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54
55. 폭풍의 시작(1)
“자아, 두구두구두구!”
입으로 드럼 소리를 내며 조은이가 긴장과 흥분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나도 조은이의 품 안에서 가만히 거래창을 쳐다보았다.
“일단 이번 주는 이 5만 원으로 얼마나 열심히 벌어보느냐! 한번 다음 주 월요일 전까지 테스트해 보겠다, 이겁니다!”
“왈!”
“자아, 안조은 선수! 심호흡하시고요!”
“왈!”
“일단, 매수는 하지 않고 장 시작과 함께 찍어놓은 것들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와이낫약품, 칠성인더스트리, 예송건설!”
“왈!”
조은이가 각 종목의 코드를 넣고 기존 거래량들을 살폈다. 전부 다 점진적으로 우상향을 이루어가는 종목들이었다. 그리고 시간 외 거래로 물량들이 움직임과 동시에 9시가 되자마자 위, 아래로 매도, 매수 호가가 촤르르 열렸다.
“으어어어, 실제로 대회라 생각하니까 무섭다. 그치?”
“끼잉…”
출발가에서 위, 아래 한 칸씩 움직이며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예송건설이었다. 0.23%, 0.5%, 점점 올라가더니 벌써 20분 만에 1%의 상승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 장 시작할 때 매수했으면 지금 1% 먹고 매도해도 됐는데.”
언제나 후회는 늦은 법이었다. 특히나 스캘핑이라면 그런 후회를 할 시간조차 없었다. 다른 종목을 보던 조은이의 눈이 와이낫약품에 꽂혔다. 장 초반, 약보합으로 시작하고 있는 와이낫약품은 순식간에 -1.15%까지 빠지고 있었다.
“어, 어? 어떡하지? 이거 들어갈까? 지금 보니 매도 물량이 빠지는 것 같은데? 아, 아니네. 누가 순간적으로 3,000주를 드랍했어. 헐! 아, 주문 취소 장난 아니다. 다들 빼서 아래에서 받아먹으려 하네? 어라, -1.5%야!”
조은이가 멍하니 그래프를 보며 쉴 새 없이 중얼거렸다. 여태 자신이 해 오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기법, 다른 세계였다.
부들부들 떨리던 조은이의 손이 -1.8%까지 빠진 와이낫약품의 주식을 3만 원어치 가까이, 5주를 매수했다. 그리곤 침착하게 그 두 칸 위의 가격에 매도를 걸어놓았다.
“후우, 곧 다시 매수가 붙겠지? 그러면 금방 곧… 어?”
-2.4%
“으어어어!”
조은이가 황급히 남은 2만 원으로 추가매수를 했다. 그리곤 전량 매도 가격을 수정했다. 그사이 다른 것을 보니 예송건설은 아까의 1% 상승을 유지하고 있었고 칠성인더스트리는 0.25%의 상승을 보이고 있었다.
세 종목 중 두 개가 상승인데 자신의 것만 파란 불이 들어와 있었다.
‘아아아, 조금만 더 늦게 들어가지. 아니면 다른 종목을 찾아보든가.’
원래 장기나 바둑도 뒤에서 훈수를 둘 때가 가장 잘 보이는 법이었다. 나는 마구 발을 꼼지락거리며 들썩였다.
“어허, 해피야. 가만히 있어. 누나 지금 엄~청 중요한 판단을 하고 있거든?”
“끼이이잉…”
그때 노파가 문을 열고 쟁반을 든 채 들어왔다.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그러면 속이 상혀. 자, 비지밀이랑 요기 반달 빵.”
“우와! 할머니 고마워요!”
“선풍기 세게 틀지 말어! 전기세 많이 나와.”
“그런 말 믿지 말라니까안~! 아!”
순간 체결 문자가 떴다. 어느새 과하게 빠진 것을 본 매수세가 강하게 밀어 올리고 있었다. 총 0.84%의 수익, 약 400원이었다.
“좋아, 좋아!”
“왈!”
약 30분 만에 0.84%. 이렇게 하루 종일 100% 승률로 먹는다고 해도 10%나 될까이지만, 일단은 연습이었다. 나머지 종목들이 전부 지리해진 가운데, 조은이는 거래량이 터진 다른 종목들을 보며 입맛을 다시던 중 한 엔터테인먼트 주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름만 대면 다 알 만한 솔로 가수와 배우, 아이돌들을 거느린 그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최근 잇따른 구설수로 인해 작년 말보다 거의 절반 가까이 주가가 하락한 상태였다. 오늘따라 거래량이 터지는 가운데 장 초부터 밀어 올렸다가 다시 장 시작가 수준으로 내려앉아 있었다.
“으으으, 이런 테마나 소문에 민감한 주식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런데 처음에 4%까지 상승했다가 다시 0%로 주저앉았네? 어떡하지? 어차피 이슈가 아니라 딱 1%만 먹고 나올 건데.”
조은이의 눈이 정신없이 호가창과 거래량을 훑었다. 나는 별로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것보다 조금은 더 안정적인 것들에서도 어차피 1%의 수익을 낼 것을 찾아볼 수는 있을 듯했다.
“아아아, 다시 2, 3% 정도로 반등하지 않을까? 어떡하지?”
손을 덜덜 떨던 조은이가 전량 매수(라고 해 봤자 4주)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매수가 체결이 되자마자 초반가가 무너지며 매도 물량 폭탄이 쌓이기 시작했다.
“어, 어?”
순식간에 -1% 가까운 손실이 났다. 아까의 400원의 수익은 홀랑 날아가 버렸다.
“으으, 소, 손절은 미리 정해두어라. 스캘퍼는 -1%에서 손절은 무조건 지켜라!”
어제 본 강의에서 들었던 것을 중얼거리며 조은이는 바로 매도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매도가 이하로 계속해서 떨어지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2.17%까지 빠진 상황에서 위의 매도세가 더 쌓이기 시작했다. 조은이가 나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지, 지금이라도 빼는 것이 맞겠지? 그치?”
“끼이이잉…”
내가 알 리가 없었고, 안다 한들 말해줄 재간도 없었다. 결국, 조은이는 -2.17%의 손해를 감수하고 매도했다. 자본 5만 원은 아까의 수익도 까먹은 채 49,400원이 되었다.
“하아… 속이 쓰릴 지경이네. 겨우 600원이라고 하지만 1시간 가까이 동안 내가 뭘 한 것 없이 손해만 났네. 사 놓고 느긋한 것과 차원이 다르네.”
조은이가 비지밀의 뚜껑을 열 때, 갑자기 -2.5%까지 빠졌던 주가가 다시 들썩이다가 순식간에 장 초반의 가격대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 아! 바보야! 왜 팔았지!”
비지밀 병을 든 채 조은이가 자책했다. 보다 못한 나는 ‘왈!’하고 세게 짖어 조은이의 정신을 환기시켰다.
“하아… 그래. 첫날이니까. 일단 먹고 하자.”
그러나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조은이는 비지밀 한 모금을 마시고 반달 빵을 한 입 깨문 상태에서 씹지도 않고 +로 전환한 엔터테인먼트 주를 쳐다보고 있었다.
“왈! 왈!”
“으, 응.”
내가 몇 번을 더 채근하자 조은이가 빵을 씹기 시작했다. 마침 다시 방으로 들어온 노파가 아직도 비워지지 않은 비지밀 병과 빵을 보곤 혀를 찼다.
“여태 안 먹고 뭐 한겨! 얼른 먹어. 할매는 해피랑 같이 전단지 돌리고 올 테니까.”
“아, 알겠어요. 다녀오세요!”
노파가 나를 번쩍 들었다. 나는 노파의 손에 들린 상태에서 조은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조은이는 노파와 나에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
“바다수산 횟집 문 열었어요. 저 앞에 은행 사거리. 전단지 가져가면 매운탕 무료. 포장은 만 원 빼 드려.”
마스크에 문방구에서 산 하트 모양 어린이 선글라스, 그 위에 보자기를 뒤집어쓴 세상 수상하기 그지없는 차림으로, 노파는 오가는 이들에게 전단지를 나누어주고 있었다.
나는 그 앞, 가로수에 놓인 유모차에 묶인 채 오가는 이들을 하릴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보는 것이야 사람이지만 머릿속은 온통 조은이 걱정일 뿐이었다.
여태까지 조은이의 투자는 굉장히 보수적이면서도 매우 정석적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내 생각일 뿐이지만 조은이는 늘 뉴스를 봤고 지금의 사회 흐름이나 국내외 이슈를 토대로 가져갈 것들을 골랐으며 매수와 매도를 자주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수상권을 목표로 하면서는 완벽하게 혼란에 빠지고 있었다. 물론 첫날이고, 스캘핑이라는 매매기법을 정하여 실전으로 연습할 뿐이라고 했지만, 흔들리는 눈과 계속 내뱉는 혼잣말, 그리고 매도 후 잊어버려야 함에도 계속 미련이 남아 쳐다보고 있는 모습 등은 내가 기대했던 조은이의 모습은 분명 아니었다.
빛태창은 백 원, 천 원 단위로 계속 움직여대고 있었다. 크게 의미가 없는 상황인지라 나는 얼른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어? 할머니. 이 강아지, 인터넷의 똥싼견 아니에요?”
‘엥?’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되었을까 한 조은이 또래의 청년 둘이 나를 보며 신기하다는 듯 웃었다. 노파는 질문은 무시한 채 전단지를 손에 쥐여주었다.
“이거 받어. 저기 은행 사거리에 동해수산, 아니 바다수산! 전단지 가지고 가면 매운탕 공짜, 포장하면 만 원 빼 드려. 응?”
“맞죠? 얘 맞네! 그치, 현재야?”
“맞네. 귀랑 꼬리만 봐도 알겠다. 진짜 못생겼네.”
“야, 똥 싸봐. 응?”
“아왈왈왈왈! 아왈왈왈!”
나는 수치심에 못 이겨 청년들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러자 노파가 조용히 하라는 듯 날 꾸짖었다.
“해피야, 조용히 안 혀? 얼마나 똥을 싸댔기에 사람들이 다 알아보는 겨!”
“맞다! 이름 해피, 해피!”
“야, 사진 찍자. 장난 아니다. 하하하.”
결국 나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유모차 바구니로 들어갔고 겁먹은 눈으로 청년들을 쳐다보았다. 그런 나를 몇 번이고 찍은 청년들은 웃으며 손을 흔들고 지나갔다.
‘맥시봉이나 사 줄 것이지.’
월요일이라 그런지 전단지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아휴, 힘들다. 할매는 잠깐 저기 가서 김밥 좀 사 올 테니까 우리 해피는 여기서 밥 먹고 있어, 알았지?”
노파는 주머니에서 말표 사료가 든 비닐봉투를 꺼내 내 앞에 열어놓은 다음 김밥집으로 사라졌다. 길거리 한가운데에 홀로 남은 나는 가로수 아래에서 지옥의 염소똥 같은 사료를 와그작와그작 씹어먹었다.
“헐! 진짜 있다! 야, 여기야!”
‘엥?’
나는 사료를 먹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아까 그 청년들이 데리고 온 다른 이들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곤 사료를 먹는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아 가만히 손을 뻗었다.
“야, 조심해. 아까 보니 성깔 있더라.”
“똥 싸는 화면 보면 엄청 겁 많아 보이던데?”
나는 움찔했으나 적어도 이들이 악의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 듯해 가만히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을 받아들였다.
“봐, 착하네!”
“어, 그러네? 그나저나 얘한테 뭐 줄 것 없냐? 길거리에서 사료 먹는 것 되게 불쌍해 보이는데?”
“야, 저기 포장마차에서 소시지 핫도그 하나 사 와.”
“왈! 왈! 왈!”
나는 신이 나 벌떡 일어나서 형광색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보기보다 예의가 있는 친구들이었다. 소통의 기본을 아는, 참으로 이 동네에서 보기 드문 청년들이었다.
“하하하, 좋단다. 얼른 사와!”
한 청년이 소시지 핫도그를 사러 가는 동안 나는 손을 핥아주기도 하고 머리를 내밀기도 하는 등 최대한 애교를 피웠다. 뭐, 꼭 소시지 때문이 아니라, 나와 내 주인인 조은이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여하간 나는 이만큼이나 유명 인사란 것이지.
이내 소시지를 들고 온 청년이 후후 불어 식힌 다음 내게 주려 할 때, 귀신처럼 노파가 나타났다.
“누구여! 그런 것 개 주면 죽어! 사람 먹는 것 개 주는 것 아녀!”
자르지도 않은 통김밥을 먹으며 뛰어온 노파가 청년들을 내쫓았다. 깜짝 놀라 달아나는 청년들을 향해 ‘훠이! 훠이!’ 하고 손짓을 한 노파가 김밥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길게, 말총처럼 딸려 나온 시금치 가닥을 여물처럼 씹으며 노파는 얼른 나보고 사료를 먹으라는 듯 손짓했다.
‘하아…’
내 복을 다 차는 저 노파.
결국, 오후 두 시가 훌쩍 넘어서야 노파는 전단지를 모두 돌리고 일당을 받아올 수 있었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바라보며 노파와 함께 집으로 들어온 나는 가장 먼저 조은이를 향해 뛰어갔다.
‘!!!’
아까 노파와 나갈 때 봤던 모습 거의 그대로, 아직도 비워지지 않은 비지밀과 말라버린 빵을 두고 조은이는 눈에 핏발이 선 채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내 눈은 모니터의 평가금액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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