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66
67. 2주차도 열심히!
“5, 4, 3, 2, 1, 시작!”
아직 보일러 열기가 빠지지 않아 후덥지근하기 그지없는 반지하.
휑하니 썰렁한 작은 방.
그리고 어제 마트에서 배달 온 생수와 말표 사료, 그 외 즉석밥과 라면 등이 놓여있는 주방 겸 거실.
‘아유, 더워라’소리가 망령의 신음처럼 터져 나오는 안방.
그 가운데에서 2주 차, 두 번째 월요일은 시작되고 있었다.
“하아, 덥다. 진짜 더워. 가장 먼저 냉장고부터 사야 할 것 같아. 그치?”
벌써부터 이마에 주르륵 땀이 흘러내렸다. 덜덜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에서도 미지근한 바람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습도는 끝도 없이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도화선녀가 계속 쓰라고 주고 간 밥상 위에서 조은이는 열심히 매매를 시작하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말했던 대로 3일간의 충격 후 다시 반등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0.5%에서 1% 사이로, 조은이는 계속 익절과 손절을 반복했다.
+22,300원
+30,700원
-15,600원
+19,400원
-13,550원
-19,100원
+20,500원
+18,900원…
세 종목에 나누어 들어가 분봉의 흐름을 확인하고 칼처럼 치고 빠지며 매매를 하는 가운데,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할매 나갔다 올겨. 점쟁이 집에 가서 TV 좀 보다 올겨.”
“네, 다녀오세요.”
“밥은, 점심은 어떻게 할겨? 차려놓고 가?”
“장 끝나고! 할머니나 꼭 챙겨 드세요!”
고개도 돌리지 못한 채, 조은이는 정신없이 다른 종목들의 창을 열어 위아래 흐름을 바라보고 매도 물량이 빠지는 속도를 체크했다.
계속되는 매매 속에서 나는 빛태창의 금액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좋은 아이란 것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적응도 빠르고 그것을 바로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능력도 출중한 아이였다.
‘대단해, 정말로. 나 같은 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그러고 보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주인의 순자산이 30억이 되도록 도와야 할 나는 여기에서 바닥에 누워 조은이가 힘을 내게끔 물이 다 빠진 형광색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선풍기 역할이나 하고 앉아있었다.
‘하아…’
그때 문득 떠오른 어제 도화선녀가 했던 말.
– 개령님. 개령님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절대 물러서지 말고 더 들이대요. 알았죠? 사람들이 보여달라 하면 더 보여줘야 하고, 스스로도 열심히 노력하고 연구해야 해. 그 똥꼬로 글씨를…
그리고 떨어진 번개.
아마 천기누설을 한 것이어서 하늘에서 벌전을 내린 것일까?
온몸에서 연기가 폴폴 나는 가운데 계속 떨어지는 번개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도망치던 도화선녀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그것이 만약 천기누설이라면 보통 천기누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똥꼬로 글씨를?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똥꼬로 뭔 글씨를 써. 뭐가 있어야 쓰…’
어, 어?
설마?
그걸로 유명세를 타라고?
– 쾅!!!
“꺄아아아악!”
갑자기 마른하늘에 깜짝 놀랄 정도로 천둥이 내리쳤다. 굉장한 소리에 놀란 조은이가 혹여나 전기가 나가는 것은 아닌지 벌떡 일어나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다행히도 더 이상 천둥은 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것으로 나는 무언가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테스트해볼 만했다.
“하아, 오늘 장은 완전 온통 새빨갛다. 이런 날이 있구나!”
조은이는 탄성을 내지르며 마우스와 키보드를 정신없이 움직이고 두들겼다. 이젠 그 어떤 교재나 동영상도 필요가 없어 보일 정도였다.
+60,500원
+18,700원
+21,300원
-17,800원
-13,550원
+30,200원…
– 탁!
“오늘은 여기까지, 너무 덥다. 더워!”
오후 2시 48분. 매매를 마친 조은이의 온몸이 흠뻑 젖어있었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조은이는 샤워를 하기 위해 수건과 갈아입을 옷을 챙겨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사이 나는 컴퓨터로 다가가 오늘의 평가액을 확인했다. 빛태창으로 전체 금액이 크게 뛴 것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수익률이 궁금했다.
1,147만 3,100원은 1,319만 5,200원으로 늘어나 있었다. 일일 수익률 11.5%, 원금 대비 누적 수익금은 519만 5,200원!
누적 수익률 64.94%!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4,378만 9,840원]확실히 굴리는 금액이 커져 가니 누적 수익률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오늘 장이 꽤 좋은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일일 수익률을 이렇게 꾸준히 찍고 있다는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대단한데! 장난 아니다. 난 주식이나 코인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이런 수익률을 내 본 적이 없었는데. -64%는 몇 번이고 찍어봤지만. 청산도 당해보고.’
정말 놀라웠다. 이대로라면 가구건 무엇이건 나중에 좋은 것으로 사서 채울 수 있을…
“해피야, 뭐해?”
“와, 왈?”
어느새 화장실 문이 열려있었고 수건을 머리에 감은 조은이가 칫솔을 손에 든 채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얼어붙은 채 조은이를 바라보다 가만히 마우스에 대고 있던 앞발을 내렸다.
“해피, 너 뭐 만졌지!”
“왈! 왈! 왈!”
‘아니야! 그냥 수익률만 확인한 거야!’
“안해피! 너, 진짜 뭐 건드린 것 아냐?”
조은이가 헐레벌떡 뛰어와서 모니터를 확인했다. 정말로 난 마이페이지의 ‘나의 매매 리포트’ 페이지만 눌렀기에 다행스럽게도 혼나지 않았다.
“휴우, 해피야, 절대 만지면 안 돼요. 이거 아야 하는 거야. 전기 옮아서 아야, 아야! 아니다, 매매 끝나면 아예 창을 닫아놔야지, 내 잘못이네. 그나저나 방금 포즈가 무슨 정말 사람이 컴퓨터 하는 것 같았어.”
조은이는 내 머리를 쓰다듬은 후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도 내 무신경함을 탓하며 어슬렁어슬렁 싱크대 쪽으로 들어가 말표 사료를 씹어먹었다.
‘크허어어어! 진짜 더럽게도 맛없네!’
맛없는 사료, 그리고 싸구려 패드. 어두컴컴한 실내.
무언가 정말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 제대로 났다.
이윽고 씻고 나온 조은이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물을 마시고 시원하게 오줌을 싼 나도 어슬렁어슬렁 다가와 조은이 옆에 기대앉았다.
“자아, 두구두구두구… 짠!”
– 딸칵
[1등 : 청담동 오리발 90.21%2등 : 풍림야이원 78.85%
3등 : Euronymous 77.59%
4등 : 언터쳐블 76.43%
5등 : SpeedClick 74.88%
…
16등 : 조은위한선물 64.94%]
조은이가 손을 바르르 떨었다. 어제보다 겨우 4계단이지만 20위권 안에서의 4계단이란 것은 정말로 큰 성장이었다. 아울러 이렇게 불장이라 하더라도 다른 이들도 조은이보다 아주 뛰어나게 치고 올라가지는 않았다.
얼추 비슷한 가운데 청담동 오리발은 벌써 1위 굳히기에 들어간 듯, 2등과 어마어마한 격차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도 지난 금요일에는 청담동 오리발 아저씨랑 32% 넘게 차이가 났었는데 지금은 25% 정도 차이가 난다. 장난 아니다! 으하하하!”
조은이가 여태 어떻게 참았을까 한 웃음을 지으며 계속해서 화면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조은이와 나는 청담동 오리발의 방송을 보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들. 오늘 장이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제 장은 좋지 못했네요. 실제로 배탈이 났다는 말입니다. 더위 속에서 아마도 에어컨을 계속 틀어놔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여하간 중간에 결국 오후 1시 반쯤, 매매를 접고 병원을 다녀오게 되었군요.]“헐, 저게 중간에 병원을 다녀온 것이라고?”
“끼이이잉…”
[여하간 이제 2주 차가 시작되었습니다. 역시 또 20위권을 전후해서 많은 자리다툼이 있었고, 물론 상위권도 어느 정도 엎치락뒤치락이 계속되고 있네요. 이번 주도 지난주처럼, 제 매매뿐만 아니라 이렇게 순위표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그리고 이전처럼 1등부터 20등까지의 순위표를 훑듯이 내려가다 16등, 조은이의 닉네임에서 잠시 멈칫했다.
[음, 오늘도? 사실 이 참가자분은 금방 20위권 바깥으로 밀려날 줄 알았거든요. 어쩌면 재야의 고수가 아니라 제가 아는 트레이더 분일 수도 있겠네요. 유명한 분들 중 크게 실패하신 뒤 이름을 갈고 다시 쌓아가는 분들도 많으니까. 어디 보자, 64.94%의 누적 수익률이고…]화면이 금요일의 순위로 돌아갔다.
[금요일엔 20등, 기억하고 있죠. 43.41%라. 대략 차이가 21.5% 정도 나오나요? 하루 만에 올린 수익률은 아니죠. 누적이니까. 점점 파이가 커지니 이런 것은 역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6일 차인 것을 감안한다면 아마 오늘 일일 수익은…]잠시 눈을 감은 청담동 오리발이 입으로 뭔가를 중얼거리며 계산하는 듯했다.
[오늘 한 11에서 12% 정도 드셨을 듯합니다. 장을 보면 크게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꾸준함이 생명인 대회의 특성을 따진다면 대단한 것이죠. 누군지 몰라도 축하드린다고 하고 싶네요. 뭐,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시든지요.]“저, 저게 어떻게 역으로 추산이 가능해?”
조은이가 입을 떠억 벌렸다. 나도 옆에서 뉘런 건치를 드러내며 입을 벌렸다. 마치 그런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는 듯 청담동 오리발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이 정도는 이 바닥에 있으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감으로 유추해 낼 수 있죠. 그러니 구독자님들도 그만큼 부지런히 공부하시고, 우리 리딩방으로 오셔서 장에 대한 예측과 분봉이 주는 비밀 등을 알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럼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어마어마한 이였다.
그리고 방금 청담동 오리발의 말은 조은이의 투쟁심에 다시금 불을 붙이기 충분했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라고?”
중고 선풍기가 강풍을 쏟아내는 가운데, 조은이는 다시 종목을 공부하고 스켈핑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본 것은 역시나 청담동 오리발의 영상. 이미 봤던 영상도 다시 돌려봤다. 처음 봤을 때는 ‘으흠…’ 했던 것도 지금, 6일이 지나고 나니 ‘아하!’하고 돌아왔다. 나 역시 그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파가 이만 자라고 난리를 쳐도 ‘잠시만, 잠시만!’ 하고 문을 닫았다. 제대로 먹지도 않은 탓에 얼굴도 머리카락도 푸석푸석해졌다.
장이 끝나면 낮잠이라도 자련만, 손실이 났던 구간을 찾아내 기어코 분봉을 확대하고 중얼거리며 몇 번이고 보고 또 봤다.
어차피 스켈핑에서 크게 의미가 없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예측의 영역이었지만, 마치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는 주문을 외듯 끊임없이 쳐다봤다.
중간에 이번 일요일에 있을 촬영의 준비 시간과 준비물 등을 알려주는 걸덕이의 전화 몇 번 외에는 오는 전화 또한 거의 없다시피 했다.
오로지 밤이고 낮이고 조은이는 마치 망부석처럼 컴퓨터 앞에서 정자세로 앉아있었다.
그리고 2주 차 마지막 날.
금요일 오후 2시 50분.
조은이의 매매가 멈췄다.
총평가액은 1,848만 1,700원. 금일 일일 수익률은 9.2%를 달성했다.
그리고 누적 수익률은 131.02%에 달했다.
[1등 : 청담동 오리발 158.44%2등 : Euronymous 149.04%
3등 : 언터쳐블 146.62%
4등 : 풍림야이원 142.75%
5등 : SpeedClick 138.53%
…
9등 : 조은위한선물 131.02%]
목표로 하던 10등 안에 들었다.
그러나 청담동 오리발과의 격차는 조금 벌어져 있었다.
금요일의 매매를 끝내고 등수를 확인한 조은이는 그대로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그리곤 토요일 아침까지 기절한 듯 누워 잠을 잤다.
나는 그 옆에서 스핑크스처럼 앉아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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