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82
83. 대회 마지막 주(2)
가장 중요한 것은 공시.
만약 장 초반에 잡을 수 있다면, 시초가에 잡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불행히도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 법이었다.
도대체 어찌 된 것인지 호재 공시가 발표되기도 전에 미리 미친 듯이 달려드는 움직임들은 있었다. 그래서 호재가 발표되는 것을 보자마자 들어가면 거의 상한가 언저리로 치고 가고 있거나 이미 상한가로 닫혀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조은이는 밤새 지난 1주일간의 상한가 종목들의 공시 시간과 상한가 도달 시간을 그래프를 확대해 확인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미리 맞춰서 저점에서 잡아서 갈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해. 그렇다면 어느 정도 예정되어 있는 것들, 그런 것들을 조사해야 해.”
– 딸깍!
조은이가 한 종목을 누른 후, 지난주의 그래프를 확대했다.
“예를 들어 이런 조선주는 협상 시작이라는 뉴스가 나오면서 이미 하루에 3, 4%씩 오르기 시작했어. 그리고 1주일 후 협상 타결, 총 2조 원대 LNG선 수주 계약 공시가 나오는 날 거의 바로 상한가로 직행했어.”
“끼이이잉…”
“이게 뭐겠어? 이미 그 이전에 정보를 주고 있었다는 말이야. 탈 수 있는 기회를. 물론 계약이 성사 불발되었다면 엄청 폭락했겠지만, 적어도 탑승장의 문은 열려있었어.”
너무 무서운 도박이었다.
이제 겨우 이틀.
만약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상한가에서 거래를 잠가버리면 금요일까지 꼼짝없이 들고 가게 된다. 피 말리는 하루가 될 것이었다. 잠을 잘 수 있을 리 없었다.
“제발,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저점에서 고점에 매도할 수 있는 확실한 매물이 있다면…”
조은이가 거의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여러 종목과 공시들을 눌러 확인하다가 지쳤는지, 컴퓨터를 두고는 갈아입을 옷과 수건을 챙겨 화장실로 향했다. 샤워라도 해서 기분을 풀려는 모양이었다.
환하게 켜진 컴퓨터를 바라보던 나는 조심스레 마우스를 쥐었다. 그리곤 오늘, 거의 4%에서 5% 이상 오른 종목들을 보던 중 한 종목에서 손을 멈췄다.
디케이테크솔루션.
지난 주중부터 오늘까지 꾸준히 2, 3%씩 오르고 있는 종목이었다. 물론 대폭락 장일 때에는 쉬이 피해 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바로 다음 날부터 빨간 불을 보여주는 그 종목은 항공 레이더 기술을 가지고 있는 방위산업주였다.
마침 안보에 대한 것들이 꽤 이슈가 되고 있었다. 북한의 드론부터 미사일까지, 자주 뉴스에 등장하고 있었고 도화선녀와 함께 볼펜을 만들 때 잠시 노파와 도화선녀의 이야기 소재가 되기도 했었다.
점진적인 우상향도 우상향인데 거래량은 의외로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었다.
‘이건 누군가가 일부러 매집하는 것 같은데?’
나는 최근 공시를 눌러봤다. 별다른 것은 없었다.
‘혹시…’
몇 번의 실패 끝에 간신히 [드론 레이더 국방부]를 검색해 뉴스를 보았다. 수많은 뉴스 중 최근 시간대로 보여주는 옵션을 클릭했다.
“!!!”
[국방부, 7월 7일 금요일 북한의 드론 및 정찰기에 대한 초동대처 수단인 ‘파인드앤킬 체인’ 사업 발표]뉴스를 눌러보았다.
안보 위협이 되고 있는 드론과 정찰기에 대해 재빨리 레이더로 파악하고 요격하거나 교란전파를 낼 수 있는 무인기와 전투 로봇 시제품 시연과 함께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들이었다.
그 아래 나온 무인기와 전투 로봇 시제품에 적힌 KMS-471, KMA-409A라는 모델명을 외운 나는 힐끔 화장실을 쳐다봤다. 아직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모델명을 간신히 입력한 나는 한 사이트에서 그것에 대한 제원과 주요 부품을 설명하는 글을 발견했다.
두 시제품 모두 디케이테크솔루션의 레이더와 자동좌표 계산 및 반응 시스템이 핵심기술로 들어가 있었다.
‘금요일 발표와 시연이라면 내일 장 끝나기 전엔 반드시, 반드시…!’
금요일 발표와 시연 시각은 뉴스 기사에 따르면 오전 10시였다. 만약 내일 낮은 가격에 사서 오버나이트를 한다면 금요일날 상한가를 기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뉴스와 그래프를 조은이가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나는 컴퓨터에 닥치는 대로 띄워놓았다.
곧이어 머리를 닦으며 조은이가 힘없이 작은 방으로 들어왔다.
“왈! 왈!”
“해피야, 누나 머리 말리고.”
곧이어 노파가 도화선녀에게서 강탈해 온 오래된 장미 문양의 드라이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잠깐 컴퓨터가 깜박였다. 전기를 엄청 잡아먹는 괴물이 출현한 탓이었다.
“어떻게 할까나, 어떤 종목을 잡아야 할까나.”
조은이가 중얼거렸다.
“왈! 아왈왈왈! 왈!”
“어허!”
조은이가 난리를 치는 날 밀어내다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으, 응?”
“왈! 왈!”
“디케이테크솔루션? 여기가 뭐 하는 데지? 그리고 이 종목이 왜 떠 있어?”
한참 그래프를 보던 조은이가 ‘내가 일어서면서 뭘 잘못 눌렀나?’ 하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점진적인 우상향, 꾸준하게 매입되는 물량들을 확인하곤 자리에 앉아 턱을 괴며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같았다. 내가 했던 대로 공시를 확인하고 내가 열어놓은 뉴스 창을 봤다.
“뭐야, 이거. 이게 또 왜 떠 있어?”
“헥! 헥! 헥! 헥!”
조은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나 나는 세상 순수한 눈으로 무지개 영롱한 꼬리와 귀를 펄럭이며 조은이를 향해 웃음을 지었다.
“해피가 누른 거야?”
“끼이이잉…”
“아니야?”
“왈!”
조은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워낙 많은 것들을 누르고 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눌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기운 듯했다. 아마 관련 뉴스 아이콘을 클릭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머?”
드디어 조은이가 뉴스의 내용과 발표, 시연회 일시를 확인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변한 조은이는 아까 내가 했던 대로 모델명을 검색창에 치곤 나오는 정보를 확인했다.
‘분명 그럴 줄 알았어. 너는 안조은이니까.’
조은이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먼저 재무제표를 보고 최근 수주 실적 등을 확인했다. 내가 던진 재료에 대해서 조은이는 완벽한 검증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시제품 사진을 확인하고 또 제원과 주요 부품, 기술을 확인한 조은이는 예전, 다른 방산주가 비슷한 시연회나 공시를 냈을 때 어떤 정도의 상승을 보였는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한 항공우주 관련 주는 전술용 드론 사업 수주로 이틀간 상한가를 간 기록이 있었다. 그 외, 해외에 자주포를 수출하는 거대 계약을 체결한 한 방위산업체도 상한가는 아니지만 첫째 날 24%, 둘째 날 8%의 상승을 보였다. 이틀의 수익률을 합치면 상한가나 다름없었다.
두 종목 모두 똑같이 공시 이전에 꾸준히 우상향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거일 것 같아.”
조은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나, 내일 딱 한 번의 거래를 할 거야. 모레도 아마 딱 한 번.”
내일 사서 모레, 상한가를 가면 판다는 것이리라. 당연히 거래는 한 번이면 족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모 아니면 완벽한 도가 될 게 뻔했다.
내일 장 초반에 매수한다면, 장 막판이나 금요일에 상한가를 가지 않더라도 적어도 10등 안에는 선착할 만한 안전한 흐름은 줄 것이었다. 여태 쌓아온 것은 그만치나 컸다.
아무리 그래도 드러난 악재가 없는데 설마 하한가를 찍을 일은 없을 것이었다.
‘시연이 실패만 안 한다면 말이지.’
그렇다면 충분히 오버나이트에 모든 것을 걸어볼 만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
결국, 그날도 거의 뜬눈으로 컴퓨터를 켜 놓은 채 수없이 해당 종목과 다른 방산주의 흐름 등을 보며 지새웠다.
채 몇 시간도 자지 못한 채, 조은이는 알람에 맞춰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영 밥이 안 넘어가?”
“아주 입안에 모래가 씹히는 것 같아, 할머니.”
“진짜 큰일이네.”
“내일이면, 내일이면 진짜 끝나.”
노파가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은이가 멍한 표정으로 김치볶음밥을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6,486만 3,610원]어제저녁에 노파가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보느라 뒷부분이 살짝 줄어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오늘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주식계좌에 들어 있는 원금과 평가액을 합친, 가용한 금액 3,388만 6,300원.
청담동 오리발과의 격차는 12%.
그리고 단 한 번의 매수. 어쩌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을 매도.
식사를 마친 조은이가 그대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동시호가에서 마치 짠 듯이 매물이 1,000단위로 소진되고 있었다. 무언가 계획적인 매집이 보였다.
“지금 들어갈까?”
조은이의 혼잣말. 체결된다면 어제 디케이테크솔루션의 종가인 12,800원에 잡을 수 있는 것이었다.
천천히.
1,000주.
1,000주.
647주.
빠져나가던 물량과 매수를 넣던 물량이 순간 멈칫했다. 새로운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에 반응하는 듯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더 이상의 추가 매수 주문은 없었다. 10분 후, 조은이의 물량은 완벽하게 체결되었다.
계좌에 가용 가능한 금액은 4,700원만 남았다.
그리고 잠시 후 장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그다지 변화가 없는 움직임은 새로운 세력(이라 하기엔 너무나 미미하지만)의 출몰로 인해 눈치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곧이어 매수세가 매도 물량을 집어삼키면서 조금씩 우상향을 하기 시작했다.
“조, 좋은데?”
하지만 결국 평소와 같이 2% 수준의 등락 폭에서 더 움직이지 않았다.
“차, 참아야 해. 절대 참아야 해.”
조은이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이미 정해졌으면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음에도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나 역시 몸을 까딱할 수 없었다.
“하, 할머니!”
“잉?”
“나, 물 한 컵만.”
“니가 가져다 먹어라!”
“내가 있잖아, 지금 아무것도 안 하거든? 아무것도 안 하는데, 절대 움직여선 안 될 것 같아. 아니, 움직일 수 없어.”
조은이의 기묘한 말에 노파가 컵에 물을 따라 내려놓았다. 조은이가 그것을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왜 멍하니 요것만 보고 있어? 평상시엔 뭘 두드리고 눌러싸대면서.”
“그게, 너무 큰 것을 걸어서 그래.”
“그리여, 잘 혀봐. 미국 장날에 잘 팔아봐.”
노파는 흥미가 없다는 듯, 안방으로 되돌아갔다.
결국 조은이는 점심도 거른 채, 그대로 망부석처럼 앉아 있었다.
오후 1시가 되고 2시가 되도록 디케이테크솔루션은 +2%에서 더 움직이지 않았다. 지루한 공방전은 그 라인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2시 20분이 되었다.
조은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약 내일 뉴스와 공시를 알아채는 이들이라면 이미 오후부터 달려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기회비용’
지금 먹은 것은 2%.
하지만 다른 이들이라면 꾸준한 매매로 벌써 6, 7%를, 청담동 오리발이라면 그 이상을 내고 있을 수도 있었다.
‘아, 이렇게 굼뜬 것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오전에 매도하고 다른 걸로 스캘핑을 좀 하다 들어와도 될 것을.’
어차피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장은 그대로 종료되었다.
마지막 이틀 중 하루가 날아갔고 우리는 겨우 2%의 수익으로 장을 마무리했다.
조은이의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총을 고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집어 들고, 호기롭게 당기기까지 했다.
그러나, 자꾸 격발음이 크게 들리는 것만 같았고 실린더에서 불꽃이 이는 것만 같았다.
나 역시 그랬다. 자꾸 토하고 싶었다.
하늘이 빙글빙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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