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90
91. 시상식(1)
초복도 잘 지나고 중복이 며칠 남지 않았다.
조은이는 정말로 열심이었다.
낮에는 열심히 주식을 분할 매수하고 주식공부와 부동산을 살펴보았다.
대충 동네는 고른 듯했다. 지금 사는 곳처럼 산기슭은 아닌, 그러면서 근린공원과 전통시장이 가까운 곳에 있는 곳이었다. 지하철역까지는 시내버스나 마을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을 가거나 15분 정도 걸어야 하지만 걷는 거리로 따진다면야 지금 사는 곳과 비슷한 정도였다.
장이 끝나고, 나갈 준비를 마치고 처묵소로 출근하면, 오후 10시 반이 넘어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왔다. 머리카락과 옷에 가득 밴 고기 냄새와 온몸에 알이 배어 욱신거리는 몸, 그래도 씻고 나면 언제나 나와 놀아주다가 잠이 드는 조은이였다.
SNS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엄청난 축하의 말과 함께 빨리 동영상 채널을 오픈하라는 말, 팬이 되었다, 얼굴 잊어버리기 전에 또 나와달라는 말들이 빗발쳤다.
개중에는 간혹 로랑이의 팬으로 보이는 악플러들도 있었지만 조은이는 그런 댓글에도 일일이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하고 하트를 찍었다.
뭐, 내가 귀엽다는 댓글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간혹 올라오는 내가 똥 싼 영상, 그리고 똥을 뿌리는 영상, 똥으로 글씨 쓰는 영상의 URL은 하도 많이 봐서 익숙할 정도였다.
[또 해피가 똥 싸는 것 보고 싶어요.] [지금도 똥으로 글씨 쓰나요?]“아니요, 아닙니다! 그것은 우연이라구요, 그렇지?”
“왈! 왈!”
조은이가 컴퓨터를 닫으며 하품을 했다.
벌써 주말이었다. 그리고 이틀 후면 시상식.
폭스넷에서 온 메일과 통화에 따르면 오후 3시에 폭스넷 본사 21층에 있는 시청각실에서 진행된다고 했다.
“자율복장이라 했지만, 음… 그래도 뭔가 좀 잘 입고가야 하나?”
“끼이잉…”
조은이의 발랄함과 아름다움에는 무엇이라도 잘 어울리긴 했다. 조은이가 작은 방 한 쪽에 개어진 옷들을 뒤적이다 한숨을 쉬었다.
“내일은 일찍 나가서 옷도 좀 사야겠다. 버린 옷들이 너무 많으니 맨날 그 옷이 그 옷.”
“왈! 왈!”
“해피도 갈 거지? 월요일 시상식.”
“!!!”
나는 깜짝 놀랐다. 설마 나도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니!
“사진 찍고 뉴스에도 나온다는데, 안 갈 거야?”
“왈! 왈!”
나는 재빨리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가야지! 가서 우리 조은이와 사진 찍어야지!
“할머니도 같이 가야지, 할머니! 월요일 날 약속 없죠?”
조은이의 물음에 노파가 볼펜심을 끼우다 심드렁하게 말했다.
“난 싫어. 니가 해피 데리고 갔다 와.”
“같이 가자! 나 상 받는다니까? 상금도 받고.”
“아이고, 할매는 그리 먼 곳 못 간다. 그냥 점쟁이네 집에서 에어컨 쐬며 누워있을겨. 나중에 네 컴퓨터로 뉴스나 보여줘.”
“쳇…”
노파는 아직도 마음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결국 조은이가 잘못한 것은 없었다. 전부 노파의 마음먹기에 달린 문제였다.
조은이가 입을 삐죽이며 컴퓨터를 닫았다.
***
시간은 흘렀다.
월요일 아침, 조은이는 일어나자마자 부리나케 식사를 하곤 나를 깨끗하게 씻겼다. 그 다음엔 머리를 감은 후 정성들여 드라이를 했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그 모습이 너무나 신나보여 보는 나까지 기분이 들떴다.
“주말까지 내내 아르바이트 하고, 오늘은 좀 쉬지! 지금이라도 전화해서 못 간다고 혀!”
“싫어, 싫지룽! 할머니도 가자니까? 사진도 찍고 뉴스에 얼굴도 나오고!”
“누가 나 찾아올까봐 싫어. 니 돈 달라고 할까봐.”
“치이.”
그 말에 더 권하지 못한 조은이가 어제 사 온 검은색 치마와 흰색 반팔 블라우스를 몸에 대 보았다.
“대박. 이 치마가 2만 원, 블라우스는 만 원. 역시 수평역 지하상가가 짱이라니까.”
“왈! 왈!”
작은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 조은이가 할머니 앞에서 한 바퀴 돌았다.
“어때, 할머니? 회사원 같아 보여? 뭔가 커리어우먼 느낌 같은 것 안 나?”
“사기꾼 같아 보인다.”
“또 왜 저러실까나. 해피야, 누나 예뻐 보여?”
“왈! 왈!”
나는 좋아라 펄쩍펄쩍 뛰었다.
점심을 가볍게 먹은 후 조은이는 매매창을 켰다.
총 2,000만 원의 금액이 절반씩 두 종목에 들어가 있었다. 한 종목은 2.7%, 다른 한 종목은 2.4% 정도의 수익이 나 있었다. 1주일 동안의 수익이고 지난 대회 때의 일일 수익보다도 한참은 못 한 수준이었지만 조은이는 절대 아쉬워하지 않았다.
“오늘도 빨간불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자!”
중간에 다시 한 번 시상식 참석 확인 전화가 왔다. 조은이는 참석 확인과 더불어 나도 데리고 갈 것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주지시켰다.
“으하하하, 밥도 안 넘어간다!”
“아주 좋아 죽나벼!”
“네! 좋아 죽어요! 상 받고, 상금도 받고!”
“상금 받으면 이 할매 잊지나 마라.”
“에엥? 그게 무슨 소리야, 할머니를 왜 잊어?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어. 할머니 갖고 싶은 것 사 드릴 테니 염려 마요! 그리고 아주머니도 선물 해 드려야지.”
그 말에 노파가 깜짝 놀랐다.
그러나 나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조은이의 성격 상, 가장 어려웠을 때 자신의 거처를 내어주고, 이후로도 많은 도움을 준 도화선녀를 모른 체 할 리가 없었다.
“아니, 그 점쟁이에게 뭔 선물을 해! 내가 볼펜 부업까지 소개시켜줬는데!”
“할머니, 정말 그러는 거 아니야. 요즘 맨날 덥다고 아주머니 집에 가서 에어컨까지 쐬면서.”
조은이가 노파에게 눈을 흘겼다.
“그 돈 있으면 그냥 나를 줘! 내가 그 점쟁이 맛있는 것 사 주면 되지.”
“아냐, 그때 내게 좋은 말 해주신 것도 있으니 내가 직접 드릴거야.”
노파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변했다. 어떻게 저런 노파 밑에서 이리도 바르게 자랐는지, 조은이의 말과 행동은 거의 언제나 세상 사는 이치에 맞았다. 어리지만 속 깊은 아이, 그리고 도화선녀가 말한대로 노파보다 열 배는 더 세상을 아는 아이였다.
“이제 천천히 나가볼게요.”
“너무 일찍 나가는 것 아니여?”
“괜찮아. 다녀올게요!”
나를 가방에 넣은 후, 조은이는 신나게 문을 나섰다. 흔들리는 가방 속에서 나는 기분 좋은 나른함을 느꼈다.
“덥지, 해피야.”
“왈!”
“조금만 참아, 이제 곧 지하철 타니까. 안은 시원할거야. 하아, 하아!”
한껏 자신의 마음에 들도록 꾸몄는데 하필 이 더운 날 무거운 나까지 드니 숨이 안 찰 수 없었다. 그래도 조은이는 투정 한 번 부리지 않았다.
“우리 해피가 있어서 된 거야. 해피 아니었으면 이런 결과 절대 없었을 거야. 그치?”
“왈! 왈!”
곧이어 다가오는 지하철에 올라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의 냉기가 가방 안까지 느껴졌다. 조은이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에어컨 바람을 더 잘 쐴 수 있도록 앞의 지퍼를 살짝 열었다.
나는 그 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아아, 우리 세금이 이렇게 쓰이고 있었구나. 왜 반지하에는 이런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것인가!’
시원하기 그지없는 에어컨 바람. 나는 황홀한 표정으로 눈을 지그시 감고 이 짜릿한 기쁨을 만끽했다.
“저 개, 그 개!”
‘응?’
나는 슬쩍 눈을 떴다. 방학을 맞아 어디 놀러가는지, 한 떼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앉아서 얼굴을 내놓은 날 바라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아냐, 귀만 비슷하게 염색한 것 아닐까? 똥석봉 따라할려고.”
“그런 걸 왜 따라해. 진짜 저 개 맞다니까? 게다가 앞에 앉은 누나, 그 똥응징 동영상에서 옆에서 놀라던 그 누나 맞잖아?”
“그러네, 맞는 것 같네!”
조은이는 핸드폰으로 무엇을 보는지 집중하고 있는 바람에 이 수군거림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
다들 나를 쳐다보며 쑥덕거리는 것을 본 나는 내 필살기, 애교를 슬쩍 날렸다.
“뀽♥”
“아, 졸짜증!”
“진짜 못생겼네. 그 개 맞네.”
무언가 역효과가 난 듯했다. 나는 우울한 표정으로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저기요, 누나.”
“네, 네?”
그 사이 조은이 앞으로 다가온 한 학생이 조심스레 이 개가 그 똥테러를 한 개, 똥으로 글씨를 쓴 그 개가 맞냐고 물었다. 얼굴이 새빨개진 조은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맞대!’ 하고 친구들을 향해 소리쳤다.
순간, 우르르르 몰려든 학생들이 모두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내게 말을 걸고 머리를 쓰다듬는 기적이 벌어졌다.
“와아, 진짜 그 똥폭탄 대박이었는데.”
“나, 풀영상 봤잖아. 완전 시원했지.”
“그나저나 누나, 얘 진짜 똥으로 글씨 써요?”
한 학생의 질문에 조은이가 난처한 듯, ‘아하하하, 우연이에요, 우연! 그냥 눈썰미는 좀 좋은 것 같아요.’하고 둘러댔다.
마침 갈아타야 할 역이었다. 조은이가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내 머리를 쑤욱 집어넣고 지퍼를 채웠다. 인증 사진을 못 찍어 아쉬워하는 학생들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서둘러 플랫폼으로 내려섰다.
다른 지하철로 갈아타고 한참을 더 가서야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대한민국 금융의 메카라는 역에 도착했다.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더 걸으니 한 빌딩의 위로 ‘팍스넷’이라고 적혀 있었다.
“여기구나아…”
“끼이잉…”
우리는 압도당해 버렸다. 일단 까마득한 높이의 최고층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고, 그 아래로 많은 이들이 바삐 걸어 다니고 있었다. 그저 평범한 도심의 일상이라기엔 조은이와 내가 있는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들어가볼까?”
입구로 들어서서 방문 목적과 확인을 받은 후, 조은이는 출입증을 받아 목에 걸고는 엘리베이터에 타고 21층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마자 몇몇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행사장을 꾸미고 있었다. 풍선으로 된 아치와 함께 정면엔 현수막이, 오른쪽엔 사회자용 단상이 세워져 있었다. 화려한 꽃이 장식되어 있는 가운데 열 개의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와아아아…”
그 멋진 모습, 입구쪽으로 세워진 세 대의 촬영용 카메라와 기자재를 조심스레 피해 안으로 들어서자 직원 한 명이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아, 저기… 오늘 시상식이요. 상 받으러 참석을…”
앳된 모습의 조은이, 그리고 옆에 든 강아지 가방. 그 안에서 무지개색 귀를 한 채 세상 슬픈 눈망울을 뒤룩거리는 나.
다소 당황한 모습의 직원이 조은이와 날 번갈아 보며 물었다.
“아, 저 닉네임과 성함이…”
“조은위한선물, 안조은입니다.”
“네에?”
직원의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이들의 고개가 이쪽으로 향했다.
“조, 조은위한선물 님 오셨습니다.”
모두가 조은이를 쳐다보며 입을 떡하니 벌렸다.
“아, 혹시라도 늦을까봐 좀 서둘렀더니 30분이나 일찍 왔네요, 안녕하세요. 아하하…”
얼굴이 새빨개진 조은이를 향해 나이가 지긋한 남자가 다가와 신분증 등으로 본인확인을 마쳤다.
“이렇게 젊으실 줄은… 대단하시네요. 이따 행사 말미에 인터뷰도 있습니다. 약 1시간 정도 진행될 예정이에요. 일단 이쪽에 앉아서 대기해주시면 됩니다. 혹시 커피라도 드릴까요?”
“아, 괜찮습니다!”
조은이가 안내받은 관객석으로 가 앉았다.
부지런히 준비를 마친 직원들이 무언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자리를 빠져나갔다.
갑자기 조용해진 행사장.
환하게 밝혀진 조명과 그 아래의 의자, 현수막, 마이크들이 시상식을 기다리며 놓여져 있었다.
그때, 뒤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청담동 오리발과 방송에서 봤던 다른 이들, 그 외 처음 보는 이들이 행사장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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