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80
81. 각오가 얼마나 대단하냐면
금요일 장이 끝나고.
투자금과 평가액을 합친 금액은 2,672만 8,900원. 어제의 2,485만 2,500원보다 1,876,400원이 늘었다. 일일 수익률 7.55%, 누적 수익률은 234.11%.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5,783만 1,070원]꽤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정말로 꾸준히 수익을 올리고 있었고 눈덩이는 한 바퀴 구를 때마다 엄청나게 커지고 있었다.
“드, 등수는?”
[1등 : 청담동 오리발 252.89%2등 : 조은위한선물 234.11%
3등 : Euronymous 227.61%
4등 : 언터쳐블 217.25%
5등 : SpeedClick 213.34%…]
변화가 없었다.
게다가 18% 남짓한 차이도 그대로였다. 나쁘지 않았다. 다만, 조은이가 평정심을 되찾고 예전의 꾸준한 수익을 내는 것처럼, 청담동 오리발도 절대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저 18%의 차이는 계속 유지될 것이었다.
게다가 이제 남은 것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끼이이잉…”
나는 조은이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조은이는 침묵에 싸여있었다.
같은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었다.
좁혀지지 않을 수도 있을 저 간극. 누구 하나는 틀을 깨야 한다.
‘이제 와서… 여기까지 꾸준히 온 것도 기적인데. 아마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을 기적인데.’
누군가 상대를 의식해 틀을 깨는 순간, 그것이 성공하면 변한다. 조은이의 경우엔 간극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청담동 오리발의 경우엔 간극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판에 전략을 수정했다가 실패한다면?
조은이는 2등 상금 3천만 원은커녕, 10등까지 주어지는 상금도 못 탄 채 순위권 밖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한 번 실패하면 그 손실을 메꾸기 위해서 다른 무리수를 둘 것이 뻔했다.
꾸준함. 변수를 줄이는 것.
하지만 어떻게 그것만으로 간극을 줄일 수 있을까. 그와 같은 폭락장 사이의 운 좋은 널뛰기도 이번 한 번뿐이었다.
– 덜컥!
문이 열렸다.
“이리 좀 와서, 이것 좀 받아!”
노파의 말에 조은이가 퍼뜩 정신을 차리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도 신나게 쫓아 나갔다. 뭔가 사 왔으려나 싶은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노파는 조은이에게 볼펜 부품이 가득 든 비닐봉투를 건넸다. 그리고 누군가에게서 다른 봉투도 받아 건넸다.
뒤에 서 있는 이는 영혼이 살짝 날아간 듯한 도화선녀였다. 그녀의 한쪽 눈이 심하게 떨렸다.
“아,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그런데 이게 또 왜…”
조은이가 머뭇거리며 인사를 하자 도화선녀가 울상이 되어 하소연했다.
“아니, 돈 받으러 가자고 해서 나는 그냥 따라갔지. 갔는데 돈이야 주지. 난 12,100원 주고, 보살님은 14,200원, 조은이 너는 18,200원. 아유, 신이 나서 일을 이만큼이나 더 받아왔어.”
“이, 이게 다 얼마만큼인데요?”
“몰라, 주말 내내 한다고 해서 엄청 받아 왔어. 하루 종일 해도 나 이거 2만 원도 못 벌겠다. 눈도 빠질 것 같은데.”
“시끄러워! 어차피 점 보러 오는 사람도 없으면서. 같이 이야기하며 쉬엄쉬엄하는 것이지.”
비닐봉투를 받아든 조은이가 재빨리 비켜섰다. 싱글벙글한 노파와 함께 죽상이 된 도화선녀가 들어와 안방으로 향했다.
“아 참, 조은아! 이거.”
노파가 꼬깃꼬깃한 봉투를 꺼내서 조은이에게 건넸다.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5,786만 3,470원]정확히 32,400원이 늘어났다.
“아냐, 이건 그대로 할머니 써야지. 장 볼 때.”
“그리여. 먹고 싶은 것 있으믄 말 혀.”
둘의 대화를 들은 도화선녀가 기가 막히다는 듯 ‘당장 냉장고도 없으면서 이 더위에 뭘 사다 놓으려고 해’하곤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노파가 눈을 번쩍 떴다.
“그리여! 점쟁이! 점쟁이 냉장고에 내가 산 것 좀 넣어놔야 되것다.”
저 뻔뻔함. 나도 그렇지만 조은이도 감당이 안 됐다.
“할머니, 도대체 왜 그래. 아주머니가 얼마나 우리 도와주시는데!”
“그래, 이 보살님보다 조은이 네가 백 배, 천 배 낫다. 너 복 받는다, 아줌마가 해준 말 잊지 마.”
도화선녀가 모든 것을 포기한 눈빛으로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안방으로 들어섰다. 한숨을 푹 내쉰 조은이가 그 뒤를 따랐다.
이윽고 안방에서 볼펜 끼우는 ‘딱, 딱’ 소리가 정신없이 들려왔다.
중간중간 노파의 배덕한 방귀 소리, 조은이의 비명, 도화선녀의 울음 섞인 아우성.
나는 차마 그 안에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
중간에 간만에 기분 낸다고 중국집에 전화까지 한 노파.
결국 짜장 둘에 탕수육 세트에 볶음밥까지 시키니 23,000원이 나왔다. 노파가 아까의 꼬깃한 봉투를 열어 돈을 꺼냈다.
“맛있게 드세요!”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5,784만 470원]“보살님! 어제 그렇게 열심히 조은이랑 뚜껑 넣고 스프링 끼우고 저녁값으로 23,000원 날리면 32,400원에서 9,600원 남는 거야! 들어간 시간 생각을 해야지!”
“사 줘도 지럴이여, 지럴은. 볶음밥 먹지 마!”
“아니, 일단 밥은 먹어야 마저 끼우지. 부지런히 끼우고 있어요. 나 아무래도 벌전 맞을 것 같아.”
“아하하하!”
결국 짜장을 비비던 조은이가 참다못해 웃음을 터트렸다. 둘의 티키타카는 정말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쥘 만큼 재미있었다.
나 역시 조금이라도 일을 돕기 위해, 쏟아지거나 굴러가는 부품들을 입으로 물거나 발로 차 한곳에 모으고 있었다. 그런 내가 기특했는지 도화선녀가 탕수육에 소스를 붓기 전 몇 개를 덜어 슬그머니 내 앞에 내밀었다.
“우리 개령님, 탕수육 좋아하시죠? 제가 개령님 몸 생각해서 짜장은 못 드려도 이건 드실 수 있죠?”
“해피헌티 그런 것 주지 말어!”
“개령님 입맛이 사람 입맛이라니까!”
“하긴, 전에 보니 쌈도 싸 먹으려 하더라.”
그 후로 식사를 하며 한참 내 이야기가 오갔다. 나는 탕수육을 맛나게 씹어 먹으면서도 귀를 가져다 대고 다른 소리가 나오지는 않는지 유심히 훔쳐 들었다.
“그러니까 저 안에 시커먼 서른 살짜리 남자가 있다는 말을 듣곤 징글징글혀서…”
‘오잉?’
노파의 농담 섞인 말에 도화선녀가 짬뽕 국물을 들이켜다 칵! 하고 홍합 껍데기 깨진 것을 뱉어냈다.
“그냥 가만히 있어, 보살님은! 나중에,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돌아볼 때 저 개령님이 올해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꿔놓았는지 알게 될 테니!”
– 쿠르르르릉! 쿠웅!
순간 골목 쪽으로 날벼락이 꽂혔다. ‘으악!’ 하며 비명을 지른 도화선녀가 기껏 쌓아놓은 볼펜 부품들을 흩트리며 구석으로 도망가 덜덜 떨었다.
“저 점쟁이가! 여태 작업해 놓은걸!”
***
주말 동안 꼼짝없이 잡혀서 볼펜을 조립하는 도화선녀, 그리고 옆에서 계속 갈구는 노파를 뒤로하고, 조은이는 전단지도 돌리고 단타 공부도 하고 볼펜 조립도 도왔다.
나는 날이 덥다는 이유로 전단지 알바에는 쫓아가지 못한 채 노파와 도화선녀의 작업을 돕고 꾸벅꾸벅 낮잠만 자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
어제와 오늘은 청담동 오리발의 동영상이 올라오지 않았다.
아마 이 시간에도 그가 전에 말했던 대로 최대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손을 푸는 연습을 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
이제 막 볼펜 끼우는 부업을 끝낸 노파와 도화선녀가 대자로 뻗어 가쁜 숨을 몰아쉬는 동안 조은이는 컴퓨터를 켠 채 말없이 앉아있었다.
이전처럼 다시 하락 이후 반등장이 나올 것이었다. 하지만 그 반등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은 상위권 누구나 할 것이었다. 자칫하면 2등이 아니라, 3등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그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결단의 시간.
여태 3주 동안 잘 버텨왔던 대로 안정적인 수익률과 매매 루틴을 지키며 2위 수성을 목표로 하느냐, 아니면 여기에서 완벽하게 바꿔보느냐.
조은이는 그 고민에 빠져 있었다. 나는 그걸 알아챌 수 있었다.
차라리 잡히지 않는 수치였다면 포기가 빨랐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 18%라는 차이는 5일의 시간 동안 미친 듯이 노력해 잡는다면 잡힐 것도 같은 수치였다. 그래서 문제였다.
그리고 지난주에 22등에서 15등, 2등까지 미친 듯이 치고 올라왔던 경험도 있었다. 물론 그것은 폭락장에서 너울을 잘 뛴 결과이긴 했지만, 적어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경험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 딸깍
조은이가 창을 열었다.
그리고…
[상한가 따라잡는 법]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상징과도 같은 검색어를 입력했다.
“끼이이잉, 끼잉!”
나는 조은이를 쳐다보았다. 나 또한 주식으로 팍팍 꼬라박고 김치코인에 모든 것을 날린 경험이 있었다. 상한가 따라잡기가 주는 위험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조은이 역시 도서관에서 빌려왔던, 그리고 물에 다 젖어서 버리고 손실 처리 확인을 받았던 책에서 그것을 읽었을 것이었다.
조은이가 한 사이트의 내용을 눈으로 읽으며 중얼거렸다.
“먼저 상한가로 오를 만한 대폭 상승 종목을 선별한 후, 상한가가 확정이다 싶으면 매수한다. 그리고 상한가에 들어가면 장 마감까지 상한가 유지 여부를 지켜보며 상한가 유지 시 홀딩, 깨졌을 시 즉각 매도한다. 홀딩한 종목이 다음 날에도 상한가를 칠 경우 홀딩, 깨질 경우 매도한다.”
– 꿀꺽
조은이와 나는 동시에 침을 삼켰다.
다음 날에도 상한가, 즉 ‘쩜상’을 친다면 30% 이상의 수익은 보장된 셈이었다. 하지만 한 번 상한가가 풀릴 땐 수익을 재빨리 확정 짓고자 매도세가 급격히 붙으면서 밑으로 쉼 없이 내리꽂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23,000원 정도 되는 주식이 엄청난 호재로 인해 30,000원까지, 즉 30%의 상한가를 쳤을 때, 매수 주문만 쌓이고 매도량은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운 좋게 30,000원이 된 주식의 차익 실현 매물을 받게 되어 간신히 따라붙었을 때, 그대로 장이 종료하고 다음 날 시작부터 다시 상한가인 39,000원으로 쭈욱 간다면 30%의 수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30,000원에 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상한가가 풀리고 28,000원까지 밀렸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7% 가까운 손실을 보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상황에서 매도 타이밍을 놓치고 하루를 보내면 이미 상한가라는 소재가 사라진 그 종목은 다음 날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과 실망 매물이 쌓이며 엄청나게 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성공한다면 붙는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그 즉시 20위권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굴리는 눈덩어리는 그만큼이나 커져 있었다. 모두 하루에 5, 7%의 일일 수익을 내는 와중에 홀로 -10%의 손실을 입는다면 5일간 절대로 회복할 수 없을 것이었다.
“각오.”
“낑?”
나는 조은이를 쳐다보았다.
조은이는 상한가 매매의 실제 영상을 보고 있었다.
“각오야. 딱 한 번의 성공이냐, 실패냐. 그것이 결국 모든 것을 가를 거야. 하지만, 그걸 성공해야만 1등을 할 수 있다면, 1등 외에 다른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 당연히 걸어봐야 해.”
“끼잉…”
“단, 내일은 아니야. 목요일. 목요일에 잡아서 금요일 넘겨서까지 들고 가야 해. 내가 이걸 한다는 걸 속여야 하고, 청담동 오리발 아저씨가 자신이 1등을 확정했다고 생각하고 평소처럼 안전하게 수익을 내게 해야 해.”
“!!!”
엄청난 도박이었다.
“다시는 없을 거야. 절대 안 할 거야. 하지만, 그 한 번을 한다면 이 대회여야 해. 그리고 가장 마지막 날이어야 해.”
작은 방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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