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75
76. 대회 중반전(3)
몇 시에 조은이가 자리에 누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요일 밤부터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월요일 아침의 전화, 그리고 정신없는 매매, 후회, 저녁에 본 청담동 오리발의 동영상까지.
밤에 나갔다 온 산책, 그리고 자정 넘어 2시까지 컴퓨터를 켠 채 미친 듯이 이것저것 눌러서 확인하고 메모하던 모습.
내가 꾸벅꾸벅 졸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이미 시간은 아침 8시였고 조은이는 내가 잘 때 보던 모습 그대로 컴퓨터에 앉아 있었다.
노파는 아예 아침 밥상을 조은이의 방으로 들고 왔다. 김치를 넣은 콩나물국과 계란후라이, 김이 전부였다. 아직 냉장고를 사지 못했으니 쉬이 상하는 반찬은 할 수가 없었다.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4,767만 4,220원]4,767만 4,220원. 거기에서 3,000만 원의 보증금을 빼면 1,767만 4,220원.
평가액, 즉 주식 계좌에 들어간 17,192,400원을 제하면 현재 순수한 생활 자금은 481,820원이었다. 그것도 절반 가까이는 이번 수해로 받은 지원카드 잔액.
손에 쥔 현금은 정말로 바닥 일보 직전이었다. 오늘 중 노파의 연금과 생활보조금이 들어오긴 하지만, 역시 대회가 끝날 때까지는 냉장고도, TV도 꿈도 꿀 수 없었다.
“얼른 먹어! 아무리 그래도 먹어야 혀.”
노파의 말이 맞았다. 결국, 배가 든든해야 하는 법! 뇌도, 손도 움직이는 데엔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조은이는 김치 콩나물국에 밥을 만 후 김을 부셔 넣었다.
– 후루룩!
“크하! 시원하고 짜고 시큼하다!”
“아주 김치가 푹 익다 못해 쉬었다, 쉬었어.”
그 말에 사료를 씹어먹던 내 온몸이 찌릿해졌다. 노파의 쉰김치가 주는 엄청난 산미를 모르는 바 아니었다.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절대 먹고 싶어서가 아니다!
“천천히 좀 먹어!”
“응, 잠시만, 잠시만!”
그 와중에도 장을 앞두고 부지런히 각 종목을 클릭해가며 동시호가 창을 확인하는 조은이. 노파가 보다 못해 계란후라이를 집어 조은이의 입에 밀어 넣었다.
“우앗, 음! 아아!”
입에 계란후라이를 물고 오물거리다 반절이나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이게 웬 횡재냐는 듯, 사료를 먹다 빛의 속도로 달려와서 떨어진 계란 쪼가리를 잽싸게 물었다.
– 촵!촵!촵!촵!
“요놈의 똥개가 우리 조은이가 먹어야 할 것을!”
“해피, 너어! 진짜 이제 떨어진 것 주워먹으면 안 되는 거야. 혼낸다?”
– 촵!촵!촵!촵!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맛나게 계란후라이를 집어삼켰다. 순간, 노파가 다 먹고 입맛을 다시는 나를 번쩍 안아 들더니 입안에 김치 쪼가리를 집어넣었다.
“!!!”
“기름 범벅인 걸 먹으면 속이 니글니글혀. 김치도 먹어줘야지 소화가 잘 된다.”
“캐애앵! 캐애앵!”
나는 그 어마어마하게 쉰 산미에 정신이 아찔해진 채로 재빨리 노파의 품에서 달아나 물을 미친 듯이 핥아 마셨다.
‘아아아, 맨날 사람 먹는 것 개가 먹으면 안 된다더니! 저 망할 김치 만병통치론!’
“할머니, 김치 같이 자극적인 건 강아지 주면 안 된다고!”
“계란 훔쳐먹은 벌이다! 어허허허!”
벗어나고 싶다. 당장 벗어나고 싶다!
***
“5, 4, 3, 2, 1, 시작!”
조은이의 눈이 빛났다.
아침 식사를 하며 벌어졌던 작은 해프닝이 오히려 조은이에겐 긴장을 풀고 힐링을 주는 이벤트가 되어주었다.
살짝 입가에 미소까지 띤 채로, 조은이는 금액을 400만 원 단위로 나누어 4개 종목을 토대로 짧게 수익을 누적해가기 시작했다.
+24,750원
+31,100원
-17,900원
-21,000원
+22,300원
+44,400원
-23,500원
+28,700원…
‘빠, 빠르다. 엄청 빨라. 그리고…’
분위기가 달랐다. 어제의 그 자신 없고 집중을 못 한 채 한 종목에서 ‘어, 어?’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완벽하게 어제의 모습을 탈피한 채 기계적으로 물러나는 구간에서 매수를 놓고 바로 반등을 예상하며 0.5%~1% 내외로 끊어버리는 모습.
게다가 속도는 훨씬 빨랐다. 지난 2주간보다 확실히 두 배 가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1차적으로 거래량만 봐야 해, 거래량만. 거래량만…”
– 탁, 탁, 탁, 탁!
– 딸깍, 딸깍, 딸깍!
“따라잡아야 해, 따라잡아야!”
– 탁, 탁, 탁, 탁!
– 딸깍, 딸깍, 딸깍!
“그런 이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그러니 여기에서 작별을 고한다고? 웃기지 마세요, 아저씨! 저는 항복 안 해요. 아직 시간이 있잖아요!”
조은이의 집중력은 무시무시했다. 중간에 노파가 ‘점심은!’ 하고 물어도 알아채지 못했다. 조은이가 모니터를 부수어버릴 듯 쳐다보고 있자 노파는 ‘저 컴퓨터 다 갖다 버려야 해’라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결국 손녀를 걱정하는 마음은 컸다. 계란을 넣은 김치볶음밥 한 그릇이 금방 조은이 옆에 놓였다. 참기름도 살짝 뿌렸는지 고소한 냄새가 올라왔다.
마침 점심시간 무렵이 되어 각 종목의 움직임이 조금은 잦아들었다. 조은이가 밥그릇을 든 채 천천히 먹으며 오전 중에 매매했던 종목들을 다시금 체크했다.
대단했다.
뭐, 겨우 어젯밤 이후, 장으로 치면 반나절이지만, 조은이는 정말로 핸드폰을 켜지도 않았고 다른 것들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걱정되는 것도 많고 문의 사항도 많을 테지만,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 그 어떤 것도 지금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음을, 이걸로 후회하고 싶지 않음을 명확히 한 것이었다.
“잘 먹었어요!”
“이렇게 금방? 먹자마자 바로 앉으면 탈 나!”
“장 끝나고 해피랑 산책 나갈 거야!”
“어디에서 장이 열려?”
“아니, 그런 게 있어! 지금 하는 대회 오늘 것 끝나고 나간다고요.”
조은이가 거실에 대고 소리쳤다. 노파는 ‘하여간 저렇게 앉아만 있고, 돈 못 벌기만 해 봐라!’라며 농담 삼아 타박을 하고는 심심한데 도화선녀에게 놀러가야겠다며 옷을 챙겨입었다.
“우리 해피도 갈 텨?”
“크르르릉!”
“저 똥개가! 인자 낼 모레가 초복이여. 알아서 혀.”
“아왈왈왈왈! 왈왈왈!”
나는 그 무시무시한 농담에 온몸으로 저항했다. 결국 나를 데리고 나가길 포기한 노파가 혀를 차며 문밖으로 나섰다.
“자아, 다시 시작합니다요. 거래량 늘어나고!”
오후에도 스스로 힘을 불어넣으려는 듯, 조은이가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다시금 내 머릿속의 빛태창 숫자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후, 정확히 2시 49분에 매매를 멈춘 조은이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5,102만 1,950원]투자금과 평가액을 합친 금액은 2,055만 3,250원, 누적 수익률은 156.92%.
세 시 반이 되었다.
바로 올라온 당일의 대회 등수. 조은이의 손이 떨리듯 페이지의 게시판을 눌렀다.
등수는…
등수는…
[1등 : 청담동 오리발 199.14%2등 : Euronymous 182.45%
3등 : 언터쳐블 178.03%
4등 : SpeedClick 175.66%
5등 : 봉우맨 173.21%
…
15등 : 조은위한선물 156.92%]
“따라잡았다!”
정말로 따라잡았다.
등수로는 7등을 따라잡아 15위를 차지했다. 아직 10등까지는 까마득하고 1등과의 수익률 격차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 누적 수익률만 따진다면 무려 42.01%의 차이가 났다. 오늘 얼마나 많은 매매를 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집중했는지가 드러났다. 정말로 다시 없을 엄청난 기록이었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조은이가 세수를 한 후 목줄을 꺼냈다.
“조금, 나가서 걷자. 해피야, 누나랑 산책할까?”
“왈! 왈!”
나는 펄쩍펄쩍 뛰었다.
대단하다, 안조은! 정말로 어제만 해도 풀이 죽어서 쓰러져 있더니 이렇게나 해냈어. 10위권이 165%대이니까, 내일의 매매가 성공적이라면 분명 10위권 언저리도 노려볼 수 있을 거야!
조은이와 함께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나는 곧바로 헥헥댔다.
반지하에 갇혀있는 것보다 공기는 좋았지만 어마어마한 직사광선과 불볕더위가 순식간에 우리를 덮쳐왔다.
“하아, 바깥이 이렇게 더웠네. 안도 덥긴 하지만 적어도 햇볕은 안 들어오니까.”
“끼이잉…”
조은이는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생수를 하나 샀다. 내 빛태창에서 800원이 빠져나갔다.
뒷산을 오르는 길. 조은이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진다 싶었다. 나는 무언가 이상해 위를 올려다보았다.
“!!!”
눈을 감은 채, 졸면서 걷고 있는 조은이의 모습. 마치 좀비와도 같았다.
“왈! 왈!”
“응? 아아, 해피야. 우리 어디서 좀 앉았다 갈까?”
조은이가 주변을 두리번거렸으나 딱히 앉을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벤치까지는 조금 더 걸어 올라가야 했다.
끝없는 슬로모션비디오처럼, 우리는 무더운 오후에 뒷산을 어기적어기적 올랐다. 그리고 전에 노파와 함께 전경을 내려다보았던 전망대에 도착했다.
“와아, 많이 지었네! 저 아파트들.”
나를 안아 든 조은이가 감탄하듯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꼭 갈 거야. 바로 갈 수는 없겠지. 단계를 밟아야 하겠지, 그치?”
“끼이이잉…”
“그래도 그 단계를 엄청 빨리 밟을 거야. 몸이 부서져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조은이는 정말로 그렇게 할 아이였다.
겨우 벤치에 앉은 우리는 시원함이 간신히 남아있는 생수를 나누어 마셨다. 그늘 아래로 불어오는 산들바람 속, 나를 꼭 안은 조은이에게서 가녀린 숨소리가 느껴졌다.
“끼이이잉?”
“코오… 코오…”
가만히 눈을 감은 채 졸고 있는 조은이.
일요일 아침부터 화요일 오후인 지금까지, 전혀 잠을 자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일요일엔 엄청나게 체력과 정신을 소모하기도 했었다. 어제는 커다란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고.
그 실수를, 피 같은 노력으로 단번에 메꿔버렸으니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나는 최대한 조은이의 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가만히 엎드린 채로 몸의 움직임을 줄였다.
매미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조은이의 몸은 그렇게 우거진 녹음 속에서 작은 평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산책하며 뒷산을 오르는 이들이 우릴 쳐다보았다.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긴 머리를 늘어트리고 자는 학생, 그 품 안에 안긴 무지개색 귀와 꼬리를 가진 한없이 못생긴 강아지. 반쯤 빈 생수병.
우리는 엄청 열심히 살았습니다. 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주 잠시만 여기에서 쉬어가겠습니다.
말을 할 수는 없어도, 나는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이들에게 호소했다. 조은이를 깨우지 말아 달라고, 우리를 쳐다보지 말아 달라고.
그렇게 나는 꽤 오랜 시간 조은이의 잠을 지켜냈다.
“음, 으으음?”
한참 후. 허리가 아팠는지 조은이가 눈을 떠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머! 뭐야, 나 여기에서 존 거야?”
“왈! 왈!”
“세상에, 얼마나 정신이 없었던 거야. 에구, 허리야. 해피야, 내려가자!”
“왈! 왈!”
조은이는 생수병을 열어 마저 마시고 내게도 목을 축이게 따라준 후, 올라왔던 길을 따라 아래로 발걸음을 향했다.
비척이는 그 발걸음이 조금은 불안했지만, 분명 조은이는 내려가자마자 또 공부를 할 것이고 동영상을 볼 것이었다.
부디 오늘은 조금이라도 자야 할 텐데.
내일의 장을 앞두고 컨디션 조절이 반드시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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