓고 말해도 됐을 텐데. 하여간 자기 마음 숨기고 포장하는 데엔 진짜 프로라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맨날 전화하고 DM 보내도 무뚝뚝하고 단답형이더니, 이렇게 우리 예쁜 강쥐들 사랑하게 만들면서 분위기 잡으려 했어? 이렇게 멋지게 혼방도 차려주고?”
아, 머리가 어질해 왔다. 나는 어서 이 자리를 피하자며 조은이의 팔을 벅벅 긁었다. 내 의도를 알아챈 조은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
“아하하하, 두 분 그럼 좋은 대화 나누세요. 저는 이만 시간도 늦어서…”
“아니! 조은 님, 지금 여기 이 자리가!”
당황해 조은이를 향해 뻗은 손을 점례가 잡았다.
“로이 오빠, 진짜 감동이다. 이렇게 우리 사이를 다시 이어가고 싶었구나.”
“점례야, 제발 이 손 좀!”
“말티츄 채널 하나 팔까? 로이와 로랑이의 말티츄 하우스!”
그때 얼른 자리를 벗어나던 조은이가 뒤를 확 돌았다.
“그거 이름 완전 좋은데요? 로이와 로랑이, 찰싹 달라붙어요!”
조은이의 말에 점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정말로 점례를 본 이후 처음으로 보는 순수한 기쁨의 미소였다.
“진짜? 조은 씨도 그렇게 생각해요?”
“네!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로이와 로랑이의 말티츄 하우스! 파이팅입니다!”
“와하하하할! 와하하하할!”
나는 조은이의 품에서 신나게 웃었다. 결국 걸덕이의 순정은 이렇게 완전히 빗나가서 새로운 결실을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하늘이 노래진 채 멍하니 서 있는 걸덕이의 팔짱을 낀 점례가 서둘러 걸어가던 우리의 등 뒤로 ‘해피 뉴 이어!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조은 씨!’ 하고 외쳤다.
그래, 해피 뉴 이어다.
***
“아아, 간신히 집에 도착했어요. 아까 우리 해피를 번쩍 들어올렸는데 머리에 쉬를! 싸는 바람에 급히 샤워부터 했습니다. 제대로 말리지 못해 이렇게 수건을 감은 걸 이해 부탁드려요. 머리 말리는 것 보다 이 멋진 시간을 개똥팸 여러분과 함께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조은이는 방송을 켠 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자정이 될 때까지 대화를 이어갔다.
많은 이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아까 진행되었던 스튜디오 꿀잼의 행사 영상을 통해 이미 조은이의 수상은 모든 이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아! 치맥파괴왕 님! 감사합니다. 솔직히 아무 생각이 안 났어요. 그렇게 큰 상을 받게 되리라곤 정말로 생각도 못 했거든요? 제가 얼마나 얼어서 올라갔는지 다들 보시지 않으셨나요? 기동전사고담 님! 맞아요. 내년부터는 한국관광공사 건도 있고, 조금 더 글로벌한 콘텐츠를 많이 기획하고 있죠. 기대해 주세요!”
줄줄이 올라가는 채팅을 읽으며 하나하나 정성스레 대답하는 뒤로 노파가 사과를 깎아 비지밀과 함께 들고 왔다.
카메라에 비친 조은이 뒤로 보이는 노파의 모습에 다들 다시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안 자고 뭐하는 거여? 할 것 없으면 이리 와서 연예대상이나 이 할매랑 같이 보자.”
“에이, 난 싫어.”
“아니여! 아까 그 트로트가수 임용웅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디! 아유, 춤을 막 이리 추는디!”
노파가 신나게 춤을 추며 몸을 흔들었다. 깜짝 놀란 조은이가 카메라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
“여, 여러분! 지금 우리 할머니가 춤 추고 계세요!”
“이, 잉?”
노파가 화들짝 놀라 컴퓨터 화면을 가만히 쳐다봤다.
“지, 지금 방송 중이여?”
“응! 아까 샤워 빨리하고 방송할 거라고 말했잖아!”
“아니, 난 방송 본다고 들었지! 아이고, 아이고! 어흠, 흠.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저는 조은이를 지금까지 키운 할머니, 박복녀입니다. 우리 조은이가 이렇게 바르고 성실한 품성을 가지게 된 데에는 전부 제 가르침과…”
또 나왔다, 이 뻔뻔한 레퍼토리. 그리고 갑자기 급표준어를 쓰며 하회탈처럼 그린 듯 짓는 함박웃음!
오히려 그것이 더 난리였다. 이미 노파가 카메라 앞에서 벌이는 이 이중적인 모습은 오히려 개똥팸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밈이 되고 있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파는 방긋방긋 웃으며 우아한 걸음으로 조은이의 방을 나갔다.
“푸, 푸하하하하! 여러분, 우리 할머니 너무 멋지시죠? 그런데 정말로 할머니가 절 키우시느라 엄청 고생하신 것은 맞아요. 파지도 줍고 그 외에도 여러 일들도 하시고. 그러니 저는 더욱 더 열심히 살아야 했어요.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은 정말로 할머니 덕이죠.”
“왈! 왈왈!”
“아참! 그리고 바로 우리 해피 때문이기도 하고요.”
조은이가 깜빡 했다는 듯 날 쓰다듬었다.
어느덧 시간은 벌써 11시 59분! 조은이가 바탕에 띄워놓은 시계는 벌써 40여 초를 지나고 있었다.
채팅창이 전부 두근두근으로 가득 차는 가운데, 나와 조은이도 뚫어져라 시계를 쳐다봤다.
“…7, 6, 5, 4, 3, 2, 1, 0! 개똥팸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말로 Happy New Year! 해피와 함께 하는 해피 뉴 이어!”
“아왈왈왈왈! 왈왈왈!”
조은이와 나는 신나게 새해를 축복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메시지가 줄줄이 올라왔다.
“한국은 이제 새해를 맞이했어요. 해외의 팬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많은 응원을 부탁드려요!”
외국 팬들에게까지 신년 인사를 마친 조은이가 누군가의 질문을 쳐다봤다.
“새해 소망이요? 새해엔 아마 엄청 바쁠 듯해요. 정말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그것들을 큰 사고 없이 하나하나 즐겁게 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제가 가진 모든 걸 쏟아야 될 것 같아요. 별 탈 없이 한해를 잘 마무리하는 게 새해의 소망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은이가 살짝 말을 멈췄다. 잠시 침묵이 계속되자 물음표와 함께 빨리 말해달라는 재촉이 올라왔다.
“건강이요. 저도 건강하고 할머니도 건강하고 개똥팸 여러분들 모두 건강하기를 바라요.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 해피도 벌써 12살이 되었으니 더욱 건강하게 올 한해를 났으면 좋겠고요.”
“끼이이잉…”
나는 아려오는 눈을 억지로 깜박이며 눈물을 참았다. 그리곤 헥헥대며 신나게 꼬리를 흔들었다.
그래, 건강이 최고다!
***
다음 날.
새해의 아침은 당연스레 떡국이었다. 그것도 조은이가 직접 끓인 떡국.
미리 사온 사골육수에 물에 불려놓은 떡과 만두를 넣고 간을 한 뒤 김가루와 계란 지단, 파까지 올린, 어떻게 찍어도 완벽한 요리사진이 나올만한 정성들인 떡국이었다.
“오늘은 내가 만들어 봤지! 물론 시판 국물이고 떡도 만두도 죄다 사온 거지만.”
“김가루도 사왔잖여.”
“그런 식으로 따지면 계란도, 파도 다 사온거다, 뭐.”
노파와 농담을 주고받던 조은이가 얼른 상 위에 떡국을 놓고 김치도 꺼냈다.
“우리 해피는 떡국은 좀 그렇잖아. 사골국물이라도 먹을래?”
“왈! 왈왈!”
그래, 그동안 정말 착실하게 참아왔으니 사골국물 정도는 괜찮을 것이었다. 나는 조은이가 식혀 준 사골국물을 핥아 마시며 다음 새해도 최대한 별 탈 없이 마주하기를 속으로 빌었다.
덕담이 오가는 가운데 시작된 식사. 한참 동안 떡국을 먹던 조은이가 핸드폰을 들고 이것저것 확인해보다 ‘으앗!’하고 놀랐다.
“잉? 왜 그리여!”
“왈?”
“아, 아하하하! 할머니, 나 잠깐 TV로 동영상 방송 하나만 볼게!”
“잉, 그래라. 어제 임용웅이가 허리춤을 아주 그냥!”
그런 노파를 간신히 진정시킨 조은이가 동영상 플랫폼 앱을 셋톱박스 메뉴에서 실행했다. 그리고 ‘김로이’를 친 후 실시간 방송중인 썸네일을 확인했다.
“세상에…”
“끼이이잉…”
[술방. 방송이 켜져 있으면 아직 마시는 중]저 불길한 제목! 조은이는 얼른 방송을 눌러보았다.
홀로 쓸쓸하게 샤넬이와 두찌가 사랑을 나누던 스튜디오 안에 앉아있는 걸덕이의 모습. 그 옆에는 위스키 병과 맥주병이 여럿 놓여 있었고 빈 얼음통은 안을 카메라쪽으로 드러낸 채 엎어져 있었다.
술기운에 게슴츠레한 눈빛의 걸덕이 뒤로 하트풍선을 붙여 만든 ‘사랑해’가 중간 중간 이가 빠진 채 우중충한 분위기를 더욱 살리고 있었다.
[네, 히꾹! 도네이션 감사합니다. 로이로이쮸쮸 님. 새해 복? 많이 받아야죠. 아휴, 제가 사실 받을 복이 뭐가 있겠어요.]“저거, 방송국 사장아니여? 네 남자친구.”
“아니라고오!”
조은이가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조금은 미안한 표정이었다. 분명 ‘안조은!’하고 문을 열었을 때, 그리고 벽면의 장식과 케이크, 화려한 LED 촛불과 하트를 봤을 때 이게 어떤 자리인지 눈치를 챘을 것이었다.
어떻게 하다보니 샤넬이와 두찌의 어마어마한! 사랑과 점례의 난입 덕분에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지만, 분명 어제의 일은 그냥 농담으로 넘길만한 일은 아니었다.
[프랑스감자탕 님, 네! 그만 마셔야죠. 어떻게 하다보니 이렇게 마시게 되었네요. 우리 로이팸 여러분들과! 새해도 축하하고, 외로운 내 인생, 쫄딱 망한 이벤트도 축하하고! 히꾹!]‘가관이네…’
[고장난방광 님, 감사합니다. 네? 점례, 아니아니 로랑이 채널에서, 히꾹! 있다가 중대발표 한다고요? 히꾹! 하라 그러세요. 저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전, 이 망할 두찌 때문에! 다 망했습니다!]– 웍! 웍! 웍!
로이의 술주정에 옆 의자에 앉아있던 두찌가 눈치없이 허리를 들썩이며 짖어댔다. 채팅창마다 ‘망할 두찌래! ㅋㅋㅋㅋㅋ 대박!’, ‘우리 두찌 오늘따라 왜 이렇게 구박하세요!’ 등등의 글이 올라왔다.
[네? 로랑이 채널 방송 예고에 해시태그로 ‘김로이’랑 ‘두찌’가 붙어 있다고요? 글쎄요~!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이 망할 두찌는 아는지 모르겠지만요. 히꾹! 네? 해시태그에 ‘우리사랑이대로’도 있다고요? 아니아니, 난 몰라요. 몰라요오오오옷!]그 괴랄한 비명과 함께 걸덕이의 방송이 강제종료된 듯 뚝 끊겼다.
“저렇게 술 좋아하는 놈은 만나면 고생혀.”
“아니라고오!”
조은이가 서둘러 채널을 돌렸다.
누군가에겐 올 한해의 각오를 다지는 멋진 새해 아침이었고, 누군가에게 이렇게나 우울한 아침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