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237
239. 할 건 해야지
“우와, 진짜 춥다! 그리고 진짜로 멋지다!”
“아유, 빨리 들어가자! 할매는 얼어죽것어! 새해부터 바다 보고 싶다고 하더니 왜 바로 앞에 있는 포구는 내비두고 이 동해까지 온 거여? 동태되것어!”
“좀 봐봐! 이 푸른 바다! 가슴이 뻥 뚫리지 않아?”
“추워서 코가 뻥 뚫린다. 아유, 그런데 참말로 이쁘기는 이쁘네.”
나는 가방에 앉아 잔뜩 몸을 웅크렸다. 너무 추웠다. 옷을 입고 있는데도 가방 안으로 차가운 바람이 쌩쌩 몰아쳤다.
“해피야, 잠깐만 나와볼래? 아무리 추워도 여기는 봐야 할 것 같아! 여기가 삼척이라는 곳이야, 삼척!”
긴 머리의 여자가 가방을 열었다. 나는 추운 바깥으로 나가지 않기 위해 잔뜩 몸을 웅크렸으나 여자는 어떻게든 날 잡고 끄집어냈다. 그리고 재빨리 두꺼운 옷을 열어 날 품에 안고 감쌌다.
“봐봐! 어때?”
“와, 왈…”
나는 멍하니 내 앞에 펼쳐진 푸르디푸른 망망대해를 쳐다보았다.
눈이 시리다, 정도로는 표현이 안 될, 정말 무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푸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나는 완전히 압도당한 채, 이 경이로운 세상을 눈에 가득 담았다.
“할머니도, 나도, 그리고 해피도 동해는 처음이다, 그렇지?”
“잉, 그리여. 나야 서해에서 자랐고 지금 사는 곳도 천인시 아니냐. 서해만 주구장창 보고 살았응께.”
“진짜 좋다, 애써 멀리 나온 보람이 있어. 해피도 완전히 반했나 봐.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바다만 보고 있네.”
“그 똥개도 신기하긴 한가보다. 아유, 근데 진짜 춥다. 얼른 패션인가 펜션인가로 들어가자니까!”
“할머니 조금만, 조금만 더 보자. 그리고 여기까지 왔는데, 해피도 모래는 밟아봐야지.”
여자는 가만히 앞으로 나아가 날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불어오는 칼바람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다 그대로 얼었다. 끈적끈적한 눈을 간신히 뜬 채 나는 가만히 차가운 모래를 밟았다. 내 발에 무너지는 모래더미들, 내가 걸어가는 곳마다 내 발자국이 새겨졌다. 나는 그것이 너무 신기해 걷다가 멈춰서서 계속 뒤를 돌아봤다.
“해피야, 신기하다. 그치? 네가 걸어온 자국이 그대로 남았어.”
내가 걸어온 자국.
그대로 남은 내 발자취.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
“안녕하세요, 개똥팸 여러분.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안조은, 그리고 여기는 안해피입니다!”
나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았다.
아 참, 짖어야지.
“왈! 왈왈!”
응? 짖어야지? 왜?
“우와! 웬일로 오늘은 우리 해피가 딱 알아서 인사를 해 주네요! 오늘 해피 컨디션이 최고인거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 방송이지만 절대 슬픈 모습이 아닌, 서로 축하해주고 또 행복을 빌어주는 멋진 시간으로 만들어 가 보겠습니다. 그렇지, 해피야?”
“왈! 왈왈!”
“어?”
여자는 깜짝 놀라 날 쳐다봤다. 나도 내 스스로 놀랐다. 왜 딱 질문에 대답하듯이 맞춰서 짖은 거지? 나도 모르게 반응해버린 이 상황이 나는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어, 어흠흠! 아, 김로이 님! 네, 진짜 마지막이에요. 제 첫 번째 방송 때도 찾아와서 후원도 해 주시고 본인 채널 홍보 엄청 하고 가셨었는데, 하하. 이제 새로운 ‘말티츄 스토리’도 벌써 구독자가 30만을 넘어섰더라고요. 축하드려요!”
그녀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도 얼른 호응을 하기 위해 꼬리를 신나게 흔들었다.
“뀽♥”
“어? 해피야.”
엥? 뭐냐, 방금 그 무시무시한 내 행동은? 나는 깜짝 놀라 내 주둥아리를 긁고는 바짝 엎드렸다. 그런 나를 여자는 가만히 손으로 쓰다듬었다.
“저 방금 놀랐어요. 얼마 만에 해피의 저 에어키스를 봤는지. 아하하하. 여러분은 진짜 행운이 넘치는 분들이십니다. 어? ‘간석동최전방’ 님, 지금 이 링크가 뭐죠? 잠시만요, 여러분.”
여자는 그것을 누르곤 새롭게 나타난 무엇인가를 보고 있었다. 자연스레 내 눈도 거기로 향했다.
[간혹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매우 드문 경우로, 호전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으며 보통 다시 인지 부조화와 치매의 특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의학적으로 아직 이 ‘순간호전’에 대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나는 눈으로 그것을 읽고 있었다.
‘뭐야, 저게 무슨 말이야?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있다니. 그리고 다시 되돌아가? 그런 게 어디 있어! 어? 내가 저걸 왜 읽고 있지?’
나는 벌떡 일어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언가 익숙한 방, 그리고 익숙한 풍경, 익숙한…
나는 고개를 모니터로 돌렸다.
익숙한…
조은이.
그리고 난 안해피. 아니지, 계별욱.
내 사고회로가 정지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되돌아봐야 하지? 어디였지? 생각해보자, 가장 마지막, 마지막 기억이…
‘그때 벼랑에서, 벼랑에서 올라왔었는데. 빌어먹을 그 촬영. 휘, 쥰…’
그런데 난 갑자기 여기 왜 앉아있는 거지? 눈앞도 슬쩍 뿌옇고 뭔가 몸에 힘도 별로 없는 거 같은 이 상태는 뭐지?
‘뭐, 뭐야! 오늘 몇월 며칠이야!’
나는 두리번거리다 모니터의 하단을 쳐다보았다. 2026년 1월 28일.
분명 마지막 촬영을 나갔던 때가 5월. 그럼 도대체 9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뭐가 어떻게 변한 거지? 나는 어떻게 됐던 거고, 조은, 조은이는 어떻게 지내온 거야?
“아왈왈왈왈! 아왈왈왈왈!”
나는 흥분해서 맹렬히 짖었다. 깜짝 놀란 조은이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곤 나를 내려놓았다.
“해피야, 왜 그래. 다시 기분이 안 좋아졌어? 불편해? 낯설어서?”
“아왈왈왈왈! 왈왈!”
‘아니, 그게 아니고요! 이 사람아!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나는 재빨리 머리 위의 빛태창을 쳐다보았다. 1월 28일이면 거의 한 달하고 1주일 좀 넘게 남았다. 그동안 돈이, 돈이 어떻게 쌓였지?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27억 9,989만 3,510원]‘오메에에에에에에에에!!!!!!!!!!!!!!!!!!!!!!!’
한 달하고 일주일 좀 넘, 아니지. 1월은 31일까지, 그렇다면 2주 좀 안 되게… 아니야! 2월은 28일까지, 결국 그렇다면 진짜 한 달하고 일주일이네!
그 사이 2억, 2억, 2억!
보자, 보자. 지금이 28일이면 1월에 들어올 돈은 다 끝났고! 2월달 정산액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데. 아무리 그래도 2억이 되겠어? 설마, 아 놔!
패닉에 빠진 나를 조은이는 조심히 다시 안고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하하하, 괜찮아요.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해피도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라 무언가 느낌이 있었나 봐요. 그만큼 개똥팸 여러분들과 정말 많은 시간을 함께해 왔으니까요.”
‘뭐시라고? 마지막 방송? 아니, 왜! 왜? 마지막 방송이 무슨 말이야!’
나는 완벽한 충격에 싸여 입을 쩌억 벌렸다. 그리고 올라가는 채팅창을 정신없이 쳐다보았다. 지금 갑자기 왜 9개월이 훌쩍 지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겐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최대한 정보를 모아야 했다.
그러나 얼마나 빨리 채팅창이 넘어가는지, 나는 내용도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
“네, ‘한줌해피단’ 님. 2월 1일부로 저는 이제 스튜디오 꿀잼의 해외 법인 이사직도 내려놓는 것 맞아요. 뭐랄까, 굉장히 아쉬우면서도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는 느낌? 퇴직금이 들어오면 조금은 더 실감이 날 것 같아요. 스톡옵션요? 하하하, 정리해야겠죠.”
“!!!”
퇴직금, 스톡옵션.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퇴직금, 적어도 조은이는 700만 원은 넘게 받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2억에 턱없이 모자란다.
그럼 역시 스톡옵션!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 스톡옵션 행사가와 보유 주식 수를 따진다면 2억은 훌쩍 넘을 것이다. 설마, 그사이에 스튜디오 꿀잼이 뭐 폭락이라도 했겠어? 아싸, 그렇다면 2억은 2월달 안에 충분히 넘고도 남…
“스톡옵션은 전부 행사해서 최초 취득가를 넘어선 모든 수익은 전액 유기견 보호 단체와 치료 후원, 그리고 힘든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기부하기로 했어요. 해피 이름으로요.”
띠잉…
나는 돌처럼 굳었다.
아니, 제발 내 이름을 그런 데 쓰지 마. 3월 8일 이후 기부하자, 3월 9일부터 기부하자! 그게 도리야. 배운 사람이라면, 교양있고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3월 9일부터 기부하는 게 맞아! 제발!
나는 조은이의 팔을 벅벅 긁었다. 깜짝 놀란 조은이가 ‘아얏’ 하며 팔을 감싸 안았다.
나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분해야 할지 몰랐다.
주식, 펀드, 그리고 아파트값. 자산을 올릴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생각해봤다. 그것들이 조금씩 다 오른다고 하더라도 2월에 얼마가 늘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 안 돼! 제발, 제발!’
머리가 복잡해졌다. 터질 듯 어지러웠다.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떠는 날 쓰다듬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조은이는 해맑게 마지막 방송을 이어갔다.
“그러게요.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언제나처럼 저는 해피랑 할머니와 열심히 살아갈 거예요. 제가 보고 싶으신 분들은 해피분식으로 찾아오시면 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이제 쉬면서 할머니 가게도 도와드릴 생각이니까요.”
또 무언가 정신없이 올라가는 채팅창. 그중 하나를 읽던 조은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마지막 팬미팅… 저도 생각 안 한 것은 아니에요. 회사에서도 적극 고려해 보라고 하셨고. 다만 정말 많은 분들이 몰려오시면 어쩌면 해피에게 그것 자체가 커다란 충격이나 자극이 될 수도 있다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그게 안 좋은 쪽으로도 갈 수 있다고.”
나는 가만히 선 채 조은이의 말을 들었다. 맞아, 검은 그것이 내가 치매라 했었지. 그리고 난 계속 그게 두려운 상태에서 살아왔었고.
결국, 9개월의 공백은 치매. 그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
“그래도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저는 늘 해피와 함께 있을 거예요. 해피분식에서 할머니를 도와드릴 때도 해피는 그곳에 있을 것이고요, 여러분이 길거리에서 우연히 저를 본다면 역시나 해피는 제 옆에 있을 거예요. 그러니 우리,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요.”
나는 복잡한 심경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줄줄이 이어지는 채팅들.
그동안 우울했던 삶 속에서 이 채널 덕분에 다시 웃을 수 있었다는 취업준비생, 처음 시작했던 방송부터 지금까지, 몇 번 빼고 전부 실시간으로 다 시청했다는 한 편의점 사장님. 그리고 자신의 반려견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더 깊이 사랑해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학생.
모두가 조은이에게, 그리고 내게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조은이가 카메라 앞에서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정신없는 여정, 그 속에서 달려왔던 시간들이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마지막 방송에서 다시금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해피야, 영원히 기억할게. 그리고 사랑해!] [어허, 그건 무슨 안 좋은 상황에서 하는 말 아닌가요! 자제 좀요!]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겠네요, 안조은 님이랑 해피에게는요. END가 아닌 AND!] [그래도 SNS에 가끔씩이라도 사진은 꼭 올려주세요. 해피 근황 궁금해 미칠 듯요.] [해피콘 계속 쓸 것임. 이미 해피콘 8까지 다 사놓음. 바탕화면도 안 바꿀 것임.]올라오는 인사들을 바라보며, 나는 방금 전까지 했던 내가 메꿔야 할 2억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고 순수하게 사람들의 인사와 마지막 한마디들을 쳐다보았다.
나를 위해, 내 목표를 위해 달려왔던 시간들. 그것이 만들어낸 기적 속에서, 이렇게 마지막을 마무리 짓고 싶지는 않았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 내 머리가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다. 눈앞이 자꾸 흐려지고 눈이 감겼다. 무언가 머리가 조여오는 느낌 속에 몸의 균형이 자꾸 맞지 않았다.
‘아, 안 돼! 벌써 다시 시작되는 거야? 왜, 왜!’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한 번 당해봤기에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난 다시 바보가 되는 것이고 언제 다시 정신이 잠시라도 돌아올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마음을 먹었다.
지금의 정신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면, 나는 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해피’의 모습으로 마지막 방송을 종료하고 싶다고.
– 풀쩍!
나는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곤 재빨리 거실로 뛰어가 미친 듯이 말표 사료를 씹어 먹었다.
‘으아아악! 드럽게 맛없네!’
“해, 해피야!”
조은이가 깜짝 놀라 내게 뛰어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정신없이 사료를 먹은 후 물을 실컷 마셨다. 그리곤 열심히 거실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서, 설마! 해피, 너!”
얼어붙은 듯 서서 날 바라보던 조은이가 재빨리 방으로 들어가 카메라를 들고 왔다.
드디어 속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오래간만에 격렬히 움직여서인지, 발효와 생성은 매우 빠르게 이어졌다.
‘모두 잘 봐라. 이게 개똥팸에 대한 내 인사다!’
나는 뒤뚱뒤뚱거리며 자리를 잡았다. 요란한 소리에 안방에서 나온 노파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곤 깜짝 놀랐다.
드디어 똥꼬가 열리기 시작했다. 나는 최선을 다해 흐려지는 정신을 집중하고 미세하게 넓이를 조절했다.
“해, 해피가 지금!”
조은이가 울먹이며 카메라를 들이댔다.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엉덩이를 들썩이며 움직였다.
[감사합니다]그리고, 다시 난 바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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