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218
220. 조은이의 생일, 그리고 남은 1년(1)
한국관광공사와의 미팅.
가장 먼저,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는 콘텐츠가 우리에게 미션으로 주어졌다.
광양시의 매화 축제를 시작으로 섬진강과 진해의 벚꽃 축제, 그리고 강화도의 고려산 진달래 축제 등이 3월과 5월 사이 일정으로 잡혔다. 또 하나, 대박인 것은 한국관광공사의 한국 관광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이들 중 해외에서도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하는 ‘내다논보이즈’의 멤버 중 하나, ‘휘;Hwi’가 촬영에 게스트로 동행한다는 것이었다.
동네에서 종종 보이는, 학교를 중퇴한 비쩍 마른 문신 멸치 소년 콘셉트의 ‘내다논보이즈’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천박하고 무식하고 위험한 ‘그냥 별로 안 친한 동네 아는 남동생’ 스타일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었다.
특히 대표곡, ‘이 Shake it! 저 Shake it!’은 ‘누나가 술값 내~! 나는 윙크로 대신 해! 이 쉐킷 저 쉐킷!’하는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둠칫거리는 유로 비트로 전 세계를 쉐킷 열풍으로 뒤덮고 있었다.
관광공사를 나와 인근의 카페에 들어간 조은이와 박건혁 본부장은 이 엄청난 소식에 거의 넋이 나갈 정도였다.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언제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해 온 박건혁 본부장이 어버버할 정도로 큰 성과였다.
“아니, 이게… 그 ‘휘’가? 내다논보이즈의?”
“그러게 말이에요. 진짜, 어떡하지? 이 쉐킷, 저 쉐킷!”
“네. 그들로서도 처음부터 부담감 없이, 자국 내에서 공개하기 애매하다거나 스스로 봤을 때 조금 자신이 없거나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을 거예요. 그것들이 이쪽에서 수익이 되고 다른 해외 팬들에게 어필이 된다면 안 줄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회의는 열띤 상태로 진행이 되고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가방 안에서 그것들을 듣고 있다가 소변이 마려워 낑낑댔다.
“어머, 우리 해피! 내 정신 좀 봐. 일단 차 안에서 다시 이야기해요. 해피, 쉬 마려워?”
“낑, 끼이이잉…”
서둘러 바깥으로 나온 우리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중간에 시원하게 볼일을 본 나는 불어오는 바람에서 약간의 봄 향기를 느끼며 코를 벌름거렸다.
오래간만에 이렇게 멀리 나온 셈이다. 매일매일 일이었고 미국에 두 차례나 간 것도 일이었는데 오늘 원주까지 나온 것도 일이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 산이 보이고 너른 공간에서 한적하게 서 있다는 것이 나는 너무나 기뻤다.
“헥! 헥! 헥! 헥!”
“왜, 해피야. 이렇게 넓은 공간으로 나오니까 좋아?”
“왈! 왈왈!”
나는 한껏 공기를 들이마시며 신나게 짖었다.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여태 미친 듯이 뛰어온 세월, 그리고 이제 약 1년 가까이 남은 시간들이 내 감정을 미친 듯이 자극했다.
“그러고 보니 3월 8일이 조은 님 생일이잖아요.”
“아하하하, 맞아요.”
“그날 특별 방송 같은 것 하시나요?”
“아니요, 그냥 집에서 할머니와 해피랑 편하게 보낼까 해요. 뭐랄까, 이제 조금씩 바쁜 가운데 쉴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이 되게 소중하게 느껴지거든요. 요즘 들어 더더욱 그래요. 해피랑 편하게 있고 싶달까.”
조은이도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왜 이런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면서 민망한 듯 웃었다. 그런 조은이를 쳐다보던 박건혁 본부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많이 지치셨죠? 당장 올해부터 이렇게 새로운 글로벌 법인의 이사 업무까지 맡게 되시고.”
“그거야 제가 하고 싶다, 이번이 아니면 이런 귀한 경험도 하기 힘들겠다고 마음먹고 정한 것이라 괜찮아요. 다만, 요즘 해피가 좀 많이 지친 것 같아요. 피로가 쌓여서인지.”
나는 깜짝 놀랐다. 내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을 조은이도 조금은 눈치챈 것일까?
박건혁 본부장이 가만히 나를 쳐다봤다. 나는 무언가 내 몸의 이상을 다른 이가 발견하는 것이 싫었다. 억지로 헥헥거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
3월 8일.
내가 옥상에서 떨어지며 해피의 몸으로 들어간 날. 그리고 조은이의 생일.
아침부터 미역국을 끓이는 냄새가 구수했다. 팬들로부터 받은 수많은 선물들이 거실 한쪽에 쌓여있는 가운데 조은이는 노파를 도와 밥상을 차렸다.
“생일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암, 대단하고말고. 우리 손녀딸이 이렇게나 멋지게 일을 하고 넓은 집도 사줬는데. 대통령보다도 나헌티는 더 큰 사람이여.”
맛있는 아침 식사. 조은이가 슬쩍 미역국에서 쇠고기를 건져 옆에 앉아있는 내 앞에 놓았다.
– 촵! 촵! 촵! 촵!
먹을 것을 철저히 가리지만 오늘만큼은 나도 내 환생 기념일, 그리고 조은이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생각으로 이 고기를 먹겠다!
‘크으으으, 이걸 못 참지. 그러니 내가 똥개지!’
나는 더 달라며 조은이를 올려다보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렇게 맛있게 식사를 하는 도중, 노파가 무심코 변경한 TV 채널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천인광역시 남구 경찰서는 노인들을 상대로 무허가 건강식품과 건강기능제품을 판매해 온 혐의로 방 모 씨와 피 모 씨 등 공동대표 두 명을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아울러 또 다른 판매책을 뒤쫓고 있습니다.]“이, 잉? 저거 해자 할매 아니여? 그리고 저 천하의 쌍놈 귀생이!”
노파가 정신없이 미역과 밥알을 공중에 흩뿌리며 수저로 화면을 가리켰다. 조은이와 나는 깜짝 놀라 뉴스로 고개를 돌렸다.
“와, 왈!”
‘진짜네!’
화면에서는 가짜 상표가 붙은 점퍼를 머리에 뒤집어쓴 해자 할매와 고개를 묵묵히 숙인 귀생이가 얼굴만 모자이크가 된 채 나왔다. 경찰 조서와 함께 ‘저는 정말로 건강에 좋다는 것을 믿었고, 사랑하는 사람의 사업을 도우려 했던 것밖에는…’하며 울먹이는 해자 할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피의자들은 남구 일대에서 무허가 의료기기 회사를 차린 후, 시가 1만 8천 원 상당의 건강환을 64만 원에, 10만 원 상당의 전기 매트를 240만 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환장하겠네. 저렇게나 끊지 못하다니, 그리고 아직도 저 동네에서 사기를 치고 있다니.
나와 조은이는 혀를 쯧쯧 찼다. 노파는 필요 이상으로 크게 웃으며 ‘아유 속 시원해! 저렇게나 남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더니, 아유 속 시원해!’하며 두 발을 쭈욱 뻗었다. 내 생각에는 뻔뻔하고 무서운 것은 이 노파도 절대 저 둘에 뒤떨어지지는 않아 보였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조은이가 설거지를 하기로 한 가운데 노파가 부지런히 해피분식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얼마 전부터 조은이는 내가 해피분식으로 노파와 같이 나가는 것을 막았다. 내 입질 때문이었다. 그때 이후로 아직 튀어나오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어린아이들에게 실수로 한 번이라도 입질을 했다가는 학교 앞에서 제대로 장사를 못 할 일이 생길 수도 있었고 내 이미지에도 정말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이제 학교에 갈 일이 없는 조은이였던지라 날 데리고 평상시보다 더 많이 산책을 하고 대화를 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좋았다. 그런 것들이 내게 충분한 자극이 되었고 안정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정말로 그 입질 이후 나는 아직 길을 헤매거나 누군가에게 이를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아주 고무적인 일이었다.
–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노파를 보낸 후, 간만에 휴일 아닌 휴일을 맞아 TV를 보며 누워있는 조은이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걸덕이 오빠네? 뭐야! 언제 기프티콘을 보냈어! 으아아아, 이 케이크 매장이 이 근처에 있던가?”
‘뭣! 걸덕이라고! 이놈이, 12월 31일에 그렇게 대실패를 해 놓고 생일날에 왜! 네가 뭔데 케이크를!!!’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조은이를 쳐다보았다. 얼른 끊어!
“네, 걸덕이 오빠. 안녕하세요!”
[아하하하, 조은 님! 아니, 안조은 이사님! 생일 축하드려요.]“아, 감사해요! 아니, 웬 케이크예요, 안 이러셔도 되는데.”
[에이, 딱 봐도 아직 케이크 안 드신 것 같아서. 안 그래요? 그나저나 팬 분들에게 선물도 엄청 많이 받으셨겠다.]조은이는 걸덕이와 웃으며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크게 들리는 걸덕이의 말을 듣다 보니 의외로 껄떡임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통으로 가 물을 핥았다. 이 노파는 점점 국이 짜지네!
[아, 그리고… 조금 민망하긴 한데, 이번에 새로운 채널을 하나 팠거든요. 아예 합방 자체로 하는 채널.]“네? 어떤 채널이요?”
[그, 뭐냐… 그게, 좀 쑥스럽고 웃기기도 한데. 로랑이의 샤넬이가요…]오잉? 샤넬이가? 샤넬이가 왜?
물을 핥던 나는 귀가 쫑긋 섰다. 그러고 보니 정말 12월 31일은 어마어마한 이벤트가 있었지.
“네, 샤넬이가 왜요?”
[두찌와 샤넬이 사이에 여덟 마리 새끼가 생긴 것 같아요. 동물병원 다녀왔거든요.]– 푸, 푸흡!
나는 그대로 입과 코로 물을 내뿜었다. 조은이도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덟 마리요? 우와아아아아!”
내 머릿속에 두찌가 그 둔중한 몸을 꿀렁거리며 날 보고 승리의 V자를 그리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샤넬이도 함께.
아아아, 너희의 승리다. 말티츄 여덟 마리는 이길 수 없지. 암, 암.
[그래서, 새끼를 낳고 키우는 모든 과정을 콘셉트로 잡아 기획해서 오늘부터 생방 시작하게 됐어요. 뭐 인사도 겸사겸사 드릴 겸! 좋아요와 구독도 부탁드리려고요.]“어머 당연하죠! 잘됐다, 진짜 잘됐다!”
그렇게 웃음과 축하가 서로 오가며 전화는 끊어졌다.
정말 드라마틱한 소식에 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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