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46
47. 첫 라방(4)
[맞아요. 이제 딱 시간이 되었네요. 오늘 이분 모시느라 지인~짜 힘들었습니다. 그럼 로이와 두찌의 스페셜 방송의 이유, 오늘의 찐 주인공! 한강대 광고녀 안조은 님과 반려견인 해피를 모셔볼게요. 들어오세요~!]“지금 들어가시면 돼요!”
뒤의 스태프가 가볍게 조은이의 등을 힘내라고 쳐 준 후 스튜디오의 문을 열었다.
“아, 아하하하!”
나를 안은 조은이가 얼어붙은 표정에 입만 간신히 웃으며, 국군의 날에 행진하는 군인처럼 빳빳하게 다리를 올리면서 들어왔다. 그 옆의 모니터, 순식간에 정신없이 올라가는 채팅창에 나는 깜짝 놀랐다.
– 와아아아아! 해피다, 해피야!
– 대박, 더 진해졌어! 더 불쌍해진 듯!
– 조은 님 너무 예뻐요! 해피도 생각보다 귀여움!
‘훗…’
– 로이 님 옆에 조은 님 있으니 완전 잘 어울림.
“왈!”
분노로 짖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은이가 걸덕이의 옆자리에 앉았다.
“지금 채팅창이 난리가 났어요. 야아, 우리 로이 팸 여러분들! 나 이러면 진짜 질투한다? 두찌도 이미 삐진 것 알죠? 하하하. 먼저 우리 로이 팸 가족분들에게 인사 좀 부탁드릴게요.”
“아, 안녕하세요? 저는 그, 한강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고 해, 해피와 함께 열심히 사는 안조은입니다.”
– 여친내성발톱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해피 염색약 하라고 보내요. 다음엔 형광 노란색으로 부탁드려요. 무지개도 좋음.
“와아, 벌써부터! 안조은 님 인기가 어마어마해요! 이름 한 번 읽어주시고 감사의 인사도!”
“아, 아하하하. 여친내성발톱 님. 감사합니다. 할머니가 집에서 해주셨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진하게 되었어요.”
“아아, 그래요? 그럼 우리 해피는 보통 집에서 염색하나요?”
“아, 원래는 동네에 있는 동물병원 겸 애견센터에서 하는데 하필 문을 닫아서 할머니가 어제 직접 하셨거든요. 그런데 용량을 잘못 확인하셔서 엄청 진해졌어요.”
아까 밥 먹으면서 했던 말들이 자연스레 나오고 있었다. 탁월한 진행 솜씨에 나는 연신 고개가 끄덕여졌다. 조은이도 빠르게 긴장을 가라앉히고 걸덕이의 질문에 웃으며 대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뭐랄까, 이런 말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조은 님이 참 아름답잖아요? 그런데 해피는 뭐랄까… 개성이 너무 뚜렷하고. 장르가 좀 안 맞는다고 해야 할까.”
– 그냥 못생겼다고 왜 말을 못 해! 왜 말을 못 하냐고!
– 해피도 귀가 있어요.
– 조은 님, 황희 정승처럼 소곤소곤대고 말하세요. 해피 못생긴 것 안다고!
‘저, 저것들이…’
나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간신히 가라앉히고 카메라를 보며 억지로 히죽 웃었다. 그리고 애교도 피웠다.
“뀽♥!”
– 아아아! 저 뉘런 건치 봐.
– 두찌 얼굴 보고 힐링! 로이 님과 조은 님 보고 힐링!
– 보일러 댁에 해피 놔드려야겠어요.
– 아, 얼마 전 삐에로 나오는 공포 영화 그거 뭐더라!
역효과만 잔뜩 얻은 셈이었다. 로이가 재빨리 상황을 수습했다.
“여하간 저는 로이 팸분들에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공익 광고 전에 애견 펜션과 카페 광고 촬영 때 사실 처음 뵈었거든요. 그런데 둘 사이가 너무 잘 어울리고 끈끈한데 또 뭔가 되게 안 어울리는. 못생긴 것 아닙니다, 여러분? 그래서 묻고 싶은 것이에요. 해피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아, 사실은 제가… 갑자기 부모님 두 분이 먼저 하늘로 떠나게 되셨어요. 그래서 할머니가 저를 맡아서 키워주셨거든요.”
“아, 그러셨구나. 제가 괜히 물었네요, 죄송합니다. 이런 대답이 나올 줄은…”
로이가 꽤 당황해했다.
아니나 다를까 채팅창에도 눈물 표시와 함께 힘내라는 말, 깜짝 놀랐다는 말들이 이어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조은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조은이는 꾸욱 참고 최대한 감정을 내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제가 너무 우울해하니까, 또 할머니가 일하러 나가시거나 하면 집에 저 혼자 남아있으면 심심하니까, 그래서 강아지라도 함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와보니 아주 어린 해피가, 완전 작은 강아지가 부엌을 뛰어다니고 있더라고요.”
“아, 뭔가 되게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네요.”
“그래서 할머니에게 물으니 시장에서 3만 원 주고 사 오셨다고, 이름은 모르는 종류인데 순종이라 아주 비싸다고 하셨어요. 다른 것은 만 원인데 얘는 털이 희다고 3만 원이라고.”
– 만 원짜리 강아지요? 와, 그거 짤방에서나 보던 건데.
– 아, 할머니 당하셨넼ㅋㅋㅋㅋㅋㅋㅋ.
– 그래도 요새 그런 거 안 따지죠. 사랑으로 키우면 다 가족이지.
– 오히려 잡종이 더 똑똑하고 튼튼함!
– 노르웨이의숯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도 해피 한 마리 주세요. 농담이고 우리 집 강아지도 믹스견인데 애교 쩔어요. 최고!
걸덕이가 모니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지금 로이 팸분들이 진짜 중요한 말 해 주셨어요. 조은 님도 보고 계시죠?”
“네, 맞아요. 사실 그때는 어렸기도 했지만, 강아지 종류도 모르고 크게 관심도 없었거든요? 지금도 그래요. 얘는 해피, 나에게 되게 많은 행복과 웃음을 준 아이. 내 동생.”
“동생이라!”
“그래서 맨날 해피야, 누나는 해피 많이 사랑해! 하고 말하거든요.”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번쩍 들고 ‘왈!’하고 짖었다.
자칫 어두워질 뻔한 주제가 자연스럽게 다시 밝은 이야기로 되돌아왔다. 이윽고 이어지는 대화, 처음 광고를 찍었을 때의 에피소드와 더불어 내가 방귀생을 잡은 일까지 조은이는 이야기를 풀어갔다.
웃으며 그것을 듣고 있던 걸덕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채팅창도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그냥 TV에 나온 강아지가 아니네.
– 해피가 세상을 구했습니다, 여러분!
– 인터넷 검색하면 나오나요? 뭐로 쳐야 나오지?
“아! 그래서 여기, 제가 가져왔어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무슨 이야기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챙겨왔거든요?”
조은이가 날 가만히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가방을 뒤적였다. 나는 방해가 되지 않게끔 납작 엎드려 있었다.
이윽고 조은이가 내 사진과 기사가 실린 남구 소식지, 그리고 내가 받은 표창장을 꺼냈다.
그걸 받아든 걸덕이가 카메라 앞에 소식지의 기사면을 펼쳐 보였다.
“이거 보이세요, 여러분? 진짜입니다. 정말로 조은 님과 해피가 여기, 남구 경찰서장님에게 표창장과 상금을 받았다고 기사와 함께 사진이 딱 있네요. 여기, 형광색 귀와 꼬리 보이시죠?”
그리고 표창장을 연 후, 그 안의 내용을 또박또박 읽었다.
“본 의견은 이번 ‘불법 의료기기 강매 행위 및 대부, 추심 행위 적발 사건’에 있어 결정적인 제보로 사건 해결에 지대한 공을 끼친바, 이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본 상장과 개껌 1박스를 수여합니다. XX광역시 남동경찰서장 김정학! 여러분, 해피는 의견입니다. 의견.”
– 아, 진짜 어마어마한 분을 모셔왔다.
– 지금 해피 엄청 잘생겨 보이는데, 제가 이상한 것 아니죠?
– 로이오빠내꼬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 오늘 조은 님 이야기 듣는데 감동에 감동이 더해지네요. 방송 끝나고 로이 님, 조은 님! 두찌와 해피랑 맛있는 것 드세요!
로이가 벌떡 일어났다.
“아아아! 로이오빠내꼬 님! 오늘 라방에 또 불을 지펴주시네! 이러면 또 다른 것 가야지! 허리 들썩 댄스!”
그리고 신나게 나오는 음악과 함께 로이가 궁디 팡팡 댄스에 이어,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지저분하게 허리를 들썩이며 저질 댄스를 췄다. 심지어 품에 안겨있던 두찌도 이런 상황이 익숙했는지 리듬에 맞춰 허리를 들썩였다.
경악을 금치 못한 조은이와 나는 한참 동안 그 경박하기 그지없는 참사와도 같은 춤을 쳐다봐야 했다.
“하아, 하아! 아, 로이오빠내꼬 님 감사합니다! 오오오, 또 후원이!”
걸덕이가 모니터를 가리켰다. 조은이가 얼른 그 뜻을 알아채고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가며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자아, 이제 우리 강아지들은 스튜디오를 맘껏 돌아다니라고 아래에 내려놓고 조금 편하게 조은 님 이야기로 넘어갈까 해요. 해피 이야기는 많이 들었으니까.”
“아, 네!”
자연스레 나와 조은이 이야기 분량의 균형을 맞추며 걸덕이는 두찌를 내려놓았다. 나도 바닥에 내려져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한쪽에 놓인 간식과 사료 그릇을 보곤 터덜터덜 걸어갔다.
“크르르릉!”
순간, 자신의 밥과 간식을 뺏어 먹으러 온다고 생각했는지, 두찌가 나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하아, 나도 배고픈데. 저녁때란 말이다!’
그러나 두찌는 어지간해서는 자리를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다른 곳에 떨어져 있는 물통의 물을 꿀꺽꿀꺽 마셔 배를 채웠다. 걸덕이와 조은이의 대화는 물 흐르듯 이어지고 있었다.
“되게 많은 이들이 알아봤을 것 같아요.”
“아니, 저는 정말로 몰랐고 신경도 안 썼거든요. 광고가 나온 것은 나온 것이고 저는 열심히 알바도 하고 학교도 다녀야 하니까. 소개팅 같은 게 갑자기 엄청 들어오고, 친구 통해서 궁금하다, 언제 맥주 한잔하자 같은 말도 듣긴 했지만.”
“그래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네. 그렇습니다!”
“그럼 혹시 남자 친구는…”
나는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모니터에 표시된 채팅창에도 난리가 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조은이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어요.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고. 제가 엄청 바쁘거든요. 평일엔 돌아오면 학교 과제나 공부도 해야 하고 주식 공부도 하고. 마침 일요일 하루 딱 쉬는 날이라 이렇게 방송에도 초대받았네요.”
“아아, 남자 친구가 없다는 것은 우리 로이 팸 여러분들이나 제게도 기회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겠죠.”
“아하하하. 그렇…겠죠?”
“아왈왈왈! 왈왈왈!”
나는 고개를 들고 맹렬히 짖어댔다. 뒤를 돌아 나를 본 조은이와 걸덕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와아! 흑기사, 아니 털이 하얀색이니 백기사? 아니다, 핑크색이니 형광기사! 조은 님의 형광기사인 해피가 엄청나게 짖고 있습니다. 아마 어지간해선 조은 님에게 접근 못 할 것 같은 느낌!”
“해피야, 누나는 우리 안해피만 믿을게!”
“왈!”
나는 믿음직한 표정으로 가슴을 당당히 편 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래, 절대 지키고 만다. 뭐, 여하간 지킬 수 있다면 지키고 만다!
이후로도 대화는 이어졌고 후원금도 계속해 쌓여갔다. 벌써 누적된 후원금은 500만 원이 훌쩍 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한참 동안 시청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주던 걸덕이와 조은이를 피해 나는 구석진 곳을 훑어봤다. 먹은 것도 없는데 배가 살살 아팠다.
‘아이씨, 어쩌지?’
그때 저 구석진 곳에 패드가 깔려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 앞서 점례와 샤넬이가 방송할 때 쓰려고 깔아 놓은 것인 듯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둘은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두찌는 그 많은 사료를 다 먹고 배를 하늘을 향해 내보인 채 자고 있었다.
‘금방 싸면 5, 5초면 되는데. 어쩌지?’
카메라는 분명 둘을 비추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안 보일 거야. 분명.’
차라리 빨리 해치우자, 그게 낫겠다 싶어 나는 슬그머니 패드로 가 다리를 구부린 후 뒤뚱거렸다. 엉덩이가 움찔움찔했다.
‘나온다, 나와!’
그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해피 똥 싼다고요? 화면 구석이요?”
“해, 해피야! 지금 뭐 해!”
‘에?’
나는 똥을 싸며 뒤를 돌아보았다.
조은이와 걸덕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카메라도 나를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중간에 끊을 수 없었다. 똥을 뽑아내며 나는 그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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