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232
234. 물음표(3)
밤이 찾아왔다.
“해피야, 누나 방에서 안 자? 누나 품에 안 들어와?”
여자가 박수를 치며 날 불렀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저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내 스스로도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한참을 날 부르던 여자는 ‘그럼 문 열어놓을 테니 언제든 들어와’하고 일부러 씩씩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눈과 입이 바르르 떨리는 것까지는 감출 수 없었다.
나는 그녀가 왜 그렇게 슬픈 눈, 미안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한참을 앉아서 무엇인가를 하던 그녀는 곧이어 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 듯했다.
그리고 노파가 들어간 방에서는…
– 쿠라라라라라랑! 피키효우우우우우우~! 쿠라라라라라랑! 파퀴아오우우우우우우~!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려왔다. 게다가 저 무시무시한 소리 중간중간마다…
– 부드드드득 더더더덕! 두덕! 더덕! 덕! 덕! 덕! 부더덕!
전쟁 영화라도 보는 것인지,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이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치열하게 기관총을 쏘는 듯한 소리도 들려왔다.
본능이 저 안으로 들어가면 ‘육체적 죽음’과 ‘심리적 죽음’이 찾아올 것임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나는 부르르 떨며 다시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흘렀을 때.
귀에서 ‘삐이이이이~!’하는 이명 소리가 들려왔다. 눈앞이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내 뒤에서 무엇인가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겁에 질려 오들오들 떨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새카만 그림자, 사람의 형상을 한 무서운 것이 온몸에서 엄청나게 음산한 기운을 뿜어대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 이것 참. 게임에 이런 엄청난 변수가 생기다니…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그것은 네가 선택한 것이고 네 행동이 불러온 것이니. 분명 난 네게 충고를 했어. 그렇지?
“끼이이잉…”
난 너무 무서워서 덜덜 떨고 있었다. 눈앞의 저것은 단번에 나를 집어삼킬 수도 있고 아예 없애버릴 수도 있는 존재라는 확신이 들었다. 엄청난 포식자였다. 감히 내가 무엇을 비벼볼 수도 없는.
– 이봐, 계별욱. 난 너와 말을 하러 온 거야. 알아? 이젠 완전히 나도 잊은 거야? 게임도 잊고?
“낑, 낑!”
– 답답하구먼. 그래도 게임이 시작된 이상, 멈추지 않는다. 게임의 룰도, 보상도 그대로야. 다만 내가 네 정신까지 건드려 돌려놓을 생각은 없다. 네가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게임에 성공했다고 한들, 너는 그 정신 그대로 되살아나게 된다. 그것은 내 영역이 아니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 나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그것은 손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내 눈이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향했다.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21억 6,306만 4,720원]– 너, 저게 무슨 숫자인 줄 알아? 그 두 달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어?
“끼이이잉…”
– 네가 구한 그 가수의 팬덤이 모두 너에 대한, 조은이에 대한 사죄와 감사의 의미로 네 인형과 그 흉측한 초코똥 기계를 사고 있어. 그뿐만이 아니야. 네가 포장지에 있는 아이스크림도, 사료도, 간식도 엄청나게 팔리고 있어. 네가 한 일이 얼마나 오랫동안 뉴스에 나왔는 줄 알아?
그리고 검은 그것은 허공에 손을 한 번 휘저었다. 뭔지 모를 숫자가 사라지고 나타난 것은 웬 뉴스 화면이었다.
[내다논보이즈의 ‘휘;Hwi’ 탑승 차량 사고. 유명 인플루언서, 공사 직원 등과 함께 한국관광공사 촬영을 위해 이동 중 절벽으로 추락.]이런 타이틀 아래 앵커의 보도가 이어졌다.
[지난 금요일, 글로벌 인기 아이돌인 내다논보이즈의 멤버 휘와 유명 인플루언서, 한국관광공사 직원, 강화도 공무원 등 여섯 명이 탄 차가 강화도 고려산의 임도 아래 절벽으로 추락했습니다. 다행히 큰 사고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여섯 명 전원이 구조되었습니다.]그리고 인자한 인상의 한 스님이 나왔다.
[아직 도착 안 했냐는 전화가 수십 통이 오는데, 아무리 그래도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에 이상허다 싶은 게 딱! 느낌이 오는 거예요. 그런데 여기가 산이 깊어서 어떻게 찾나, 하고 손전등을 들고 나서는데…]이어서 못생기고 귀를 염색한 강아지의 사진이 나왔다. 와, 저 강아지 진짜 볼 때마다 웃겨 죽겠네. 어쩜 저렇게 추레하게 생겼지?
[그때 스님 앞에 나타난 것은 유명 인플루언서인 안조은 씨의 반려견 해피. 해피는 온몸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산길을 올라 스님 앞에 나타났습니다.] [여기 골짜기가 보시다시피 너무 깊어요. 구조대도 밧줄 동여매고 내려갔으니까. 개가 여기를 올라온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 내 눈앞에서 딱 올라오더니 아래를 보고 짖어. 여기라고 하는 것 같아. 그리고 피거품을 물고 쓰러지더라고.]화면은 사고 현장을 비추기 시작했다. 끔찍하게 찌그러진 차량. 그리고 곳곳에 널려있는 전선과 카메라 등의 장비들.
[기적의 생환 뒤에는 이렇게 온몸이 부서진 상태에서도 주인을 구하고자 생사를 무릅쓴 반려견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현재 강아지 해피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입원 치료중이며 내다논보이즈의 멤버 및 팬들은 공식적으로 감사를 전하고 쾌유를 기원하는 영상을 띄웠습니다. TBC 가난희였습니다.]“끼이이잉?”
나는 저 영상의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게 뭐? 저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그리고 도대체 저 무서운 존재는 내게 이런 것을 왜 보여주는 것일까?
멍한 내 눈을 쳐다보던 그 무서운 존재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 그래. 어떤 기적이 어떻게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나 역시도 기다려보지. 그리고 조금은 널 응원해보마. 아무런 쓸모가 없을 듯하지만.
그리고 그것은 사라져갔다.
***
“네, 본부장님. 아무래도 이번 주에 미리 잡아놨던 해피 복귀 기념 라이브 방송과 합동 방송은 못 할 것 같아요. 제가 공지 문구를 만들어서 디자인 부서에 전달할게요.”
[네, 알겠어요. 그럼 그 부분은 저도 그렇게 다른 분들에게 전달하도록 할게요. 그리고, 유럽의 내다논보이즈 팬들에게서 기부금이 들어왔어요. 기부금이나 선물은 제발 보내지 말아달라, 안조은 님의 부탁이라고 올렸는데도 계속 들어오네요.]“하아… 말씀드렸다시피 해피 앞으로 온 모든 기부금은 해피 이름으로 해서 제가 지정한 두 곳, 힘든 어린이들 돕는 곳과 유기견 보호소로 나누어 기부 부탁드릴게요.”
[그래요. 그리고 ㈜용실업에서 2주일 만에 해피의 싱글벙글 초코타임 1만 개가 팔렸다고 연락이 왔어요. 국내외 전부 합쳐서요.]“저기, 본부장님. 저는 지금 그런 것을 듣기가 많이 힘들어요.”
울음을 가득 참고 있는 말이었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 전화기 안은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래도 본부장으로서 전달해야 할 부분이니 이해해주세요. 지금 거의 두 달 가까이 회의를 못 나오고 계시니까.]“그건 저도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안조은 이사님, 아니 조은 님. 지금 이 가슴 아픈 사건에 대해서 회사는 충분히 이해하고, 또 같이 아파하고 있어요.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건 ‘해피’라는 존재가 지금 스튜디오 꿀잼이나 해외 법인, 그리고 그것을 대표하는 안조은 이사에게까지 정말 굉장히 중요하다는 겁니다.]“그래요, 그러니까…”
[제 말은, 해피의 상태나 지금의 상황이 앞으로 조은 님이나 스튜디오 꿀잼의 기획과 방향에 있어서 절대적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 사업을 크게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얘기고, 그에 대한 준비도 하시라는 겁니다. 이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계시니까요.]“그에 대한 준비…요?”
[현명한 분이니 아시리라 믿습니다. 더 이상 해피가 예전의 퍼포먼스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안조은 님과 회사는 그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요. 안조은 님 자체의 캐릭터 성을…]“저기, 나중에 전화 드릴게요.”
결국, 여자는 전화를 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무릎을 감싸 안고 고개를 숙였다.
“끼이이잉?”
나는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해 고개를 갸웃했다. 도대체 여기서는 왜 이렇게 슬프고 우울한 분위기만 도는 것일까?
왜 다들 심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나는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다 다시 언제나처럼 냉장고 옆의 내 자리로 되돌아갔다.
***
“헥, 헥, 헥, 헥!”
입에서 침이 줄줄 흘렀다. 와, 저 바짝 익은 닭고기의 자태! 미쳐버릴 것만 같은 저 냄새!
나는 눈이 동그래진 채 여자가 손에 들고 있는 닭고기를 쳐다보았다. 잘 익은 살, 아쉽게도 껍질은 발라버렸지만 그래도 저 김이 폴폴 피어오르는 닭다리살은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자아, 해피야. 어서 와. 응? 이리, 누나 품 안에 들어와서 이것 먹자. 여기 있네! 치킨 여기 있네!”
“아유, 저 똥개에게 지극정성이다. 그런다고 등을 내줄 것 같어? 여태 며칠이 지나도록 한 번 쓰다듬지도 못하게 하는데. 냄새 나 죽겄어! 꼬질꼬질해 가지고.”
“조금만 참아봐, 할머니. 반드시 예전의 해피처럼 내 허벅지로 폴짝하고 뛰어오르게 만들 거야.”
뭔 소리를 주고받는지, 거참. 내가 낯선 이들에게 왜 가냐.
그나저나 나는 고민에 빠졌다. 확실히 저 고기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렇다면 조심스레 덥석 물고 도망치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다.
‘속아주는 척해야지.’
나는 슬금슬금 한 발씩 앞으로 내디디며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나 그녀는 다가갈수록 손을 뒤로 빼며 더 들어오라고 유도를 했다.
– 살금, 살금, 우뚝!
나는 바로 앞까지 다가가서 멈춰 섰다. 그래도 아직 무언가 커다란 위협적인 움직임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오른쪽 앞발을 그녀의 허벅지에 올려놓았다.
“그래, 해피야. 더 들어와. 더 들어오면 치킨 먹을 수 있지롱!”
그다음엔 왼쪽 앞발. 그리고 뒷발을 듦과 동시에 오른쪽 앞발.
나는 드디어 양반다리를 한 그녀의 허벅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고기를 날쌔게 채 가기 위해 주둥이를 쭈욱 내밀었다.
‘!!!’
그때 날 쓰다듬기 위해 반대 손이 내 등으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허락하지 않은 것이 내 가장 취약한 쪽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느끼곤 본능적으로 맹렬하게 짖어댔다.
“아왈왈왈왈! 왈왈왈!”
“꺄아아아악!”
“내가 답답혀서 못 보것다!”
순간 노파가 번개와 같은 속도로 내 몸을 잡곤 그대로 자신의 엉덩이로 가져다 댔다.
– 부더더더더더더덕! 더더더덕! 더덕! 덕! 덕!
‘아아, 스탈린그라드 전투. 브뤼네거 중사… 마인바우어 상병… 하인리히 중대장님…’
나는 뜻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 의식을 잃었다.
***
여긴 어디지?
나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찬란한 빛이 쏟아지는 너른 초원, 저쪽의 꽃밭에서 커다란 믹스견이 내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나는 그 개를 보자마자 이름이 떠올랐다.
‘장군이! 그래, 오랜만이다! 너 장군이구나!’
– 친구야. 반갑다. 그나저나 네가 여길 왜 왔어?
‘어라? 그러고 보니 진짜로 내가 여길 왜 온 거지? 여긴 어디야?’
– 여긴 강아지들이 뛰어노는 무지개 동산이야. 여기서 우리는 세상에서 못다 한 남은 수명 동안 신나게 뛰어놀고 마음껏 먹고 쌀 수 있어.
‘그래? 잘 됐다. 그럼 나도 여기 있을래.’
– 안 돼. 넌 여기 있을 수 없어.
‘왜?’
– 넌 아직 무지개다리를 건너지 않았고, 무엇보다 너는 우리 같은 개가 아니잖아.
‘뭐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