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228
230. 세 번째 촬영(4)
“와… 왈?”
나는 간신히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지? 난 여기서 뭘 하고 있지?’
무언가 균형이 매우 불안전했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아니 아예 거꾸로 선 듯한 느낌이었다.
“음, 으으음…”
어디에선가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제야 나는 누군가의 손이 나를 꽉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나를 감싸 안고 있는 이 답답함을 풀어야 했다.
몸을 비틀어 그 손을 간신히 빠져나오고 나서야 나는 사람들이 기묘한 자세로 옆으로 앉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 안전벨트를 한 채 옆으로 누워 정신을 잃고 있었다. 그중 몇몇은 신음을 흘리고 있었고 온 얼굴이 피투성이였다.
‘뭐지?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난 멍하니 엉망이 된 이 좁은 공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기 위해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누군지도, 여기에 왜 이러고 있는지도, 이 사람들이 누군지도 알 수 없었다.
“월! 월월월월! 깨애애앵, 월월월!”
그때, 앞 좌석의 찌그러진 켄넬 안에서 웬 바보같이 생긴 비글 한 마리가 고통에 헐떡이며 짖어댔다.
‘뭐야, 저 바보는. 시끄럽네.’
순간 오줌이 마려워진 나는 그 자리를 돌아다니다 분홍색으로 염색을 한, 요상한 차림의 비쩍 마른 남자를 보곤 머리 색깔이 마음에 안 들어 그 머리에 대고 오줌을 콸콸 쌌다.
“음, 으으음…”
머리가 따뜻해져서 그랬는지 그 남자는 몸을 뒤척이며 신음을 잠시 흘렸으나 다시 침묵으로 빠져들었다.
‘답답하다.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어떻게 된 일인지 온갖 조명 장비, 스탠드, 전기선, 가방, 옷 등이 사람들과 뒤엉켜 있었다. 게다가 차량이 옆으로 누운 상태라 한쪽 유리창은 땅에 대여 있었고 반대쪽 유리창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유리는 모두 깨져 있었지만, 거기를 올라 나가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
그제야 운전석 쪽의 유리창이 박살 난 것이 보였다. 나는 월월대는 개 한 마리를 무시하곤 조심스레 엉킨 스탠드와 사람의 팔다리를 지나 앞 유리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아, 시원하다.’
새카만 산속, 울창한 나무와 숲.
밤새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귀를 울리는 가운데 근처에서 고라니가 폴짝이며 달아났다.
‘그런데 이제 뭘 하지? 어디로 가야 하지?’
나는 완전히 바보가 되어 멍하니 차량 앞에 앉았다. 정말로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으니 이게 무슨 상황인지도 몰랐고 안에 있는 이들이 왜 저렇게 되었는지, 애당초 나와 관계가 있는 이인지도 알 수 없었다.
‘배가 고프네.’
나는 코를 대고 킁킁거리며 주변을 돌아다녔으나 먹을 만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다시 차 안에 돌아온 나는, 내가 맨 처음 눈을 떴던 자리로 가 바닥에 널브러진 가방 안에서 비닐에 싸여 있는 사료를 찾아냈다.
간신히 발로 비닐을 찢은 나는 지독히도 맛이 없는 사료를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기 시작했다.
그때,
“해, 해피야… 해피야. 괜찮…아?”
나를 꼭 껴안았던 이가 긴 머리를 늘어트리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왈?”
‘해피?’
해피? 해피가 괜찮냐고?
그게 무슨 말이야? 나랑 무슨 상관인데?
“해, 해피야… 아프면 안 돼.”
“왈?”
‘또 해피라고?’
왜 자꾸 해피를 찾지?
왜?
‘해피…’
설마 내가 해피인 건가? 저 사람이 말하는 해피가 나란 말이야?
순간 바보같이 텅 비어있던 머리에 수많은 기억들이 폭풍우 치듯 몰아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겁먹은 눈으로 멍하니 선 채, 되살아나는 기억들을 서둘러 읽기 시작했다.
여러 장면들, 그리고 사람들, 그중에 가장 선명한 것은?
어디에선가 차량을 타고 이 산에 접어든 것. 모두가 불안해하며 나누던 대화. 그리고 멧돼지.
“해피야, 도와줘, 해피야…”
“와, 왈! 아왈왈왈왈! 아왈왈!”
나는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다. 불쑥 찾아왔던 치매로 인해 하얀 순두부가 되었던 뇌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나는 씹어 먹던 사료를 뱉었다. 지금 주린 배가 문제가 아니었다.
“아왈왈왈왈! 왈왈왈!”
나는 정신없이 조은이의 품에 가서 안겼다. 그리고 조은이의 얼굴을 핥았다. 긴 머리의 한쪽이 피에 젖어 있었다.
“해, 해피야. 누나 핸드폰, 핸드폰. 가방 속에. 응?”
“왈! 왈왈왈!”
나는 재빨리 가방 안에서 조은이의 핸드폰을 물고 왔다. 신음을 터트리며 간신히 한쪽 팔을 빼낸 조은이가 손에 든 핸드폰을 켜보곤 힘없이 아래로 떨어트렸다.
“안 돼. 여기 신호도 안 잡혀. 해피야, 할 수 있지? 다들 다치거나 기절한 것 같아. 최대한 빨리 치료해야 해. 어서. 누나는 몸을 움직일 수 없어.”
내 짖는 소리 때문일까, 여기저기서 신음과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찌그러진 차체, 잔뜩 엉망이 된 여러 기자재들과 짐들 때문에 모두 제대로 몸도 움직이지 못한 채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자, 잘 들어. 해피야?”
“왈!”
간신히 움직이는 한쪽 손으로 날 자신의 얼굴 앞으로 끌어모은 조은이가 내 눈을 보며 말했다.
“우리가 아까 거기로 가기로 한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거야. 가서 전화 주기로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고, 모두가 통화가 불가능하다며 반드시 무슨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왈!”
“어쩌면 이 길을 찾아서 모두 이동하고 있을지 몰라. 그러니까, 해피야. 네가 반드시, 반드시 우리가 떨어진 이 비탈을 기어서 아까 그 길로 올라가야 해. 알았지?”
“와, 왈!”
나는 눈물이 차오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다짐을 하는 그 순간에도 조은이의 이마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꼭, 믿을 것은 해피뿐이야. 사랑해.”
조은이는 그대로 날 끌어당겨 내 지저분한 주둥이에 뽀뽀를 하곤 축 늘어져 버렸다.
“왈왈왈! 아왈왈왈왈!”
내가 다시 열심히 짖었으나 조은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안 돼! 서둘러야 해!’
나는 깨어진 앞유리창을 통해 다시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비탈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
“헉, 헉, 헉, 헉!”
비탈을 따라 오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길이란 아예 없었고 대부분은 엄청난 가시덩굴과 잡초, 나뭇가지로 막혀 있었다. 게다가 오를 때마다 자꾸 다른 바위나 나무들이 앞을 가로막았고 그것을 피해 옆으로 다니다 보면 막다른 곳이거나 깊이 파인 계곡이었다.
몇 번을 위로 오르려다 실패를 하고 나니, 정말로 온몸의 기운이 전부 빠지는 느낌이었다. 괜스레 사료를 씹어 먹어서였을까, 갈증은 어마어마했고, 발바닥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게다가 자꾸 욱신거리기 시작하는 가슴. 무언가 뼈가 부러진 것이 분명했다.
“깨애애앵, 깨애애앵!”
나는 아파서 울부짖다가 깜짝 놀라 다시 울음을 멈췄다. 저 앞에, 엄청나게 커다란 검은 동물이 내 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아까 그 멧돼지다!’
– 크르르르르, 꾸웩 꾸웩! 크르르르르!
나는 덜덜 떨며 온몸을 멈추었다.
한참 동안 푸르륵거리며 날 노려보던 그것은 내가 전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님을 깨달았는지 꿱꿱거리며 다시 위로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 어라? 위로!’
나는 그제야 저 멧돼지가 간 길을 따라가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큰 덩치를 보건대, 가시덩굴이건 나뭇가지건 전부 박살내면서 내려왔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 나 또한 올라갈 수 있으리라!
조심스레 몸을 옮기니 장벽이 하나 나타났다. 아까 멧돼지가 있던 곳은 바위였고, 내가 오를 수 있는 곳은 그 바위보다 살짝 아래가 전부였다. 그 바위를 오르려면?
‘있는 힘껏 뛰어야 한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계곡이 깊었다. 아마 죽지는 않는다고 해도 그만치나 큰 부상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렇게 큰 부상을 입는다면 다시 올라오기는커녕 거기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모든 이들에게서 잊혀 죽어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나는 정신없이 바위 아래를 보다가 흙벽 사이로 작게 나와 있는 기다란 돌을 발견했다. 저기라면 중간 발판을 삼아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요는 그것이 무너지지 않아야 했다. 혹여나 내 무게나 뛰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아래의 흙이 무너진다면 나는 그대로 계곡으로 직행할 것이었다.
‘해야만 해!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나는 침을 꿀꺽 삼킨 채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가 앞으로 달리며 뛰어올랐다. 그리고 중간의 긴 돌에 완벽히 착지했다.
‘휴우, 다행이야. 생각보다 단단히 박혀있… 엥?’
순간 밑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흙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울러 돌이 급하게 아래로 기울었다. 혼비백산한 나는 재빨리 몸을 움츠린 후 위의 바위로 뛰어올랐으나 이미 아래로 쏠리기 시작한 돌 때문에 생각 외로 힘을 낼 수 없었다.
“캐, 캐앵!”
나는 간신히 몸의 절반 정도를 바위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이미 중심이 아래로 내려와 있어 미친 듯이 앞을 긁어도 더 올라갈 수가 없었다. 앞발의 발톱이 다 빠지고 피가 터지도록 벅벅대며 바위를 긁어댔으나 몸은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아, 안 돼!’
나는 결국 앞발을 놓친 채 아래로 떨어지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나타난 무엇인가가 내 앞발을 덥석 물었다.
“캐, 캐앵!!!”
나는 깜짝 놀라 허공에 매달린 채 그것을 바라보았다. 아까 봤던 것보다 훨씬 작은 멧돼지가 내 앞발을 문 채 검은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 으드드득!
제대로 힘 조절을 못 했는지, 그 강한 힘에 내 앞발이 바스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미친 듯한 고통에 비명을 지를 뻔했으나 그랬다간 멧돼지가 깜짝 놀라 입을 벌려 날 놓칠 것이 분명했다.
나는 최대한 고통을 참은 채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 맑고 큰 눈을 쳐다보았다.
멧돼지는 나를 문 채 바위 위로 끌어 올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자신의 새끼를 기다리는 듯, 아까의 그 집채만 한 멧돼지가 저 멀리 서서 이 모습을 보더니 새끼가 다가가자 푸르륵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헥, 헥, 헥, 헥…”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완전히 바스러진 왼쪽 앞발을 놔둔 채, 나머지 세 다리로 절뚝이며 멧돼지들이 뚫어놓은 길을 따라 한 발자국씩 오르기 시작했다.
‘아파, 너무 아파! 미칠 것 같아!’
그래도 참아야 했다. 지금 내가 아픈 것보다 저기 아래 쓰러져 정신을 잃어가고 있는 이들이 더 큰일이었다. 그들을 구출할 수 있다면, 치료를 받고 다시 정신 차려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할 수만 있다면 앞다리 하나 정도야 충분히 잃을 수 있었다.
“끼이이잉, 끼이잉!”
나는 울음을 터트리며 올랐다. 나도 모르게 비틀대다 가시덩굴에 털이 얽히고 피부가 찢어져도 무조건 오르기만 했다. 숨을 헐떡이고 심장이 터질 듯 뛰어도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오르지 않으면 정말로 여태 고생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지 모를 일이었다.
– 척.
그리고…
무너진 흙더미를 따라 간신히 임도 위로 올라왔을 때,
밝은 빛이 나를 비추고 있었다.
깜짝 놀란 표정의 나이가 지긋한 스님이 손전등으로 날 비추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나는 비틀거리며 스님에게 다가가 아래를 향해 한 번 ‘왈!’하고 짖고는 그대로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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