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26
26. 일단은 해피엔딩
이틀 후.
강의가 끝나자마자 남구 경찰서를 들렀다 온 조은이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왜, 경찰서에서 뭐라 혀? 상 준다고 혔지. 상금이 얼마랴? 잉?”
‘저, 저, 저!’
나는 어이가 없었다.
“왈!”
‘조용히 하슈!’
그러나 내 제지를 무시한 채, 노파는 조은이를 잡아다 앉히곤 집요하게 물었다.
“아, 다음 주 금요일날 오후 네 시에 경찰서에서 상장이랑 상금 준다고, 해피도 오래. 해피도 상 받아. 그래서 카페 금욜 알바는 쉬어야 할 것 같아.”
“이 할매는 뭐 안 준다디?”
나는 어이가 없는 눈으로 노파를 쳐다보았다. 마치 -이런 말 하기는 미안하지만- 먹이를 눈앞에 둔 탐욕 어린 귀생이 같아 보였달까.
“왈!”
“으, 응? 할머니 말은 없던데? 그리고 포상금이 말이야. 할머니, 놀라지 마? 무려 백만 원!”
노파의 눈이 심청이가 살아 돌아온 것을 본 심봉사마냥, 예수의 부활을 본 사도들마냥 번쩍 떠졌다.
“배, 백만 원! 오메! 감사헙니다! 아이구, 우리 경찰관님들, 감사헙니다!”
노파만큼이나 나도 깜짝 놀랐다.
보통 인터넷 뉴스 등을 봤을 때, 아픈 이를 돕거나 위험에 빠진 이를 구하는 등 의인 활동을 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상을 보며 ‘멋있고 부럽다’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우리 일이 될 줄이야. 게다가 상금까지 받는다니 진심 대단했다.
창피하지만 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상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비록 개의 몸이지만 29년의 삶에 있어서 처음으로, 그것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서 상을 받는다는 것이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끼이이잉! 끼이이잉!”
‘엉엉엉, 어허허헝!’
나는 기뻐서 울었다. 내 존재가 분명히 이 세상에, 또 조은이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해피도 기뻐? 그렇게 기뻐?”
날 꼭 껴안으며 입을 맞춘 조은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이 표창 소식도 학교에 전달할 거라고 했어. 남구 경찰서장 명으로. 의로운 학생으로. 그럼 어떻게 되는 줄 알아?”
“할매가 뭘 알겠냐?”
“어쩌면 나, 학기 장학금도 받을지 모른다고 했어! 학교 명예 높였다고.”
“오메!!!”
“왈!!!”
나는 너무나 기뻤다.
빚태창에서 마이너스 잔고를 더욱 화려하게 장식할 목돈 지출에 대한 부담감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있다는 것도 기뻤고, 조은이가 등록금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기뻤다. 아울러 두 번째 촬영 후에 들어올 500만 원으로 조은이가 생각했던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기쁘기 그지없었다.
“아이고, 조은아! 정말 잘혔어. 장하다, 장해!”
“아냐, 할머니. 할머니야말로 마음고생 많았지? 미안해, 내가 더 꼼꼼히 챙겼어야 했는데.”
“아유, 네가 뭘 더 챙겨! 이만한 손녀가 워디 있다고! 다 내 탓이지.”
“그런 말 마. 이제 다 괜찮아 할머니, 다 잘 해결되었잖아.”
“그런데 조은아, 따져보면 이 할매가 옥장판, 아니 은나노 게르마늄 옥매트라 불러야 헌다 했어. 하여간 그 옥매트를 샀기 때문에 일어난 일 아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진짜, 이 할매에겐 뭐 안 준다고 혀?”
“왈! 왈! 왈! 왈!”
나는 더 이상 노파의 뻔뻔함을 참지 못하고 조은이의 품을 뛰쳐나가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빨로 노파의 발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아얏! 아유, 아유 요 똥개가! 조은아, 당장 이 똥개 데리고 네 방으로 들어가.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저 똥개.”
“뭔 소리야, 해피가 다 했어. 우리 해피가 다 했다고! 그치, 해피야?”
조은이는 노파에게 큰소리를 치곤 날 꼭 껴안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이불 위에 날 내려놓고 빤히 쳐다봤다.
“해피야, 진짜 용감해. 그리고 정말 대단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왈! 왈!”
‘돈 벌려고! 돈 안 잃으려고!’
그런 내 외침을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조은이는 눈에 행복한 웃음을 가득 담고 날 번쩍 들었다.
“뭔가 되게 신기한 행운이 따르는 것 같아. 갑자기 말이야. 물론 진짜 아슬아슬했지만 앞으로도 우리 해피만 같이 있으면 문제 없을 것 같다니까. 해피가 누나 위해 다 해줄 것만 같아.”
“왈! 왈!”
“우리 해피, 누나가 많이 사랑해. 알바비 나오면 누나랑 몰래 데이트할까? 할머니 빼놓고? 치킨 먹으러 갈까? 아니면 우리 해피 좋아하는 족발 사다 먹을까?”
“왈! 왈! 왈! 왈!”
생각만 해도 황홀했다. 조은이와 근린공원…은 지혜와 범재를 만날 수 있으니 피하고, 여하간 어디라도 좋으니 한적한 곳에서 치킨도 먹고 족발도 먹을 수 있다니.
물론 내가 개라는 것이 너무나 아쉽지만, 그래도 그렇게 데이트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우리 해피, 완전 좋아. 이대로 오래오래 누나랑 살자, 알았지? 그리고, 누나 지켜주는 것은 좋은데 그때처럼 위험한 건 절대 하지 마. 얻어맞거나 하지 말란 말야. 누나 가슴 아프니까.”
‘아…’
나는 엄마를 제외하고 누군가에게 이렇게 따뜻한 말을, 염려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조은이가 한 말에 나는 온몸이 굳었다. 단지 기쁨이라 말하기엔 지금 내 설렘과 벅참을 표현하기에 너무나 모자랐다.
거대한 감동이 날 완전히 경직되게 만들었다.
숨을 쉬어버리면, 꼬리를 잠깐이라도 살랑거리면 지금의 감동이 깨질 것만 같았다.
나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한 채, 큰 눈으로 조은이를 바라보았다.
“우리 해피, 누나가 길뽀 해줄까? 길게 뽀뽀!”
‘아, 아… 좋습니다. 좋아요. 주인님!’
– 벌컥!
“조은아, 니 이리 와서 내 등 좀 긁어봐라. 아유, 요새 왜 이리 등이 가렵대? 매트가 안 좋은가?”
“매트 이야기하지 말라고, 할머니!”
“왜 그려. 그냥 등이 안 좋으니까 해 본 소리여. 그리고 돈 받으면 얼른 해피 불알이나 떼 버려라.”
“왈! 왈! 왈! 왈!”
아, 방심할 수 없는 노파.
***
금요일 오후, 나는 우울한 표정으로 노파의 품에 안겨 남구 경찰서의 한 회의실로 들어갔다. 마침 학교가 끝나자마자 바로 와 있던 조은이가 노파와 날 보며 손을 활짝 벌렸다.
“우리 해피! 어? 할머니, 해피가 좀 달라졌네?”
“그래도 사진도 찍을 것 아녀! 그래서 내가 염색 좀 진하게 해 줬지. 그래도 물이 덜 빠져서 2만 원만 받드라.”
나는 손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분홍색 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진한 형광색 귀와 꼬리를 슬프게 흔들었다.
내 몸이야 어차피 멋대로 미용도 하고 형광펜으로 덧칠도 했던지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그 2만 원이 너무나 아까웠다.
먼저 와 있던 경찰들이 내 귀와 꼬리, 아니 직접적으로 말해 내 꼬라지를 보곤 웃음을 참지 못하며 핸드폰을 들이대었다. 조은이가 밝게 웃으며 우울한 표정의 날 힘껏 껴안았다.
“아, 서장님 오십니다!”
한 경찰이 문을 열고 말하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편하게 합시다. 안조은 씨, 이리 나오세요. 그 강아지… 푸흡! 아 죄송합니다. 그 강아지도 안고호호홍!”
딱딱한 인상의 서장도 날 보곤 웃음이 터지려는지 간신히 입을 틀어막았다.
조은이가 날 안고 서장의 앞에 섰다. 서장이 새빨개진 얼굴로 연신 고개를 옆으로 돌리더니, 종국엔 태극기를 바라보았다. 그 중얼거리는 입 모양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나는 매의 눈으로 알아낼 수 있었다.
한 경찰이 옆으로 다가와 상장을 서장에게 내밀고 종이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표창장, 안조은. 본 시민은 평소 투철한 시민의식과 봉사정신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불법 의료기기 강매 행위 및 대부, 추심 행위 적발 사건’에 있어 결정적인 제보와 도움을 주어 사건 해결에 지대한 공을 끼친바, 이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본 상장과 상금을 수여합니다. XX광역시 남동경찰서장 김정학!”
웃음을 간신히 참은 서장이 근엄한 표정으로 조은이에게 상장과 봉투를 건넸다. 그것을 받은 조은이 허리를 숙였다.
그때 어느 사이 들어와 있던 사진기자가 우리를 향해 외쳤다.
“두 분, 이쪽 보시고요. 상장 펴서 둘이 마주 잡고, 이쪽 보고 웃으시고! 셋, 둘, 하나! 한 번 더, 웃으시고! 개 귀 색깔 보정 좀 할까요? 너무 진하네.”
“푸하하하하!”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한 서장과 다른 경찰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끼이이잉…”
‘하아, 견생…’
“자, 다시 한 번 셋, 둘, 하나! 네에. 좋습니다.”
얼굴이 새빨개진 경찰이 다음 상장을 펼쳤다.
“에, 음! 표창장. 안해피. 견종은 말티즈. 본 의… 아유, 이거 어쩌지? 푸하하하하!”
“아하하하하, 읽어! 그냥 읽어! 하하하하하!”
“아휴. 본 의, 의견은 이번 ‘불법 의료기기 강매 행위 및 대부, 추심 행위 적발 사건’에 있어 결정적인 제보로 사건 해결에 지대한 공을 끼친바, 이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본 상장과 개껌 1박스를 수여합니다. XX광역시 남동경찰서장 김정학!”
“왈! 왈! 왈!”
나는 신이 나 꼬리를 흔들었다. 간신히 추가 촬영을 마친 우리는 사진기자의 몇 가지 질문에 답했다.
“이건, 이따 XX신문에 지역 기사로 나갈 겁니다. 오늘 저녁에 기사 올라가니까 검색해서 보셔도 되고, 아니면 전화번호 주시면 URL을 보내드릴게요.”
“아, 네!”
조은이가 신이 나 전화번호를 기자에게 건넸다. 서장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거, 경찰신문에도 나올 것이고, 남구청의 남구신문에도 실릴 거예요. 나중에 기념으로 꼭 보관해요. 신문 기사 나오면 우리가 남구경찰서 명으로 기사와 추천장, 감사장 써서 학교에 보낼 겁니다.”
“아아,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니에요. 조은 씨가 몰라서 그러는데, 그 일당들에게 당한 피해액이 전국적으로 100억에 가까워요. 그뿐만 아니라 그 옥매트와 건강식품들에서 발견된 유해 물질로 건강에 피해 입은 이들도 아주 많아요. 우리도 몰랐다니까요.”
“그런가요, 정말 다행이네요.”
조은이가 거듭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서장이 인사하고 나가려는 뒤로 노파가 봉투를 흔들었다.
“저기, 서장님! 봉투가 안에 비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쥬?”
“아, 설명 안 드렸나?”
당황해하는 서장을 뒤로하고 경찰이 다가왔다.
“어르신, 이 봉투는 촬영용이고 나가시면서 제게 계좌를 주시면 저희가 남동경찰서 명으로 입금을 해 드려요.”
“아, 그런 거유? 뭐 안 주는 것은 아니쥬?”
“아유, 기사까지 나가는데 왜 안 드리겠어요.”
“원래 큰돈은 그 자리에서 침을 묻혀서 하나하나 정확히 세어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깔끔하게 문제가 없는 법이유.”
얼굴이 새빨개진 조은이가 헐레벌떡 뛰어와 노파를 잡았다.
“아, 할머니 제발!”
“내가 우리 서장님 못 믿어서 이러는 것이 아니고…”
“왈! 왈! 왈!”
‘제발 좀, 할머니!’
간신히 상황을 수습한 조은이 연거푸 감사하다 인사를 하고는 도망치듯 회의실을 나왔다. 나 역시도 부끄러워 조은의 품 안에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저 노파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외치고 싶었다.
계좌번호를 남기고 경찰서를 나오던 그때,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3,424만 7,230원]100만 원이 줄어들었다.
‘아…’
촬영이 끝나고 500만 원을 받는다면 드디어 앞 숫자가 -2가 되는 것이었다.
절대 줄지 않을 것 같았던 -3천600만 원의 빚이 -2천만 원대로 떨어지게 되다니, 믿기지 않았다.
단, 그 말은 반대로 36개월 중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있다는 말이었다.
노파와 조은이가 벌어야 할 것은 30억하고도 3천만 원이 더 남아있는 것이었다.
그게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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