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83
84. 절망
투자금과 평가액을 합친 금액은 3,441만 5,700원, 어제의 3,388만 6,300원보다 겨우 529,400원이 늘었다.
일일 수익률은 1.56%, 누적 수익률은 330.19%.
그리고 등수는…
[1등 : 청담동 오리발 365.41%2등 : Euronymous 342.23%
3등 : SpeedClick 336.54%
4등 : 조은위한선물 330.19%
5등 : 봉우맨 312.17%…]
4등으로 내려앉았다.
물론 순위권이기는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어제 청담동 오리발과 12% 차이까지 필사적으로 줄여놓았었지만, 오늘 단번에 무려 35%가 넘는 격차가 벌어져 버렸다. 가만히 하나만 잡고 있는 동안 조은이는 비록 1.5% 남짓한 수익을 얻긴 했지만, 나머지는 꽤 좋은 장의 흐름 속에서 모두 미친 듯이 치고 올라간 것이었다.
게다가 직전의 2등과 3등은 조은이와 Euronymous였다. 2등과 3등의 수익률 차이는 21%에 달했었다. 즉, 평상시대로 했다면 절대 넘볼 수 없는 간격이었다.
하지만 완벽하게 붕괴시켰다. 우리 스스로.
그것도 내가 어설프게 보고 띄워놓은 창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덜컥 믿고 잡은 조은이의 판단에 의해서.
1등은 5,000만 원, 2등은 3,000만 원, 3등은 1,000만 원, 수익률 10위까지는 500만 원.
3,000만 원의 상금을 거의 확보했다가 단번에 500만 원으로 떨어졌다. 5,000만 원을 잡아보려다가, 심지어 어제 언터쳐블의 실패 사례도 있었는데 이렇게 바보가 되어버렸다.
나는 머릿속의 빛태창을 힐끔 쳐다보았다.
[종료일 2026년 3월 8일 오후 10시 13분. 현재 순자산 6,539만 3,010원]충분히 벌었다.
잘 벌었다.
10위 안에 선착한다면 상금 500만 원도 받을 테니, 물론 세금이야 얼마간 떼겠지만 내일 수익까지 하면 7,000만 원은 될 것이었다.
‘지상으로 방 두 개 이 정도 넓이로 올라는 가겠지.’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셈이다. 누가 처음 나간 대회에서 10위 안에 들고 상금 500만 원을 받겠는가.
하지만,
어떻게 위로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해도,
오늘 하루의 실수가 여태 쌓아온 3주와 4일의 시간을 모두 도로아미타불로 만들어버렸다는 느낌은 바뀌지 않았다.
차라리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지나 말 것을, 욕심부리지 않게 좀 더 뒤에 있을 것을.
“끼, 끼이이잉…”
나는 눈물이 울컥 나왔다. 패배한 승리자라는 게 이런 느낌일까.
조은이 역시 쉽게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듯했다. 이 더운 여름날 오후, 조은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서럽게 울었다.
차마 옆에 다가갈 수도 없었다.
다 내 잘못이었다.
***
우리는 영혼이 없는 얼굴로 청담동 오리발의 새로운 동영상을 보았다.
여전히 감정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의 얼굴.
이미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겠지만 어떻게 저렇게까지 표정을 숨길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하기 짝이 없었다.
“…”
[오늘 장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다들 무섭게 치고 올라오셨을 듯합니다. 저 역시, 제가 노력해 이룬 지금의 등수를 유지하고자 열심히 달린 것 같군요. 아마 내일 대회가 끝나면 약 1주일간 매매를 쉬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것도 즐길 생각입니다. 이제 등수를 볼까요?]조은이의 고개가 푹 숙어졌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은위한선물… 4등으로 내려앉으셨군요. 보면 수익률이 마이너스는 아닙니다. 일일 수익률 한 1.5% 남짓 거두신 듯한데, 누적은 7% 정도고요. 이게 무슨 일일까요? 급한 일이 생기셨을까?]그의 목소리에서 살짝 비웃음이 느껴졌다. 그래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제가 누차, 아마 수백 번은 말씀드렸을 것입니다. 꾸준함과의 싸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주식은 도박이라 하죠? 그렇게 떠들라 하십시오. 제겐 찰나의 과학이자 전쟁터와도 같죠. 하지만 스스로 도박에 뛰어들고 도박과도 같은 걸 선택했다면 그 책임은 져야겠죠.]마치 우리가 상한가 따라잡기를 하다 실패한 것을 명확히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조은위한선물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2등과 3등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태 꾸준히 잘 따라와 주었다는 말, 그리고 1~10위 사이에 한 명의 다른 참가자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라면 그래도 자신의 리딩방의 체면은 세웠다고 생각하기로 했다는 말.
중간에 악재가 두 번 있었지만, 그것만 아니었다면 다들 400%를 넘는 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라는 말들.
아직 하루가 남았지만, 이 상위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말투로 그는 방송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내일, 마지막 날도 저는 대회 1일 차부터 오늘까지 해 왔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할 것입니다. 그리고 분명 1등을 차지하겠죠. 그렇다면 그 순간을 구독자님들과 함께하고 싶기도 하네요. 찬란한 승리의 날인 내일 오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모두 성투하십시오.]방송이 끝났다.
조은이는 간신히 손을 들어 몇 가지 뉴스를 검색했다. 그러나 디케이테크솔루션에 대한 특별한 공시나 다른 뉴스는 없었다. 몇몇 중소 언론사에서 받아쓴 똑같은 뉴스, 내일 10시의 시연회에 대한 것만 더 나올 뿐이었다.
“그냥, 그냥 우량주였나 봐.”
“끼이잉…”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조은이는 내겐 절대 화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실수로 그 종목을 눌렀을 거라, 정신없이 이것저것 클릭하다가 해당 종목 관련 뉴스도 알지 못한 사이에 눌렀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아니, 혹여 내가 눌렀더라도 실수로 클릭한 것에 이렇게 목을 맨 것은 철저히 자기 잘못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도 이, 이 정도면 잘한 거잖아. 그렇지?”
“끼이잉, 끼잉. 끼잉!”
“왜 울어, 이 바보 강아지가!”
조은이가 울먹이며 나를 와락 안았다. 그리곤 그대로 온 힘을 다해 날 껴안으며 내 몸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으흐흐흑, 진짜 바보 같다. 나, 진짜 바보 같아. 흐흐흑!”
“끼이이잉, 끼잉.”
배에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조은이의 눈물이 그대로 내 몸에 묻어나고 있었다. 축 처진 내 무지개 귀와 꼬리가 우리 둘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
결국 조은이는 밤새 디케이테크솔루션에 대한 뉴스, 방위산업주에 대한 뉴스를 더 찾아보다 포기했다. 이렇게 된다면 답은 정말로 둘 뿐이었다.
첫째. 그래도 내일 시연회와 발표를 믿고 끝까지 이걸 들고 가는 것.
그러나 시연회가 실패하거나 성공하더라도 지금처럼 별다른 것이 없다면 500만 원의 상금조차 날릴 것이었다. 까마득하게 10위권 밖으로 추락할 것이 뻔했다. 당장 6등인 풍림야이원과의 누적 수익률 격차도 6%에 불과했다. 그 뒤로 줄줄이 바짝 따라붙어 있었다.
둘째. 내일 시초가에 다 팔아버리고 다시 원래 했던 스캘핑으로 불꽃 매매를 시작하는 것.
잘만 한다면 다시 3위 입성도 노려볼 만했다. 12%의 차이가 나는 2등은 절대 못 따라잡아도, 6% 정도라면 운이 좋다면 어쩌면 역전도 가능할 듯했다. 그럼 상금 500만 원은 1,000만 원이 되리라.
물론 잘 된다는 보장도 없다. 눈에 불을 켜고 하는 만큼 심리적으로도 매우 쫓기는 상황이 될 것이고 매매의 실패도 늘어날 수 있었다. 500만 원의 차이가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할 만한가도 미묘했다. 평상시보다 거의 두 배 이상의 매매를 해야 할 것임이 분명했다.
결국, 조은이는 밤을 지새웠다.
그 한숨을 들으며 나는 조은이가 두 가지 방안 중 어떤 것도 고르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일찍 밝아온 아침 속에서 노파가 부스럭대며 일어나 부엌으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은 조은이도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아유, 아직 니 알람도 안 울렸는데 어째 일어났대?”
“그냥, 잠이 안 와서.”
“조은이 니, 눈 밑이 시커멓다. 밤새 한숨도 못 잔겨? 몸 상해, 이것아.”
“그냥 그렇게 됐어.”
“저 똥개는 잠만 잘 퍼질러 잤는지 얼굴이 뽀얗다.”
“아왈왈왈왈! 아왈왈왈왈!”
‘나도 못 잤소! 늘 제멋대로 생각하시네!’
맹렬히 짖는 나를 향해 효자손을 꺼내 드는 노파를 말리고, 조은이는 가스레인지 앞에 섰다.
“아침 내가 차릴 것잉게.”
“아니, 할머니. 그냥 밥 좀 끓여 먹으려고. 속이 너무 불편해서.”
힘이 없는 조은이를 보는 노파가 혀를 끌끌 찼다. 당장 그놈의 미국 장날이건 주식이건 때려치우라는 말에 ‘오늘이 마지막 날이야.’ 하고 대답한 조은이가 끓어오르는 물에 밥 한 덩이를 넣었다.
나도 그 밑에서 말표 사료를 와그작와그작 씹어먹었다. 원래도 더럽게 맛없는 이 싸구려 사료가, 오늘따라 정말 톱밥을 뭉쳐놓은 것마냥 까끌거리고 뻑뻑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간신히 연명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식사를 마친 조은이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나도 그 옆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미국 장과 유럽 장은 횡보세, 간밤에 별다른 글로벌 악재는 없는 듯했다. 국내도 별다른 이슈는 없었고, 주요 종목들 중에서도 상한가를 칠 만한 대형 호재가 튀어나온 것은 없었다.
늘 그랬던 하루가 오늘도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정말 어떻게 하지?”
벌써 동시호가로 들어간 시장.
조은이는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믿고 홀딩하느냐, 시초에 털고 스캘핑에 나서느냐.
그사이에도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5, 4, 3, 2, 1, 시작!’하고 기운차게 외쳤을 시간에도 조은이는 손톱만 물어뜯은 채 안절부절못하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작되어버린 장.
평소처럼 다른 종목에 비해 그다지 많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디케이테크솔루션.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었다. 50원, 100원 단위로 살짝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뚜렷한 매수세가 보이지 않았다.
“하아, 난 진짜 몰라. 도저히 못 팔겠어. 이미 방아쇠를 당겨버렸는데, 이상하게 너무 미련이 남아.”
“끼이이잉…”
조은이가 울먹였다.
그때 종목 관련 뉴스가 떴다.
“!!!”
– 딸깍!
[국방부, 금일 오전 예정된 ‘파인드앤킬 체인’ 시연회와 사업 발표 오후로 연기]“아!”
조은이가 마우스를 떨어트렸다. 나 역시 눈앞이 아찔해지는 충격에 빠졌다.
“왜, 왜!”
조은이가 서둘러 뉴스를 클릭했다. 그러나 내용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오전 10시의 시연회를 내부 사정상 오후로 연기하며 자세한 시각은 추후 발표될 거라는 것뿐이었다.
그때.
이 굼뜬 디케이테크솔루션의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매도물량이 늘어났다. 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단기 투자자나 스윙투자자들이 재빨리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었다.
“어, 어?”
1%대의 상승을 보이던 주가가 순식간에 빠지기 시작했다. 시초가가 무너지고 파란 불이 들어왔다. 매수보다 매도 물량이 훨씬 많았다.
여태 조은이의 움직임대로라면 즉각 손절에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날, 어제의 아쉬움과 미련이 오늘 조은이를 완벽하게 마비시켰다.
여태 단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넋 나간 표정으로 조은이는 멍하니 하락하는 주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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