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7
7. 투자금 선물하기(1)
그녀는 근린공원의 벤치에 앉아 우두커니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 옆에 있어 주는 것이다. 힘이 되고 의지할 수 있는 이가 옆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지 몰랐다. 모든 것을 들어주고 또 이해해주고 나서서 해결해주는 이.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런 이가 옆에 없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지만.
누군가 옆에 있었다 해도 어쩔 수 없이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하는 그 당시에는 완전히 백지가 되어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참할 정도로, 나는 그걸 너무 잘 알았다.
나는 가만히 그녀의 무릎에 양손을 올리곤 고개를 숙인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왈!”
“어머!”
깜짝 놀란 그녀가 어두운 표정을 지우곤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별처럼 빛나는 눈, 하얀 얼굴.
‘별것 아니야. 그런 놈들, 나중에 보면 정말로 별것 아니야. 네가 잘되는 것이 우선이야. 알았지?’
나는 강한 긍정의 에너지를 온 눈에 실어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겪어본 이, 그것이 짧은 인생이지만 그래도 큰 트라우마가 되어 시달린 이만이 알 수 있었다.
‘최대한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안 돼. 그런 놈들, 기억에서 지워버려. 내가 도와줄게.’
“왈! 왈! 왈!”
내 강한 눈빛을 읽었는지, 그녀가 빙그레 웃으며 나를 안아 들었다.
“우와, 우리 해피! 아까 누나 품에서 누나 지켜주려고 그렇게 짖었어?”
“왈! 왈!”
“우리 해피가 진짜 최고네? 왕자님이네?”
“왈!”
그리고,
그녀가 내가 예뻐 죽겠다는 듯, 내 얼굴을 끌어당겨 뽀뽀를 하려 했다.
“!!!”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입을 내밀었다.
“아이고, 우리 손녀! 사진은 잘 찍었고?”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며 유모차 한가득 전리품을 싣고 온 노파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그랬다. 꼭 있어 줬으면 할 때엔 없다가 전혀 필요 없는 상황에서는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나타나는 법이었다.
나는 그것도 잘 알았다. 에휴.
“왈! 왈! 왈!”
“아이고, 이 지랄맞은 강아지! 해피야, 너한테는 인사 안 했다고 이렇게 화가 난 겨?”
“왈! 왈! 왈!”
언제나 자신이 편한 대로 생각하고 해석하는 저 뻔뻔함. 정말로 환상적인 타이밍에 나타나 나의 꿈과 희망을 무참히 박살내는 저 노파.
내 키스 돌려내, 내 키스 돌려내롸하!!!
그때,
– 쮸와아아아압! 촵! 촵! 촵!
나를 번쩍 안아 든 노파가 우악스럽게 내 머리를 끌어당기더니 깊고도 짙은, 쉰 김치의 풍미가 느껴지는 키스를 연달아 퍼부었다.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끼잉, 낑! 낑!”
슬프게 울부짖는 나를 보며 그녀는 ‘할머니, 해피 집에 가고 싶은가 보다!’라고 했고, 노파는 정신이 혼미해진 나를 들어 유모차의 바구니에 실었다.
“어때, 괜찮게 나왔어?”
“응, 이것 봐봐. 이건 어때? 전신은 요 사진이랑, 그리고…”
신나게 떠드는 둘, 그리고 덜그럭거리는 공병 옆에 몸을 낑겨 앉아 미친 듯 입을 닦는 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렇게나 추레했다.
***
낡은 컴퓨터로 사진의 색감을 화사하게 보정하는 그녀를 두고, 나는 다시 노파의 유모차를 타고 정처 없이 이 골목, 저 골목을 향했다.
‘운동 삼아 나갔다 올게’라는 말을 남겼지만, 운동은 핑계일 뿐이란 걸 노파도, 내 주인인 조은이도 알 것이었다.
아까의 기습 뽀뽀로 인한 분노는 잊은 채, 나는 흔들리는 바구니에 앉아 노파의 가쁜 숨소리를 들었다. 그리 크지 않은 뒷산을 따라 오래된 다세대 주택과 빌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그리고 그 골목의 대문마다 놓인 쓰레기들과 무단 투기 된 더미들 사이에서 노파는 부지런히 병을 찾고 또 종이를 펴서 박스에 채우고 있었다.
‘도대체 이걸 해서 얼마나 모은다고.’
나는 한숨을 쉬며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어제, 노파와 함께 갔던 고물상. 그리고 2,100원. 하루 종일 다니며 부지런히 모아도 그게 얼마가 될지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예전에 우연히 TV에서 봤었던 다큐멘터리에서, 리어카 가득 종이를 싣고 온 어르신이 받아 간 돈이 수천 원에 불과했다는 것이었다.
내 주인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도 금, 토 이틀. 나가고 들어오는 시간을 따진다면 대략 6시간. 시급 1만 원으로 쳐도 1주일에 12만 원, 한 달이면 많아야 50~60만 원일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탓할 순 없었다.
이제 막 들어간 대학, 공부 욕심이 있을지도 모를 그녀에게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새벽에는 신문이라도 돌리거나 야간, 밤샘 알바라도 하라고 내모는 것은 잔혹한 일이었다.
오히려 자신의 주말 오후를 거의 반납한 채로 자신의 학비를 모으고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나름의 몫을 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결국 생계는 이 할머니가 어떻게든 꾸려가는 것이겠지. 뭐 매달 노인 기초연금 등을 받으면서.’
그 생각을 하자 막막해졌다. 내가 도와줘야 할 30억은 너무나 큰 금액이기에 차라리 현실성이 없기라도 했다. 이 둘에겐 당장 이번 달의 생활비와 몇 달 후의 등록금이 어마어마한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 휙!
나는 힘껏 바구니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곤 낑낑대며 쓰레기더미 사이에서 피자 박스를 꺼내는 노파를 도와 입으로 박스의 가장자리를 물고 잡아당겼다.
순간 놀란 표정을 짓던 노파는 나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피자 먹고 싶냐?”
“왈! 왈!”
피자도 먹고 싶고 당신도 돕고 싶다. 어쨌거나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의 일부이기도 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처음으로 느끼는 중이기도 하다.
나는 힘차게 짖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그리곤 노파와 함께 가까스로 피자 박스를 꺼냈다.
– 툭!
순간 피자 박스에서 딱딱하게 굳은 피자 한 조각이 떨어졌다. 그 위의 페퍼로니 부분만 쏙 집어먹은 듯, 휑한 동그라미 자국이 두, 셋 드러난 그 조각.
어쩐지 그것이 내 모습, 안조은과 박복녀의 모습 같아서 나는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먹을래?”
‘아니요. 괜찮습니다.’
나는 슬픈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찹찹대고 먹었다.
이런 기회 아니면 피자를 먹을 일은 한동안 없을 것이었다. 일단 나는 개, 먹을 것은 먹고 감상에 젖어야 했다.
‘일단, 가서 주식용으로 쓰던 핸드폰을 가져오자.’
나는 굳은 결심을 하며 딱딱한 빵을 씹었다.
‘고구마무스나 치즈 크러스트라도 두를 것이지, 센스 없기는. 그거 추가하는 데 몇 천 원이나 한다고.’
***
한참을 동네를 돌며 보물을 찾고 돌아오니 마침 그녀는 오후 알바를 하러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나가?”
“응, 할머니. 다녀올게요. 사진도 예쁘게 보정해서 알바 지원서랑 같이 보냈어. 이젠 일요일 하루 풀로 뛸 수 있는 아르바이트도 구해봐야겠다.”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댕겨와.”
“왈!”
예쁜 미소와 함께 대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를 뒤로 하고, 노파는 주워온 것들을 안으로 들여놓았다.
“휴우, 이제 월요일 날 팔려면 세, 네 번은 왔다 갔다 해야겠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의 책 꾸러미부터, 이틀간 모은 양이 꽤 괜찮았다.
“할매는 한 번 더 나갔다 올 테니, 해피는 여기 있으라잉?”
“왈!”
노파가 문을 열고 나갔다.
한참을 더 기다려 노파가 충분히 멀어졌을 때쯤, 나는 냉장고 옆에 의미 없게 놓여있는 식탁 의자(식탁이 없는 집에 식탁 의자라니, 분명 이 노파가 멀쩡하다고 주워왔을 것이 뻔했다.)를 온몸으로 밀고 왔다. 그리곤 신발장 옆으로 놓은 후, 몇 번을 위치를 조정했다.
어차피 문도 안 잠그고 나가는 저 할매의 무방비함. 게다가 번호키도 아닌, 돌려서 여는 열쇠. 즉, 안쪽에서는 저 레버만 돌리면 되었다.
그렇다면, 먼저 의자로 뛰어오른 다음, 다시 숨을 모았다가 신발장을 향해 뛴 후 발이 닿자마자 몸을 틀어 앞발로 레버를 돌림과 동시에 속절없이 아래로 떨어지면 미션 클리어.
온갖 신발에 안방에서 노파의 베개까지 물어와 착지 지점에 쌓은 후,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곤 레버를 올려다보았다.
고양이라면야 뛰어오르는 것이 문제도 아니지만 나는 강아지였다. 그리고 운동신경 자체도 원래 몸부터 제로에 가까웠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해 보는 이유, 집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내 주식, 코인 거래 전용 핸드폰, 거기에 들어 있는 80만 원. 일단 그것으로 무엇이건 해 봐야 했다. 적어도 조은이의 대학 등록금에 일부라도 보태든, 아니면 조은이의 주식 계좌로 넣어주든 할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저 문을 열어야 했다.
‘하자, 할 수 있다.’
– 휙!
– 쿵!
의자에 뛰어오르는 것도 실패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머리로 목욕탕의 대야를 밀어 뒤집은 후 앞에 놓고 발판 삼아 몇 번의 시도 끝에 의자에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헥!헥!헥!헥!”
이 저질 체력은 겨우 몇 번 뛰었다고 혀를 쑥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은 무협 웹소설에서 보던 것처럼 뛰어서 신발장을 딛고 다시 옆으로 뛰어 떨어지면서 레버를 돌리기.
‘해 보자, 할 수 있어!’
나는 한참을 숨을 고른 후, 눈을 질끈 감고 힘차게 뛰었다.
– 미끌, 턱!턱!턱!턱! 쿵!
“캥!”
나는 발이 미끄러짐과 동시에 신발장의 각단에 턱과 배를 부딪치며 떨어졌다. 하필 신발 위에 올려놓은 베개가 아닌, 그 옆으로 떨어져서 통증이 어마어마했다.
“끼잉, 끼잉!”
통증보다 더 괴로운 것은 떨어지며 레버를 치기는커녕, 레버엔 아예 닿지도 못했다는 점에 있었다. 내 점프력은 분명 고양이보다 훨씬 낮았다. 그리고 이 몸, ‘해피’의 운동신경은 동물들의 평균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약 네 번 정도 고통스런 실패가 이어진 후, 나는 이 방법으로는 도저히 저 레버가 열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때.
– 찰칵!
‘어?’
– 끼익!
문이 열리더니 노파가 얼굴을 들이밀고 깜짝 놀랐다. 손에는 또 누군가 버린 듯한 어린이용 그림책 뭉치가 들려있었다. 득템을 해서 바로 돌아온 것이었다.
밑에서 낑낑대는 나와 현관에 놓인 베개, 신발장 옆의 의자.
“이, 이게 뭐시여? 해피야, 니 뭐 하는 거여?”
이때였다.
‘새벽에 봅시다, 할매!’
나는 재빠르게 열린 문 사이로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그리곤 대문의 턱을 뛰어넘어, 아까 조은이와 함께 사진을 찍었던 근린공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해피야, 해피야!”
나를 쫓아오는 노파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서둘러 나오려던 노파가 대문 턱에 발이 걸려 나뒹굴고 있었다.
‘미안해요, 그래도 반드시 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요. 도망 안 갑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앞만 보며 달려 나갔다. 형광색 꼬리와 귀가 휘날리도록, 뛰고 또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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