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30
30. 도화선녀(3)
분명 도화선녀가 말한 대로 ‘절반은 맞추고 절반은 안 맞는’ 듯한 말들이 이어졌다.
다만, 그 맞춘다는 부분이 정말로 소름 끼칠 정도였기에, 나는 그저 모른 체할 수 없었다.
“자아, 이 개령님은 보통 개가 아니야. 보살님, 도대체 얼마나 힘들게 살아오신 거야? 조상님이 복을 줬어. 어마어마한 복을.”
“복을유? 이 똥개를 키우는 것이 무슨 복이라구, 맨날 사료만 축내고 방귀만 뀌는 놈인데.”
‘아니, 그 방귀는 제 것이 아니라고요!’
“내 분명히 말하는데, 이 개령님 안에 영혼이 들어가 있어! 그냥 영혼이 아니야, 신이야!”
역시 절반만 맞았다.
“그리고 그 신이 대상대감님! 아주 커다란 재물을 가져다주는 신이야. 이 개를 극진히 모시면 분명 돈을 벌 거야.”
이 부분도 맞았다. 나는 촬영으로 돈을 벌었고 조은이에게 내 마지막 80만 원도 이체해 줬으니까. 앞으로도 나는 돈을 벌어야 하고, 벌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기 때문에 분명 이것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유, 난 정말 모르겠다. 그런데 분명 얼마 전에 우리 해피 때문에 돈을 벌기는 했슈. 이 강아지가 모델이 되어서 광고 촬영도 했다니께?”
“에에? 아무리 봐도 광고 촬영할 얼굴은 아닌데. 신령님이 들어가 있기는 한데, 얼굴 관상을 봐요. 견상. 주둥이가 뾰족하게 나온 것을 보니 순혈은 아닐 것이고.”
“순혈이여! 내가 시장에서 3만 원이나 줬어! 우리 조은이 심심하지 말라고!”
‘아, 난 3만 원짜리였구나…’
나는 의기소침한 채 고개를 푹 수그렸다. 3만 원. 시장에서 사 온.
“그래, 가격을 보니 더 순혈이 아닌 게 티가 나잖아요. 게다가 왜 이렇게 다리가 길어? 내가 봤을 땐, 우리 개령님은 잡스야, 잡스.”
“잡스?”
“잡종이야.”
“아니라니까! 옆에 주둥이가 시커먼 강아지는 만 원이고, 이 강아지는 순혈이라고 3만 원을 받더라니까!”
“내 생각엔 우리 개령님, 말만 잘 하면 만 원에도 사 올 수 있었어. 그나저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내 족보를 가지고 난상토론을 하는 둘을 보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한참을 떠들며 세상 쓸데없는 주제로 언성을 높이는 둘을 피해, 나는 슬그머니 일어나 도화선녀가 내려놓은 맥시봉을 주워 먹었다.
“개령님?”
한참 소세지를 씹어 먹는 내 뒤로 도화선녀의 정중하고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왈!”
“아유, 제자 부름에 응답하시네, 우리 개령님.”
도화선녀는 내가 맥시봉을 좋아한다는 것을 귀신같이 알았다. 그리곤 새로 하나를 꺼내어 껍질을 벗기곤 방울을 흔들 듯 흔들어대며 내 눈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우리 개령님, 안에 영혼이 보여. 대상대감님이 보여.”
‘그 대상대감은 아니라니까?’
“그런데 어째 대상대감님이 좀 젊다? 남자고, 서른이나 그것보다 살짝 아래 같은데…”
‘!’
“이상하네… 가만히 보니 이게 신령이긴 한데, 생령 같기도 하고. 분명 돈이 보이는 걸 봐선 대상대감인데.”
여전히 반은 맞추고 반은 못 맞추고 있었다. 도화선녀는 맥시봉을 쥐고 일어나서 전안 앞에 섰다. 그리곤 눈을 감고 무어라 중얼거린 후 맥시봉을 신나게 흔들다가 아차 싶었는지 얼른 방울로 다시 고쳐 잡았다.
그 틈에 난 부러져 방바닥을 뒹구는 맥시봉을 맛있게 해치웠다. 그 모습을 본 노파가 기가 찬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아유, 뭔가 맞추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보살님! 내가 눈이 삐뚤어져서 반만 맞는다고 했잖아! 그나저나 내가 모신 신령님이 정확히 짚어주시네.”
“뭐라고요?”
“저 개령님, 사람 말 알아듣는다고.”
“와, 왈?”
‘아니, 뭐라고?’
나는 깜짝 놀랐다. 저 무속인이, 그리고 전안 위의 신령 상이 얼마나 용한지는 모르겠으나 방금 그것은 끼워 맞춘 것이 아니었다. 한가운데 스트라이크였다.
도화선녀가 내 앞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다시 날 지그시 바라보았다.
“개령님, 이제 제 말 안 들으면 큰일 납니다? 지금 신령님이 다 가르쳐주셨어요. 개령님, 사람 말 알아듣고, 생령이고, 남자에 약 서른 살 정도 되었지요? 맞으면 고개를 끄덕끄덕해 주세요.”
나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 도화선녀의 말대로 고개를 끄덕여야 할까, 아니면 모른 체, 그냥 개처럼 행동해야 할까?
고개를 끄덕이면 내가 도화선녀뿐만 아니라 저 노파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 감도 안 잡혔다. 하지만 안 끄덕이자니 ‘큰일 난다’라는 말이 적잖이 신경 쓰였다.
“끼이이잉…”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본 도화선녀가 눈을 부라렸다.
“신령님 말 안 들으면 벌전 받아요! 나를 봐요, 개령님. 나처럼 이렇게 한쪽 눈이 삐뚤어지고 코 옆에 사마귀가 나고 싶어요?”
‘헉!’
나는 지금의 내 얼굴을 떠올려봤다. 그저 못생기고 비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아까 도화선녀가 말했던 ‘잡종’이라는 것까지 더해지니 더더욱이 없어 보였다. 그 한없이 슬픈 얼굴에서 한쪽 눈이 사시가 되고 코 옆에 엄지손톱만 한 사마귀가 돋는다면?
‘아… 견생 끝이다. 조은이도 창피해 할 것이 뻔해. 광고 절대로 안 들어와. 불쌍한 것과 흉한 것에는 그만한 간격이 있는 거야.’
나는 마지못해 겁먹은 눈을 치켜뜬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옳지!”
“시상에!”
“봤지요, 보살님? 이 개령님, 어마어마해! 자아, 하나 더. 우리 개령님, 아까 내가 말한 서른 전후의 남자, 맞지요? 맞으면 멍, 하고 한 번 짖어봐요.”
“왈!”
“옳지! 옳지! 짤랑짤랑. 입으로 내는 방울 소리에도 간절함이 붙으면 진짜 방울이 됩니다, 짤랑짤랑!”
하아, 환장할 노릇이었다.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으나 이미 기세는 저 도화선녀에게 넘어 간 터였다. 게다가 노파도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어때, 보살님? 내 말이 맞지? 이 개 몸에 생령이 들어가 있어! 그것도 돈을 벌어다 주는 생령이! 아유, 귀한 개령님!”
“참말로? 참말로 우리 해피 몸 안에 서른 정도 되는 남자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유?”
“맞다니까! 나, 도화선녀잖아. 내 점사 한번 보려면 줄을 서야 했다니까? 아휴, 그 칠성당에서 양밥 치는 걸 잘못 배워와서 요 꼴이 났지만.”
“시상에…”
나를 바라보는 노파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래, 이미 도화선녀가 다 말했다. 방금 말한 것들은 사실이었다. 내가 개의 몸에 들어간 것도, 돈을 벌어다 주었고 앞으로 더 많은 돈을 벌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도.
그러니 나는 이 노파와 조은이에게 30억을 반드시…
“아유, 징그러!”
‘엥?’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노파는 분명 나보고 징그럽다고 했다.
“그럼! 맨날 내가 요 강아지를 껴안고 잤는디, 요 강아지가 30살이나 처먹은 놈팽이였다는 소리 아녀유!”
이야기가 왜 그렇게 흘러가나?
나는 황당한 눈으로 노파를 쳐다보았다. 당황하기는 도화선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 역시 노파의 상상외의 말에 말을 더듬었다.
“아, 아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
“그게 중요하지 뭐가 중요해. 게다가 저 불알! 저 시커먼 것 빨리 떼어버리고 싶더라니. 아유, 징글징글해!”
“왈! 아왈왈왈왈!”
‘아니 그게 왜 나오냐고! 내가 그쪽 돈을 벌도록 도와주는 존재라고!’
“저리 가, 나헌티 앵겨붙지 말고! 요 추잡스런 것아!”
하아, 진짜 이 노파는 어쩜 이렇게 눈치도 없고 상황을 파악하는 법도 모르고 말의 맥락도 이해 못 하는지, 나는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었다.
그것을 본 도화선녀가 조심스레 노파의 앞으로 다가왔다.
“보살님, 그래서 우리 개령님이 그렇게 징그러워요?”
“징그럽다마다! 그쪽 말이 사실이면, 아유, 당장 내쫓아버려야겠네.”
“앞으로 큰돈을 벌게 도와주는데도?”
“그런 말은 믿지도 않어유. 그냥 저 똥강아지가 서른 살 시커먼 남자라는 것만 머리에 들어오네, 아유 징그러!”
노파의 진절머리에 난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내가 얼마나 열심히 도와줄 것인데! 어떻게 내게 이런 소리를 할 수 있는지.
그때 도화선녀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그럼, 보살님! 이 강아지 나한테 팔아라. 응? 어때요?”
“뭐, 뭐? 팔라구?”
“응! 나한테 팔아요. 우리 개령님. 내가 천만 원 줄게, 어때?”
“천만 원!”
나도 놀랐고, 노파도 놀랐고, 전안에 있는 신령상도 놀라 덜그럭거렸다.
노파가 그게 정말이냐는 듯 도화선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나 도화선녀의 눈엔 진지함만이 가득했다. 그 눈빛이 노파를 꿰뚫어버릴 듯했다. 나는 처음 보는 그 무시무시한 눈빛에 꼬리를 말고 납작 엎드렸다.
“팔아라, 천만 원. 응? 이 자리에서 바로 드릴게. 내가 모시려 그래, 우리 개령님. 도성암 불려주실 분이야. 응?”
– 꿀꺽.
노파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참의 침묵.
어차피 노파의 선택은 뻔했다.
그만한 돈이라면 솔직히 나라도 당장 팔 것이었다.
3만 원짜리 개가 1천만 원이 되었다. 물론 키우는 데 들어간 돈이야 있겠지만 저 망할 말표 사료와 도대체 소변과 냄새는 전혀 흡수하지 못하는 싸구려 패드를 생각하면 그다지 큰돈이 들어가지도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노파가 한참을 생각하다 마음을 정한 듯 다시 한 번 침을 삼켰다.
“그, 그렇게 우리 해피가 필요해유?”
“그럼. 아니, 막말로 보살님이 그 개령님 데리고 있으면 뭐 할 거야? 딱 봐도 불리지도 못하고 계속 유모차 아래 끌고만 다닐 텐데. 나는 우리 개령님 제대로 모실 거야. 응?”
“앞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게 도와준다는데…”
“그게 가만히 놔두면 벌어져? 나는 그 방법을 알 것 같다 이 말이지. 그러니 내가 목돈 줄 때 받아서 정 떼요. 응? 내가 금이야 옥이야 잘 키워줄게.”
“좀 더 얹어줘야 하는 것 아니여?”
와… 이 와중에 딜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정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 분노까지 느끼기 시작했다.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는지, 내가 이 집에 환생한 지 한 달이 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해 왔는데.
도화선녀의 눈이 흔들렸다. 이번에 공세를 취한 것은 노파 쪽이었다.
“하아, 이백 더 얹어줄게, 보살님. 보다시피 우리 신당이 사정이 좀 그렇잖아.”
“아까는 뭐 예약을 안 하면 안 될 정도였다 했잖유?”
“그거야 내가 벌전 맞기 전이고. 응? 천 이백이면 이런 잡스 천 이백 마리도 살 수 있어. 어때. 더는 없어.”
내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노파의 눈이 부들부들 떨렸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지 뻔했다. 자신이 파지와 공병을 주워 버는 돈, 그리고 노인연금과 생활보조금 등의 지원금, 조은이의 등록금(아직 어찌 될지 몰랐다). 무엇보다 먹고 쓰는 생활비.
천 이백이면 어마어마한 돈이 맞았다.
어쩌면 나는 바뀐 주인에게 다시 30억을 벌어다 줘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를 불리는 법을 알고 있다고 하니, 적어도 노파나 조은이보다야 상황이 나을 수도 있었다. 아니 백 프로 나을 것이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 노파의 입이 열렸다.
“일억 원을 줘도, 우리 해피는 못 팔것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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