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224
226. 공격(2)
회의실 안은 침묵으로 가득 찼다.
급하게 소집된 회의. 그만치나 회의의 주제는 무거웠다.
푹 가라앉은 분위기에 맞춰 나도 가방 안에서 얌전히 쭈그려 앉아 있었다. 즐겁게 귀를 팔랑거릴 때가 아니었다.
“일단, 안조은 이사님. 괜찮으세요?”
박건혁 본부장과 김윤석 대표이사, 그 외 다른 이사직의 인플루언서들까지, 모든 이들의 눈길이 조은이에게로 향했다.
“네? 네, 아… 네.”
“끼이이잉…”
‘괜찮기는.’
어제부터 오늘 새벽까지, 멍하니 자리에 앉아 밤새도록 클릭을 했던 조은이였다.
일반 사람들이 보는 조은이는 분명 강했다. 그리고 엄청나게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그 속엔 눈물도 많고 약한 부분도 많은 아이였다. 나는 지금까지 몇 번이고 날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던 조은이의 다른 모습을 봐 왔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게다가 나와 노파까지 건드리면서 공격하는 악플 세례와 허위 정보들의 난립은 분명 조은이로서는 처음 경험해 본 것이었다.
[아파트 고층에 살면서 강아지는 흙수저처럼 염색하고 친할머니는 초등학교 뒤에서 콩알만 한 분식집 꾸리고 있음. 이게 사실이라면 기만을 넘어서 진짜 가증스러운 쓰레기임. ㅋㅋㅋㅋ 안 그럼?]조은이의 SNS에 달린 그 댓글이 오늘 새벽 조은이를 통곡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완전히 얼이 빠진 상태로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것이었다.
안타까운 듯 조은이의 얼굴을 쳐다보던 박건혁 본부장이 한숨을 쉬며 인쇄된 종이를 나누어주었다.
“일단 이번 사태에 대해서 급하게 내다논보이즈의 소속사인 뒷골목엔터테인먼트에 알렸고요, 공식 답변서를 받았어요. 보시다시피, 해당 팬덤은 내다논보이즈의 공식 팬클럽인 ‘동네누나즈’와는 관련이 없으며 어떤 부분에 있어서도 내다논보이즈와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고 하네요.”
“네? 그게 말이 되나요? 누가 봐도 그쪽 팬들이 안조은 이사님이랑 휘가 하트해서 사진 찍고 같이 팔짱 끼고 데이트하는 설정 컷 찍은 것으로 그러는 거잖아요?”
“맞아요. 그게 엄밀히 따지면 한국관광공사의 기획이고 콘셉트 연출로 제안된 것인데 왜 그것을 이쪽만 뒤집어써야 하냐고요!”
츄릅과 엘 노아 등 인플루언서 인사들이 황당하다며 소리쳤다.
이들도 조은이와 같은 소속사에 같은 크리에이터이자 임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어제 악플과 테러를 약간이나마 받았던 이들이었다. 그래도 자신들의 피해보다 조은이의 피해에 더 신경 써 주는 것이 고마웠다. 물론 회사 자체의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렇게 분노해주는 것 자체는 분명 진심이었다.
그러나 박건혁 본부장은 자신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그게 그리 쉽게 될 일이 아니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이 정도의 글로벌 스타라면 이렇게 부정적이고 논란이 될 만한 이슈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선 긋기를 나서는 것이 당연합니다. 또한, 이런 일은 수없이 벌어져 왔고 또 음지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알아도 그 실체를 잡을 수 없어요.”
“고소하면 되지 않나요? 저런 애들, 싹 다 금융치료 받아야 해요.”
츄릅의 말에 박건혁 본부장이 강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여태 침묵을 지키던 김윤석 대표이사가 씁쓸한 얼굴로 설명을 했다.
“그 정도의 커다란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에 고소를 하는 것은 아주 커다란 악재입니다. 개별적인 악플러라 하지만 받아들이는 쪽은 ‘동네누나즈’가 공격받았다고 생각할 것이에요. 게다가 이런 논란을 내다논보이즈로 번지게 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아주 적절치 못해요.”
모두가 침묵했다.
김윤석 대표이사의 말은 너무나 정확했다. 그 속에 담긴 의미와 만약 고소를 섣불리 진행할 시 이쪽이 받을 피해와 논란은 조은이 정도로 끝날 부분이 아니었다.
“하나 더 말씀드릴게요. 이건 우리 회사로서의 문제이기도 해요. 현재 막 상장된 회사, 그리고 새로 설립한 글로벌 법인의 이사이자 대표 크리에이터에게 ‘고소, 고발’이란? 우리가 진행한다고 해도 무조건 악재입니다.”
“어, 어째서죠?”
“팬들에게는 내다논보이즈에게 치근덕대는 젊은 여자 이사가 회사를 조종해 그쪽 팬들을 고소하는 모양새로밖에 안 보이죠. 아시잖아요? 크리에이터들에게 있어서 고소나 고발이라는 행동이 얼마나 큰 낙인으로 오래 가는지.”
“그렇긴 하죠.”
츄릅과 엘 노아가 고개를 숙였다. 하기야 조은이 이전에 글로벌 크리에이터로 성장해 오면서 훨씬 더 많은 것들을 겪었을 이들이었다. 그들을 쳐다보는 김윤석 대표이사의 눈에 안타까움이 번졌다.
“크리에이터가 이 일을 그만두는 가장 많은 이유가 바로 악플과 비방이죠. 그런 것들을 보면서도 못 본 척, 채팅에서 보여도 안 보인 척 지나가야 하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이제 더 큰 것들을 감내해야 합니다. 우리가 더 클 때까지.”
“네…”
박건혁 본부장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정리했다.
“일단 안조은 이사님에게는 회사 차원에서 심리 상담이나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면 바로 지원해드리도록 할게요. 그리고 한동안은 SNS나 동영상 채널에 새로운 콘텐츠를 올리지 마십시오. 댓글도 달지 마시고요.”
“네. 알겠어요.”
“별도의 사과문도 필요 없고 해명문도 필요 없어요. 무엇을 달아도 트집 잡을 테니까. 그저 침묵하고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려야 합니다.”
언제까지? 도대체 언제까지? 당장 2주일 후에 세 번째,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 축제와 반려견과 함께 하는 나들길 걷기’ 촬영이 잡혀있었다. 당연히 휘와 함께 한다.
아찔했다.
결국 이런 분위기로는 잡혀있는 촬영까지 제대로 하지 못할 판이었다. 휘라도 나서주면 좋으련만 자칫 잘못하면 불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
그다지 큰 소득은 없었다.
조은이가 고개를 숙인 채 지하철역으로 내려왔다.
“끼이이잉…”
“괜찮아. 어서 가자, 해피야.”
지하철역 안의 통로. 벽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서 때마침 조은이와 휘의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광양과 진해에서 찍은 영상들의 하이라이트가 화려하게 흘러나오는 가운데, 벚꽃을 배경으로 나와 쥰을 이끌고 걷는 두 사람.
그리고 문제가 된 손 하트와 방긋 미소. 팔짱을 끼고 서로 맛있는 것을 먹여주는 모습.
[언제나 다이내믹한 그곳,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전 세계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즐길 수 있도록! 글로벌 코리아, 펫홀릭 코리아!]오가던 이들이 영상을 바라보며 멈춰 섰다.
“어! 내다논보이즈의 휘다.”
“그런데 저 옆은 누구야?”
“크리에이터래. 그런데 개 되게 웃기게 생겼다.”
“그러게. 우리 휘 오빠 개멋있어.”
다른 말은 없었다. 적어도 조은이에 대한 험담이나 비난은 분명 이 대화에선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은이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손의 떨림이 그대로 가방 안에 있는 내게 전해졌다.
“낑, 끼이이잉!”
나는 제발 정신 차리라고 소리를 내며 가방을 긁었다. 조은이는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른 후, 고개를 푹 숙인 채 재빨리 지하철역 내에 있는 편의점으로 가 마스크부터 샀다. 그리고 옆의 옷가게에 들러서 바깥에 진열된 싸구려 선글라스를 짚이는 대로 사 얼른 썼다.
두려운 것이다.
어쩌면 아까의 대화에서 들어가 있지 않았던 자신의 험담을 상상으로 듣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결국 조은이는 마스크와 선글라스 차림으로 날 안은 채 지하철역을 나와버렸다.
“태, 택시 타자. 해피야, 알았지?”
“끼이이잉…”
이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여태 잘해 왔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결국 택시를 탄 우리는 서울에서 천인광역시까지, 장거리를 이동하게 되었다.
한참 말이 없는 가운데, 차 안에서도 선글라스를 벗지 않던 조은이는 때마침 울린 진동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액정에 떠 있는 글자, ‘할머니’를 보곤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쉬며 전화를 받았다.
“으, 응. 가고 있어요, 할머니.”
[조은아, 이게 무슨 일이래? 아유 세상에! 이게 웬 난리야?]“왜? 왜, 할머니!”
[지금 구청에서 나왔다구, 갑자기 여기 조사를 한다고 여러 명이서 찾아왔어.]“왜? 무엇 때문에?”
[누가 위생이 아주 불량하다고 신고를 넣었다나벼. 여기서 먹고 배탈 났다고 구청에 전화를 했대.]조은이의 얼굴이 굳었다. 나 역시도 깜짝 놀랐다.
분명 이것은 무언가 이상했다. 타이밍이란 것이 있고 감이란 것도 있다. 그리고 그것 모두가 가리키는 것은 하나였다.
“저기, 할머니! 그분들 좀 바꿔줄래? 응?”
노파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이윽고 무어라 말하는 소리와 함께 중년의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네, 수평구 환경위생과 김달호입니다.]“아, 안녕하세요. 저, 해피분식 사장님 손녀인 안조은이라 하는데요. 해피분식에 신고가 들어왔다고요?”
[네. 여기 떡볶이를 먹고 장염에 걸렸다며 위생에 문제 있는 것 같다는 전화와 구청 게시판의 민원이 동시에 여러 건 접수되었어요.]“여러 건이요? 갑자기 동시에요? 우리 할머니, 그래도 위생만큼은 엄청 신경써서 하시고 있어요. 관리 어려운 기름 대신 에어프라이어 쓰고 대부분 기성품으로 쓸 정도예요!”
[그러니까, 지금 딱 봤을 때는 다른 분식집이랑 크게 다를 것이 없긴 한데… 일단은 민원이 들어왔으니 음식들은 조사를 좀 해 봐야 할 듯하고요, 조사 결과 나올 때까지는 열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네? 왜, 왜요?”
[당연하지 않나요? 민원이 다수 들어왔는데 이게 정말이라면, 계속 장사를 하고 있으면 피해자가 늘어날 수 있잖아요.]조은이의 입술이 덜덜 떨렸다. 분노, 당혹스러움, 슬픔, 그리고 허망함. 모든 것이 뒤섞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그 민원 넣은 사람이 누군데요? 만약에 허위 민원이면요! 적어도 구청 게시판은 본인 인증해야 쓸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전화기 안으로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담당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연히 민원인의 신분은 밝힐 수 없고요, 전화 제보로 온 여러 명은 전부 신원을 밝히길 꺼려했어요. 만약 이것이 허위 민원이라면 구청 게시판에 올린 이를 상대로 손해배상이나 허위사실적시 등으로 고소를 하건 뭘 하건 그건 그쪽에서 알아서 하셔야 할 문제고요.]고소. 또 고소였다.
결국 조은이는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채취한 시료를 보내 대장균이나 식중독균 등의 검사를 하고 통보받는 데에는 약 1주일이 걸린다고 했다.
“네, 알겠습니다.”
곧이어 전화는 노파에게로 다시 넘겨졌다.
[잉, 조은아! 이분들이 뭐라디? 아유, 지금 뭔 유리병에 떡볶이랑 순대도 썰어 넣고 어묵도 담고 그런다.]“할머니, 그냥 그분들 하시는 대로 놔두고, 오늘 장사 그만하고 바로 들어와. 알았지?”
[뭐라고? 아니 왜!]“제발, 제발 그냥 들어와. 들어와서 이야기해.”
먼저 전화를 끊은 조은이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였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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