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as a Doggo RAW novel - Chapter 91
92. 시상식(2)
“으, 으아아아아!”
“와, 왈!”
우리는 깜짝 놀랐다. 조은이는 벌떡 일어서기까지 했다.
순식간에 실내의 온도를 10도 이상 떨어트릴 듯한 냉기를 내뿜으며 들어온 9명의 사람들은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쳐다보다 시간을 확인했다.
“아, 20분 정도 일찍 왔네. 막힐 줄 알았는데 월요일이라 안 막혔어.”
“그러네요.”
청담동 오리발의 말에, 그 옆에 선 Euronymous라 소개되었던 신경질적인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 엄청난 포스들이었다. 정말로 그 채널의 영상을 뚫고 나온 듯, 다들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에 값비싸 보이는 옷과 액세서리, 구두를 착용하고 있었다.
“뭐야? 그나저나 세팅은 끝난 듯한데 어떻게 직원이 하나도 안 보이지?”
고개를 갸웃하던 청담동 오리발이 구석에서 놀라 벌떡 일어서있는 조은이를 쳐다봤다.
“아, 좀 일찍 도착했는데. 21층 시청각실, 시상식 있는 행사장 맞죠?”
“네? 네.”
“뭐, 확인 같은 것 안 하나요?”
“무슨 화, 확인이요?”
청담동 오리발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조은이를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이 아니라 알바생 같네. 모를 수도 있지. 날도 더운데 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것 준비된 거 없어요?”
“아,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당황한 조은이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커피를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아, 됐습니다. 우리 이쪽에 좀 앉아있죠.”
청담동 오리발이 뒤에 선 자신의 리딩방 회원들이자 10등까지의 수상자들을 이끌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곤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직 안 온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겼는지 되게 궁금하네.”
“백 퍼센트, 우리가 아는 사람일 겁니다.”
“누구지… 백두증권 다녔던 종환 형님인가? 그분 딸 이름이 조은이였었나?”
조은이가 새빨개진 얼굴로 조심스레 자리에 앉으려 할 때였다. 수상자 중 한 사람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저기요!”
“아, 저요? 네!”
“여기 화장실이 어디죠?”
“예, 예? 그러게요. 화장실이 어디더라…”
“무슨 알바가 화장실 위치도 몰라? 안내 맡은 것 맞아요?”
완벽하게 오늘 행사의 아르바이트생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했다. 하필 옷도 딱 그렇게 오해를 살 만한 차림이긴 했다.
하지만, 너무나 예의가 없는 말투였다.
“크르르르르…”
“어유, 웬 개새끼야?”
“왈! 왈!”
“아이고, 깜짝이야!”
내가 그 사내를 향해 이를 드러내고 짖자 아홉 명의 시선이 모두 내 쪽으로 향했다.
“아니, 폭스넷은 무슨 아르바이트생이 개를 데려오게 해? 아니면, 이것도 무슨 시상식 이벤트인가?”
“중복맞이 도그쇼?”
“푸하하하하!”
그들이 처음 보인 웃음은 그렇게나 비뚤어진 비웃음이었다. 조은이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청담동 오리발과 일행들을 쳐다봤다.
“저기요!”
“아, 네. 조용히 할게요. 오케이. 빨리 받고 가자. 후우.”
차라리 방송의 모습이 훨씬 젠틀하다 싶었다. 만약에 나라면 이 모든 것을 몰래 촬영하고 ‘청담동 오리발의 카메라 바깥에서의 모습’ 하고 올렸을 것이었다.
그때 내부 회의와 최종 확인을 마쳤는지, 사라졌던 직원들이 시청각실로 들어왔다. 번쩍이는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사회자 단상으로 가서 서는 동안, 아까 조은이의 이름과 신분증을 확인했던 남자가 청담동 오리발과 나머지 사람들의 본인 확인을 마쳤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네, 좋습니다. 너무 울리지는 않나요?”
세 대의 카메라 뒤에 직원들이 모두 서 있었다. 한 명이 손으로 OK 사인을 보냈다.
어느덧 시간은 2시 55분.
“이제 시상식을 곧 시작하겠습니다. 시상식 준비에 앞서 무대 앞에 열 개의 의자를 세팅해두었습니다. 수상자분들은 차례대로 착석해주시구요. 한 분씩 호명되시면 무대로 나와 상패와 상장, 그리고 상금 액수가 프린트된 패널을 받고 기념촬영 하시고 내려가시면 됩니다. 인터뷰는 1, 2, 3등 세 분, 시상 끝나고 이 무대에 올라오셔서 하시는 걸로 하겠습니다.”
사회자의 사전 안내에, 앉아있는 이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자아, 등수대로 오른쪽부터 앉으시면 됩니다. 1등부터 부를 테니 의자에 착석해주세요. 조은위한선물, 안조은 님?”
청담동 오리발과 일행들이 고개를 길게 빼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안조은 님?”
“아, 잠시만! 해피 좀 빼고요!”
조은이가 황급히 양해를 구하고는 날 안았다. 그리고 무대 아래 놓인 의자로 향했다.
조은이의 품에 안긴 나는, 내 평생 다시는 구경하지 못할… 인간이 지을 수 있는 가장 경악에 가득 찬 표정을 보았다.
튀어나올 듯한 눈, 그리고 위아래로 한계치까지 벌어진 입 여덟 개가 조은이와 나의 움직임에 따라 천천히 고개를 움직였다.
“뀽♥”
‘꼴 좋다 요것들아!’
오직 한 명. 청담동 오리발만이 핏발이 가득 선 눈으로 그런 나와 조은이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다.
***
원래 시상식이 이렇게나 살벌한 분위기인지, 정말 난 몰랐다. 상을 받아봤어야지.
완벽한 침묵 속. 사회자가 10등부터 닉네임과 성명을 호명할 때마다 당사자는 올라와서 폭스넷 이사가 내민 상장과 상패를 받고 악수를 했다. 그리곤 도우미가 들고 온, 상금의 액수가 인쇄된 빨간색 판을 들고 이사와 함께 정면을 바라보며 촬영을 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웃고 있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보면 분명 기쁜 일일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서 있던, 자신들이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착각한 그 앳된 학생이 이번 대회에서 459%의 수익을 거둔 우승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점점 호명하는 등수가 줄어들수록 더 커졌다. 표정은 더 굳어지고 걸음걸이는 더 어색해졌다. 심지어 무대 앞에서 DSLR 카메라로 촬영하는 기자가 ‘좀 웃으세요. 오늘 시상식 아니에요? 무슨 머그샷 찍는 것 같아.’하고 투덜거리며 표정을 지적할 정도였다.
“뀽♥”
나는 우리 옆에 앉은 청담동 오리발을 향해 꼬리를 일부러 살랑살랑 흔들며 애교를 피웠다.
“쉬잇, 해피야. 그러지 마. 조용히 있어야지.”
“뀽♥뀽♥뀽♥뀽♥뀽♥뀽♥…”
오오오! 반응했다. 입질이 왔다!
앞을 향해 눈을 부릅뜬 청담동 오리발의 얼굴에 핏발이 가득 섰다. 이마와 목에 핏줄이 불거져 나왔다. 피가 나도록 쥐고 있는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호흡 곤란까지 온 듯, 숨마저 거칠어졌다.
“뀽♥뀽♥뀽♥뀽♥뀽♥뀽♥…”
“제발, 해피야!”
나는 조은이의 간절한 부탁에 애교 섞인 비음을 내는 걸 멈추곤 앞을 보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리곤 스핑크스처럼 근엄한 표정으로 가슴을 넓게 펴고 앉았다.
“자아, 다음은 3등, Euronymous 님. 성함은 반도막 님.”
“캬흐흥!”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앞을 향해 눈을 크게 떴다.
‘오 세상에, 오 세상에! 저런 이름으로 용케도 3등을, 게다가 명문 한국대를 나와서 전업 투자를! 아아아, 반도막 님, 반도막 님!’
반도막이 올라와 신경질 가득한 얼굴로 상장과 상패를 받은 후 패널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빨간색 바탕에 황금색으로 ‘5,000,000원’이라 적혀있던 숫자가 어느새 ‘10,000,000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후우, 후우, 후우…”
내 옆에서 분노를 간신히 참아내는 청담동 오리발의 거친 숨소리가 느껴졌다. 심지어 그의 몸이 굴욕감과 분노가 뒤섞인 화염으로 휩싸여 있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반도막이 얼어붙은 얼굴로 내려와 자리에 앉자 사회자가 다음 2등을 호명했다.
“2등, 청담동 오리발 님. 성함은 하한강 님!”
“와하할할할! 와하할할할! 캬하하할할!”
“해피야, 해피야!”
나는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트려버렸다. 하한가. 한강… 절대 주식을 해서는 안 될 이름 아닌가. 도화선녀가 사람의 이름엔 기운이 있다고 했는데, 반도막, 하한강 님! 그대들은 그 악한 기운을 이겨낸 용사들이오!
“와하할할할! 와하하! 커억! 컥! 컥! 캐액!”
나는 정신없이 웃다가 숨이 막혀 캑캑대며 아등바등 난리를 쳤다. 모두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 가운데, 조은이가 재빨리 내 배를 쓰다듬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시상식에서 해피가 사레들려 죄송합니다!”
엉망이 된 분위기 속에서 청담동 오리발, 아니 하한강이 일그러진 얼굴로 상패와 상장을 뺏듯이 들었다. 그리고 30,000,000원이 적힌 패널을 들고 이를 드러내며 사진을 찍었다.
나는 간신히 기침을 멈추고 조은이를 몽롱하게 쳐다보았다.
“해피야, 누나가 해피 때문에 못 살겠어! 자꾸 이러면 앞으론 안 데리고 나온다?”
“끼이잉…”
그때,
“대망의 1등입니다. 조은위한선물, 안조은 님!”
“네, 네!”
조은이가 황급히 날 안고 무대로 올랐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상장과 상패를 간신히 들었다.
“패널도 들어야 하는데, 강아지를 좀 내려놓으시는 게…”
“같이 사진 찍어야 해서요. 우리 해피 없었으면 우승도 못 했어요.”
“아, 그래요? 그럼 제가 이사님과 같이 들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기념촬영을 멋지게 마쳤다.
“자아, 다음은 전체 수상자 촬영이 있겠습니다. 안조은 님을 가운데로 우측엔 하한강 님, 좌측엔 반도막 님이 서 주시고, 나머지 분들도 옆에 도열해 주시고요!”
“와하하할! 와하하하할!”
“해피야, 좀! 제발!”
나는 웃음을 참느라 혀까지 깨물었다. 이름도 이름이지만 너무나 통쾌했다. 게다가 이렇게 조은이를 한가운데 두고 그 방송에 나왔던 이들이 모두 옆에 선다는 것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 와중에 기념사진을 찍는 사진기자의 요청이 걸작이었다.
“자아, 가운데 1등 하신 분이 서시고. 상패 들고. 상장은 그 개 몸 위에 잘 펼쳐서 보이게. 그렇지, 좋아요. 그리고 2등, 3등 분이 양쪽에 서서 바깥쪽 팔을 머리 위로 구부리고, 하트! 그래, 그렇게 하트! 그림 좋네.”
조은이를 가운데 두고 좌도막 우한강이 완성되었다. 그들의 일그러진 표정이 느껴지는 듯했다. 나는 최대한 웃음을 참기 위해 내가 아는 가장 슬픈 추억들을 곱씹어야 했다.
간신히 모든 시상과 촬영이 끝난 후, 1등부터 3등까지의 수상자 인터뷰 자리가 마련되었다. 무대 위에 탁자가 놓이고 의자가 준비되었다. 나를 꼭 안은 조은이와 하한강, 반도막은 사회자가 지정해 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폭스넷 이사와 대회 운영팀장이 함께 했다.
뒤에서 전체 전경을 찍던 카메라 세 대는 각각 좌우 대각선과 중앙에 비치되었다.
– 꿀꺽.
조은이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실시간으로 폭스넷 채널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중이고요. 1분 후, 시작합니다. 자연스럽게 답변해주시면 되고요, 많은 분들의 질문, 그리고 폭스넷에서 준비한 질문 등이 주어질 겁니다.”
사회자가 간단하게 알려줌과 동시에 ‘큐’ 사인이 떨어졌다.
“안녕하십니까, 당신의 투자가 미래를 좌우한다, 국내 최고의 주식정보 채널이자 고품격 매매 프로그램, 폭스넷의 정창한입니다. 오늘, 제19회 폭스넷 실전투자대회 일반인부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1등, 조은위한선물의 안조은 님과…”
반짝이는 카메라 조명 속에서 조은이의 눈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나는 품 안에서 그것을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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