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70
71. 폭발
사람의, 아니 개의 욕심은 끝이 없다.
남은 몸스터치 싸이코버거를 먹다 보니 감자튀김을 먹게 되고, 그리고 반쯤 담긴 얼음 녹은 콜라 컵도 앞발로 엎지른 후 쏟아진 것을 핥게 되고.
이미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정말 나는 똥개의 모습, 아니 행려견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하아, 하아! 이렇게 맛있어! 이렇게 달다니!’
정신없이 촵촵대며 김빠진 콜라를 핥고 있을 때, 비로소 조은이가 나를 쳐다봤다.
“이제 조금 있으면 우리 차례, 어? 해피야!”
“와, 왈?”
“너 이런 걸 함부로 먹으면 어떻게 해!”
“끼이잉…”
이미 다 먹었다. 거진 다 먹어 치워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을 숨긴 채, 나는 가식적인 미안함을 보이며 고개를 숙이고 다가왔다. 조은이가 얼른 물티슈를 뽑아, 내 얼굴 언저리를 닦았다.
“남이 먹다 버린 것을 주워먹는 강아지가 어디 있어!”
“끼이잉…”
‘대부분 그렇…’
그때 문이 열리고 스태프가 들어왔다.
“이제 곧 조은 씨와 해피 나갈 차례요!”
“아, 네!”
조은이가 나를 안은 채 문 앞에 섰다. 걸덕이와 점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오늘 팬 분들과 만날 때, 이렇게 의자에만 앉아서 진행하는 것보다 함께 더 어울릴 수 있게끔 바비큐를 먹으면서 소통하고 나누는 자리를 만들려 했거든요. 점, 아! 로랑 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순간 얼굴이 확 굳을 뻔한 점례가 귀신같은 속도로 화사한 꽃웃음을 지었다.
“저는 로이 님 덕분에 오늘 고기를 얻어먹을 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또 이렇게 로이 팸, 로랑 팸 여러분들에게 쌈도 싸 주면서 받은 것을 돌려드릴 수 있어서 너어무 행복하죠.”
둘이 케미가 장난이 아니었다. 팬들이 환호를 했다. 옆으로 올라가는 채팅들을 로이가 재빠르게 읽었다.
“혀니맘 님, 카메라에 대고 쌈 싸 줄 거냐고요? 당연히 해 드리죠. 그런데 그러면 더 억울하지 않으시려나? 쌈을 쌌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이이잉!”
– 머슬치와와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오늘 두 분 완전 어울리네요. 데이트하세요, 데이트 비용 쏩니다.
“어라! 머슬치와와님, 10만 원! 10만 워언?! 가즈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걸덕이와 점례가 엉덩이와 허리를 흔들며 춤을 췄다. 그 아래에서 두찌가 ‘웍! 웍!’ 소리를 내며 허공에 마운팅을 해댔다.
‘하아, 대단해!’
우리는 다시 한 번 감탄을 함과 동시에 긴장이 팍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를 안은 조은이의 팔이 뻣뻣하게 굳었다.
계속해서 걸덕이와 점례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맞아요. 이제 우리 맛있게 숯불도 피우고 고기도 구워 먹어야죠. 우리 사랑스러운 댕댕이들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게 해 주고. 그런데, 아시죠? 같이 식사하기로 한 분이 또 계신데.”
걸덕이가 운을 띄우자 팬들 사이에서 ‘안조은 님이요!’. ‘해피요!’, ‘똥싸개요!’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점례가 우리가 있는 뒤를 돌아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기다리다 지치셨겠다! 조은 님과 해피, 어서 오세요!”
문을 열고, 조은이는 나를 안은 채 정말로 이제 막 해동된 냉동인간처럼 빳빳 그 자체의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냉동된 팔에 안긴 냉동 강아지가 된 나도 뉘런 건치를 드러내며 억지로 웃었다.
“오오오! 해피다, 와아! 저 귀 좀 봐!”
“조은 님이다! 그리고, 저 삐에로는 인형인가?”
“꺄아, 어떻게 해! 진짜 해피… 꺄아!”
“진짜 해피 보니 돌아버리겠어요!”
뭐, 예상했다.
나는 한없이 우울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은 조은이의 무릎 위에서 스핑크스 자세를 취했다.
화려한, 전의 형광 분홍보다도 더 화려한 귀와 세상을 다 잃은 듯, 난생 좋은 일이란 겪어보지 못한 듯 슬픈 표정을 한 내 얼굴의 언발란스. 모여든 팬들이 저마다 사진기를 꺼내 나를 찍어댔다. 아까 일찍 와서 먼저 찍었던 이들도 다시금 우리를 찍어댔다.
“인기 장난 아니다, 그쵸? 로랑 님.”
“질투 날 정도예요. 다음엔 우리 샤넬이도 염색해 볼까나? 하긴, 우리 샤넬이는 저런 염색은 어울리지 않는 강아지니까.”
은근 뼈 있는 말. 나는 점례 쪽을 향해 고개를 들고서 ‘왈! 왈!’ 짖어댔다. 그 목소리를 들은 샤넬이가 점례의 품 안에서 내게 다가오려 발버둥을 쳤다.
“꺄잉! 꺄잉!”
“얘, 얘가 왜 이러지? 오호호호!”
‘훗, 점례야. 그런 것이란다.’
나는 거만한 표정으로 썩소를 날렸다.
– 꾸루루루룩!
‘음?’
순간 배가 크게 요동쳤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다행히 배는 곧바로 가라앉았다.
“아, 댕멍이삼촌 님! 네, 저는 잘 지냈어요.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추홀말티츄 님! 치, 침수요? 그게 왜 그렇게 알려졌는지 모르겠는데…”
채팅창의 인사를 읽던 조은이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너무 필요 이상으로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것에 대해 조금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네,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잘 정리되었고요, 이제 다시 열심히 살아야죠. 목표도 생겼어요. 열심히 벌어서 이사도 하려고.”
서둘러 침수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는 조은이에게 점례가 짓궂게 입을 열었다.
“이번에 폭우로 피해를 당하신 모든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 전해요. 우리 팸 여러분, 로이 팸 여러분들도 혹여 피해 입으셨다면 꼭 힘내시고요. 저도 작은 손길이나마 기부를 통해 돕도록 할 계획이에요. 그런데 조은 님, 침수 피해라면…”
“네, 네. 이제 잘 이겨냈으니 그 이야기는…”
“혹시 저지대나 반지하, 이런 곳에 사시면 침수 피해가 심하다던데.”
“아!”
나를 안은 조은이의 팔이 딱딱하게 굳었다. 입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걸덕이가 분위기 파악을 하라는 눈으로 점례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샤넬이를 안은, 샤넬이의 색에 맞춘 듯 하얀색 고급스러운 치마와 블라우스를 입은 점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옷처럼 환한 미소로 씨익 웃었다.
“반지하 사시면 진짜 피해 엄청날 텐데. 뉴스 보니 이번에 인명 피해도 있었더라고요. 어쩜 좋아. 가전제품이랑 가구 다 빼서 버리고 바닥에 물 퍼내고 그러던데. 가난한 분들 피해가 진짜 크다고. 괜찮으세요?”
“네? 네, 뭐 그렇죠. 다행히 잘 정리했고요, 염려 안 해 주셔도 됩니다.”
– 구르르르르륵! 구르르르르륵!
‘헙!’
나는 다시금 부글대는 복통에 깜짝 놀라 숨을 들이삼켰다. 당장 저 점례의 무례한 입을 다물게 하고 싶었으나, 방금 것은 라면을 끓이기 위해 올려놓은 물마냥 부글부글 뽁짝뽁짝대는 수준이라 짖을 수가 없었다.
마치 밤송이가, 아니 작은 고슴도치가 배 안에서 기지개를 켜는 듯했다.
‘으으윽!’
찌르는 듯한 통증 후 다시 부글거리는 배.
분명 잘못되었다. 한여름에 먹다 남은 채 방치된 햄버거. 그게 문제였다. 눈앞에 놓인 그 치킨 통닭다리살 패티를 거부하지 못한 나의 엄청난 실수였다.
“여기 오신 팬 분들, 그리고 방송으로 보고 계신 시청자분들께! 저, 로랑이와 샤넬이의 럭셔리 펫토리의 로랑이가! 반지하 집이 침수된 조은 님을 위해서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와, 뭐 저런 미친 것이. 헙!’
– 부르르르륵! 보글보글!
“끼이이잉! 끼이잉!”
나는 잠깐 내려달라며 낑낑댔다. 그러나 조은이는 생각지도 못한 로랑이의 공개적 공격에 깜짝 놀라 멍한 눈으로 촤르르르 올라가는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걸덕이가 억지로 표정 관리를 하며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주제를 바꾸려 했다.
“저기, 이제 다른 주제로 넘어가도 될 것 같아요. 곧 바비큐 준비가 되는데…”
“어머, 저렇게 많이 응원해주시는데 우리 조은 님, 읽고 감사의 답변도 해 주셔야죠?”
“네, 네?”
조은이가 정신을 차리곤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눈을 꾸욱 감았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조은이는 늘 웃고 밝게 빛나던 그 얼굴 그대로였다.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괜찮아요! 해피야가자 님! 응원 감사합니다. 다행히 제게도 이번 일로 목표가 생겼어요. 이름없는철수 님! 아니요? 치우는 것이야 힘들었지만, 그러면서 되게 고마운 분도 만났어요.”
조은이는 강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난 나아지고 있다, 나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약하거나 주저앉는 존재가 아니다, 난 현재가 아닌 앞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의 내 모습은 당신들이 보는 모습이 아니다. 외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어도 내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재미있는 것 알려드릴게요. 제가 이번에 투자 대회에 나가고 있어요. 어떤 대회인지 말씀드릴 순 없지만 10위 안에도 들었어요. 지금의 전 눅눅한 방에서 선풍기에 의지해 밥상 위에 컴퓨터를 놓았지만!”
조은이의 눈이 빛났다.
“언젠가는 위로 올라가고, 더 넓어지고, 더 환해질 거예요. 확신이 있어요. 그렇게 살아야만 하고요. 도네이션은 안 쏘셔도 좋아요. 그냥 지금처럼 절 응원하고 지켜봐 주세요. 해피도 사랑해주시고요.”
“와, 와아아알…”
– 부그르르르르르륵, 부르르륵! 부글부글, 구르르르르…!
나는 이 멋진 말에 힘을 보태고 싶었으나 정말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배 때문에 꼼짝을 할 수 없었다. 한 번이라도 더 짖으면 내 배 안에 있는 이 엄청난 진흙탕이 물풍선이 터지듯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조은이의 말에 걸덕이가 좋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 깜짝 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투자요? 10위 안에? 와아! 조은 님이 되게 많은 재주가 있네요!”
“뭐,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요. 최종적으로 순위에 들지 못하더라도 내가 이만큼은 할 수 있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그걸 바탕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 구르르르르륵! 부글부글부글!
‘아, 안 돼! 제발!’
“끼이이잉! 낑! 낑!”
나는 제발 나를 내려달라고 조은이의 손을 벅벅 긁으며 낑낑댔다. 그러나 조은이는 그런 나를 더욱 꼭 안은 채 ‘가만히 있어!’라고 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완전히 죽을 것 같았다. 내가 사람이었으면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릴 것이었다.
내 몸 안의 모든 수분이 엉덩이 쪽으로 몰려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 장에서 자체 발효되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농도를 갖춰가고 있었다.
물풍선에 더 이상 물을 붓지 마라! 늘어난 풍선은 아주 작은 자극에도 터지고, 그것이 터지는 순간, 모든 것은 끝난다!
“끼이이이잉! 키잉! 킹! 커흥! 크헣허허헣!”
나는 발광을 했다. 조은아, 제발, 제발 잠깐만 내려놔 줘, 제발!!!
그때 로랑이가 히죽 웃었다.
“열심히 해서 반지하 탈출, 진짜 현실적인 목표다. 아까 뭐라고 하셨죠? 선풍기에 밥상 위 컴퓨터? 어쩜 좋아, 나 슬퍼질 것 같아.”
“아, 전 진짜 괜찮으니까. 그건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에요.”
“도네이션 안 보내주셔도 된다고 했는데, 혹시 괜찮으면 물품도 받나요? 여러분, 집에 안 쓰는 물품이 있으면 우리 안조은 님을 위해 기부도 생각해주세요. 저도 집에 안 쓰는 노트북 세 개나 있는데, 그냥 에어컨도 하나 달아드릴까?”
“아!”
다시금 조은이의 몸이 굳었다. 걸덕이가 더 이상 참지 못해 벌떡 일어나는 순간,
나 역시 물풍선이 터지는 것을 참지 못했다.
강하게 조은이의 팔을 긁은 나는 조은이가 깜짝 놀라 테이블 위에 날 올려놓자마자 마당 끝으로 뛰어가려 했다. 저 풀 사이로, 저 풀 사이로!
그러나 몇 걸음 가지 못한 나는…
– 푸와아아아아악!!! 퍽! 퍽! 푸드더어어어억!
“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마침 점례의 앞을 지나치다 물풍선을 터트려버렸다.
엄청난 파열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물벼락과도 같은 그, 그, 음… 그, 그 액체가 위아래 하얀 옷을 입은 점례와 곱게 털을 빗은 샤넬이에게 뿜어져 버렸다. 마치 스컹크가 악취를 뿜듯이.
얼굴에까지 갈색 물감같은 그것을 뒤집어쓴 채 비명을 질러대는 점례의 앞에서 영혼이 소멸되어버린 나.
그리고 그것을 실시간으로 줌인해 찍고 있는 카메라.
아,
진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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