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221
223. 휘와 쥰(2)
‘혹시 방광에 귀신이 들린 것 아닐까?’
나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 준인지 쥰인지 하는 놈은 조금만 걷다가도 물을 달라고 해서 벌컥벌컥 마시곤 계속 1리터에 가까운 오줌을 싸댔다.
“저, 저기, 쥰이 괜찮은 것 맞아요?”
조은이가 조심스럽게 물었으나 휘는 싱글벙글이었다.
“네. 저도 걱정돼서 얼마나 많은 병원을 다녀봤는데요. 다행히 조금 특이한 것일 뿐 쥰은 엄청 건강하다고 하더라고요.”
“아니, 일단 건강한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잠시 촬영을 쉬는 사이, 조은이와 휘는 쥰을 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나 역시도 저 미칠듯한 폭발적 에너지에 혀를 내둘렀다.
벌써 마을 끝과 끝까지 몇 차례나 오가고 팬들의 함성을 자아낸 쥰은 한 집으로 들어가 마당에 받아놓은 물을 꿀꺽꿀꺽 마시곤 다시 당산나무로 가 당산나무 잔뿌리가 드러나도록 오줌을 싸댔다.
“자아, 다음 씬은 여기 이장님 댁 들어가서 마을에 대한 유래와 여기 매화나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들어보고, 매화나무의 열매가 매실인 것 아시죠? 여기 매실이 아주 유명한데, 그 매실로 만든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보는 시간을 가질게요!”
스태프의 말에 조은이와 휘가 일어섰다. 잽싸게 이쪽을 스쳐 지나가는 쥰을 잡은 휘가 ‘어서 가자’라며 조은이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오호, 음식이라! 게다가 매실이라!’
입에 침이 가득 고였다. 매실이야 매실청이나 매실 음료밖에 모르지만, 여하간 다양한 음식들이 차려질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가 슬쩍 먹을 것들도 많아질 것이었다.
나는 오방색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
“긍게, 이 매실이 사람 몸에 겁나게 좋아불고! 아주 쩌그… 뉘기냐. 어이! 쩌그 아래 거시기 뉘당가! 그 빌빌대던 쩌그 거시기!”
“아, 그 쩌그 거시기 말이요? 점동떡 쩌그 거시기. 아! 훈태!”
“그리여, 훈태. 고놈이 뼈가 뿌라져부렀는데 그 이후로 바람만 불고 비만 오믄 아주 나가 뒤지것다고 악을 써. 그래서 인자 나가, 아그야! 그러면 요 매실 좀 니가 물에 타서 약 먹듯이 한 1년만 하루 시 번만 묵어봐라 혔잖여! 그래붕께 아따, 시상에! 몸이 안 시린 것은 둘째치고 얼굴이 빤들빤들해지고 10년은 젊어져부러!”
“그 가이내도 겁나 이뻐져부렀지라. 그래서 쩌그 여수에 그 뭐이다냐, 은행 댕기는 서울에서 내려온 총각이랑 만나서 결혼도 해불고. 매실을 먹고 말이여.”
아주 청산유수였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장과 이장댁의 구수한 남도 사투리 + 과학적 입증과는 전혀 거리가 먼 효과 자랑에 조은이와 휘는 웃음이 터지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이윽고 마당에 놓인 평상 위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 조은이와 휘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나 역시 음식의 냄새를 맡고 입에서 침이 질질 흐르기 시작했다. 쥰도 휘의 품 안에서 몸부림을 쳐대고 있었다.
“하하하, 쥰이도 이게 먹고 싶은가 보다.”
“그러게요. 우리 해피도 입에 침이 잔뜩 고인 것 같아요!”
이장댁이 어깨를 으쓱으쓱하는 가운데 이장이 앉아서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자아, 요거시 인자 매실청을 넣고 담근 김치, 요거슨 매실청을 넣어 버무린 겉절이, 요거시 뭐이다냐허믄 매실 쨍아찌!”
“아! 째, 쨍아찌!”
“말을 그리 끊어버리믄 섭허제. 조용히 좀 허시고. 요거슨 인자 간장에 또 매실을 넣어서 양념을 헌 양념장, 요거슨 매실로 맛을 낸 떡이고 요거슨 돼야지 고기 삶은 것.”
“아아, 이 돼야~지 고기는 혹시 매실을 돼지에게 먹여 키우거나 아니면 삶을 때 매실청을 넣는다거나…”
조은이의 질문에 이장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돼야지 괴기는 쩌그 농협에서 사 왔는디? 요 째깐한 우리 마을에서 돼야지를 워떻게 키우간디. 그라고 돼야지 삶을 때 매실 넣으면 괴기가 맛이 요상해부러. 아따, 얼굴은 겁나 이삐장헌 샥시가 음식 쩌그는 없어부네.”
“와하하하하할! 와하하하할!”
괜히 말을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은 조은이였다. 카메라로 찍던 촬영기사도, 뒤에 서 있던 스태프도, 휘도 모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오히려 그래서 더 촬영장 분위기가 살았다.
“요 파짐치도, 꼬들빼기도 다 매실청을 넣어서 헌 것잉게 겁나게 맛있소. 많이 드시오. 그리고 요것, 요거시 인자 30년이 된 매실청인디 요거슨 그 자체가 약이여! 요것을 넣고 시원허게 물도 타 마시고!”
나는 정말로 폭포수처럼 침을 흘리며 음식들을 쳐다보았다. 다른 무엇보다도 저 잘 삶아진 수육에 파김치나 고들빼기를 얹어서 한 입만 먹고 싶어 못 견딜 지경이었다.
“안 돼, 해피야. 참아. 이따가 살코기 부분 살짝 떼어줄게.”
조은이가 낮게 중얼거리며 날 진정시켰다.
한 상을 앞에 다 차려놓고도 이장의 ‘30년 된 매실청’ 자랑은 끝이 없었다. 촬영을 위해 며칠 전 장에서 사 온 듯, 번쩍번쩍한 작은 백자 안에 담긴 것을 들고 토해내는 열변은 음식이 다 식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요것이 30년이 되면 인자 약도 그냥 약이 아니라 신령한 약이 되야부린다 요것이오. 한 잔만 그대로 마셔도 1년 내내 깨댕이 홀딱 벗고 냇가에서 씻어도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지침 한 번 안 허요! 그리고 아주 그냥 중풍에도, 치매에도…”
‘치매!’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저것이 치매에 좋다니, 아무리 그래도 그 말을 듣고는 그냥은 못 지나치지. 물론 저 허풍을 곧이곧대로 들을 수는 없지만, 간절한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법이었다.
내가 허리가 아프고 온몸이 쑤시면 귀생이가 파는 은나노 게르마늄 옥매트도 250만 원에 그냥 사는 것이다!
같은 무게의 금만큼이나 귀할 것이라는 등 열변을 토하는 이장을 스태프가 얼른 제지시켰다.
“자아, 잘 먹겠습니다!”
이미 거의 다 식어버린 음식들을 앞에 두고 조은이와 휘는 만세를 부르며 젓가락을 들었다. 이장이 카메라에 잘 잡히도록 30년 된 매실청이 담긴 백자병을 상의 한쪽에 세워 놓았다.
– 와그작 와그작!
먼저 파김치를 길게 들어 씹어먹던 조은이가 입을 가리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대박!”
“어, 진짜요? 그럼 저는 이 수육에 묵은지를 싸서, 아니지! 묵은지에 수육을 싸서 한 입!”
휘도 눈을 크게 떴다.
“와! 대박! 입안에서 매실의 상큼한 향이 휘몰아쳐요!”
에이, 딱 봐도 그건 아니지. 그 노파의 김치만큼이나 쉬어 보이는데. 쉬큼한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구만.
여하간 그래도 음식이 맛있는 것은 확실했다. 조은이나 휘 모두 잘 차려진 한 상을 정신없이 흡입하기 시작했다.
“멘트! 멘트!”
처음의 멘트 이후 너무 정신없이 먹기에만 집중했는지 스태프가 작게 속삭였다. 카메라가 조은이와 휘의 입을 클로즈업하다 천천히 물러섰다.
“나, 어쩌면 좋지? 이거 밥 한 공기 더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이 매실 장아찌, 아니 쨍아찌! 완전 제 취저입니다. 우리 내다논보이즈 멤버들 데리고 다시 찾아오고 싶어요, 정말로!”
그때 휘의 품 안에서 몸부림을 치던 쥰이 결국 휘의 힘을 이겨내고 상 위로 주둥이를 내밀어 수육을 찹찹대며 먹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안 돼, 쥰아!”
“쥰아, 너 왜 그래! 어서 나와. 지금 촬영 중이잖아!”
깜짝 놀란 휘가 얼른 쥰을 안고 떼어내려 했다. 그러나 쥰의 힘이 얼마나 장사인지, 비쩍 마른 휘는 그대로 쥰이 허리를 한 번 털자 평상 아래로 나동그라졌다.
상이 크게 흔들린 가운데 상 위에 세워졌던 백자병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그리고 병 입구에서 시커멓고 끈적끈적한 매실청 진액이 꿀럭꿀럭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앗! 이 귀한 것을!”
“꺄아아악! 어쩜 좋아!”
순간 나는 빛과 같은 속도로 조은이의 품에서 뛰쳐나갔다. 치매, 치매에 좋다고 했겠다!
– 촵촵촵촵촵! 촵촵촵촵촵!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미친 듯이 짧은 시간 동안 이 30년이나 숙성된 매실청을 핥아먹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시고 쓰면서도 달았다. 아주 졸여진 듯한 이 꿀렁함, 부디 이것이 내 몸 안에 가득 퍼져서 치매를 예방하길 바라며 나는 급성 당뇨가 와도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주둥이를 백자병에 틀어박고 혀를 낼름댔다.
“오메! 이 금보다 귀헌 것을 똥개가 빨아묵고 있네!”
이장과 이장댁이 이 난리에 뛰어나왔다가 기절하듯이 놀랐다. 나는 곁눈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계속해서 주둥이를 병 입구 안으로 쑤셔넣었다. 아주 주둥이가 콕 박혀서 빠지지 않게끔 일부러 더 넣고 꿀럭꿀럭 목구멍을 열어 그 진득한 것을 마셔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우리 해피가 이 중요한 방송에서 금보다 더 귀한 30년 된 매실청을 빨아먹고 있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조은이의 전매특허인 구구절절함이 들어간 사죄! 조은이는 얼른 날 안고 병을 떼어내려 했으나 나는 조은이의 팔을 뿌리치고 주둥이에 병을, 아니 병에 주둥이를 박은 채 뛰어내려 고개를 한껏 하늘로 들어 남은 매실청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빨아먹었다.
“끄어어어어어어억!”
나도 모르게 뱃속에서 끓어오른 매실청이 그대로 거대한 트림이 되어 입 밖으로 나왔다가 병을 타고 그대로 코로 흡입되었다.
알싸한 기운은 마치 알코올과도 같았다. 나는 몽롱해진 채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그제야 병이 내 주둥이에서 빠져나와 바닥을 굴렀다.
***
결국 모든 사단은 최초에 난리를 피운 쥰 때문인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휘가 정식으로 이장님과 이장댁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오히려 촬영팀은 더 싱글벙글이었다. 이것이 소위 말한 ‘재미있는 그림’, 그리고 ‘킬링 포인트가 있는 콘텐츠’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나는 그래뿐다. 저 똥개가 밥상에서 괴기 조각쯤이야 처묵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이 말잉게! 그란디 이 30년 된, 금보다 더 귀한 매실청을 핥다 못해 아주 병으로 나발을 불어버리는 저 요상스런 귀를 가진 똥개가 참말로 좀 거시기허다 이 말잉게! 나도 귀한 손님이나 와야 꺼내는 것을!”
“죄송합니다! 우리 해피가 병에 코를 박고 빨아먹어서 죄송합니다!”
“아니, 그건 일단 우리 쥰이 난리를 피워서 일어난 일이죠, 뭐. 그리고 이장님! 아무도 못 먹고 바닥에 다 쏟아질 바에야 강아지라도 얼른 먹는 게 낫죠! 안 그래요?”
휘가 넉살 좋게 받아치면서 이장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리고 귀에다 대고 ‘제가 넉넉히 사례 할게요’라 작게 속삭였다.
황금니를 드러낸 이장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하기사, 귀헌 약이 땅에 쏟아질 바에야 개라도 먹는 것이 낫제!’하곤 급 태세 전환을 했다.
다시금 훈훈한 웃음이 오가는 가운데, 먹방 촬영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나저나 약이 되기는 개뿔, 나는 그 후로도 부글부글 가스가 차오르는 배 때문에 하루 종일 수십 번 트림을 하고 방귀를 뀌어대야 했다.
그럴 때마다 그윽한 30년 된 매실 향이 피어올랐고, 결국 조은이조차 날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고 휘와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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