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62
63. 아왈왈왈왈! 대회 시작!(3)
“무한 리필 고기부페 오픈했습니다! 세종빌딩 4층 처묵소, 전단지 가져가면 쇠고기 초밥 4조각 서비스에 SNS 태그하면 음료수 한 병 공짜로 드려요!”
조은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오가는 사람들에게 씩씩하게 전단지를 내밀었다. 그 아래에서 나도 형광색 꼬리를 신나게 흔들며 더러 버리는 이가 있으면 달려가 냉큼 전단지를 물어왔다.
“무한 리필 고기부페 오픈했습니다! 세종빌딩 4층 처묵소!”
빠르게 줄어들어 가는 전단지를 보며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중간에 나를 알아보는 이들, 그리고 조은이를 알아보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의 요청에 기분 좋게 사진을 찍어주며 우리는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이어갔다.
“한강대 광고녀 맞죠!”
“네! 이거 받으세요. 전단지 4조각에 쇠고기 태그하면, 아? 죄송죄송! 전단지 가져가면 쇠고기 한 병… 으아아아!”
말이 꼬인 조은이가 허둥지둥 전단지를 손에 쥐여주었다.
“같이 사진 한번 찍어도 될까요?”
“저랑요? 저는 그냥 전단지 아르바이트생인데요.”
“기념으로요!”
한 남학생이 조은이 옆에 서서 셀카를 찍었다. 조은이는 전단지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 왜 전단지 아르바이트하세요?”
“네? 먹고 살아야죠. 으하하하!”
“유명인 아니세요?”
“으아, 전혀 아닙니다요. 이번 올레 폭풍으로 가뜩이나 집도 침수됐어요. 전단지가 아직도 이만큼이니 저는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처묵소 맛있어요, 전단지 갖고 꼭 가세요! SNS 태그하면 음료수 한 병 공짜!”
이젠 능숙하게 사람들을 밀어낼 줄도 알았다.
남학생이 웃으며 전단지를 받아들고는 발걸음을 옮기며 핸드폰에 뭐라고 입력을 했다.
“하아, 하아. 더운데 이것도 진짜 못할 일이긴 하다. 장 중에 힘을 너무 뺐나?”
조은이가 마지막 전단지를 한 아저씨에게 건네주며 나를 보곤 씨익 웃었다. 아직 푸른 하늘 아래, 조은이의 표정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래도 생각보다 1시간이나 일찍 끝났다. 해피야, 가서 할머니 도와주자!”
“왈! 왈!”
우리는 부리나케 반대편 출구로 향했다.
역시나 음울음습음산음험음침음흉한 차림의 노파는 몸을 잔뜩 움츠리고(게다가 이 더위에 긴 잠바까지 입었다!) 오가는 이들에게 전단지를 건네고 있었다.
“중얼중얼. 고기 좋슈. 프라임 등급. 블랙 왱거스. 중얼중얼.”
– 휙!
“중얼중얼. 전단지 들고 가면 초밥 무료. 고기 확실혀유. 무한 리필. 중얼중얼.”
– 착!
조은이가 한숨을 쉬며 다가갔다. 그런 우리를 보며 노파가 벌써 끝냈냐는 듯 깜짝 놀랐다. 노파의 뒤에 쌓인 전단지를 든 조은이가 재빨리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 밝고 커다란 목소리가 내민 전단지는 빠르게 소진되어갔다.
***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4,076만 8,610원]10만 원이 늘어났다. 오늘 95만 원의 수익에 더한다면 무려 105만 원이나 늘어난 셈이었다.
“전에는 구워 먹으라고 고기도 막 챙겨 주더만.”
“아아, 할머니! 매일 챙겨주는 게 어디 있어! 그래도 둘이 합해 10만 원은 엄청 챙겨주신 거야!”
“고기 들고 가서 그 점쟁이 앞에서 이거 봐라, 하고 유세 떨려 그랬지.”
“그럼 좀 사다 드릴까?”
“내비둬!”
“아냐, 그러는 것 아냐! 우리 지원금도 받았잖아. 염려 마.”
노파의 만류를 뿌리치고 조은이는 충남 정육점으로 향했다. 사장이 웃으며 나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왈! 왈!”
“사장님, 양념 소불고기 재워놓은 것 두 근이랑 국거리 반… 아니, 한 근이요.”
“소불고기는 한 근에 12,000원이고 국거리는 어떤 걸로 줄까. 미국산? 호주산?”
“하… 한우요! 고마우신 분 드릴거라.”
“얘가 무슨!”
“한우 좋은 걸로 주세요.”
“네에, 양지 좋은 걸로 썰어드릴게. 국거리는 한우~!”
노파가 울상이 된 눈으로 조은이를 쳐다보았다. 조은이가 노파를 약 올리듯이 지원금 카드를 꺼내 흔들어 보였다.
“할머니랑 아주머니 잘 드시라고. 오늘 청소하려 했는데 결국 아르바이트 나와서 하지도 못했잖아. 미안해서 그래요.”
“그게 뭐가 미안혀. 할매가 당연히 해야지.”
노파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조은이의 마음도 너무나 잘 알았다. 나 역시 이런 쪽으로 돈을 쓰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적어도 쓸 때는 써야 그것도 좋은 복이 되는 것이었다. 도성암에 돈 내고 점 보러 오는 이는 없다시피 한 살림이었다. 매일 나가는 쌀과 반찬도 결국 다 도화선녀의 몫이나 다름없었다.
조은이가 결제된 카드와 영수증을 받아들었다.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4,070만 8,610원]몇 만 원가량이 빠져나갔지만, 전혀 문제없었다. 지금 조은이의 행복은 그렇게나 컸다.
“좋냐? 이것아?”
“좋냐고? 좋지. 엄청 좋지. 엄청. 오늘은 엄청 기분이 좋아.”
***
어제저녁에 먹다 남은 불고기를 데워 아침까지 든든하게 먹은 모두.
도화선녀는 기도를 드린다고 인근의 산으로 향하고, 노파는 행정복지센터의 요청으로 세세한 피해 상황 등을 다시 확인시켜 주기 위해 바깥으로 나갔다.
지난밤 늦게까지 청담동 오리발의 매매 책과 동영상을 다시 살펴보고 또 자신의 매매를 복기한 조은이가 ‘후우…’하고 한숨을 쉬었다.
[오늘 보니 10위권까지는 이틀 수익률 25% 선을 다 달성하신 듯합니다. 아마 큰 변화가 없이 자신의 매매기법을 고수하는 이상, 이번 주 중에 상위권과 하위권이 나누어질 것으로 보입니다.제 생각엔 이미 이 이틀째에서 25%의 수익, 아니 좀 더 아래로 잡아 23%의 수익까지 해서 1등과 25등 내에서 최종적인 10명의 등수가 다 정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어제 청담동 오리발이 방송 말미에 던졌던 말.
조은이와 나는 자연스레 그것을 다시 상기해 보았다.
“뭘, 겨우 이제 3일 차 시작이구만. 그렇지, 해피야?”
“왈!”
“오늘도 어제처럼, 앞으로도 오늘처럼!”
“왈!”
“5, 4, 3, 2, 1! 사흘째 시작!”
– 탁! 탁! 탁! 탁!
– 딸깍! 딸깍! 딸깍!
정말로 어제와 같은 오늘이었다. 옆에 따라놓은 얼음물을 마시며 조은이는 열심히, 아주 열심히 매수와 매도를 이어갔다.
“음…”
장 시작 후 30분, 손절이 많아지고 있었다.
-12,300원
-9,450원
-11,050원
+14,200원
+13,700원
-12,800원
조은이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거의 모든 종목에서 매수세보다 매도세가 우위를 보이고 있었다. 매수 물량이 갑자기 몇 천 단위로 후다닥 빠져나가고 매도 물량이 아래로 턱턱 쌓였다. 매수 취소 타이밍을 놓치고 그 물량을 일부 떠안은 조은이가 계속 내려오는 무게감을 버티지 못하고 재빠르게 손절을 치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옮겨도 거의 마찬가지, 2번 손절 후 한 번 수익 정도로 승패의 비율이 좋지 않았다.
“왜, 왜 이러지?”
조은이가 이유를 찾지 못하고 서둘러 낙폭 차가 어마어마한 주식들을 찾아 1, 2%의 반등을 먹기 위해 매수를 하려 했다. 자신이 따라하기로 마음먹었던 청담동 오리발의 방식을 겨우 하루 만에 잊어버리고 있었다.
“왈!”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깨닫곤 힘껏 짖으며 마우스 위에 올라가 있는 조은이의 손을 살짝 할퀴었다.
“아얏! 해피 너! 지금 누나 바빠!”
– 틱!
나는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마침 노파와 도화선녀가 아침에 뉴스를 보다 나갔기에 바로 뉴스 화면으로 연결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 그쪽에서 무역 제재 발표가 갑작스럽게 나온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요?] [아무래도 이번 서해 연합훈련과 비자 발행 제한에 대해서겠죠. 상호주의 원칙을 견지해달라고 하는 그쪽의 입장과 달리 우리나라는 검역과 안보에 대한 부분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원칙으로…]“이, 이게 뭐야?”
조은이가 매매를 멈추고 뉴스를 쳐다보았다.
장 시작과 함께 발표된 인접 국가의 무역 제재 및 관세 보복 등의 뉴스로 인해 전체 증시가 충격을 받고 있다는 뉴스였다. 특히 바로 어제까지 매매를 했던 여행주와 저가 항공주의 경우 현재 -6, -7%로 곤두박질친 상태였다.
패널로 나온 경제학 박사 출신 연구 위원 및 교수들은 이번 충격이 꽤 크게 갈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긴 시간 동안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어놓고 있었다.
아울러 각 증권사들의 동향과 예측도 표로 그려져 소개되었다. 대부분이 단기 투자를 삼가고 신규 투자의 규모를 줄이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조은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다른 관심 종목들을 보았다. 모두 적게는 3, 4%에서 크게는 6, 7% 이상 빠지고 있었다. 간신히 반등하거나 횡보를 하는 소수의 종목도 결국 다시 아래로 무너졌다.
0.5%는커녕, 잘 노리고 들어갔다가 -0.5%만 얻어맞고 나와도 다행일 판이었다.
“어떡하지? 어떡해. 그래도 매매를…”
조은이가 다시 한 종목을 골라 일부를 들어가려 할 때, 나는 다시 세게 조은이의 발을 물었다.
“아얏! 안해피, 너!”
떨어지는 칼날은 피해야 했다. 오히려 지금의 수익을 지키고 매매를 하지 않는 것이 더욱 나을 수 있었다.
느낌이 정말 좋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스켈퍼는 매매중독이 필수라지만, 그래도 지금은 절대 안 돼! 잘해야 본전이야, 아니 잘해야 본전도 못 찾아!’
순간 나는 조은이의 옆으로 뛰어올라 마우스 줄을 물고 내달렸다. USB 단자에서 뽑힌 마우스가 정말로 쥐새끼처럼 끌리며 따라왔다.
“안해피! 거기 안 서!”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마우스 줄을 문 채로 전안과 안방, 화장실을 쏘다녔다. 내 뒤를 쫓는 조은이의 시야를 방해하도록 신나게 형광색 꼬리를 흔들고 귀를 펄럭였다.
“너, 잡히기만 해 봐!”
나는 화장실에서 고립되고 말았다.
“그거 얼른 이리 내!”
조은이가 화난 목소리로 손을 뻗는 순간, 나는 물고 있던 마우스를 그대로 변기 안으로 뱉어버렸다.
“으아아아악! 안해피이이이이!”
그래, 울어라. 난 뛰련다. 절대로 뛰련다.
‘아니지, 매매는 핸드폰으로도 되니까!’
조은이가 간신히 뚫어뻥을 넣어 변기에 빠진 마우스를 건지곤 울상이 된 채 그것을 쳐다보았다. 그사이 나는 조은이의 핸드폰을 발로 밀어 TV 장식장 안으로 휙 밀어버렸다.
“헥, 헥, 헥, 헥!”
“안해피! 너, 진짜! 너 혼날 줄 알어.”
조은이가 씩씩대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주변을 더듬더듬 찾았다.
“어, 내 핸드폰. 방금 여기에 있었는데? 내 핸드폰!”
조은이가 당황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TV 볼륨을 앞발로 눌러 켠 채 조은이가 TV에 집중하길 바랐다. 아까보다 장이 더 안 좋아지고 있었다. 계속해서 무역 제재의 범위와 조항이 나오고 있었다.
정부에서 긴급히 국내의 해당국 대사를 초치했다는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좀 봐, 좀 봐!’
“아아아, 내 핸드폰 어디 갔어! 미치겠네. 안해피!”
– 덜컹!
그때 현관문이 열렸다. 노파가 씩씩대며 숨을 몰아쉬었다.
“아유, 정말로 힘들어 죽겠어. 5층까지 어떻게 매일 오르내린대?”
“하, 할머니!”
“잉, 조은아. 왜?”
“할머니, 핸드폰 좀.”
“어?”
조은이가 며칠 전 새 기기로 개통한 노파의 알뜰폰을 받아들어 자신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곧이어 TV 장식장 아래에서 진동과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저게 왜 또 저기 들어가 있어. 진짜 바빠 죽겠는데. 지금 엄청 떨어진 것 중에 옥석을…”
도화선녀가 쓰는 효자손을 찾아 TV 장식장 아래로 엎드리려던 조은이의 눈이 그제야 화면 아래의 빨간색 속보 문구에 닿았다.
[코스닥 지수 급락, 10시 15분 부로 사이드카 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