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246
248. END & AND(2)
“으아아아아!”
온몸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어제는 무시무시한 라인장 때문에 정말 야근을 하는 내내 달달 볶였다.
“야 이놈의 자식아! 니가 언제까지 거기서 강판 자를래, 응? 내가 말했지! 시야를 넓게 보라고! 니가 자르면서 딱, 라인에서 밀리는 부분이 있으면 짚어서 한 번씩 불러주고 말이야.”
아주 귀에 못이 박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야를 넓게 보라는 것, 라인의 다른 인원들이 밀리는 부분을 알아채고 조절해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내가 한 단계 더 넘어서야 하는 업무이기도 했다. 적어도 재입사 후에 이렇게 빨리 주임을 달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치나 회사나 라인장이 내게 요구하는 능력치도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으로 끝도 아니었다. 다들 들어간 후에는 자주 고장 나는 부품들에 관해 설명을 들었고 그것에 대한 임시조치 방법과 부품 발주 방법을 달달 외워야 했다.
그렇게 새벽 한두 시까지 정신없이 얻어터지고 나서 시체처럼 라인장의 소형 승용차에 얻어탄 채 집에 들어오면 정말로 씻는 것조차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간만에 맞이한 휴일의 아침에는 1주일간의 모든 고통이 알이 되어 전신을 쑤시게 만드는 것이었다.
– 딩동! 딩동!
“으, 으으으으…”
“별욱이 오빠! 오빠!”
“으, 으에에에…”
나는 다시 닫히려던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올렸다. 더듬더듬 핸드폰을 쥐고 켜 봤으나 전원이 꺼져있어서 무용지물, 그제야 난 벽에 걸린 시계로 눈을 옮겼다.
[10:10]“으으으음…”
“오빠! 아직 자는 것 맞지! 계별욱 씨!”
나는 다시 눈이 번쩍 떠졌다.
‘아! 망했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정신없이 문의 열림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바깥에 서 있는 이의 분노를 애써 못 본 체하며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리고 샤워기를 틀어 머리를 감음과 동시에 칫솔질을 했다.
오늘같이 중요한 날, 전부터 약속이 있었는데 이렇게나 뻗어버렸다. 9시까지 만나기로 했는데 어제 너무 피곤한 나머지 배터리가 간당간당하던 핸드폰을 그냥 던져버린 것이 이런 대참사를 불러일으킨 것이었다.
‘망했다, 망했어.’
차가운 물에 정신이 번쩍 들고서야 이것을 어떻게 수습할지 걱정이 밀려왔다.
‘후우…’
온몸을 닦고 난 후, 그제야 나는 내가 속옷만 입은 채 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음을 깨달았다.
“저기, 조은 님. 잠시 작은 방으로 가 주시면 안 될까요? 아, 아니다. 옷이 작은 방에 있지. 그럼 안방으로 가 주시면… 아니, 화장실 바깥이 안방인데?”
난 멍청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문 바깥에 나가 있을 테니 준비 다 하면 열라’라는 조은이의 말과 함께 다시 ‘삐리릭’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슬그머니 나와 재빨리 옷을 찾아 입고는 문을 다시 열었다.
화가 잔뜩 난 조은이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을 턱, 내밀었다. 나는 재빨리 그것을 받고 머리를 조아렸다.
“미안, 정말 미안. 어제 집에 오니 두 시더라. 너무 피곤해서 그대로 누운 게 이렇게 되어 버렸어. 그런데 이게 뭐야?”
“아주머니가 담근 김치랑 진미채. 갖다 주라고 해서 가지고 왔지. 개령님 밥은 제대로 먹는지 걱정이라고 왜 그렇게 내게 묻는지 모르겠어.”
“아하하하, 그러게. 일단 다 씻고 옷도 입었어.”
“그게 문제가 아냐. 환기 좀 하고 살자. 누가 보면 욕해. 여자친구 있는 사람 집이 이렇게 엉망일 수 있냐고요.”
나는 새빨개진 얼굴로 얼른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열었다. 그제야 바깥에서 차가운 초봄 바람이 들어와 퀴퀴한 냄새를 말끔하게 씻어냈다.
“지금 가도 안 늦겠지?”
“딱히 문 닫는 시간이 정해진 건 아니니까. 그래도 오늘 아주머니 가게 오픈식 같이 도와드리기로 했잖아. 택시라도 타면 될 것 같아. 아무래도 점심부터 가장 바쁠 테니까.”
“그래, 바로 나가자. 미안해.”
나는 조은이의 등을 토닥이며 얼른 문밖으로 나왔다.
***
[해피 (말티즈) 2013 生 / 2027. 2.2 卒]작은 병.
그 안에 한 달 전 유명을 달리한 해피가 들어있었다.
반려동물 전문 납골당에서 우리는 유리창 안쪽의 그 작은 병을 바라보았다. 분홍색 귀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기다란 주둥이, 뉘런 건치. 우리를 보며 ‘뀽♥’하고 에어키스를 보내는 듯한 사진은 조은이가 직접 고른 것이었다.
그리고 그 병 주변으로 초코똥 고급형과 해피 인형, 해피바의 포장지 등 해피가 들어간 모든 것들이 예쁘게 쌓여있었다. 반짝거리는 라스베이거스 옷도 함께.
“흐흐흑, 어떻게 해. 벌써 보고 싶어. 우리 해피.”
나는 어깨를 들썩이는 조은이의 등을 가만히 어루만졌다. 그래도 지금은 눈물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은이의 다급한 전화를 받던 그날, 나는 처음으로 라인장에게 즉시 나가봐야 한다고 요청했고 내 얼굴을 본 라인장은 자신의 재량으로 내게 그 자리에서 반차를 쓰게 해 주었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엄마가 돌아가신 이래로 가장 많은 눈물을 쏟았었다.
그리고 해피를 화장하던 그때, 나는 반려견의 화장장에 그렇게 많은 이들이 찾아올 줄 정말로 몰랐다. 대부분은 내가 인간이 되어서 처음 보는, 하지만 매우 낯익은 이들이었다.
조은이의 이모,
박건혁 본부장,
김윤석 대표이사,
걸덕이,
점례,
츄릅,
김택준 ㈜용실업 팀장,
하칸,
여러 동물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 전부 내 귀에 염색을 몇 번씩 했었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용실업의 대표와 신도엽 MC, 강형우 훈련사와 청담동오리발로부터는 조화 화환이 도착했다. 망언 김극혐 선생은 ‘크게 지다’라는 뜻인지 흰 족자에 ‘大卒’이라 써서 보냈다. 그건 사실 1년 후의 조은이에게 더 어울릴 듯한 단어이긴 했지만 말이다. 내다논보이즈의 휘도 ‘휘와 쥰’의 이름으로 애도의 화환을 보냈다.
그리고 우는 노파와 조은이를 앞에 둔 채 그만큼이나 펑펑 우는 도화선녀가 상을 차리고 망자, 아니 망견의 혼을 달래고 위로 올리는 위령굿을 했었다.
나는 그때 조은이의 옆에서 울다가 놀라운 경험을 했다. 분명 무엇인가가 내 옆에서 ‘뀽♥’하는 소리를 낸 것이었다. 깜짝 놀라 옆을 쳐다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날, 퉁퉁 부은 눈으로 자던 나는 해피가 나타나 그 큰 눈을 껌벅거리며 나를 보고 윙크를 하는 꿈을 꾸었다. 고맙다는 듯, 잘 부탁한다는 듯 그렇게 ‘헥헥’대던 해피는 곧이어 뒤를 돌아 멀리 떨어진 무지개다리를 향해 신나게 뛰어갔다.
형광색 귀와 꼬리가 흔들리는 가운데, 꼬리 아래 갈색 똥꼬가 눈이 시리도록 빛나 보였다.
***
“그만 울고, 이제 가야지.”
“으, 응. 흐흐흑. 해피야, 다음 주에 또 올게. 오빠랑 계속 매주 올 거야. 알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를 가서 데이트를 하건, 무엇을 하건 언제나 우리는 이곳을 먼저 찾았다.
그것이 난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좋았다. 그렇게 눈물을 닦아준 후 추모공원을 거닐며 우리는 내가 해피로 있었던 3년간의 다양한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웃고 울었다.
그게 해피이기도 하고 나이기도 한 것을 조은이는 너무나 신기해했다. 사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약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 거야?”
“똑같지. ‘조은위한선물’을 할 거고, 적어도 귀생이는 못 만나게… 아니다! 귀생이가 있었으니 내가 상도 받았고 그걸로 인해서 2학기 등록금도 벌었고. 와, 생각해보니 모든 것들이 다 연결되어 있어서 어떻게 하더라도 그때의 길을 계속 걸었을 것 같다.”
“그러게. 그런데 늘 궁금했어. 왜 오빠가 하필 우리 해피에게 들어왔을까? 그리고 왜 똥으로 글씨를 썼을까?”
나 역시 그 질문에 대해 스스로 몇 번이고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름의 답을 찾아냈었다.
“저기, 해피는 못생겼잖아? 잡종이고. 되게 촌스럽게 염색도 했고.”
나는 순간 조은이의 살기 어린 눈빛을 받았다. 그래서 ‘아니, 아니, 일단 들어봐!’하고 재빨리 손을 내저었다.
“흥, 우리 해피가 어디가 어때서!”
“그러니까, 좀 봐봐. 여하간 반지하의 염색한 해피. 그리고 개똥. 어떻게 보면 가장 약하고 가장 낮은 존재일 수 있잖아. 개똥은 가장 쓸모없다 여겨지는 것이기도 하고. 그건 즉 죽으려 뛰어내렸던 내 모습이라고 생각해.”
“…”
“가장 힘없고 비루한 존재일 수도 있는 것이 가장 쓸데없는 것을 무기로 삼아 세상을 웃게 만들고 즐겁게 만드는 커다란 기적을 이루어냈잖아?”
“응.”
“그러니 계별욱, 너는 그렇게 살아라. 누구라도 죽도록 노력하면 자신에게 드리워진 암울한 껍질을 깰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라, 하고 가르쳐준 것이 아닐까 싶어. 적어도 그 무시무시한 검은 그것은 게임의 실패보다는 성공을 더 바라는 게 분명해 보였거든.”
조은이는 말이 없었다.
내가 껍질을 깨 버리고 게임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것에 대해 한참을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그런 조은이의 옆모습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런데 조은아.”
“응?”
“해피의 모든 순간엔 네가 있었어. 네가 아니었다면 난 성공하지 못했을 거야. 내 목표는 30억이라는 돈이기도 했지만, 조은이 네가 나 같은 위치가 아닌, 더욱 행복한 위치로 올라서는 것이기도 했어. 그래서 난 더 열심히 뛰었던 거야.”
조은이가 가만히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내 어깨에 기대었다.
***
“저 가진 것도 없는 놈팽이. 당장 헤어지라고 그렇게 말을 했건만!”
“보살님! 보살님이 더 가진 게 없어! 정신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거기 마늘쫑 무친 거나 채워 놔! 조은이, 너는 왜 이렇게 늦은 거야! 개령님, 열한 시까지 오기로 했잖아요!”
“으아아아, 죄송해요! 바로 택시 타고 왔다 갔다 하긴 했는데, 오빠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죄, 죄송합니다!”
우리는 정신없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도화선녀는 동남공단, 우리 공장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얻어 함바집을 차렸다. 원체 음식 솜씨가 꽤 괜찮았던지라 마침 전에 있던 함바집이 사장의 건강으로 문을 닫게 된 것을 안 내가 적극 권유한 것이었다.
거의 일주일을 양계산에 틀어박혀서 기도하던 도화선녀는 내려오자마자 전화로 ‘나 그거 할래. 신령님이 넌 어차피 천기누설 실컷 했으니 밥이라도 푸짐하게 퍼 줘서 업이나 닦으라고 하시네.’하고 말했다.
도성암을 내어놓은 것만으로는 금액이 모자랐고 나머지는 조은이가 흔쾌히 보탰다. 마침 주변의 인심을 잃고 해피분식의 문을 닫은 노파가 소일 삼아 일을 돕기로 하면서 더욱 활기가 넘쳤다.
“개령님! 일단 거기 쌀 포대 좀 들고 안으로 들어와요, 응? 그리고 뭔 놈의 정수기 기사가 오후 세 시에나 온대. 급한 김에 생수를 시켰으니 생수도 좀 들고 테이블마다 가져다 놔요!”
도화선녀는 한 손으로 어묵을 채 썰어 볶고 다른 손으로는 잡채를 무치는 신공을 발휘하며 정신없이 진두지휘를 했다. 조은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비엔나 야채볶음이 가득 든 판을 들고 반찬들 사이에 내려놓았다.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공장은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당은 문을 닫았다.
개업식을 일요일로 잡은 것도 이런 이유였다.
몰려드는 사람들이 동그란 접시 가득 밥과 반찬을 퍼담아 자리에 앉았다. 국솥 가득 소고기 뭇국이 맛있는 냄새를 피우며 끓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이야, 여기 맛있네.’, ‘음식 할 줄 아네. 여기서 장부 대고 먹어야겠다’ 등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조은이, 도화선녀 모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노파만이 ‘쳇’하고 혀를 차고 있었다.
“간판이요!”
“아, 간판, 간판 도착했다. 개령님, 간판 위치 좀 봐줘요!”
나는 헐레벌떡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비닐을 벗긴 간판이 멋지게 위용을 드러냈다. 형광 분홍색 귀와 꼬리를 가진 말티즈 일러스트. 그리고
[해피함바집]그렇게 우리는 해피를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사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말이다.
“개령님! 언제까지 간판만 볼 거야!”
“오빠, 나 이거 못 들어!”
“가요, 갑니다!”
– 終 –
안녕하세요. 작가 가난탈출넘버원(월하야담) 입니다.
우연찮게 인터넷으로 본 한 장의 사진, 귀와 꼬리를 형광색으로 염색한 빈궁한 표정의 강아지 때문에 시작한 소설이 제가 경험했던 일들과 살아왔던 풍경들이 더해져 이렇게 긴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완결까지 함께해 주신 독자님들, 이 소설을 쓰는 제게 큰 힘을 주신 한줌 해피단(?)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정말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누군가에겐 가장 하찮을 수 있는 존재가 그보다 더 하찮은(개똥) 무기를 가지고 이루어낼 수 없는 일을 이루어내며 성장해가는, 그리고 ‘해피’해지는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이후로는 10월 20일, 미니노블로 100화 완결의 ‘나는 장사의 전설이다’가 공개됩니다.
그다음 차기작은 역시 미니노블로 ‘골박도 – 대굴빡이 깨져도 못 나오는 섬’이라는 공포/생존 소설이 될 듯합니다. 현재 22화를 쓰고 있으며 작품을 위해 섬 답사중에 있습니다.
언제나 소설로 즐거움과 여운을 드릴 수 있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해피와 함께했던 시간이 여러분에게 정말로 ‘행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