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5
5. 조은이는 열심열심(1)
깨끗하게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조은이는 안방에 누워서 신기한 듯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이것으로 적어도 그녀가 경영이나 경제, 여하간 그런 쪽의 과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핸드폰 화면을 통해 실제로 모의계좌가 아닌, 주식계좌에 상금 10만 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뭐하지? 바로 빼서 쓸까?”
‘오, 안 됩니다요, 조금만 더 보여줘 봐. 응?’
나는 낑낑대며 옆에 앉아 같이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았다.
“해피 간식 사줄까?”
‘아니, 그것도 참을 수 있어.’
“낑, 낑, 낑!”
나는 벌떡 일어서서 30년 전에 했던 연속극 재방송을 정신없이 보고 있는 노파의 옆으로 가 몰래 리모컨을 물고 왔다. 그리곤 힘겹게 앞발로 채널을 눌렀다. 주식 채널이었다.
주식에 관심을 더 가지기 위해, 나는 최대한 이쪽으로 조은이의 관심을 돌려야 했다.
“옴마! 갑자기 이게 왜 돌아가냐?”
노파가 어리둥절한 채 고개를 휙휙 돌렸다.
“어?”
조은이가 깜짝 놀라 주식 채널을 쳐다봤다. 경제 전문가 둘이 나와 시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뒷배경으로 자리한 빨간색 화살표가 꽤나 강렬했다.
[그러니까 강석훈 애널리스트께서 지금 말씀하신 것을 종합해보면, 앞으로 섣불리 투자하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엥? 이게 아닌데.’
[물론입니다. 글로벌 경기가 안 좋은 가운데 한국만 잘 나갈 수는 없겠죠. 현재 전방위적인 불황, 그리고 높아지는 물가와 금리, 이 모든 것이 주식시장에서는 매우 불안 요소거든요?] [맞습니다. 현재 월가 리포트나 국내 대형 투자회사의 리포트에서도 현금 비중을 높이라는 말을 공통적으로 하고 있고요.]나는 화들짝 놀라 얼른 다음 채널을 눌렀다.
[오늘 코스피 지수는 0.74% 빠진 2223.29, 코스닥 지수는 0.82% 빠진 708.14 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전체적인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자원 관련 주와 대체 에너지 주가 상승해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환장하겠네.’
내가 재빨리 다른 채널을 누르려 할 때, TV를 보던 조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할머니. 대체 에너지 주. 나 저것으로 5일 만에 12% 벌었다니까? 물론 모의투자지만.”
“잉? 그게 뭐여? 대체 뭔 주? 그거 위험한 거 아니여? 사람 사기쳐서 망하는 거.”
“에이, 잘하면 안 망하지, 뭐. 그래도 투자하기 전에 뉴스 잘 보고 하라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 외국에 전쟁 났잖아. 곡물과 원자재 값이랑 자원 값이 폭등할 거라는 기사 보고 그냥 가만히 한 군데 넣어놨더니 이렇게 되었잖아.”
“몰라, 할매는 니가 뭐라 해도 하나도 이해 못혀. 이리 리모컨 내라. 지금 저 썩을 년이 집안 말아먹으려 하는 것 보려던 참에 갑자기 왜 이런 게 나오냐.”
“어? 어, 내가 안 눌렀는데? 아! 해피가 눌렀네. 으이구!”
조은이가 나를 쓰다듬은 후 리모컨을 할머니에게 건넸다. 그리곤 이제 그만 잘 거라는 말을 남긴 채 나를 안고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
그러고 보니 조은이의 방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침대도 없었다.(뭐 나도 없었지만.)
이제는 누가 줘도 안 가져갈 컴퓨터가 올려진 낡디 낡은 책상과 서랍, 그리고 책장. 다른 가구라곤 겨울옷들을 걸어놓은 행거와 작은 옷장. 작은 방의 세간이란 그것이 전부였다. 엄마가 살아계실 적, 내가 쓰던 작은 방과 놀랍게도 닮은 그 작고 초라한 방에서 그녀는 전기장판 위에 얇은 이불을 깔고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나는 눈치를 슬슬 보며 그녀 옆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몸을 말았다.
“하아, 살기 힘들다. 그치, 해피야?”
“왈!”
“그냥 휴학하고 돈이라도 버는 게 나을까? 내가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게 맞을까?”
“끼잉…”
그녀의 혼잣말.
그때, 내 눈에 행거에 걸린 그녀의 학교 점퍼가 눈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아주 높은 점수를 받아야 갈 수 있는 대학이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제대로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았을 것 같은 환경이 아닌데 저런 곳에 갔다는 것은 그녀가 굉장히 노력을 한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머리가 명석한 것도 있으리라.
‘그만두면 안 되지. 내가 저 대학에 다녔어 봐라, 목에 칼이 들어와도 졸업장 땄지.’
한참을 무엇인가 생각하던 그녀가 이윽고 몸을 뒤집어 엎드린 채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곤 패턴을 그렸다.
‘오호, V자!’
배경화면에서 증권회사 앱을 연 그녀는 한참 10만 원의 입금액을 확인하며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은행 앱을 새로이 열었다. 그녀가 가진, 융통할 수 있는 금액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잔액 1,635,270원]‘나쁘지 않은데?’
“하아, 부지런히 모아야 2학기 등록금 내는데. 장학금 신청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학자금 대출은 너무 부담스럽고.”
스스로 등록금을 준비하고 있구나. 그나저나 왜 학자금 대출이 부담스러운지 이해가 잘 안 됐다.
“졸업하고 나서도 가장 먼저 빚을 갚아야 하는 채로 사회에 나가기 정말 싫어. 지금도 갚아야 할 빚투성이인데.”
‘아…’
왠지 알 것 같았다. 3,700만 원에 이르는 빚에 4년간의 학자금 대출 수천만 원이 더해진다면 정말로 조은이의 젊음은 그저 빚을 갚다가 다 끝나는 것이었다.
“수급자로 장학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금액도 확실치 않고, 일단 목돈을 준비해놔야 하는데. 언제 채우지?”
나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장학금을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빚은 늘어만 갈 것이 뻔했다. 아무리 내 머리 위의 빚태창의 숫자가 찔끔찔끔 내려가도 두 식구가 먹고 사는데에 쓰는 비용이 있었다. 주말 알바 외에 무엇을 더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그 돈은 전부 쓰일 곳이 있을 테니 자산이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게 뻔했다.
하지만 당장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하며 돈을 번다고 해서 잔고가 크게 늘어날 것 같지도 않았다.
언제나 그랬다. 비록 개로 환생을 했지만 나는 그래도 군대는 제외하고라도 10년 가까이 아르바이트와 공장 생활을 하며 돈을 벌어왔다.
가난 속에서는 돈을 모을 수 없고, 벌더라도 이상할 정도로 새어 나갔다.
정말 이상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한데, 또 무언가 바꿀 수 없는 진리 같기도 했다.
물론 어머니의 병간호에 쓴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투자? 비록 내가 주식에 패배하고 코인에 실성했지만, 그것조차도 가난을 벗어나려는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즉, 가난하지 않다면 그런 무리수를 두지도 않았을 테고, 그 돈은 훨씬 안전하게 굴려졌을 것이었다.
핑계라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난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다. 절박함은 위험에 대한 인식을 무디게 한달까. 물론 언제나 그 위험을 맞닥뜨리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게 인간이긴 하지만.
여하간 이런 쪽에서는 그녀보다 내가 불행히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창피한 말이지만 숨길 것도 아니었다. 가난과 실패의 선배라는 것.
한참 계좌를 바라보던 그녀가 이윽고 굳은 결심을 하곤 ‘이체’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받는 이의 은행을 클릭 후 아까 봤던 증권사 아이콘을 눌렀다.
계좌번호를 입력하려던 그때, 난 저도 모르게 주둥이로 핸드폰을 밀어 치워버렸다.
“어? 해피야, 이러면 안 돼. 저리 가.”
‘아니, 안 되긴 뭐가 안 돼. 일단 그 돈은 건드리지 마.’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그 돈으로 주식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잃어도 되는 사이버 머니이기에 한 군데에 넣어놓고 12%의 수익을 올렸지, 실제로 자신의 돈, 잃어선 안 되는 돈이 들어가면 하루 종일 쳐다보게 될 것이고 한 시간에도 수없이 등락하는 그래프 속에서 초조함에 애만 탈 것이었다. 나라면 분명 그럴 것이 뻔했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재빨리 매도하고 급등하는 것에 올라타다가 개미 털기에 당할 수도 있었고, 급락하는 것을 잡고 반등 1, 2%를 먹고 나오려다 세게 물릴 수도 있었다.
적어도 그게 이런 환경 속에서 학교와 알바를 병행하는 그녀의 등록금이면 안 되었다.
“나와봐, 해피야.”
“왈! 왈! 왈! 왈!”
나는 절대 안 된다는 듯 앞발로 핸드폰을 쳐서 밀며 이불을 벗어났다. 그런 날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가 피식 웃더니 ‘알았으니 그만, 줘’ 하고 핸드폰을 집었다.
나는 다시 형광색 꼬리를 흔들며 옆으로 와 매의 눈으로 감시했다. 다행히도 그녀는 마음을 바꿨는지 은행 앱을 닫은 채 아르바이트 구인 앱을 열어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었다.
“열심히 벌어야지. 당장 매월 나가는 생활비만 해도 장난 아닌데. 할머니가 혼자 저렇게 노력하시는데. 당장 여기 전세 보증금을 내준 이모 빚부터 갚아야 하고. 3천이나 내주셨는데. 1학기 등록금도 그렇고.”
‘그거구나, 저 -3,740만 원이라는 빚의 대부분이.’
대충 느낌이 왔다. 아울러 3년이 지나도 내 주인인 그녀는 대학 4학년일 것이라는 암담함도 동시에 찾아왔다.
열심히 살아간다고 해도, 정상적으로는 30억은커녕 저 빚이 더 안 늘어나면 다행이나 다름없었다.
아까 잠시 설레었지만, 10만 원으로 30억을 만들려면 어디까지 수익을 올려야 할지 답도 안 나왔다.
‘아니, 뭐 대략 3,000? 아니 30,000배의 수익인가? 0이 몇 개인지도 헷갈릴 정도네.’
내 눈이 공허함으로 물들고 있었다. 절대 무리였다. 이런 것은 웹소설로 써도 욕먹을 설정이었다.
“어? 해피야, 우리 이것 해 볼까?”
그녀의 목소리에 난 그녀가 유심히 보고 있는 페이지를 훑어봤다.
[애견인 모델 모집. 애견 카페&펜션 홍보 촬영. 20세~29세의 용모 준수한 남/녀 각각 5명 모집. 본인의 애견과 소통 잘 되는 분 지원 가능. 일당 30만 원 당일 지급]‘어? 괜찮은데? 일당 30만 원이면 엄청난 허니 알바잖아!’
“보자, 보자! 상세요강!”
그녀가 아래로 스크롤을 내려 훑었다.
[동영상 및 사진 촬영. 대형 견주 2명에 소형 견주 8명 희망합니다. 견종은 특별히 가리지는 않으나 미용이 잘 되어있고 예쁜 강아지, 순한 강아지면 좋겠습니다. 당일 9시부터 야간 촬영까지 진행되오니 참조 부탁드립니다. 강아지와 주인이 함께 나온 전신 컷, 안고 있는 상반신 컷을 이력서와 동봉 부탁드립니다.]“예쁜 강아지래, 순한 강아지. 그런데 내가 용모가 준수하지 못해서 안 되겠다. 그치?”
아무래도 내 주인은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줄 모르는 모양이다. 진심으로 말하건대 나의 주인인 안조은은 이름만 빼고 정말로 아름답고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예쁜 강아지가 아닐 뿐이었다.
온몸에 털은 밀어버린 채 눈물 자국이 진하고 귀와 꼬리가 형광 분홍색인 강아지.
지원을 하더라도 떨어진다면 나 때문이겠지.
“한번 해 보자, 해피야. 하루에 30만 원이면 엄청 괜찮다, 그치?”
“왈! 왈! 왈! 왈!”
그래, 일단 무엇이라도 벌고 보자.
나는 힘차게 짖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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